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리스크’ 사생결단 플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11.29 17:16:04
  • 호수 1142호
  • 댓글 0개

‘둘 중 하나’ 김무성밖에 없는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홍준표 대표 앞에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 시민 884명은 최근 홍 대표를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 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던 상황서 불어 닥친 한파다. 특활비와 관련한 해명은 헛발질로 마무리. 자신하던 당 지지율도 지지부진하다. 최근 제시한 지방선거 비전을 두고 당에서조차 회의적인 반응이 새나온다. 비박(비 박근혜)계 내에선 홍 대표 비토 여론이 조금씩 형성되고 있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는 지난 24일 홍 대표를 특활비 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지난 19일까지 홍 대표 고발 지지 서명 운동을 벌인 해당 시민단체는 시민 884명의 서명이 적힌 고발장을 접수했다. 홍 대표의 특활비 횡령 건은 그가 경남도지사로 재직할 당시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 발단이다.

시민 884명
홍준표 고발

당시 홍 대표는 “2008년 여당 원내대표를 할 때 국회운영위원장을 겸했는데 매달 4000만~5000만원을 국회대책비로 받아서 쓰다가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고 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이 내용이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시민단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하승수 변호사는 “홍 대표가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맡은 시점부터 계산하면 공소시효가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며 “홍 대표를 고발해서 지금이라도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전했다. 업무상 횡령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이번 고발이 심상치 않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도 연결됐기 때문이다. 발단이 된 홍 대표의 SNS 글은 지난 2015년 5월 성완종 사건과 관련해 2011년 한나라당 대표경선 기탁금 1억2000만원의 출처를 밝히는 과정서 올린 해명이다.

이에 여권에서는 검찰이 홍 대표 특횔비 횡령 건에 대한 수사를 벌일 경우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성완종 사건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이 흘러나온다. 성완종 사건은 홍 대표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이다.

홍 대표는 대법원 판결에 자신만만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9일, 홍 대표는 자신의 SNS에 “성완종 사건과 관련해 (지지자들은) 걱정을 안 하셔도 되고 나도 전혀 걱정을 하지 않는다”며 “상고심은 법률적 쟁점에 대한 판단만 하는 곳인데 내 사건은 같이 대법원에 계류된 이완구 전 총리 사건과는 달리 법률적 쟁점이 단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가 그간 자신만만했던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 전 총리의 경우 성 전 회장의 유언, 메모, 육성 녹취록 등이 증거 능력 불충분으로 무죄가 나와 상고심서 증거능력 유무에 대한 심리가 다시 이루어질 수 있지만, 본인의 경우 앞서 검찰이 제시한 자료가 증거 능력을 인정받은 상황에서 무죄가 나왔기 때문에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논리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를 본다면 홍 대표의 여유는 시기상조다. 특활비 사정 광풍이 정국을 강타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최근 박근혜정권 4년간 40억원가량의 국정원 특활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로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을 구속했다. 


또 여당이던 시절 원내대표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지내는 등 실세로 꼽혔던 최경환 한국당 의원이 국정원으로부터 약 1억원의 특활비를 상납 받은 진술과 증빙자료를 확보, 지난 20일 최 의원의 사무실 및 자택 등을 압수수색당했다. 

검찰은 조만간 최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등 구속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특활비가 정국 최대 이슈로 떠오름에 따라 검찰은 성완종 사건과 관련된 홍 대표 특활비 횡령 의혹을 어느 때보다 엄중하게 들여다볼 것이란 예상이 법조계 안팎서 들려온다.

특활비 횡령 혐의로 검찰 고발
검찰까지 국정조사? 역풍 우려

그런 가운데 홍 대표와 당 지도부가 검찰의 특활비 수사를 자극하고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 21일 “문재인정권 출범 후 3/4분기와 4/4분기의 검찰 수사 특활비는 상납한 100여억 중 50억원으로 추산된다”며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은 최소한 50억원 정도는 상납하고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친홍(친 홍준표)계 등 비박계로 구성된 당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회는 “청와대에 상납됐다는 국가정보원의 특활비 40억원이 뇌물이면 법무부에 상납된 검찰의 특활비 105억원도 뇌물”이라며 “국정원 특활비와 다를 것 없는 적폐”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최근 국정원 특활비 상납 건과 검찰의 특활비 법무부 상납 의혹을 묶어 특검과 국정조사를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정부·여당에 맞불은 놓은 상태다. 

