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사위들 경영 성적표

잘 키운 백년손님 열 자식 안부럽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사위는 백년손님’이라는 말이 있다. 사위에 대한 정이 자식에 대한 정에 못지않다는 뜻도 되고 사위도 때로는 처가의 자식 노릇을 해야 한다는 뜻도 된다. 재계의 사위 역할도 이와 다를 바 없다. 누구의 사위, 누구의 남편이라는 꼬리표서 벗어나 스스로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재벌가 사위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재계 사위들의 경영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 오너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경영 무대서 활약한다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처한 상황은 제각각이다. 견고한 실적을 견인한 사위가 있는가 하면 부침을 겪는 사위들도 제법 보인다. 

실적에 따라
희비 엇갈려

재계 사위들 가운데 올 상반기 성적이 가장 좋은 인물은 안용찬 제주항공 부회장이다. 제주항공은 상반기 사드로 인해 중국 관광객들이 감소했음에도 매출이 39.7% 늘었고, 영업이익은 167.3% 급증했다. 

또 상반기 매출로는 처음으로 4000억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3년 연간 실적을 살펴봐도 제주항공은 매출과 영업이익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안 부회장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장녀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과 결혼 후 1987년 애경산업 마케팅부로 입사해 그룹 일원이 됐으며 2012년 초부터 제주항공 경영을 맡고 있다. 안 부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스쿨 MBA 과정에 재학 중 채은정씨을 만났다. 


애경화학 총무이사와 애경산업 전무를 거쳐 1995년 사장 자리에 오른 안 부회장은 적자에 시달리던 애경산업을 흑자로 돌려세우고 취임 초 800%가 넘던 부채비율을 200%대까지 낮추며 ‘낙하산 사위’라는 꼬리표를 뗐다.

신정훈 사장이 이끌고 있는 해태제과는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뒷걸음질쳤다. 매출은 0.9% 줄었고, 영업이익은 23.9% 감소했다. 하지만 경쟁사인 롯데제과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2.3%, 0.2% 증가했다. 

신 사장은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의 사위로, 윤 회장의 외동딸 윤자원씨와 결혼하며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미시간주립대 MBA를 거쳐 외국계 경영 컨설팅 기업인 베인앤컴퍼니서 근무하며 크라운제과의 해태제과 인수 작업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인수 작업을 진행하던 때만 해도 그는 이미 윤자원씨와 결혼한 상태였다. 공전의 히트작 허니버터칩은 그의 능력이 빛을 발한 사례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둘째 사위로 그룹 금융계열사를 맡고 있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회사별로 수익성이 엇갈렸다. 올 상반기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의 매출은 모두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현대캐피탈이 38.5% 감소했다. 

카드와 커머셜은 각각 37.6%, 239.1% 증가했다. 현대캐피탈의 이익 감소는 현대기아차의 판매가 부진한 탓이다. 지난해까지 3년간 추이도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은 매출이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줄었다.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정 부회장은 1985년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과 결혼한 뒤 1987년 현대종합상사 기획실에 입사했다. 이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전무와 기획재정본부장을 지냈고 기아차서 구매총괄본부 부본부장을 지내는 등 계열사를 넘나들며 그룹 차원의 지지를 받았다. 


올해 15년 차 CEO로서 국내 500대 기업 내의 여신금융사 중 최장 재임 CEO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곧바로 임원
쏟아지는 관심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의 사위이자 박이라 부사장의 남편인 김경규 전무는 O2O·글로벌사업본부를 책임지면서 신성장동력 발굴에 더 힘쓰는 분위기다. 
 

서울대 출신의 엘리트 김경규 전무는 2007년 세정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입사했다. 2012년 ‘인디안’ 사업본부장과 전략기획실 담당임원을 겸직하면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2013년 ‘웰메이드’ 사업본부장을 맡아 기업의 중대한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신임을 얻었다. 올해 1월 전무로 승진과 함께 경영 일선서 기업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장녀 허세경씨 남편인 김하철 일진반도체 대표는 사실상 독자경영 체제를 구축해 놓은 상태다. 김 대표는 2010년부터 일진반도체를 이끌고 있다. 현재 일진반도체는 현재 허세경씨와 김 대표가 각각 34.2%, 14.7% 지분을 가졌다. 

‘뜨는’ 슈퍼 사위들…조력자로 맹활약
눈칫밥 뜨면서 활발해지는 일선 참여

성우하이텍그룹의 사위 2명도 그룹사 이사, 대표이사로 활동 중이다. 이명근 성우하이텍 회장의 장녀 이보람씨 남편인 조성현씨는 2007년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원을 졸업 한 뒤 현재는 성우하이텍 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 회장 차녀 이아람씨 남편인 한창훈 리앤한 대표는 LG패션(현 LF)에 근무하다 성우하이텍 이사로 그룹으로 들어왔다. 2013년에는 스포츠 패션 브랜드 EXR코리아 수장에 오르기도 했지만 실적부진으로 관련 사업을 철수하기도 했다.

휠라코리아에도 쟁쟁한 실력을 갖춘 사위가 활약 중이다.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의 사위인 이성훈 아큐시네트코리아 대표이사다. 2005년 윤 회장의 딸 수연씨와 결혼한 그는 휠라코리아의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를 역임한 바 있다. 

