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신종 환각제 ‘해피벌룬’을 아십니까

클럽서 불티…애들도 ‘환각풍선’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어릴 때 가지고 놀았던 풍선이 마약이 됐다. ‘해피벌룬’이라고 불리는 환각제가 그것이다. 해피벌룬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정부서 뒤늦게 환각제로 분류했지만 강남, 홍대의 클럽에선 아직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규제도 심하지 않아 미성년자들까지 손을 대는 실정.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지난 4월 ‘해피벌룬’을 흡입한 20대 남성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죽은 남성의 소지품 중에는 고무관과 아산화질소(N2O) 앰풀(캡슐) 120여개가 발견됐다. 17개는 이미 사용했고 104개는 사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결과 사인은 ‘미상’이었지만 당시 경찰 관계자는 “이 남성이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있어서 초반에 질식사를 의심했으나 질식사는 아닌 것으로 확인돼 아산화질소 과다 흡입을 사망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흡입하고 사망
인체에 치명적

흡입할 때 얼굴 쪽 근육이 수축하면서 웃는 모습이 된다는 의미로 ‘웃음 가스’라 불리는 아산화질소는 카페서 휘핑크림을 만들 때 사용된다고 하여 ‘휘핑가스’라고 부르기도 하며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병원이다. 

고통을 줄이는 마취제이자 쾌락을 주는 유사 환각제로 약 200년 전부터 사용됐다. 색깔이 없지만 달콤한 맛과 향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거부감도 적다. 


한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부작용으로 저산소증을 비롯해 DNA손상, 태아 기형유발 등이 발견됐다”며 “일반적인 의료 환경서도 보조제 역할로 간혹 소량을 쓰기도 하지만 훨씬 부작용이 적은 마취제가 많아 사용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미국 시믹테크놀로지가 관리하는 화학물질독성영향관리원 자료에도 아산화질소의 독성이 보고돼있다. 

쥐에게 13주간 간헐적으로 투여했을 때, 간 무게와 백혈구 수치의 변화가 발견됐고, 임신한 암컷 쥐에게 24시간마다 같은 양을 8∼11일간 투여했더니 쥐의 태아서 중추신경계와 심혈관계, 비뇨기계의 발달이상이 생겼다는 것 등이다.

아산화질소를 희석하지 않고 흡입하면 산소 결핍을 유발시켜 두통을 발생시키며 흡입한 사람으로 하여금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게 한다. 너무 많이 흡입하면 산소결핍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의료계서도 “마취제에도 들어가는 가스를 일반인이 일상서 마음대로 사용하면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한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해피벌룬의 유행과 관련해 “병원서도 조심해서 쓰는 마취용 가스를 일상서 쓴다는 것은 상상이 안 간다”고 말했다. 

아산화질소 과다 흡입 사망 원인으로 추정
환각과 환청…산소결핍증으로 급사할 수도


그는 아산화질소의 위험에 대해 “아산화질소는 확산이 잘 돼 산소보다 더 빨리 체내에 들어가기 때문에 산소가 체내에 흡수되는 걸 방해해 자칫 저산소증을 일으킬 수 있다. 장기간 흡입하면 피를 만드는 조혈 기능에 문제를 일으킬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래서 병원서도 아산화진소만 단독으로 쓰지않고 의사의 감독·지시 하에 산소와 같은 비율로 환자에게 투여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8월 아산화질소를 환각물질로 지정했다. 의료용이나 식품첨가물 등 본래의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 이외에 흡입하거나 흡입 목적으로 소지, 판매, 제공하는 것이 금지됐다. 

이미 톨루엔, 초산에틸, 부탄가스 등도 환각물질로 지정해 흡입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들 환각물질을 흡입하거나 흡입 용도로 판매하다가 적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규제를 앞둔 당시 해피벌룬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판매자·구매자 모두 ‘마지막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개정안 시행 전까지 대대적인 해피벌룬 판매 근절·계도에 나서면서 판매자들이 물량 수급이 어려워지자 해피벌룬의 가격은 치솟았고 구매자들 역시 구입을 서둘렀다. 

규제 전 사재기
여전히 활개

당시 해피벌룬을 구매했던 한 여성은 “판매자가 ‘이제 몇 주 지나면 못한다’며 큰 풍선을 서비스로 줬다. 가스를 들이마시니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며 “마치 치과서 입 천장에 마취할 때 찌르는 느낌인데 잘못하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SNS나 카카오톡 등 인터넷상에는 ‘마지막 기회다’ ‘불법으로 전환되면 환불해주겠다’는 글들이 넘쳐났다. 
 

