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쑥 기부 쏙’ 두 얼굴의 기업들

돈 쟁여놓고 슬슬 눈치만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날씨가 추워지면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 따뜻한 관심이 필요한 소외계층이다. 기부금을 편취하고 살인까지 저지른 이영학 사건으로 기부금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면서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재계의 분위기는 어떨까.
 

올해 벌어진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은 국민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이영학은 희소병을 앓고 있는 그의 딸을 이용해 기부금을 모집하고 그 돈을 펑펑 썼다. 국민들의 착한 마음을 이용해 그가 모은 확인된 돈만 12억8000만원에 달했다.

각종 구설 눈살
사회적 책무 회피

충격은 기부금 감소로 이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개인이 기부를 했다는 비중은 2011년 36%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지난해 기준 24%로 떨어졌다. 재계는 최순실 국정 농단에 기업 기부금이 활용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기부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매출액 상승에도 기부금을 줄인 기업들이 눈길을 끈다. 동서는 올 한해 기분 좋게 보내고 있지만 기부에는 인색한 모습이었다. 

동서의 올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개별기준)은 3727억원으로 전년동기 3385억원 대비 341억원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264억원, 1052억원을 각각 24억원, 41억원 오름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사회적인 활동은 소극적이었다. 


3분기 누적 기준 2950만원으로 전년 동기간에 비해 300만원가량 낮았다. 전체 매출액 대비로도 미미한 수준이어서 사회적인 책무에는 둔감한 모습이었다.

반면 오너 일가의 곳간을 채우는 데는 부지런한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7월 동서가 성제개발 인수를 하면서 뒷말이 나왔다.

성제개발은 동서 오너 일가의 지분이 과반을 넘는 기업인데 동서를 통해 올리는 매출비중이 한때 90%를 넘길 만큼 오너 일가 이권 챙겨주는 기업이란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기업이었다. 

배당성향도 역시 90%를 넘어 오너 일가의 곳간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빙그레도 매출 증가에도 기부금 예산을 적게 잡았다. 올 3분기까지의 매출은 67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428억원보다 335억원 증가했다. 반면 기부금은 8700만원으로 전년 3억7300원 대비 2억8600만원 감소했다.

기부금 인식 부정적으로…관심이 절실
재계도 어렵다 이유로 소극적인 모습

빙그레 역시 올 한해 오너 일가 논란이 있었던 기업이라 사회적인 역할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호연 빙그레 회장은 올해 초 빙그레 정기 세무조사 과정서 차명주식 200억원을 가지고 있었던 사실이 적발됐다. 결국 빙그레는 지난 7월 공시를 통해 차명주식 분 2.98%의 존재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관련 세금문제로 시끄러웠다.
 

사조오양도 매출 오름세와는 반대로 기부금은 낮췄다. 3분기까지 올린 매출은 229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960억원 대비 339억원 오름세를 보였지만 기부금은 1074만원으로 전년 2295만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삭감했다.

사조오양의 사조그룹은 올해 편법승계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는 기업이기도 하다. 사조산업은 연 매출 7000억원 규모로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주 회장은 사조산업의 지배권을 사조시스템즈란 회사를 통해 넘겼다.

1982년에 설립된 사조시스템즈의 지분은 주 회장의 아들 주지홍 사조해표 상무가 지분율 39.7%로 가장 많은 주식을 쥐고 있다. 2010∼2016년 사이 사조시스템의 매출의 절반 이상은 그룹계열사에서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사조시스템즈는 사조산업의 주식을 주 회장으로부터 매입했다. 2015년 8월과 2016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총 15%(75만주) 규모였다. 2015년 12월에는 사조산업 지분 6.78%를 보유한 사조인터내셔널과 합병하면서 주 상무에게로 지배력이 넘어갔다. 

‘주진우 회장→사조산업→기타 계열사들’의 구조서 ‘주지홍 상무→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기타 계열사들’의 구조가 완성됐다. 주 상무가 주 회장에게 직접적으로 75만주(480억원 추정)를 증여받았다면 해당 부분에 대한 증여세가 부과되지만 사조시스템즈를 통해 증여세를 피했다.

