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보다 뜨거운’ 6·13 민주당 대진표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2.11 10:58:24
  • 호수 11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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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면 당선? 박터질 집안싸움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대선 이후 정국의 중심축이 더불어민주당으로 기울었다. 현 흐름대로라면 내년 6·13 지방선거서 여당이 주요 지자체단체장을 석권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요시사>는 유력 민주당 후보들을 추려 내년 지방선거를 예측해봤다.  
 

사실상 대권코스로 불리는 서울시장 선거에 민주당 유력 정치인들이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현 서울시장인 박원순 시장이 3선 도전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3선 도전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서울시장으로서 역할을 강조하며 이미 의지를 내비친 상태다. 

사실상 대선코스 
치열한 서울시장

이밖에 민주당 내 서울시장 출마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박영선 의원이다. 박 의원은 인지도를 무기로 최근 ‘서울을 걷다’ 프로젝트를 통해 사실상 선거 캠페인에 돌입한 모양새다. 서울시민들과 접촉면을 늘리면서 바닥민심 잡기에 힘쓰고 있다.

‘추다르크’란 별명으로 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추미애 대표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여권성향의 정치권 한 관계자는 “추 대표는 사실 럭비공 같은 사람”이라며 “지금은 문 대통령한테 바짝 엎드린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어 “본인의 본래 성향을 감추고 있다는 것 자체가 서울시장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추 대표는 늦어도 내년 2월13일 전에 출마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당직자(당 대표 및 최고위원)가 선출직에 출마하기 위해선 4개월 전에 사퇴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말을 아끼고 있는 추 대표지만 본격적으로 지방선거 국면에 접어들면 ‘당 대표냐 서울시장이냐’를 두고 양자택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에서 박원순·박영선·추미애 3강 구도에 대적할 인물로는 민병두, 우상호, 이인영 의원등이 거론된다. 민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 헌정기념관서 ‘민병두의 문민시대-사람의 가능성을 크게 하는 서울탐구’라는 행사를 열어 서울 시정에 대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친구 사이인 3선의 우상호·이인영 의원도 서울시장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우 의원은 이 의원의 결정을 보고 서울시장 출마를 결정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서는 우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 의원은 서울시장보다는 당내서의 역할 확대에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 의원은 경선 승리를 위해선 당내 입지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대외활동보다는 서울시당 조직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서울시장 다음으로 관심이 쏟아지는 지역은 단연 경기도다. 민주당서 경기도지사로 거론되는 인물은 이재명 성남시장, 김진표 의원, 전해철 의원 등이다. 차기 경기지사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 시장은 지난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해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세 확장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오는 1월 공식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시장은 본인을 지지하는 단체인 ‘손가락혁명군’을 중심으로 경기도 내 31개 시군별로 온·오프라인 조직을 강화해 경선에 대비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이 시장이 경기도지사 출마보단 성남시장 재선에 나설 가능성도 언급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 시장은 재직시절부터 성남을 광역시로 승격시키려는 노력을 해왔다”며 “성남이 광역시가 되면 사실상 차기 대선후보로 나설 때 중량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시장이) 워낙 현실감각이 뛰어나 인지도만으로 경기지사 공천을 받는 것이 무리임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며 “안전한 시장직을 버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갈림길 선 이재명
다크호스 전해철

당내 이 시장 대항마로 떠오르는 인물은 김진표 의원이다. 경기도 수원서만 4선을 역임한 김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서 남경필 현 경기도지사와 대결서 패배한 바 있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만큼 정·관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김 의원의 출마는 민주당 내 경선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 한 관계자는 김 의원이 출마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그는 “사실 그를 진보인사로 보는 사람이 민주당 내에도 많지 않다”며 “출마 의지는 밝히지만 훗날 너그럽게 양호하는 모습을 보여줘 차기 총리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 떠오르는 인물은 전해철 의원이다. 전 의원은 '3철' 중 한 명으로 대표적인 문 대통령 측근 인사다. 출마 여부에 대해선 “가능한 내년 1월 초·중순까지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는 민주당에 있어 경기도지사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전 의원은 “지난 20년간 민주당이 경기지사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경기도에선 실질적인 정권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으로서는 경기도서의 승리가 결국 완벽한 정권교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내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 시장을 언급한 듯 ‘치열한’ 당내 경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본선에 돌입하면 만만치 않은 승부가 될 것”이라며 “당내 경선을 치열하게 진행해 충분히 검증된,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3선 도전 내비친 박 시장…추미애·박영선 출격
성남이냐 경기도냐…갈팡질팡 이재명 노림수는?