개정안이 발의된 지 3개월여, 아직도 강남이나 홍익대 인근 클럽 등에선 해피벌룬이 꾸준히 유행되고 있다. 

몇몇 술집에선 휘핑크림을 제조하는 기구에 캡슐 형태의 아산화질소 가스를 부착하고 이를 풍선에 주입, 2000∼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1000원 안팎의 재료비를 들여 큰 이윤을 남길 수 있어 점주들에게 인기다. 

마포구의 한 술집 종업원은 “올해 초부터 해피벌룬을 팔기 시작했는데 찾아오는 손님 중 절반 이상은 이를 주문해 주말에는 재료가 모자랄 정도”라고 귀띔했다. 

현재 전문가들 사이에선 신종 마약, 환각제 등이 처음 생겨나고 확산되는 장소인 클럽에 대해서도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마약 사용자뿐만 아니라 사용 장소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SNS로 습득
“단속 어렵다”

해피벌룬 역시 클럽 내 마약투여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마약의 대체품으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원서 25년 이상 거주했다는 한 주민은 “일대 클럽서 마약의 유통·판매, 혹은 이용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해외 유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해 귀국할 때 가장 많이 행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에 간단한 검색어만 입력하면 해피벌룬 재료 구입도 가능해 직접 만들어 흡입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온라인 판매상들은 캡슐형 아산화가스 12통과 주입기 1개, 풍선 10개 세트를 2만원대에 판매하고 심지어는 배달도 해 준다고 홍보하고 있다. 

특히 이를 대량으로 판매하는 총판도 있어 해피벌룬은 조직적으로 거래가 되고 있었다. 이들은 판매자에게 직접 배달까지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판매자는 해피벌룬에 대해 치과에서 쓰는 일명 웃음가스로 행복감을 줄 수 있고 인체에 무해하여 외국에서는 파티용품으로도 쓰이고 있다며 판매하고 있었다. 


판매자는 중독성도 전혀 없고 어디든 바로 배달해준다며 빨리 경험해보라며 해피벌룬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해피벌룬 제작 관련 정보 접근 실태도 환각물질 지정 이전과 다를 게 없다. SNS에선 해피벌룬 제조법과 사용법을 소개하는 글부터 해피벌룬 흡입 후 모습을 ‘인증’하는 사진까지 잇따라 게재되고 있다. 또한 제조 방법을 담은 영상도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아산화질소가 화학물질로 지정되기 이전에 제작된 영상이라 단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1000원 안팎 재료비로 2000∼5000원 판매
본인인증절차 필요 없어 미성년자도 구매

지난 16일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일 서울 송파경찰서 방이지구대에 한 통의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방 안엔 풍선 수십 개와 아산화질소 농축캡슐, 주입기 등 환각물질로 분류된 해피벌룬 제조 재료와 무언가에 취한 앳되어 보이는 남성 세 명과 여성 한 명을 발견했다. 경찰은 이들을 모두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현장 체포했다. 
 

검찰은 그동안 아산화질소를 환각 목적으로 흡입했다가 입건된 사례는 있지만 판매 사범을 처벌해 재판에 넘긴 것은 환각 물질 지정 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인터넷 카페를 이용해 해피벌룬을 구매할 경우 성인은 물론 10대 학생들까지 손쉽게 구매를 할 수 있어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이 인체에 치명적인 아산화질소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각종 온라인 쇼핑몰서 해피벌룬 재료 구입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SNS를 통해 웃돈만 주면 번거로운 본인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손에 넣을 수 있어 미성년자들도 구매가 가능하다. 

일부 쇼핑몰이 아산화질소를 직접 흡입하면 위험하다는 경고 문구를 게시하긴 했지만 구매하는데 제한은 거의 없다. 

아예 경고 문구조차 없이 판매하는 중소 쇼핑몰도 많다. “성분만 다를 뿐, 사실상 과거 환각 효과를 느끼려던 청소년들이 마음대로 본드를 샀던 때와 다름없는 구매 환경”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해피벌룬을 구입했다는 김모군은 “개당 가격이 1200원에 불과하고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해피벌룬이 젊은층을 대상으로 급속히 확산됐다”며 “환각물질에 한 번 맛을 들인 사람들이라면 해피벌룬 판매가 금지되더라도 다른 대체품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엄정히 처벌”
기준 마련 시급

검찰 관계자는 “아산화질소가 환각물질로 지정된 이후 유통방법이 은밀화, 점조직화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유통을 철저히 단속하고 판매 및 흡입 사범을 엄정히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위험성 홍보 강화 및 유통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정부와 시민단체들도 아산화질소의 잘못된 유통 및 활용을 막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감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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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