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G저축은행 수상한 영업 추적

“걸리면 끝장”구원군 행세로 점령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상호저축은행법 1조에는 ‘서민과 중소기업의 금융 편의를 도모한다’고 명시돼있다. 저축은행은 서민에 대한 금융 지원을 주목적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저축은행은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고위험 투자금융에 대한 배팅은 예사고 기업 대출에 열 올리는 모습도 더 이상 낯선 광경이 아니다. 대출을 빌미로 기업의 존폐를 결정짓는 결단을 내리기도 한다. S저축은행과 G저축은행 역시 예외는 아니다. 
 

T사는 최근 가장 잘 나가는 정보기술(IT)기업으로 꼽힌다. 네트워크 구축 사업을 진행하는 T사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465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상황이 연출된다. 자체 사업으로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95억원에 불과하다. 
 
무서운 두얼굴
입닦고 손털어

나머지 이익분은 누가 책임졌을까. 100% 자회사인 S저축은행과 G저축은행의 활약이 지대했다. S저축은행 대주주는 2012년 8월23일자로 T사(100%)로 변경됐다. G저축은행은 지난해 2월 70억원에 T사 품에 안겼다. 

두 회사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각각 238억원, 217억원에 달했다. 특히 G저축은행의 행보는 놀라움 그 자체다. 2015년 순손실 3억원을 기록했던 G저축은행은 T사에 인수된 지난해 262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물론 저축은행 본연의 임무인 서민금융 대출은 S·G저축은행 실적 고공행진의 큰 축이다. 하지만 수익으로 연결된 비중으로 따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기업대출 의존도가 훨씬 높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고금리 대출 사업에 집중 투자한 덕분이다.  

S사의 유가증권 담보대출은 전체 대출의 34.29%, G저축은행은 26.15%를 차지하고 있다. 유가증권 담보대출은 크게 ‘주식연계대출(스탁론)’과 ‘주식담보대출’로 나뉜다. 


스탁론은 저축은행이 증권사와 연계해 개인들의 증권계좌와 예수금을 담보로 저금리(약 2∼6%)이고, 주식담보대출은 주로 기업들의 보유 지분을 담보로 한 10∼18%대 고금리 대출이다. S·G저축은행의 기업 대출은 대부분 주식담보대출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G저축은행은 T사에 인수된 이후 유가증권담보대출 비율이 급증했고 흑자로 전환됐다”며 “S저축은행의 고금리 대출 사업을 G저축은행도 그대로 이어받은 구조”라고 언급했다. 

흥미로운 점은 올해 들어 대주주의 반대매매로 피해사례가 속출한 회사서 S·G저축은행의 이름이 연이어 거론됐다는 사실이다. 이 무렵부터 S·G저축은행에 대한 주목도가 한층 높아졌고 몇몇 회사는 S·G저축은행의 ‘반대매매’ 타깃이었다는 뒷말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1년 만에 적자서 200억 흑자로
피해 보기 전 발뺌…편법 대출?

지난 2월6일 코스닥상장사 W사의 최대주주인 SA사가 보유주식 전량을 반대매매 당한 것이 뒤늦게 확인됐다. 필수 공시 지침인 최대주주변경을 수반하는 주식담보대출 계약도 6개월 이상 하지 않았다. 
 

당시 SA사는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 공시를 통해 W사 지분 5.47%(주식수 422만 4946주) 전량이 반대매매 됐다고 밝혔다. 담보권 실행자는 S저축은행과 G저축은행 등이었다. 반대매매로 W사 최대주주는 SA사에서 개인으로 변경됐다. 

SA사가 대대주에게 반대매매를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S저축은행은 지난 2015년 11월 W사 주식 171만1963주를 담보로 대출에 나섰다가 지난해 6월3일, 주식 반대매매에 나섰다. G저축은행은 지난해 3월 100만7194주를 담보로 맡았다가 3개월 만에 모두 처분했다. 


지난 8월14일 코스닥 상장법인인 C자산관리서 배임·횡령 혐의가 제기됐다. 이로 인해 주가가 추락하면서 C자산관리 회장이 대출하느라 담보로 잡혔던 지분이 반대매매로 출회됐다. 

곧바로 6개 주식담보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이 주가 하락에 따른 기준가격 미달을 이유로 담보제공 주식 103만9900주에 대한 반대매매를 진행했다. 이 과정서 S·G저축은행이 거론됐다. 

