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없는’ 해양경찰청의 현실

또 지각…왜 자꾸 늦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앞서 <일요시사>에선 해양경찰청 수뇌부들의 ‘부족한 함정 경력’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이번에는 최근 일어난 낚싯배 침몰 사고로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해경의 ‘부족한 장비’에 대한 이야기다. 창설 61년 만에 해체 수모를 당한 해경은 올 7월 문재인정부서 다시 부활했다. 박경민 청장은 “완벽한 바다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선언했지만 지난 3일 발생한 인천 영흥도 낚싯배 사고의 성적표는 참담했다.
 

지난 3일 오전 6시9분쯤 인천 옹진군 영흥도 진두항 남서방향 1마일(약 1.6㎞) 해상서 낚싯배 선창1호(9.77t)가 급유선 명진15호(336t)와 충돌해 전복됐다. 이 사고로 선창1호에 타고 있던 22명 중 송모(43)씨 등 13명이 사망했고 오모(70)씨 등 2명이 실종돼 수색작업 사흘째인 5일 발견됐다. 이에 따라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5명, 생존자는 7명이다. 

또 늑장 대응

이번 사고로 또다시 해경의 늑장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다시 해체해야 한다”는 비아냥까지 들린다. 해경의 현장 도착시각이 당초 발표보다 늦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해경이 현장에 도착시각이 시의적절 했는지 여부다. 전복된 배 안의 ‘에어포켓’서 2시간43분을 버티다 구조된 낚시객 3명이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해경이 현장에 도착했던 시각이 조금이라도 빨랐다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도 있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가 영흥도 진두항 남서쪽 1.85㎞ 해상서 낚싯배가 급유선에 들이받히는 사고가 발생했으니 현장으로 이동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은 3일 오전 6시6분. 급유선 명진15호가 인천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낚싯배와 충돌해 2명이 추락했다’고 신고한지 1분이 지난 때였다. 


영흥파출소 직원 3명이 구조보트를 묶어놓은 곳에 도착한 것은 이날 6시13분이다. 하지만 보트는 13분이 지난 6시26분에서야 계류장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해경 전용이 아닌 민간 계류장에 보트를 두다 보니 어선 7대에 둘러싸여 배들을 옮겨야 했기 때문이었다. 보트에는 야간 항해를 위한 레이더도 없어 눈에만 의지해 7.5노트(시속 13.8㎞) 속도로 가다 서다를 반복해 6시42분이 돼서야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보유 보트 두 척뿐
심지어 신형은 고장

사고 해역서 뱃길로 각각 25.7㎞, 12.8㎞ 떨어진 곳에 있는 해경 인천구조대와 평택구조대는 구조보트보다 한참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인천구조대는 배가 아닌 차량으로 50㎞ 떨어진 영흥파출소까지 이동한 뒤 민간구조선을 타고 오전 7시36분 현장에 도착했다. 보유한 보트 2척 중에 야간 항해 장비가 있고 최고 속도가 40노트(시속 74.0㎞)에 이르는 신형은 고장이 나 수리 중이었고 기상이 나쁜 상황서 구형 보트를 타기엔 위험했기 때문이다. 

평택구조대가 양식장 등을 피하느라 입파도 남쪽으로 우회했어도 19노트(35.1㎞)의 속도로 현장에 오전 7시17분 도착한 것을 감안하면 ‘인천구조대에 신형 보트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늑장 대응 논란이 거세지자 해경은 지난 4일, 3차 브리핑을 통해 출동 지시받고 구조보트 장소에 도착했으나 구조보트가 주위 민간 선박과 함께 계류돼 이를 이동조치하느라 13분이 지연됐고, 야간 항해 위한 레이더가 없어 보트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육안으로 이동했다고 해명했다. 


또 평택 해경구조대가 배치된 제부도서 사고 지점 간 최단거리는 양식장이 산재하고 수심이 낮아 저시정인 상황서 운항이 불가해 입파도 남쪽으로 우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천 해경구조대의 경우 보유한 보트 두 척 중 야간 항해 장비가 있는 신형은 고장, 수리 중이었고 가동 중인 구형 한 척으로 사고 해역까지 항해하는 것은 위험하고 장시간 소요될 것으로 판단해 육상으로 이동해 영흥파출소서 민간구조선을 통해 현장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도착 왜 늦었나?
하필 신형은 고장

해경 관계자는 “구조대를 곳곳에 배치하면 대처가 빠를 수 있겠지만 여전히 인력과 예산이 모두 부족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사고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해체됐다가 올 7월 부활한 해양경찰의 구조체계가 여전히 개선될 부분이 남아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세월호 이후 구조·안전 분야 사업 예산을 늘려가고 있으나 해경은 여전히 낡은 장비와 예산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5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수색·구조 역량 강화, 항공기 도입, 해양사고 예방, 연안구조장비 등 구조·안전 관련 12개 사업 예산은 2014년 2550억원서 2015년 3366억원, 2016년 339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2558억원으로 몇 년간 추진해왔던 일부 사업들이 끝나면서 예산이 다소 줄긴 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강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 예산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2015~2016년 사이 수색·구조 역량 강화 분야는 40억원서 117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액됐고 연안구조장비 도입 예산도 24억원서 148억원으로 6배 이상 늘었다. 예산이 전혀 없었던 전문구조장비 인프라 확충도 43억원이 새롭게 편성됐다. 

하지만 해경의 장비 부족난은 여전하다. 

매년 예산 증가해도
장비는 턱없이 부족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해경에 필요한 헬기·비행기는 모두 52대다. 그러나 해경이 보유한 항공기는 헬기 17대, 항공기 6대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23대뿐이다. 헬기·비행기의 40%는 기령이 18년을 지났고 야간 비행도 불가능하다. 


최근 3년간 헬기·항공기의 비행시간 대비 수리시간 현황을 보면 23대 중 6대가 수리에 훨씬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헬기 벨-412종의 경우 연간 평균 170시간을 비행했으나 수리시간은 무려 1643시간에 달했다.

지난 7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선 인천 영흥도 낚싯배 추돌사고와 관련해 정부를 향한 질타가 쏟아졌다. 일단 구조 과정서의 미흡한 해양경찰청의 대응에 대해 여야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월호 참사 초기대응 실패의 책임으로 (해경이) 해체됐다가 다시 문재인정부 들어와 부활했는데 (시스템 미흡 지적에 대해) 과거 정부를 탓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해경이 신속히 구조출동에 나서지 못한 이유로 계류시설 미비를 든 데 대해 “이번 새해 예산안 심사 때 ‘관련 예산 편성이 이만큼밖에 안 되니 확대해달라’고 쫓아다닌 의원실이 있느냐”고 물었다.

장비 부족 탓?

같은당 이개호 의원은 “해경이 부활한 이후에 달라진 것이 아직 없다”며 “야간 항해가 가능한 신형 배는 고장 났고 고속보트 두 대는 야간운항 기능이 없어서 출동을 못했다. 이건 장비의 문제냐 아니면 현장 운영 기술의 문제냐”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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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