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vs 금감원’ 아귀다툼 내막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10.23 10:50:03
  • 호수 11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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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오더 두고 알력 실세들 파워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감사원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서로에게 날이 섰다. 그동안 이들 두 기관은 사이가 유독 좋지 않았다. 특히나 이번 감사원의 금감원 감사가 ‘감정’이 실렸다는 뒷말이 많다. 이를 두고 ‘금감원 청첩장 사건’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물증 없는 피상적인 해석일 뿐. <일요시사> 취재결과 두 기관은 전 정권서 암투를 벌이다 서로가 내상을 입은 게 악연의 시작이다.
 

감사원이 금감원을 제대로 털었다. 지난달 20일 금감원에 대한 기관운영감사 결과 인사비리에 내부자 주식거래 등 각종 비위가 드러나면서 금감원은 그야말로 적폐가 됐다. 내부에선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최대 위기라는 반응이다. 감사원의 지적에 수긍하는 목소리도 많다. 

보복성 의심
진짜 이유는?

하지만 일부에선 감사원이 보복성 감사를 벌였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번 감사 때 비리 명단에 오른 직원 40여명에 대한 검찰 수사 의뢰, 면직, 정직 등을 요구한 것이 ‘너무 심하다’는 것.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 배경에 ‘청첩장 사건’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4월 감사원이 금감원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던 시기에 결혼식을 올린 여성 감사관의 결혼식 시간과 장소가 ‘알림’이란 제목으로 금감원 팩스로 보내졌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감사원은 ‘갑질 논란’으로 곤욕을 치뤘다. 

결국 해당 여성 감사관은 감사원을 그만뒀다. 이 사건으로 독이 오른 감사원이 고강도 감사를 벌였고 감정 섞인 감사결과를 내놨다는 게 금감원과 언론의 시각이다. 


하지만 이런 평가는 피상적인 해석이라는 게 금융권과 정관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요시사> 취재결과 두 기관이 원수가 된 건 전 정권서부터다. 

사건의 발단은 ‘KB금융 사태’가 불거진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주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로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 행장 간 다툼이 있었다. 또 정보유출사태와 부실대출 등의 여러 문제로 KB금융은 금감원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금감원 조사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했다. KB금융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KB금융 회장 교체를 원했다”며 “금감원과 금융위원회를 통해 임 전 회장을 찍어냈다는 게 정설이다. 이 두 기관은 사실상 한몸이었다”고 말했다. 

‘청첩장 사건’ 때문에 틀어졌다?
2014년 KB사태 당시 악연 시작    

이때 임 전 회장을 끌어내리기를 주도한 게 ‘최경환 라인’인 조원동 전 경제수석과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임 전 회장과 조 전 수석은 재경부 시절부터 악연이 있다. 
 

임 전 회장은 경기고-서울대 상대(KS)가 아니라는 이유로 재경부 차관보를 맡은 지 4개월 만에 KS 대표주자였던 조 전 수석에 자리를 내준 적이 있다.

금감원은 KB금융에 대한 조사 후 6월9일 금융위 제재심의위원회 유권해석을 근거로 임 전 회장을 ‘중징계한다’고 통보했다. 그런데 같은 날 감사원이 금감원에 임 전 회장의 주요 중징계사유인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금융위의 유권해석을 문제 삼으며 징계 유보를 요구한 것.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감사원은 두 달 전인 3월12일부터 4월11일까지 카드사 정보유출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이후에도 2개월 동안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다가 임 전 회장에 대한 징계통보 직전 징계 절차에 제동을 건 것. 

당시 정치권과 금융권에선 임 전 회장이 감사원에 구명 로비를 벌었다는 설이 파다했다. 실제로 임 전 회장과 김영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절친한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사건의 전말을 내밀하게 알고 있는 국회 관계자는 “김 전 사무총장과 임 전 회장은 오래전부터 호형호제했던 사이”라며 “김 전 사무총장 주변 사람들이 임 전 회장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감사원 사무총장 
금융위 부위원장

여기서 드는 의문도 있다. 과연 김 전 사무총장이 임 전 회장과 친분을 이유로 청와대 뜻을 거스르며 금감원과 금융위의 징계에 브레이크를 걸 만한 힘이 있었느냐다. 그에게는 그럴 만한 힘이 있었다고 한다. 김 전 사무총장은 감사원 내부서 실세였으며 친박 핵심인사를 뒷배로 두고 있었다.