이틀 뒤인 16일에는 주가가 29%이상 급락하자 삼성증권, S·G저축은행 등 3개 금융기관이 담보주식 245만8843주에 대한 반대매매에 나섰다. 16일 종가는 역대 최저가인 901원이었다. 결국 지난 9월18일부터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ST사도 반대매매로 곤혹을 치렀다. S저축은행은 대주주인 김씨가 담보로 제공해 온 주식 830만주 가운데 647만주를 반대매매로 처분했다. 김씨가 가진 지분도 11.55%서 2.59%로 줄었다. ST사는 C자산관리와 동일한 날짜인 18일부터 주식거래를 정지당했다. 

형님께 배운
고금리 대출

S저축은행은 I사에도 돈을 빌려줬다가 반대매매로 회수에 나섰다. 6월14∼16일 세 차례에 걸쳐 대주주부터 담보로 받은 주식 98만주 가운데 82만주를 팔았다. 반대매매가 이뤄진 사흘 동안에만 주가가 12% 넘게 빠졌다. 

반대매매가 이뤄지면 투자심리는 싸늘해진다. 대주주가 경영권을 지킬 최소자금도 없다는 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 내부서 문제가 불거질 경우 투자자 입장서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피해 최소화를 위해 투자자가 주식을 처분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문제는 반대매매 후 선뜻 납득하기 힘든 일이 종종 발생한다는 데 있다. SU건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S·G저축은행은 지난 3월21일부터 양일간 담보로 잡았던 SU건설 주식 1279만주를 반대매매했다. 이 기간 주가는 단숨에 39% 넘게 내렸다. 

그렇다고 SU건설과 S·G저축은행의 관계가 끝난 건 아니었다. 

이후 S·G저축은행은 바뀐 SU건설 최대주주에게 대규모 대출을 실행했다. 지난 8월25일자 SU건설 전자공시 내용을 보면 S·G저축은행은 SU건설 최대주주인 M파트너스에게 주식 1953만4987주를 담보로 142억원을 대출해줬다. S·G저축은행의 대출액수가 각각 70억원, 72억원이다.  

대출이 이뤄지기 직전인 지난 8월18일 기준 SU건설 주식은 종가 836원을 형성하던 상태였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1953만4987주의 평가액은 약 163억3124만원이다. 담보율을 115%로 책정해 대출을 승인한 셈이다. 

금융권서 주식담보대출 실행 시 담보비율이 통상 170∼200% 수준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건이다. 


다만 M파트너스라는 회사가 과연 이 같은 거액을 대출받을 만한 자격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M파트너스는 자본금 1억7500만원, 자본총액 2억원에 불과한 외형을 지니고 있다. 

혼란 주고
잇속 챙기기

S·G저축은행은 자본금의 800배에 가까운 금액을 선뜻 내주자 몇몇 금융권 관계자는 편법에 가까운 대출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만약 반대매매로 주식이 갑자기 풀리면 외부 세력이 회사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여 대주주가 교체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곤 하는데 저축은행이 이 같은 고리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S·G저축은행 측은 항간에 떠도는 이 같은 의혹에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공시자료서 나타나지 않지만 대출은 정상 승인 절차를 거쳤고 담보율 역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S저축은행 관계자는 “법규상 S·G저축은행의 대출 한도는 각각 100억원이고 이 기준에 따라 대출이 이뤄졌다”며 “담보율이 낮은 건 M파트너스서 유상증자를 할 때 이 부분을 담보로 잡았기 때문인데 이런 부분은 공시의무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과정서 표면상 오해의 소지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이렇게 되자 1980∼90년대 ‘명동사채’ 시장의 행태를 저축은행이 넘겨받았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들린다. 당시만 해도 M&A 시장서 특정 회사를 인수하는데 100억원이 필요하다면 본인 자금 1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명동 사채로 끌어들이는 게 일반적이었다. 
 


명동의 사채업자는 높은 이자와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형태가 현재의 최근 몇몇 저축은행의 자금 대출과 묘하게 비슷하다는 뜻을 품고 있다. 실제로 몇몇 차입자들은 S·G저축은행이 주식담보대출을 진행하면서 18%에 달하는 고금리를 유지했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권 관계자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명동 사채가 기업 M&A에 절대적인 자금 융통책으로 사용됐다는 건 사실에 가까운 비밀”이라며 “불법 대출에 대한 정부 차원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명동 사채가 거의 자취를 감췄지만 그 자리를 대신하고 나선 게 바로 저축은행”이라고 지적했다.  

