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경험 없는 해양경찰청 논란

배도 안타보고…뭘 안다고 지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해양주권 강화를 위해 해양경찰청이 올해 부활한 가운데 1996년 해경의 외청 독립 이후 역대 청장 14명 중 13명이 함정 경험도 없는 청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 박경민 해양경찰청장조차 육상에서만 활동한 경찰관으로 바다와는 별다른 인연이 없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해경의 전문성이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는 시기에 경험이 없는 수뇌부들의 인사에 뒷말이 무성하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역대 해경청장의 이력을 분석한 결과, 국민안전처 소속 당시를 제외하더라도 해경 출신 해경청장은 14명 가운데 단 2명에 불과했다. 

함정경력 전무
경찰청 독식

해양경찰청은 1996년 경찰청 소속 내청서 해양수산부 소속 외청으로 승격되면서 임명된 조성빈 청장을 시작으로, 올해 부활 이후 초대 청장인 박경민 청장에 이르기까지 21년간 총 14명의 청장이 거쳐 갔다. 

2014년 11월 19일부터 올해 7월 25일까지는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에 소속된 시기여서 실제 기간은 18년가량이다. 

역대 14명의 해경청장 가운데 해경 출신은 8대 권동옥 청장과 13대 김석균 차장 두 명뿐이다. 재임 기간으로는 권동옥 청장이 1년 6개월, 김석균 청장이 1년8개월로 총 3년2개월에 불과해 나머지 15년 이상은 일반 경찰 출신 인사가 해경의 수장을 맡아온 셈이다. 


해경 출신인 김석균 청장도 행정고시 출신으로 함정 경력은 없기 때문에 함정 경력으로만 따지면 역대 청장 14명 가운데 13명이 함정경력 없는 해경청장이다. 

해경의 주요 임무는 해양주권 수호, 해양재난 안전관리, 해양교통 질서 확립, 해양범죄 수사, 해양오염 예방·방제 등이다. 즉 해경은 해양활동 전반을 책임지는 전문성이 요하는 기관이다. 

기관의 직제와 관련한 대통령령에서 해양경찰청은 해양에서의 경찰 및 오염방제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도록 하고 있다. 치안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경찰청과는 활동환경서부터 차이가 확연히 난다. 

역대 청장 14명 중 13명 함정 경험 전무
“육군 출신 해군참총장 임명한 격” 지적

그런데도 해상 경험이 한 차례도 없는 일반 경찰 출신 인사에게 조직의 지휘를 맡겨왔다. 현실적으로 치안총감인 해경청장을 임명하려면 치안정감 중에서 추천해야 하는데 해경 내 치안정감은 차장과 중부지방해양경찰청장 2명뿐이어서 추천 인사에 제한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이번에는 세월호 관련 직위 해제 등으로 추천할 수 있는 인사가 극히 제한적이었다는 것이 해양수산부의 설명이다. 
 

박경민 해양경찰청장도 경찰대 1기 출신으로 1985년 경위로 임용된 뒤 서울 강동경찰서장, 경찰청 대변인, 중앙경찰학교장, 인천경찰청장 등을 역임하며 32년간 육상서만 활동한 경찰관으로 바다와는 별다른 인연이 없다. 


박 청장이 임명될 당시에도 아쉬운 목소리가 컸다. 당시 해경은 해체된 지 3년여 만에 독립 외청으로 부활하게 되면서 수장이 누가 될지에 큰 관심이 쏠렸다. ‘바다를 모르는 육경(육지 경찰) 출신’이 수장으로 임명되지 않을까 우려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3년 만에 부활
같은 실수 반복

박 청장이 임명되기 전 해양경비안전본부는 홍익태 본부장이 맡아왔다. 그는 경찰청 차장(2014년 8∼11월)을 지낸 뒤 해경 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30여년간 경찰관으로 근무하면서 해상경험은 한 차례도 없었다. 

이 때문에 독립 외청 부활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전문가들은 제2의 세월호 참사가 날 수 있다면서 실무 경험자가 수장으로 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해경의 전문성 강화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지만 해경청장 자리는 여전히 경찰 간부에게 돌아간다. 해경 퇴역 간부들은 육군 장성이 해군참모총장을 맡을 수 없는 것처럼 해경 특유의 임무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해경 출신 청장을 해경청장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치안정감 계급의 경찰 중 경찰청장 경쟁서 밀린 간부가 해경청장직을 맡는 관행은 좀처럼 깨지지 않는다. 

차관급인 해경청장직은 치안정감 계급의 간부가 치안총감으로 승진하면서 맡게 되는데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해경에는 치안정감이 1명뿐이어서 경찰 치안정감 6명과의 경쟁서 밀리기 일쑤였다. 

간부도 마찬가지
현장근무 극소수

해경청장뿐만 아니라 수뇌부들의 인사도 공정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위 의원이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4 이후 현재까지의 총경 승진자 현황에 따르면 전체 승진자 42명 가운데 지방청 근무자는 10명뿐이었다. 

그중에 현장인 함정 근무 직원은 단 4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도별로 보면, 세월호 사고 발생 직후인 2014년 총경 승진자 3명 모두가 본청에서 배출됐으며 2015년에는 6명 중 4명, 2016년 10명 중 9명, 2017년 23명 중 16명이 각각 총경 승진 당시 본청서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경찰청 정원 9960명 가운데 본청 정원은 4.5%에 불과한 449명임을 감안할 때 본청의 승진 인사 독점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은 “해경청장이 세월호 참사 때 구조과정서 발생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핵심 조치로 함정과 파출소 순환근무 의무화 계획을 발표했지만 고위 간부 인사 현황을 보면 이 말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 2015년 2월 ‘인사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밝힌 인사방침과 다르다. 당시 발표에선 신규 임용되는 해경의 함정근무 기간을 2배로 확대하고 간부급 승진자의 해상근무를 의무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었다.

현장대응 강조한 정부 취지 무색
경찰청장 안 되면 해경청장 관행

해양경찰의 꽃으로 불리는 총경은 해양경찰서장의 직책을 맡는 고위간부로서 현장에 대한 풍부한 경험이 필수적인 자리다. 

해양경찰청이 세월호 사고 당시 해상구조 및 안전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겼고 조직이 폐지되는 아픔을 겪었음에도 바다 현장근무자가 아니라 본청의 행정근무자가 고위직 승진을 독차지하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금처럼 본청 근무자 위주의 승진 인사가 계속될 경우 승진자들이 과거 함정근무 경력이 있더라도 본청서 근무해야만 승진할 수 있다는 잘못된 관행이 고착될 수 있어 비판이 제기된다. 

총경 이상 해양경찰공무원은 해양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해양수산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에 인사 개선을 위해서는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위성곤 의원은 “지난 잘못에도 해양경찰청이 부활한 것은 막중한 사명감으로 국민안전을 위해 더욱 매진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양사고 예방과 대처에 능력을 갖춘 직원들이 고위직으로 승진할 수 있도록 인사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경험자 필요”
시스템 개선 시급

또 위 의원은 “해경 직무의 특성상 해경청장은 현장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라며 “해상 경험이 없는 청장을 임명하는 것은 육군 출신 해군참모총장을 임명한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경이 독립된 위상에 걸맞은 해경 출신 청장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자기반성과 조직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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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