문 대통령의 고향인 부산시장도 관심이 쏟아지는 지역 중 한 곳이다. 부산서 민주당은 정당지지도 48%를 기록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은 상황이다. 현재 후보군으로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장관, 이호철 전 민정수석, 김영춘 해수부장관 등이 거론된다.


이 중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은 오 전 장관이다. 앞서 지난 2014년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바 있는 오 전 장관은 서병수 시장과의 대결서 2만701표 차이로 석패했다. 지난 대선 과정서 오 전 장관은 부산선거대책위원회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문 대통령 만들기에 일조한 바 있다. 

현재 오 전 장관은 민주당서 부산시장 후보로 추대되길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민주당 부산시당 내 남아있는 비토 분위기는 오 전 장관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경기도에 전해철 의원이 다크호스라면 부산에선 이호철 전 민정수석이 떠오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이 전 수석은 PK지역서 상당한 결집력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이 전 수석은 2주간 부산을 떠났다가 지난달 30일 귀국했다.

지난 3일에는 이 전 수석이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한 1981년 ‘부림사건’을 재조명하는 토크콘서트를 갖기도 했다. 이 전 수석 지지자들 사이에선 그의 부산시장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지그룹 한 관계자는 “이미 이 전 수석이 부산시장 선거 출마를 거절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며 “연말·연초 여론조사 결과가 그를 추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김영춘 해수부장관이 부산시장에 나설 것이란 조심스런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정계에 밝은 한 인사는 “이 전 수석이 있어 김 장관이 무리할 이유가 없다”며 “그의 품성으로 볼 때 무리하게 들이대지 않고 장관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뜨는 ‘3철’ 
뜨는 장관들

인천시장에 누가 나설지도 내년 지방선거의 관전포인트다. 1995년 민선으로 전환된 뒤 인천은 송영길 의원을 제외하곤 모두 보수색채의 인사들이 시장에 올랐다. 현직인 유정복 시장(자유한국당)이 재선을 노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민주당 내 인천서 텃밭을 일군 이들이 전면에 나설 예정이다. 

유력 후보로는 민주당 박남춘 의원이 꼽힌다. 박 의원은 인천시당위원장으로 ‘1당원, 1당원 늘리기’ 운동을 전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인천시민 300만명 가운데 1%를 민주당 권리당원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현역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시장선거에 나선 다는 것이 부담이긴 하지만 지역 정가에선 유 시장에 대항하기에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박 의원은 “그동안 올인했던 대선이 끝난 만큼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많이 듣고 신중하게 생각해 인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김교흥 국회사무총장도 인천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송영길 의원이 인천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정무부시장을 지낸 행정가로, 당 안팎으로 평이 좋은 인사다. 특히 인천시장 출마 경험과 당내 지역 정치인 중 인지도가 높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김 사무총장이 당장 내년 지방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인천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유력후보로서 인천 정가는 그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인천시장 후보에 여풍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은 홍미영 부평구청장이다.
 

2010년 인천지역 최초 여성기초단체장을 시작으로 2014년에 여성 최초 재선 기초단체장으로 선출됐다. 홍 구청장은 3선 도전보다는 인천시장 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홍 구청장이 의원도 역임했다는 점에서 단순히 이력만 놓고 봤을 때 박 의원, 김 사무총장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민주당 출신인 권선택 대전시장의 중도하차로 무주공산이 된 대전시장 자리를 놓고 여권후보들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민주당서 대전시장 후보로 유력하게 꼽히는 인물은 이상민 의원과 박범계 의원이다.