김 전 사무총장은 새누리당 친박 핵심인 ‘이정현 라인’으로 평가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뿐만 아니라 PK 의원들과도 상당한 친분이 있다고 한다. 

앞서 국회 관계자는 “김 전 사무총장과 이정현 의원의 인연은 18대 국회서부터 시작됐다”며 “이 전 의원이 김 전 사무총장 능력을 높게 샀다. 사무총장에 앉힌 것도 사실상 이 의원이다”고 말했다. 
 

감사원의 개입으로 임 전 회장은 한시름 놓았다. 중징계가 확정됐다면 그는 퇴진 압박에 시달려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하명을 받은 금감원과 금융위도 가만있지 않았다. 금융위는 징계 절차를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때 징계를 주도한 사람이 정 전 부위원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부위원장은 전 정권에서 ‘금융계 황태자’로 통한 대표적인 최경환 라인이었다. 그 역시 친박계 핵심 인사와 청와대 실세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 금융권 인사를 좌지우지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정 전 부위원장의 인사 개입 흔적도 나왔다.

감사 두고 “감정 실렸다” 뒷말
전정권서 암투 벌이다 서로 내상


2012년 말 이건호 국민은행장 인선과 정부가 최대주주인 이광구 우리은행장,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등의 인선에 정 전 부위원장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주장이 금융권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이때 김 전 사무총장과 정 전 부위원장이 임 전 회장 징계 여부를 놓고 상당한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소식은 청와대 민정수석실까지 들어갔다. 그 해 7월 중순 감사원과 금융위, 금감원 관계자들 8∼10명이 이와 관련해 민정수석실서 경위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도 금융위 제재심의위원회는 세 차례나 징계 수위를 번복한 끝에 9월16일 임 전 회장에게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임 전 회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임 전 회장은 “자진사퇴는 없으며 진실 규명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정면대응 방침을 밝혔다. 그가 사퇴할 생각이 없자 금감원은 임 전 회장을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과정서 업체 선정에 부당한 개입을 했다는 혐의(업무방해)로 검찰에 고발했다. 
 

감사원은 또 다시 응수했다. 같은 달 18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감사원 직원 5∼6명이 금감원에 나와 KB검사 및 제재 과정 등을 집중적으로 살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 금감원 내부에서는 ‘감사원이 뭔데 우리를 줄 세우느냐’라는 불만이 끊이질 않았다. 이런 감사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임 전 회장은 이날 새벽 이사회서 해임됐다.  


이 싸움으로 감사원과 금감원은 내상을 입었다. 먼저 감사원은 김 전 사무총장이 이 사건 이후 사정기관의 첩보에 시달려 정치권 눈치를 많이 살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원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정 전 부위원장과 틀어진 이후 그쪽에서 김 전 사무총장과 관련 첩보를 사정기관에 많이 흘린 것으로 안다. 이 때문에 그의 운신의 폭이 좁았다”고 말했다. 

KB 회장 놓고
감정 더욱 악화

금감원은 ‘관치 금융’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먼저 감사원 감사로 임 전 회장 징계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임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결국 금감원이 임 전 회장 찍어내려고 무리수를 둔 게 아니냐’는 비난도 피할 수 없었다.

이와 관련해 앞서 감사원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금감원은 자기들 선에서 임 전 회장을 끌어내릴 계획이었지만 감사원의 개입으로 실패했다”며 “청와대의 하명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검찰 고발까지 하면서 임 전 회장을 찍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과 정관계에서는 이런 감정의 골이 깊어져 드러난 게 이번 감사원의 금감원 감사라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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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