이 부사장은 휠라코리아 합류하기 전부터 ‘재무통’으로 손꼽히던 인물이다. 연세대 경제학과와 미국 로체스터대 MBA를 졸업한 그는 삼성증권 IB사업본부 M&A팀, 엔씨소프트 재무전략담당을 거쳐 2007년 휠라코리아로 자리를 옮겼다.

2011년 미국 골프 용품 회사인 아큐시네트를 12억2500만달러에 인수하며 회사 성장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인물이다. 아큐시네트는 골프 용품 세계 1위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회사다.

이 대표는 2015년 아큐시네트코리아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해 4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성과로 말하는 
숨은 실세들 

차기 경영인이 되기 위한 경영 수업에 나선 사위도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사위 정종환씨가 대표적이다. 정씨는 이 회장의 장녀 이경후씨의 남편이다. 2010년 8월 CJ 미국지역본부에 입사한 정씨는 지난 3월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부인과 함께 상무대우로 나란히 승진했다.

정 본부장은 미국 컬럼비아대서 학사(기술경영)와 석사(경영과학) 학위를 받았다. 두 사람은 컬럼비아대 석사 재학 시절 만나 교제했으며 2008년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에는 중국 청화대에서 MBA 과정도 마쳤다. 

2003~2006년 글로벌 IT컨설팅 업체인 켑제미나이, 2006~2008년 씨티그룹서 일했다. 결혼 후에도 모건스탠리 스미스바니(2008~2010년)서 근무했다. 2015년 8월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장례식 당시 고인의 영정사진을 들고 영결식 운구 선두에 선 바 있다.

CEO를 맡는 것은 아니지만 고위 임원으로서 회사에 속한 사위도 표정은 다소 엇갈린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차녀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과 결혼한 김재열 사장은 스포츠사업총괄로 재직 중인 제일기획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하며 대외 행보 발걸음이 가볍다. 김 사장은 ISU집행위원과 평창동계올림픽 국제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스포츠사업은 제일기획의 실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정유경 신세계 사장과 혼인한 문성욱 부사장이 글로벌패션본부로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상반기 영업이익이 20% 감소했다.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와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스쿨 경영학과를 졸업한 문 부사장은 소프트뱅크코리아 차장으로 근무하던 중 경기초등학교 동창인 정 부사장과 인연을 맺고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5년 신세계인터내셔날 상무로 승진한 뒤 이마트 해외사업총괄 부사장을 맡아 2011년 적자의 늪에 빠져 있던 중국 이마트의 순손실을 절반가량 줄이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4년 말에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아내인 정 사장이 1990년대부터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와 패션사업 영역을 구축해온 곳이다.

결혼하자마자 별 달고 진두지휘
낙하산 꼬리표 떼느라 절치부심

이외에도 김도환 S&T홀딩스 사장, 한경록 한솔제지 상무, 신동철 반도건설 전무, 이진철 신안 사장, 최성재 교원 호텔사업부문장 등이 주목받는 재계 사위들이다. 특히 최평규 S&T그룹 회장의 장녀 최은혜씨와 결혼한 김동환 사장의 경우 S&T홀딩스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21% 증가하자 그를 주목하는 시선이 많아졌다. 

아예 독립해서 잘나가는 사위도 꽤 찾아볼 수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장녀 구연경씨와 결혼한 윤관 블루런벤처스 사장이 대표적이다. 스탠퍼드대서 경제학과와 심리학을 복수전공하고 경영공학 대학원을 졸업한 후 2000년에 블루런벤처스의 전신인 노키아벤처파트너스에 입사했다. 

2006년 결혼 이후에도 LG그룹에 합류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벤처기업을 발굴, 육성하고 해외 진출까지 돕는 역할에 열심이다.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녀 구근희씨의 남편인 이준범 회장은 이계순 전 경남도지사의 차남으로 LS가로서는 관료 집안과의 첫 혼사였다. 화인은 주방세제, 화장품, 샴푸 등의 플라스틱 용기를 생산해 주로 LG생활건강에 납품한다. 화인유통까지 합하면 연매출은 약 500억원대다. 

이인정 회장은 구태회 명예회장의 막내딸 혜정 씨와 결혼한 후에도 그룹 밖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누전차단기와 배선용 차단기, 무선주파수인식기술(RFID) 사업 등에 진출했으며 납품처는 LS산전, 루셈, SK하이닉스 등이다.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장녀 구은정 태은물류 대표와 결혼한 김중민 회장 역시 주로 금융, 인력 파견 사업 등 독자노선을 걸어왔다. 

범 현대가 계열에선 정희영 선진종합 회장이 눈길을 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8남1녀 중 외동딸인 정경희씨의 남편으로 그는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 요직을 거쳤다가 40대 중반 돌연 독립해 해운업체 선진종합을 창업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선진종합의 2013년 매출액은 269억원에 그치지만 당기순이익이 39억원에 달하는 알짜 회사다. 

독자 행보
이색 사위들

정몽구 회장의 맏사위인 선두훈 코렌텍 대표(아내 정성이 이노션 고문)는 고 선호영 전 대전선병원 회장 차남으로 정형외과 의사 경험을 살려 인공관절 제조업체 코렌텍을 창업했다. 선 대표는 선병원 영훈의료재단 이사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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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