권선동 법사위원장은 지난 21일 “검찰 특활비는 수사에만 쓰게 돼있는데 그동안 관행적으로 법무부에 일부가 전해졌다”며 “법사위 차원의 청문회를 추진하고 국정조사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한국당이 검찰의 특활비 상납 의혹 제기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박근혜정부 때 벌어진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과 무리하게 엮고 있다는 것. 

한 법조계 관계자는 “국정원은 자체 예산편성권이 있지만 검찰은 법무부에 있다”며 “예산을 법무부가 따내 검찰에 주는 형태인데 상납이 성립될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정치권 또한 한국당의 프레임이 자충수라는 관측이다. 자칫 당내 유력 서울시장 출마 예상자 중 한명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는 것이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정부에서 최장기간(2년3개월) 법무부장관을 역임했다. 만약 한국당의 요구대로 검찰 특활비까지 엮어 특검 및 국정조사가 이루어지면 황 전 총리가 핵심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여권 서울시장 출마 예상자에 비해 양과 질 면에서 밀린다는 지적이 많은데 아군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 있는 프레임을 당 지도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셈이다.

사정 광풍에 가장 당황스러워 하는 쪽은 친박(친 박근혜)계다. 당내 입지가 좁아진 상황서 검찰의 칼날이 부담스럽다.

자신만만 홍
과연 그럴까

특활비 건으로 최 의원이 조만간 검찰에 소환됨은 물론, 원유철 의원도 수억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정황이 포착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청원 의원의 측근인 이우현 의원도 건설업자 여러 명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다.

물론비박계라고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검찰이 대신 나서 친박계 청산 드라이브를 걸어준 모양새지만 언제 친박계를 넘어 비박계로도 검찰의 칼날이 향할지 모른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검찰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걸려면 다 걸릴 수 있는 게 정치인의 숙명”이라고 전했다.


홍 대표의 특활비 관련 해명은 갈지자를 걷고 있다. 자신을 둘러싼 잇단 논란에 올린 SNS 글이 거짓말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국회 여당 원내대표 겸 국회 운영위원장은 특활비가 매달 4000만원 정도 나온다. 그 특활비는 국회 운영에 쓰라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 돈을 수령한 즉시 정책위의장에게 정책 개발비로 매달 1500만원씩을 지급했다.”

“원내 행정국에 700만원, 원내 수석과 부대표들 10명에게 격월로 각 100만원씩, 그리고 야당 원내대표들에게도 국회 운영비용으로 일정금액을 매월 보조했다. 나머지는 국회운영 과정에 필요한 경비지출 및 여야 국회의원들과 기자들 식사 비용이 전부였다.” 

“내가 늘 급여로 정치비용을 대던 국회의원들과 기자들 식사비용 등을 원내 활동비로 대치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급여서 쓰지 않아도 되는 그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었다는 것이지 국회 특활비를 유용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홍 대표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홍 대표가 원내대표를 맡았던 2008∼2009년에 통합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홍 대표의 책임 있는 해명과 사과를 요구한다’는 글을 통해 “제1야당의 원내대표였던 나는 그 어떠한 명목으로도 홍준표 당시 국회 운영위원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납득할 만한 해명과 사과가 없을 경우 부득이하게도 법적 조치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음을 말씀 드린다”고 경고했다.

민주통합당 운영위 간사였던 서갑원 전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서 “홍 대표에게 한 푼도 못 받았다”며 “원래 상임위원장하면 100만원씩 여야 간사들에게 활동비로 주는 게 관례인데 홍 대표가 안 줘서 왜 안 주냐고 했던 기억이 난다”고 반박했다.

손 안 대고
코 풀었지만…

그러자 홍 대표는 “그 당시 일부 야당 원내대표가 (특활비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 부분은 내 기억의 착오일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 과정서 ‘기억의 착오일 수 있다’를 ‘내 기억의 착오일 수 있다’로 수정하는 등 분주한 모습도 보였다. 

이해 당사자들이 홍 대표의 주장을 일제히 부인하면서 논란이 확대·재생산되는 셈이다.

