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조기 등판론 전모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9.18 10:52:08
  • 호수 11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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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와도…공중분해 뇌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유승민은 바른정당의 ‘구원자’가 될 것인가. 이혜훈 전 대표가 금품수수 의혹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표직을 자진사퇴 하면서 당을 대표하는 대권주자인 유승민 의원의 조기 등판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년에 치러질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으로 출마하기 앞서 당을 위기에서 먼저 구해달라는 목소리다. <일요시사>는 당내 대표적 자강론자인 유 의원을 둘러싼 조기 등판론과 이후 펼쳐질 상황을 짚어봤다.
 

강 대 강의 대결이다. 자강론과 보수통합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사태는 이혜훈 전 대표의 자진사퇴로 촉발됐다. 갖은 의혹에 이 전 대표는 지난 7일 스스로 자리서 물러났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당원 동지 여러분, 저의 부덕함을 꾸짖어주시되 저희 바른정당은 개혁보수의 길을 굳건히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호소한다”고 마지막 당부를 남겼다. 이 전 대표가 물러나자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국민의당 등과의 야권 통합론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이혜훈 사퇴로
힘 받는 통합

이 전 대표는 대표적인 자강론자다. 정치권서 한국당과의 통합론이 불거질 때마다 그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손사래 쳤다. 

지난달 24일 금품수수 의혹이 터지기 전 이 전 대표는 부산 중구 한 식당서 열린 부산지역 여성단체장 간담회에 참석해 “어떤 분들은 통합(이) 어쩌고 얘기하는데, 귓등으로도 듣지 마라”며 “우리보다 5배 넘는 의석을 갖고 있는 사람들(한국당)이 우리(바른정당)와 지지율이 같은데 우리가 주인이 되지, 그쪽이 뭔가 되겠나”고 말했다. 


한국당과의 ‘보수 적통’ 대결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두주 새 급변했다. 이 전 대표가 여성 사업가 A씨로부터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현금과 명품가방 등 6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터졌다. 통합론에 대해 철통수비를 펼치던 이 전 대표의 목소리는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73일 만에 당 대표직서 내려왔다. 자강론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일련의 과정 때문에 ‘트로이 목마설’이 불거졌다. 금품수수 의혹의 출처가 당 내부 아니냐는 것이다. 자강파는 조심스러워하면서도 가능성에 대해선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수사 결과가 나오면 대략적인 윤곽이 잡히겠지만 지금 의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며 “(이 전 대표의 사퇴가) 누구에게 가장 득이 됐는지를 따져보면 어느 쪽에서 정보를 흘렸을지 짐작이 갈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밝혔다.

힘 빠진 자강
그림대로 착착?

한국당 의원들은 통합을 염두에 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서 “(바른정당 의원들이) 100%는 아니지만 80%는 함께 갈 것으로 본다”며 “당 대 당 통합이 아닌 흡수통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의원 역시 “이 (전) 대표가 물러났으니 통합 논의가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학용 의원도 “난리통에는 부모형제도 헤어진다고 하는데 이제 대선이 끝난 지 꽤 됐으니 만큼 바른정당과 한국당이 힘을 합쳐 미래 수권세력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장을 잃은 자강파는 유승민 의원의 조기 등판을 촉구했다. 지난 6일 바른정당 중앙당사서 열린 국회의원·원외당협위원장 연석회의서 “유 의원 전면 진출을 강력히 건의한다” “당원들에게 대선에서 진 빚을 갚아주기 바란다” 등의 성토가 터져 나왔다. 

한국당과 국민의당이 앞서서 홍준표·안철수 전 대선후보를 대표로 선출하며 ‘물꼬’를 터줬기에 대선 패배 책임론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자강파는 유 의원을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서 “유 의원은 정확한 입장을 이야기하지는 않고 있지만 (비대위원장) 생각은 있는 것 같다”며 “김용태, 김세연, 하태경 의원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당이 확 바뀌었고 제대로 된 보수를 만들기 위해 바른정당이 몸부림치고 있구나 하는 국민적인 공감을 얻지 못하면 큰일난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지도부 18명은 지난 10일 최고위원 만찬을 열었다. 이 전 대표가 사퇴한 지 3일 만이다. 이 자리서 위원들은 당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의원과 김무성 고문 등 당을 대표하는 사람들도 자리했다.

김 고문은 직접 챙겨온 술을 참석자들에게 따라줬을 뿐 아니라 “바른정당, 영원히 함께!”라는 건배사를 외치기도 했다. 특히 김 고문과 유 의원은 만찬 도중 의원들이 보는 앞에서 입을 맞추는 모습까지 보여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자강파’ ‘통합파’의 수장이 연출한 장면이라 정치적 의미를 무시할 수 없었다.

