[송구영신 특집] 문재인 반년 성적표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2.26 13:08:36
  • 호수 11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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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가 진짜! 기대해도 좋을까?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지났다. 전 정권의 국정 농단으로 촛불혁명이 일어났고 그 중심에는 문 대통령이 있었다.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아직도 고공행진 중이다. <일요시사>는 송구영신을 맡아 문재인 대통령의 반년 성적표를 뽑아봤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촉발된 뒤 촛불은 광화문을 뒤덮었다. 정치시계는 빠르게 돌아갔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됐다. 대선 과정서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후보는 40%가 넘는 지지율로 10년 만에 진보진영 대통령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경제 대통령
불안한 지표

문 대통령 취임 직후 중점을 둔 부분은 바로 ‘일자리’다. 문 대통령은 업무지시 1호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출범시켰다. 청와대에 일자리수석실이 신설됨과 동시에 각 부처와 17개 지자체에 일자리 전담 부서가 만들어졌다. 

정부가 일자리 정책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일자리의 핵심인 청년층(20∼30대)의 일자리 확대는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청와대 홈페이지 상 ‘대한민국 일자리상황판’을 보면 지난 9월 기준 취업자수는 2684만명으로 전년비 31만4000명 증가했지만 청년과 30∼40대는 오히려 취업자수가 감소했다. 취업자수 증가를 이끈 것은 50세 이상 장년층으로 청년실업 문제는 여전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지난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서 문 대통령은 “고용은 늘었지만 주로 50대 이상 비정규직 일자리가 늘고, 청년들이 취업할만한 좋은 일자리는 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줄었다”고 진단했다. 

문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곳곳서 들린다. 

김대일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각종 청년일자리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애초에 인력에 대한 수요가 줄어버리면 실업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정부는 민간기업서 거둬들인 세금을 소모해 일자리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세금을 많이 걷어 인력 수요를 줄이고 그 돈으로 아무리 일자리 정책을 펼쳐봐야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없다”며 “민간 기업에 대한 지원을 통해 자연스럽게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일자리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청와대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나올 문재인표 ‘일자리 정책’을 가지고 평가를 받겠다는 각오다.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경제시스템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소요된다”며 “올해 하반기 공공기관, 대기업, 금융기관 등의 채용 확대도 대부분 내년에야 실제 취업이 이뤄져 취업자 통계에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자리 정책 이외에도 문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경제 슬로건은 ‘소득주도성장론’이다. 소득주도성장은 기업에 고인 소득을 노동자 임금 상승 등을 통해 가계로 흐르도록 해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는 내수 시장 중심의 성장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을 중심으로 한 경제 정책이 구조적 저성장 탈출을 위한 근본적 해법은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구정모 한국경제학회장은 “최근 수출 호조에 따른 3% 성장에도 불구하고 고용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없다”며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제정책에는 단기 처방만 있고 전체적인 밑그림이 없다”고 평가했다.  

적폐청산 기조
국민통합 저해

이밖에 '적폐 청산'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서부터 적폐 청산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특정 사건에 대한 조사와 처벌 등이 적폐 청산의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 사회를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들려는 것이다. 아마도 이번 정부 5년으로 다 이뤄질 과제도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부처별 적폐 청산 TF를 구성했고, 검찰 등 사정기관은 MB정권을 겨냥했다. 그 결과 당시 청와대 중심으로 이뤄진 야당 사찰, 관권선거, 언론·문화계 탄압 등의 사실들이 밝혀졌다. 

취임 초기 많은 성과를 이뤘지만 현 정부의 적페 청산 기조를 바라보는 정치 전문가들의 시선은 다르다. 
 

최창렬 용인대 교육대학원장은 “적폐 청산은 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등을 지켜본 국민들의 요구”라며 “현재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것도 적폐 청산 추진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유한국당이 정치보복 운운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정치보복 프레임을 비판했다. 반면 검찰의 적폐 청산이 야권에만 향해 있고 정치보복 모양새를 띠어 국민 통합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쪽이 피해의식을 갖게 하면 통합이 어렵다”며 “문무일 검찰총장이 올해 안에 (적폐 청산을) 끝낸다고 했는데 너무 오래 끌면 부작용이 크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권의 한쪽은 너무 강하고 한쪽은 너무 죽어 있다”며 “중도와 합리적 보수 정당은 계속 국민들이 분열돼있으면 그 이후에는 통합에 힘썼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 독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신 교수는 “여당이 예산안 처리 과정서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쪽으로 갔으면 어땠을까”라며 “정치는 적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야당도 숨 쉴 공간을 만들어줘야지, 지금처럼 밀어붙이면 부메랑으로 좋지 않게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대통령 강조…소득주도·혁신성장 명암
끝나지 않은 적폐 청산…정치보복 프레임 맹공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도 정부의 적폐 청산 TF의 인사구성을 문제 삼아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정부부처와 산하기관의 적폐 청산 관련 TF를 전수 조사한 결과 5명 중 1명꼴로 ‘편파·이념 지향적 인사’로 구성됐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적폐청산 기조로 인해 “일선 현장서 자신이 관련된 사업에 잘못이 드러날 경우의 두려움 때문에 방조, 침묵 및 통상 업무까지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에 대해서는 “무차별한 기업 대상 사정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있으며 금융권도 채용비리 논란으로 사정 정국 심화 중”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적폐 청산에 대해 정치보복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정치보복의 악순환이 끝난 줄 알았는데 현 정권이 정치보복을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포장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문 정권의 적폐 청산 기조에 대해 비판했다.


