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업사냥꾼 먹튀 공모 의혹

‘걸리면’ 멀쩡한 회사도 와르르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수백억대 회삿돈 횡령사건으로 옥살이 했던 경제사범이 7년이 흘러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그의 손을 거치는 동안 건실했던 중견기업은 파산에 내몰렸지만 회사 서류상 그의 흔적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실소유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을 영위하던 ‘H소프트’는 1999년 상장 후 한때 코스닥 대장주 역할을 할 정도로 주목받던 회사였다. 그러나 2000년 중반을 지나 접어들면서 사세가 위축되더니 적자를 이겨내지 못하고 2009년 4월 투자회사에 매각되기에 이른다. 새 주인을 찾은 이후에도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시름은 더 깊어졌다.

원인 모를 
주가 고공행진

새 주인은 엉뚱하게도 H소프트를 내세워 해외 자원 개발에 열을 올렸다. 원인 모를 주가 고공행진이 거듭됐다. 하지만 모든 게 신기루였다. 2010년 공식 문서상에는 등장하는 않는 ‘실소유주’ L모씨가 연루된 200억대 회삿돈 횡령 사건이 터졌고 회사는 8개월간 주식거래정지를 거쳐 이듬해 3월 상장폐지 되는 신세로 전락했다. 

횡령사건에 연루됐던 L씨는 1년6개월 징역을 채우고 재기에 성공했다. 출소 후 L씨의 행적은 H소프트를 주무르던 시절과 유사했다. H소프트가 R사로 바뀌었을 뿐 회삿돈 횡령 및 주가조작 의혹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비슷하다.  

지난 5일 <TV조선>은 L씨가 만든 투자조합이 ‘R사’를 인수할 때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투자자 모집에 기획재정부 공무원과 경찰 간부까지 연루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L씨가 만든 투자조합이 R사를 인수한 건 지난해 4월이다. L씨 측은 계약 후 주가가 크게 뛸 거라며 투자자들을 모아 잔금을 충당했다. 사실상 ‘무자본 M&A’였고 검찰은 이 무렵 주가 조작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주가가 이유 없이 뛴 데다 L씨 측이 잔금을 치른 며칠 뒤 대주주 지분 300만여주를 팔아 60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봤기 때문이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한때 시가총액 500억대 회사였던 R사는 빚더미에 앉았다. LG전자와 삼성전자 등에 액정 부품을 납품하던 건실한 중견기업은 현재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공교롭게도 R사 부실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L씨의 이름은 H소프트 때와 마찬가지로 회사 공식 문서상 찾아볼 수 없다. 지난달 24일로 공시된 R사 3분기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 최대주주는 전체 지분 가운데 10.18%(283만7523주) 보유한 투자조합이고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임원 명단서도 L씨의 이름은 없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L씨가 R사의 실소유주라고 언급하고 있다. 심지어 L씨가 실소유자로 추정되는 회사가 더 존재한다. 최악의 경우 H소프트, R사의 사례가 재발하지 말란 보장이 없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C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뒤에 숨겨진
몸통은 따로

지난 3월22일 C사의 최대주주는 보유주식 230만주를 'CP사(투자컨설팅)'에 매각했다. 총 매각금액은 207억원이었고 잔금 지급일에 지분 전량을 양도하면 이 회사 최대주주가 CP사로 바뀌는 계약이었다. 


CP사는 인수대금을 거의 외부서 차입했다. 계약금으로 20억원을 지급한 뒤 나머지 금액은 개인투자자와 제2금융권서 조달했다. 이 가운데 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자본을 끌어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 바로 L씨다. 

CP사가 최대주주로 올라선 뒤 CP사 소유권을 두고 투자자 사이서 잠시 분쟁이 벌어졌지만 9월로 접어들면서 L씨 측이 최종 실권을 잡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 무렵 L씨 측 인물이 대표로 부임했다. 

또한 C사는 지난 9월7일 경영안정화를 위해 Y씨를 경영지배인에 선임했는데 Y씨 역시 L씨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사람이었다.  

이사진 명단에도 L씨 측 인사들이 속속 자리잡았다. 지난달 23일 C사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 3명(N모씨, P모씨, Y씨), 사외이사 2명(G모시, H모씨), 비상근감사 1명(LJ씨) 등 총 6명이 새롭게 이사진에 합류했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회삿돈 횡령 및 주가조작 혐의 
차명으로 흔적 없이 치고 빠져

흥미로운 점은 이들 가운데 일부는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R사에서 이사직을 수행했다는 사실이다. 사내이사에 선임된 N씨는 R사에서 사내이사로 활동했고 사외이사에 선임된 G씨는 R사에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직을 수행했다. 

비상임감사로 임명된 LJ씨 역시 G씨와 마찬가지로 R사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출신이다. 접점이 없는 R사에서 C사로 이사진이 대거 이동한 셈이다.
 