이 의원은 현역 국회의원 중 출마가 유력하다. 4선으로 지역 내 탄탄한 정치 기반과 인지도가 높다는 점이 장점이다. 특히 정부출연연구소가 밀집한 유성지역서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각종 지역 행사에 자주 모습을 보이면서 사실상 대전시장 출마를 굳힌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 측근 3철 등장…예측불허 선거판 다크호스 
무주공산 대전시장…전남도지사, 여야 빅매치 

박 의원의 대전시장 출마도 예상된다. 박 의원은 민주당 대전시당 위원장을 지내면서 지역 정치기반을 다졌고, 문재인정부 출범에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당내에서는 ‘적폐청산위원장’과 ‘최고위원’을 맡아 여의도서의 활동 또한 활발하다. 

박 의원은 “현안과 관련해서는 조만간 입장을 내놓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박범계-이상민 의원이 양강 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후발주자로는 허태정 유성구청장이 꼽힌다. 참여정부서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실·인사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낸 허 구청장은 ‘친 안희정계’로 꼽힌다. 

때문에 ‘친문계’인 박 의원과 허 구청장이 경선에서 맞붙을 경우 여권 내 권력 추이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시장 후보군은 야권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여권서도 소수 인사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현재 민주당서 대구시장 유력 후보로 꼽히는 사람은 김부겸 장관이다. 민주당은 김 장관을 필승카드로 여기고 있다.
 

당장 김 장관이 출마의사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당 차원서 막판까지 출마를 종용해 분위기를 띄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민주당 내부에선 무소속서 민주당에 입당한 홍의락 의원도 대구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홍 의원은 뚜렷한 입장표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낙연 전 전남도지사의 국무총리 임명으로 공석이 된 전남도지사 선거는 각축전이 예상된다. 민주당 소속으로 유일한 광주·전남 지역 국회의원인 이개호 의원은 지난달 6일 전남도지사 출마 의지를 드러낸 상황이다.

이 의원은 지방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여론조사도 제가 1위이고 권유하는 분들이 더 많아졌다. 요즘 이런 상황이 거세게 일고 있어 출마 쪽으로 많이 기울어 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일한 현역의원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지 선수로 나가려고 하느냐는 말도 많다”며 “‘선거에 나가라’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고 설명했다. 

전남 난전 예상
이개호vs박지원

이 의원이 사실상 출마 의지를 밝힘에 따라 이미 출마 뜻을 밝힌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 등 전남도지사 후보군이 가시화돼 선거전이 조기 점화되는 모양새다. 국민의당서 주승용·황주홍 의원 등도 꾸준히 물망에 오르고 있어 여권 입장에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최근 ‘친문 차출론’이 등장하는 등 중량급 있는 인물들이 도전장을 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7대 비리’ 지방선거 적용?

청와대가 최근 고위공직자 임명 배제 7대 비리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가운데 내년 6·13지방선거 공천 과정서 해당 기준이 적용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화된 기준이 적용될 경우 공천 및 당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현역 및 출마예정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기존의 5대 배제 원칙(병역기피·부동산 투기·세금 탈루·위장 전입·논문표절)외에 음주운전과 성관련 범죄 이력을 가진 인사를 임용에서 원천 배제하는 안이다.

정치권이 이를 내년 6·13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적용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선 이후 지지율이 높이 올라가면서 예비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는 민주당 입장에선 철저한 후보 검증에 박차를 가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국민의당 역시 광역단체장의 경우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할 예정이기 때문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기사 속 기사> 울상 짓는 한국당 출신 단체장들  

내년 6월 실시될 지방선거서 국민 절반 이상이 현역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을 뽑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국민일보>가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성인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지방선거서 현역 광역지자체장을 계속 지지하겠다는 답변은 26.2%에 그쳤다. 

반면 다른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답변은 51.6%에 이르렀다. 

지역별로 보면 박원순 시장이 있는 서울시장은 다른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비율이 43.5%였고, 윤장현 광주시장, 송하진 전북지사 등 민주당 소속 지역의 ‘다른 후보지지’ 응답은 40% 대를 나타냈다. 

반면, 권영진 대구시장, 김관용 경북지사 등 자유한국당 소속 광역지자체장이 있는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응답자의 64.5%가 다른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서병수 부산시장, 김기현 울산시장 등 한국당 소속 광역지자체장이 있는 부산·울산·경남 지역 응답자 중 61.4%가 다른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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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