문제는 사조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사조시스템즈에도 편법 증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주 사조그룹 상무는 2015년 9월 사조시스템즈의 주식 17만2300주를 국세청에 물납했다.

소비자 중심 기업
소외층은 나 몰라라

2014년 7월 사고로 숨진 동생 주제홍씨로부터 사조시스템즈 주식 53.3%를 상속받으면서 비상장주식을 상속세(30억원)로 물납한 것이다.

그런데 물납한 주식을 사조시스템즈가 매입하면서 자사주로 편입, 주 상무가 사조시스템즈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증여세를 내지 않고 사조그룹 전체의 오너로 등극한 사실이 드러나 편법 증여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인터파크도 매출 증대에도 기부금을 줄였다. 인터파크는 올 3분기 누적 기준 3132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동기 3019억원에 견줘 112억원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수익성도 개선됐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42억원, 114억원으로 전년대비 수익이 확대됐다. 

반면 기부금은 6억2000만원으로 전년 10억3589만원 대비 40%가량 삭감했다. 인터파크는 지난해 고객정보 103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로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이후 방통통신위원회로부터 44억8000만원의 과징금과 과태료 2억5000만원의 처분을 받았다.


국내 1위 제약사 유한양행은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1조 785억원으로 1조원을 넘기면서 전년 9643억원 대비 1142억원의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기부금은 3억3889만원을 기록해 전년(8억1307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유한양행은 최근 구설에 오르면서 사회적 기업 이미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영업 사원 위치 추적 논란이 회자되기도 했다. 

지난 10월 영업사원 600여명에게 업무용 태블릿 PC를 지급했는데 개통과정서 개인 위치정보 수집·이용 제공 동의서를 받았다. 동의서에는 정보 유출을 막는 보안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위해 태블릿PC의 고유 식별 주소와 위치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이런 정보는 회사에 제공된다고 명시됐다. 

이에 따라 지나친 사원 감시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유한양행 측은 “회사는 직원들의 위치를 추적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태블릿PC를 잃어버렸을 때 단말기를 찾으려고 위치 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안다”며 “개인 위치 정보 수집 동의서도 기기를 개통해준 통신업체가 받았을 뿐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유일한 전 유한양행 창업주 때부터 보여준 선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이 아쉽다는 평가다.

롯데하이마트도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이 모두 증가했다. 각각 3조1427억원, 1785억원, 1309억원 등을 기록해 전년대비 1829억원, 433억원, 373억원 증가했다.

특히 3분기 실적이 두드러졌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1821억원, 809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 기준 추정치와 시장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기부금은 21억 2673만원으로 전년동기 21억3760만원에서 소폭 줄었다. 특히 시장의 기대치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했던 3분기 3억1664만원으로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삭감했다.

롯데하이마트가 현재 사회적인 기업으로 인식돼있는지 여부에는 물음표가 찍힌다. 이른바 경영자의 갑질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는 지난 8월 갑질 논란으로 곤혹을 치렀다. 

이 대표가 롯데월드 대표이사 시절 롯데월드 조리사로 일하던 강동석씨에게 흰 머리로 염색하라며 폭언을 퍼부었던 내용이 폭로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대표가 피해자에게 금전을 제시하고 보도를 막으려 해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확대되는 듯 했다. 결국 이 대표는 지난 10월 사표를 쓰는 상황까지 오게 됐지만 이사회에서 반대하며 사건은 흐지부지 됐다. 

이 대표는 현재까지도 롯데하이마트를 이끌고 있는 상황이다.

애경그룹의 사위 안용찬 대표가 이끄는 제주항공은 일 잘하는 기업으로 통한다. 이같은 기조는 올해에도 유효하다. 3분기 누적 기준 7347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동기 5569억원 대비 1778억원의 매출 상승을 시현했다. 

수익도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838억원, 642억원으로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업계에선 저가항공 업계 1위를 굳히는 분위기라는 전언. 그러나 기부금은 7419만원으로 전년(8852만원)보다 감소했다.

제주항공이 일 잘하는 기업이란 평가와 동시에 지역사회의 상생 의식 수준이 높은 가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실제 제주항공은 기업의 기반을 닦은 제주도 측과 법적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선 운임료를 올리려는 제주항공측과 내리려는 지자체측이 대법원까지 가는 공방을 일으키고 있다. 1심은 제주항공이, 2심은 지자체가 각각 승소했다.