C사는 이사회 구성원들과 L씨의 연관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C사 관계자는 “복수의 기업서 이사직을 겸직하는 모습은 다른 기업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사안”이라며 “경영진에 대한 정보는 공시를 통해 밝힌 게 공식 입장이다. R사와 전혀 연관성이 없는 상황서 단지 이사직 겸직을 두고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퍼지는 건 매우 불쾌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확인 결과 기존 R사 이사진 일부는 부품 제조사인 K사와  C사의 최대주주인 CP사의 이사진 명단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K사 이사진 내역을 보면 지난달 C사 이사진에 합류한 Y씨와 P씨가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린 상태고 C사 사외이사에 선임된 H씨는 K사 감사로 활동 중이다. 

CP사 사내이사 명단에서는 기존 R사 사내이사였던 CJ씨가 발견되며 P씨 역시 사내이사로 확인된다. Y씨는 CP사 최대주주인 'G사'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C사 인수 당시 CP사 지분율은 K씨와 R씨가 각각 50%였지만 현재는 G가 66.3%를 보유한 상태다. 

더욱 놀라운 건 C사, CP사, K사 이사진에 이름을 올린 Y씨와 R사에 이어 C사 사외이사에 선임된 G씨가 L의 친인척이란 사실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Y씨는 L씨의 조카, G씨는 L씨의 부인이라고 주저 없이 언급하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G씨는 L씨의 부인이 확실하고 Y씨에게 L씨는 삼촌 뻘”이라며 “CP사가 C사를 인수할 때 L씨가 뒤에서 작업을 조율했다는 건 업계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서류상에서 드러나지 않는 L씨가 자신의 친인척을 내세워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사실상 L씨가 실소유주라는 주장과 비슷한 맥락이다. 

L씨는 항간에 떠도는 실소유주 논란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R사와 C사에서 자신의 역할은 투자자를 모으는 데 도움을 준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친인척의 이사진 합류에 대해서도 문제될 게 없는 뜻을 피력하고 있다. 

L씨는 “처음부터 내 역할은 명확했고 단순히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데 도움을 준 것에 지나지 않는데 실소유주로 호명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친인척이 이사진에 올라 있는 게 무슨 문제인지도 모르겠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친인척 세워
이사진 장악

이런 가운데 CP사가 C사를 인수할 때 자금을 빌려줬던 경위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전 대표로 부터 C사 지분을 인수할 당시 CP사는 자금 대부분을 외부서 충당했고 이 가운데 100억원은 S상호저축은행(64억원)과 G저축은행(36억원)서 끌어왔다. S상호저축은행과 G저축은행은 한 지붕을 공유하는 관계다. 


S·G저축은행이 자금을 빌려줄 당시 CP사 외형과 연혁에서는 특출난 점이 발견되지 않는다. CP사는 2015년 11월 설립된 유한회사로 C사 인수전에 참여 직전 자본금을 1억원서 2억원으로 늘렸을 뿐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S·G저축은행이 인수자금을 빌려줄 때 주식담보대출이라는 안정장치를 마련했더라도 주식이라는 특성상 위험요소는 언제는 존재하는 법”이라며 “이런 위험요소를 염두한 상태서 대출을 받는 회사의 규모나 사업 지속 기간 등을 면밀히 살펴 대출을 승인하는 게 일반적인데 CP사에 대한 대출은 약간 다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S·G저축은행이 최근 M파트너스라는 회사에 대출을 승인하던 사례와 대입하면 의문부호가 따를 수밖에 없다. 지난 8월25일자 S사 전자공시 내용을 보면 S·G저축은행은 S사 최대주주로 올라선 M파트너스에게 주식 1953만4987주를 담보로 142억원을 대출해줬다. S·G저축은행의 대출액수가 각각 70억원, 72억원이다.  

당시에도 M파트너스라는 회사가 과연 이 같은 거액을 대출받을 만한 자격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렸다. M파트너스는 자본금 1억7500만원, 자본총액 2억원에 불과한 외형을 지니고 있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S·G저축은행 측은 개별 저축은행 대출한도(100억원) 내에서 추가 조항을 삽입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무엇보다 M파트너스의 이력 및 전문성을 신뢰했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CP사가 S·G저축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려올 때 L씨가 전면에 나섰다면 S·G저축은행은 도의적인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대출 승인 절차상 문제가 없더라도 L씨는 H소프트서 회삿돈 횡령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경제사범’으로 낙인찍혔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의심만 잔뜩
모호한 대출

L씨는 개인투자자를 모집하는 데 힘을 보탠 건 맞지만 S·G저축은행서 자금을 빌린 내용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S·G저축은행 역시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S·G저축은행 측은 “해당 건에 대한 대출 승인은 충분한 검토 끝에 이뤄진 일”이라며 “공식적인 차원서 모든 일이 처리됐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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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