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공작당한 국정원 요원 사연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2.04 10:55:43
  • 호수 11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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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도 아니고 전직도 아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정부의 국정원 적폐 청산이 매섭다. TF를 꾸려 환부를 도려내고 국정원을 ‘대외 안보정보원’으로 바꾸는 등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작 국정원 비리를 고발한 공익제보자에 대해선 눈길조차 주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일요시사>는 국정원 전직 요원 황규한씨를 만나 국정원발 퇴직 공작 이야기를 들어봤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3월 국정원 직원인 황씨는 주이스라엘 대사관에 파견됐다. 파견 도중인 2007년 4월 집주인으로부터 전임자 이씨의 외교부 예산 주택임차료 횡령 사실을 제보 받고 국정원에 보고했다. 국정원 내부직원에 의한 최초의 공익제보였다. 

공익제보 했는데…

황씨의 기대와 달리 국정원 본부는 은폐 지시를 내렸고 황씨가 불응하자 그해 6월 국정원은 고소장을 직접 써서 황씨에게 전달해 전임자를 고소하라고 압박했다. 이는 전임자와 공범관계를 만들어 황씨의 입을 막으려는 국정원의 계획이었다. 국정원의 공작 시도에 맞서 황씨는 사직서를 던졌다.

문제는 2007년 8월1일에 사직서를 내고 난 이후부터 벌어졌다. 국정원은 외교부에 2007년 9월6일 사직서를 수리했다고 통보했다. 해당 내용은 주이스라엘 대사관(총무) 및 국정원 파견관을 통해 그대로 황씨에게 전달됐다. 하지만 이는 허위통보였다. 

국정원은 황씨가 퇴직 처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믿을 수 있도록 황씨에게 급여를 보내지 않았다. 알고 보니 급여는 기조실 및 황씨를 발령낸 부서가 임의 보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국정원은 황씨 후임자를 시켜 다시 한 번 퇴직 사실을 알리고 공무원연금공단에 제출할 퇴직급여청구서를 받아갔다. 하지만 국정원은 퇴직급여청구서를 공무원연금공단에 발송하지 않았다. 

황씨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 건 그해 12월이다. 국정원 감찰실은 황씨를 ‘귀임명령 거부 및 무단 직무이탈’이란 혐의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이미 사직 처리가 된 것으로 믿었던 황씨는 한국으로 복귀할 이유가 없었다. 
 

국정원의 강제적 징계위원회 결정으로 그해 12월 황씨는 해임처분을 받았다. 

일련의 과정서 퇴직공작이 들어간 부분은 사직서 처리 과정이라고 황씨는 보고 있다. 외교부와 황씨는 각각 2007년 9월6일, 7일부로 의원면직(본인이 원해 사직서를 제출해 면직) 됐음을 인식했다. 

사직 처리는 당시 임면권자인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황씨의 사직서를 최종적으로 수리했음을 뜻한다. 

하지만 2010년 9월 황씨와 부인이 김 전 원장을 개인적으로 만난 자리서 김 전 원장은 수상한 이야기를 했다. 

“당시 사직서를 받지 못했다”고 황씨에게 언급한 것이다. 이는 국정원 내부서 임면권자인 국정원장을 기망하고 외교부와 황씨에게 사직처리 됐다고 허위통보 했음을 의미했다. 사실 확인을 위해 <일요시사>는 김 전 원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외교부에 사직이 됐다고 보낸 공문이 원장 모르게 간 것이냐는 질문에 김 전 원장은 “완전히 사직처리가 됐다면 (나에게) 보고를 했을 것”이라며 “그때 기억은 내가 없다”고 말했다. 

공문과 다르게 황씨는 퇴직이 되지 않았고 4개월 뒤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과정서 사직서를 수리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걸 원장이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며 “실무자가 ‘사직서를 냈습니다’하면 보는 것이고, 사직서를 안 냈으면 원장까지 올라오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전 원장은 황씨의 사직서를 ‘봤다’ ‘안봤다’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만약 김 전 원장이 사직서를 보고 사인을 했다면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책임은 김 전 원장에게 돌아간다. 반대로 김 전 원장이 사직서를 보지 못했다면 국정원 내부서 김 전 원장 모르게 황씨에 대한 ‘퇴직 공작’이 들어갔음을 뜻한다. 

이스라엘서 비리 고발…공작 당해 
해임 승소했지만…묵묵부답인 현 정부 

김 전 원장은 황씨가 “징계위원회에 올라가도 원장이 모른다”는 말을 기자에게 하기도 했다. 이는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황씨가 기자에게 보여준 징계의결요구서에는 국가정보원장 김만복이란 이름과 도장이 찍혀있기 때문이다.   
 

당시 고등징계위원장은 기조실장이었던 안광복 현 조폐공사 감사가 맡았다. <일요시사>는 안 감사에게 황씨 해임 과정에 대해 질의했지만 안 감사는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짧게 답했다. 

당시 국정원 인사처장으로 징계위원회 간사로 활동해 황씨 징계의안을 작성한 현직 모의원에게 ‘2007년 8월1일 황씨 사직서 수리여부’를 묻기 위해 전화 통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이어 퇴직 공작과 관련한 내용을 문자로 남겼지만 답장이 오지 않았다.  

국정원의 불법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해임 처분에 반발한 황씨는 이듬해인 2008년 2월 국정원을 상대로 해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재판부 모두 황씨의 손을 들어줬다. 황씨는 복직을 기대하면서 인사명령을 기다렸다. 

하지만 2010년 7월16일 원세훈 국정원장은 황씨를 복직시키지 않고 '2007년 12월26일 부로 해임'⇒'의원면직으로 확인한다‘고 했다. 국정원은 12월26일을 의원면직으로 하는 명령을 내린 셈이다.

이에 황씨는 “2010년에 해임 취소가 됐는데 2007년으로 명령 낸 것 자체가 불법”이라며 “특히 해임날짜가 의원면직일로 동일시된 것도 불법”이라고 말했다.

2010년 말 황씨는 2010년 7월16일 국정원이 내린 의원면직 인사명령에 대한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국정원에게 당시 원 전 원장이 내린 인사명령이 ‘처분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각하를 선고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의원면직은 사의 표시만으로 공무원관계가 소멸되는 것은 아니고, 임용권자에 의한 '면직처분'이 있을 때까지는 공무원 관계가 존속된다’고 나와 있다. 즉 면직처분 자체가 없는 황씨는 불가피하게 국정원 현직 신분인 셈이다. 

실상 현직도 전직도 아닌 아이러니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황씨는 2012년 2월부터 국정원 측에 줄기차게 처분을 내릴 것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박근혜정부의 국정원장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황씨의 설명이다. 
 

참여정부 시절 국정원 공작으로 퇴직당한 황씨는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처분이 내려질 것이란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19대 대선 때는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익제보지원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돼 공익제보 활성화에 힘쓰기도 했다.

황씨는 지난 6월 서훈 국정원장과 김상균 국정원 제1차장에게 처분을 내려줄 것을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지난 10월 황씨는 국정원 적폐청산TF에 퇴직공작을 벌인 직원들을 조사해 달라는 서류를 전달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정원 및 국정원 TF는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처분은 도대체…

황씨는 “문재인정부서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서훈 원장이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 더 이상 공익제보자가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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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