사채 따로 없네…반대매매 논란
회사 흔들고 전환사채로 잇속

반대매매로 인한 피투자사의 피해 가능성은 꺼지지 않은 불씨나 마찬가지다. ‘전환사채(CB, 채권+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선택권)’를 통한 주식담보대출이 거듭됐기 때문이다. 

2016년 말 기준 감사보고서 분석 결과 S저축은행이 전환사채를 발행한 상장법인은 27개, G저축은행이 전환사채를 발행한 상장법인은 총 16개에 달한다. 이들이 전환사채를 발생한 기업 가운데 일부는 두 회사로부터 동시에 대출을 받기도 했다. 

G저축은행은 전환사채 발생 총 규모가 260억원대라고 밝힌 상황이다. 최근 주식담보대출 비중을 낮추던 S저축은행의 전환사채 발행 규모는 이보다 조금 낮은 수준으로 파악된다. 

다만 S·G저축은행을 통해 M&A 시장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양상은 9월말을 기점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S·G저축은행이 지난달부터 M&A를 위한 자금 대출 업무를 중단한 까닭이다. 

하지만 올해 9월말까지도 주식담보대출은 꾸준히 이어졌다. 전자공시를 통해 확인 결과 올해 들어 S저축은행은 11개 업체, G저축은행은 12개 업체에 주식담보대출로 자금을 지원했다. 

확인된 대출금액만 S저축은행이 451억원, G저축은행은 707억원 수준이다. G저축은행 측 관계자는 올해 9월까지 승인된 자사 주식담보대출의 총 규모가 1700억대로 지난해보다 약 200억원 증가했다고 밝힌 상황이다. 

심지어 국내 M&A 시장서 발생하는 계약의 8할을 S·G저축은행이 담당해 자금을 융통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저축은행서 자금을 끌어들였다가 2년 이내 상장폐지된 회사의 상당수가 S·G저축은행과 연관돼있다는 소문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실제로 S·G저축은행이 대출을 승인한 업체 가운데 3개사는 주식거래중지 상태다.

손만 대면
죽어나간다

한편 S·G저축은행은 이 같은 세간의 부정적인 인식에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10% 중반대 대출이자율을 두고 명동사채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는 금융권의 생리를 잘 몰라서 하는 소리라는 입장이다. 

S·G저축은행 관계자는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효율적으로 충당해주던 역할이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당장 기업투자를 줄이기로 한 회사 방침이 본격 시행되면 피해를 입는 건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기업이고, 명동 사채시장이야 말로 환호성을 지를 것”이라고 말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대매매란?

반대매매란 고객이 증권사의 돈을 빌리거나 신용 융자금으로 주식을 매입했는데 빌린 돈을 약정한 만기기간 안에 변제하지 못할 경우 고객의 의사와 상관없이 주식을 강제로 일괄 매도 처분하는 매매를 말한다. 

통상 미수거래일 때에는 3일, 신용거래일 때에는 1∼5개월 정도를 상환 기한으로 정한다. 이 기간에 상환하지 않거나 담보 가치가 일정 비율 이하로 하락할 때에는 증권사에서 임의로 반대매매를 한다. 

반대매매에는 현금 미수금 변제를 위한 현금 반대매도와 미상환 융자금 상환을 위한 신용매도 상환이 있다. 미수 발생 당해 종목(복수 종목을 매수한 경우에는 종목 번호가 빠른 것부터 결제되므로 종목 번호가 나중인 것이 미수 발생 당해 종목이 됨)을 우선적으로 하게 된다. 

동일 종목이 없는 경우에는 장내·외를 구분하지 않고 종목 번호가 빠른 것을 하게 된다. 반대매매 금액은 미수 원금에 제 비용(반대매매 이후 결제 시점까지 연체료)을 더한 금액(단, 매도 처분에 소요되는 제 비용은 제외)이며, 전일 종가 하한가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이때 거래정지 종목은 선정 대상서 제외된다. 복수 종목에 대해 미수가 발생하면 종목별 미수 금액을 대조, 해당 미수 금액과 반대매매 금액이 최적화되게 계좌별 반대매매 금액을 산정하게 된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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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