홍 대표의 이러한 모습에 비박계는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한 의원실 보좌진은 “(홍 대표는) 그게 무슨 문제가 되냐는 식인데 그렇다면 주변서 뭐라고 하던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게 상책”이라며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조심스레 견해를 전했다.

일각에선 홍 대표를 믿고 지방선거에 나서는 게 과연 최선인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믿고 가야 한다는 쪽은 일단 당내 계파 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서 홍 대표를 지지하지 않으면 친박계에 되치기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회의적인 쪽은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홍 대표가 제대로 당 대표직을 수행하기 힘들어지기에 지금부터 플랜B를 세워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선 플랜B가 최근 바른정당서 넘어온 김무성 전 대표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홍 대표와 김 전 대표는 의견 대립을 보인 바 있다. 

홍 대표가 “나머지 바른정당 분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득하기 어려워, 내년 지방선거와 총선을 통해 국민들께서 투표로 보수우파 대통합을 해줄 것으로 확신하고 이제 문을 닫고 내부 화합에 주력하겠다”라고 밝힌 반면, 김 전 대표는 지난 21일 바른정당 의원들의 추가 복당을 묻는 질문에 “모셔올 사람은 또 모셔와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비박계 최대주주 자리를 두고 두 사람의 당내 기싸움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갈지자 해명…수세 몰린 ‘홍’
대주주는 누구? 기싸움 시작

한국당은 현재 내년 지방선거를 낙관할 수 없는 입장이다. 한국당 사무처 측 관계자는 “민주당 쪽이 내년 지방선거서 이긴다는 건 거의 사실 아닌가”라며 “지방선거는 물론 다음 총선까지도 힘들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지방선거는 한국당 입장에선 사활이 걸린 문제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도 있지만, 탄핵 정국 이후 코너에 몰린 한국당으로서는 이번 지방선거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보수 지지층의 약화라는 최악의 위기에 몰릴 수 있다.
 

홍 대표 개인으로서는 지방선거 결과가 정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만약 참패할 경우 책임론에 휩싸여 그간 수면 아래서 오갔던 당내 불만이 폭포수처럼 분출할 수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제명이라는 카드를 쓰고도 패배한다면 보수 지지층이 등을 돌리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홍 대표는 최근 내년 지방선거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대구·경북·부산·경남·인천·울산 등 6개 지역을 지목하며 “내년 지방선거서 6개 광역지자체를 못 지키면 집에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서 당 대표 사퇴까지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지방선거 승리를 말하기 바쁜 시기에 6개 지역만 언급한 것은 너무 소극적인 비전 제시라는 지적도 들린다.

홍 대표는 보수 표심 잡기에 골몰한다. 박 전 대통령 제명으로 반발하는 TK(대구·경북) 민심을 잡기위해 당사에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을 걸며 보수색채 강화에 나섰다. 또 TK·PK(부산·경남)를 중심으로 강연정치에 나서 지지층을 향해 결속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홍 대표의 이러한 노력이 어느 정도까지 결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진행한 11월 셋째 주 정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당은 PK·울산과 TK서 각각 19%, 23%를 기록, 44%, 28%를 기록한 더불어민주당에 열세를 보였다. 

‘플랜B’ 솔솔
주인공은 무대?

비록 지지세가 상승 곡선을 보이곤 있지만 TK서조차 5%포인트 밀린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PK·울산을 비롯한 전국서 60∼70%대 고공 지지율을 굳건히 지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홍 대표가 과연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비박계 최대주주로 우뚝 설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PK ‘부글부글’ 끓는 이유

PK(부산·경남) 정치권이 베트남 출장서 돌아온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해당 지역이 당협교체와 광역단체장 여론조사 결과 등을 두고 격랑 속에 빠져들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이달 초 부산경남 40개 당협에 대한 당무감사를 마친 상태다. 

여기에 조직관리와 평판도를 각각 30%씩 잡고 정책과 SNS 평가까지 가중치를 배분한 평가기준도 이달 중순 확정했다. 이에 원외당협 몇 곳의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당협위원장들의 긴장은 극도로 치닫고 있다. 더욱이 홍 대표가 이미 ‘현역 우선주의’를 표방한 상태인 만ㅋ틈 이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당은 다음달 초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꾸려 새로운 당협위원장 인선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예정이다. 인선이 공모 후 경선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홍 대표의 의중이 적극 반영된 전략 인선이 주를 이룰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