안 대표는 “지금 서로 전, 전전, 전전전 (정권을)때려잡느라고 완전히 정신이 없다”며 “복수하려고 서로 정권을 잡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의 정치보복 프레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현 정권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한겨레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이명박·박근혜정부 당시의 청와대·국정원·군 등에 대한 조사·수사가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67.8%를 기록했고 “동의한다”는 응답은 29.2%에 그쳤다. 

낙제점 인사
캠코더 논란

문 정부의 ‘인사’는 반년 성적표에 있어 낙제점에 가깝다. 앞서 문 정부는 취임과 동시에 병역면탈·부동산투기·위장전입·세금탈루·논문 표절 등을 인사 5대 원칙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내각 인사를 발표할 때마다 인사들은 5대 원칙을 위배했고, 12월에 들어서야 내각이 완료됐다.

특히 공공기관장에 참여정부 인사들 및 문재인 캠프 인사들이 대거 합류해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논란에 휩싸였다. 

국민의당 김철근 대변인은 "민주당이 야당일 때 이명박정부 인사는 '고소영' '영포라인' 등으로 비판하고 박근혜정부에서는 '수첩인사'라고 비판하지 않았느냐"라며 "국민들은 적폐 청산하자면서 새로운 적폐가 쌓여가는 과정을 똑똑하게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정부의 외교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우선 청와대는 “문재인정부 출범 후 6개월 정도 지나면서 외교적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몇 개의 산을 힘들게 넘어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자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정부의 외교를 ‘산’으로 비유했다. 

이 관계자는 “첫 산은 6월 말 워싱턴을 공식 방문했을 때”라며 “6월29일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 7월7일 독일 함부르크 한미일 정상 공동성명서 북핵의 평화적 해결 원칙, 남북문제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약속받았다. 이런 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민주연구원 주관 ‘문재인정부 2017년 국정운영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 외교·안보 분야 발제를 맡은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재인정부가 안보적 측면서 강한 안보체제 구축과 책임 국방 구현을 위한 기반과 남북관계의 북핵위기 안정화 및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기반이 조성됐다”며 “외교에선 주변 4강과의 외교가 정상화되면서 새로운 외교지평을 마련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국방개혁은 여전히 미진하고 한국이 주도하는 외교를 위한 제도와 인력 부족 문제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및 여권은 반년 동안 이뤄진 문 정부 외교·안보에 대해 후한 점수를 줬다.

하지만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자유한국당은 문 정부의 ‘균형외교’를 비판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은 “함께 전쟁을 치른 미국과의 군사 동맹과 북한과 여전히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중국과의 관계는 차원이 다르다”며 “지금은 한미가 굳건한 군사동맹으로 중국을 압박해 북핵을 제거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훈수했다.

중국과 우호관계 형성을 원하는 문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한 셈이다.

인사 적폐 솔솔…불안한 대북·4강 외교
중국서 홀대 받은 문통…외교 해법은?  

문 정부 외교·안보에 대한 지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구민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4강(미중일러) 외교서 정체성의 혼란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북핵 이슈와 관련해선 “문재인정부는 ‘코리아 패싱’도 원치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강경책에 깊이 연루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방중외교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 무능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중국 국빈 방문서 ‘홀대’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3박4일간 중국 지도자와의 식사가 단 두 차례뿐이었다는 ‘혼밥’ 논란과 방중 첫날 중국 지도부의 베이징 부재, 우리나라 취재기자가 중국 경호원에게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하는 등 논란이다.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출발 전부터 삐걱거렸다. 중국 국영 중국중앙TV가 중국 방문 하루를 앞두고 문 대통령과의 인터뷰서 사드 문제에 대한 의도적 질문 공세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CCTV는 이어 문 대통령의 발언을 자의적으로 편집 방송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중국 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중국 측의 홀대논란은 본격화됐다. 국빈 자격으로 방문한 문 대통령을 차관보급 인사가 영접을 한 것이다. 통상 중국을 방문하는 각국 정상은 차관급 인사가 영접하는 것이 의전 관례다. 

혼밥 논란에 대해선 중국 지도부가 의도적으로 문 대통령과 식사 약속을 잡지 않아 불가피하게 수행원과 식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청와대는 문 대통령 식사 일정이 중국 서민 일정을 체험하기 위한 기획성 이벤트로 사전에 준비된 행사라며 궁색한 변명을 했다. 

이러한 홀대 논란에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정부가 국민들에게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에 사로잡혀 무리한 일정으로 문 대통령의 방중을 추진하면서 중국의 홀대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안보는?
대북문제 관건

정치권 한 관계자는 문재인정부에 대해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정부 이후 들어선 만큼 국민들의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라며 “집권 초기인 내년까지는 문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국내를 둘러싼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국민들의 위기감을 불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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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