매출 올라도 
나눔엔 인색

소송의 발단은 지난 3월에 있었다. 당시 제주항공이 요금인상 안을 강행하자 갈등은 격화됐다. 기업의 항공편 가격 인상에 대해 행정기관이 제동을 건 모습은 시장 자유주의에 제재를 가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까지 했다. 

법원은 1심서 제주항공의 손을 들어줬다. 제주도에 항공료 인상 금지 청구권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2심에선 제주도의 손을 들어주면서 항공료 인상 결정을 철회할 것을 선고했다. 

제주항공이 이를 위반할 시 1일 1000만원을 제주도에 지급해야하기 때문에 제주항공으로서는 난처한 상황이 됐다.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무리한 요금 인상이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제주항공은 대형 항공사의 높은 요금으로 관광객 유치에 애를 먹던 제주도가 민간 자본과 합작해 만든 회사다. 

합작을 위한 업체 선정에 국내 굵직한 대기업들이 ‘러브콜’을 보냈지만 제주도가 선택한 그룹은 애경그룹의 지주사 애경홀딩스였다.

돈 내고 욕먹는 것보다
안 내고 욕먹는 게 낫다?

이렇게 탄생한 제주항공은 제주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문제는 제주항공의 덩치가 커진 뒤였다. 몇 차례 유상증자 가운데 제주도의 지분이 희석되면서 지자체의 발언권이 약해진 뒤 요금 인상을 두고 제주항공과 제주도가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주도를 기반으로 성장한 제주항공이 무리하게 요금인상을 강행하는 것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반면, 제주도의 제주항공에 대한 요구는 기업의 경영에 지나친 간섭이라는 주장도 제기되면서 양측의 팽팽한 긴장 관계가 계속될 전망이다.
 

애경그룹의 애경유화 역시 정유업 호조를 등에 업고 매출 성장을 이뤘지만 기부 예산을 삭감했다. 3분기까지의 매출액은 5769억원으로 전년동기 5243억원 대비 526억원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나란히 오름세였다.

각각 581억원, 458억원으로 전년대비 38억원, 75억원 늘었다. 반면 기부금은 65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억 185만원에 견줘 크게 감소했다. 이는 정유업계서 가장 큰 삭감 폭이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애경유화는 전년대비 99.7%를 삭감했다. 이어 ▲KG케미칼 96.8% ▲금호피앤비화학 91% ▲금호석유화학 81.8% ▲GS칼텍스 81.5% ▲태광산업 81.4% ▲SK루브리컨츠 72.7% ▲SK이노베이션 70.6% ▲SK종합화학 64.9% ▲SK인천석유화학 62.4% ▲SKC 59.4% ▲SK케미칼 54.4% 등의 순이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일시적인 요인으로 기부금 액수가 늘어나면서 기저효과가 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제약사이지만 식음료로 더욱 이름을 알린 광동제약 역시 올해 성장세를 기록했다. 

3분기 누적기준 매출 5281억원으로 전년동기 4816억원보다 464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기부금은 7억8476만원으로 전년동기(9억8122만원)보다 감소했다.

최근 광동제약은 소비자의 기대와는 반대되는 행보를 보이는 인상이었다. 지난해 광동제약은 비자금 조성의혹이 불거지면서 기업 이미지가 훼손됐다. 광동제약은 2013년부터 2년 6개월간 롯데시네마에 광고를 주는 대신 10억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 조작 의혹도 발생했다. 비타500 매출 조작은 이달 초 부산 동래구의 한 약국이 올 상반기 거래장과 거래원장을 대조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약국이 1∼3월 비타500 납품 물량을 살펴보니 실제 입고량보다 많고, 현금으로 결제까지 이뤄져 있었다. 

광동제약 영업사원들은 이런 방식으로 약국용 비타500을 빼돌려 전통시장 등에 싼값을 받고 유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 기대와
반대되는 행보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순실 국정 농단 이후 재계서 기부금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며 “기업의 사회적인 역할이 마땅하지만 돈 내고 욕먹는 분위기 때문에 기부 자체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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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