기획된 음모? ‘트로이 목마설’ 확산
위기의 자강파 ‘유승민 카드’ 꺼내

‘유승민 비대위’ 체제는 곧 성사될 것으로 해석됐다. 만찬회동 직전 유 의원은 자신의 SNS에 “바른정당이 최대의 위기에 처한 지금, 죽기를 각오하면 못할 일이 없다. 여기서 퇴보하면 우리는 죽는다” “동지들과 함께 죽음의 계곡을 건너겠다” 등 자강론을 강조한 글을 올렸었다.

지난 8일 인천 남동구 한 호프집서 있었던 강연 자리서도 “지금 어렵다고 처음 추구했던 길을 포기하고 한국당에 기어들어 갈 수 없다”라며 “흡수통합은 한국 정치의 퇴보”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만찬 현장 의견은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다. 

통합파 수장인 김 고문이 “꼭 비대위로 갈 필요가 있느냐. 원내대표가 당대표를 겸하는 권한대행 체제로 가도 되지 않느냐”고 말한 것이다. 

만찬이 끝난 뒤 유 의원은 기자들에게 “(내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데 대해) 찬성한 분도 있고 반대한 분도 있다”며 “결론이 나지 않았고 당내서 많이 논의돼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서 열린 국회의원·원외당협위원장 연석회의서도 공회전이 이어졌다. 양상은 지난번 연석회의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외위원장들은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가 최선이라며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그러나 5∼6명 정도로 추산되는 통합파가 유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자는 주장에 ‘절대 불가’ 입장을 밝히며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다. 내년 6·13 지방선거서 더불어민주당에 승리하기 위해선 통합만이 길이라는 주장이다.

통합파의 버티기에 당초 성사 직전처럼 보였던 비대위 전환에서 전당대회 개최 쪽으로 흐르고 있다. ‘자강파’와 ‘통합파’ 간 세 대결로 우열을 가릴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비대위→전대
“자웅 겨루자”

비대위 전환은 당내 합의로 이뤄진다. 합의가 성사되지 않으면 당헌·당규에 따라 전대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 바른정당의 당헌을 보면 ‘당대표 궐위 시 30일 안에 전대를 열어 새 대표를 뽑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경우 최고위 의결을 거쳐 선출 시기를 늦출 수 있도록 했다.

자강파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자강론이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전대를 피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내 입지는 물론 대선주자인 유 의원이 여론조사서 유리해 유 의원이 당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앞서 유 의원 자신도 “합의가 안 되면 당헌·당규대로 해야 한다. 이 경우 전대를 치르게 돼있다”고 언급하는 등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결국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를 통합파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란 기대다.

그러나 일각에선 통합파가 비대위원장 전환, 조기 전대 등 두 가지 방식 모두 반대하며 ‘유승민 불가론’을 공고히 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는 수다.

통합파가 내세우는 ‘권한대행 유지론’의 논리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전대를 치르기 위해서는 돈이 든다는 점이다. 최근 추세인 ‘조용한 전대’로 비용절감을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수천만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신생 정당이자 군소 정당인 바른정당 입장에선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게다가 6·13 지방선거를 대비해 재정을 아낄 필요가 있다. 지난 대선 때도 바른정당은 선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자전거·스쿠터 유세를 펼친 바 있다.

둘째는 사당화다. 최근 당 일각에선 ‘유승민 사당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추세다. 앞서 김 고문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만찬서 “우리가 박근혜 사당이 싫어서 나왔는데 유승민 사당으로 비칠까 우려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등판론이 대세인 원외위원장 중에서도 김 고문과 마찬가지로 사당화를 우려하는 사람이 있다. 이에 유 의원은 지난 11일 “바른정당은 유승민 당도, 김무성 당도 아니다. 바른정당은 누구의 사당이 될 수 없는 당”이라며 응수했다.

비대위·전대 반대 통합파 속내는?
으르렁대는 ‘K-Y’ 그동안 연기였나

셋째는 유 의원의 리더십이다. 자강파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저명한 유 의원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통합파는 유 의원의 리더십으로는 현재 위기인 바른정당을 구해낼 수 없다고 맞받아친다. 

한 관계자는 “유 의원이 사람을 끌어안는 스타일은 아니다”라며 “자신의 생각이 확고해 주변 말을 귀담아 듣는 스타일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한때 바른정당에 속했으나 한국당으로 돌아간 장제원 의원도 지난 5월 기자간담회 자리서 유 의원의 리더십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 대선 때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3당 단일화를 거부하면서 이후 많은 지방의원이 탈당했다. 이는 내년 (6·13) 지방선거에서 당의 존립 문제가 되기에 유 의원은 바른정당의 미래에 대해 책임 있는 말을 해줘야 하는데 소통이 안 되고 일방적으로 (당을) 흔들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다. 유 의원이 우리와 함께 할 사람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들었다.”

두 세력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서 극단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 의원 13명이 한국당으로 복당했던 것처럼 통합파가 집단 탈당해 제2의 분당 사태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연찮게도 당시 복당했던 13명의 의원도 친김무성계였고 현재 통합파도 대다수가 친김무성계로 분류된다.

“유승민은 안돼”
제2의 분당 위기

당시 13명의 복당이 김 고문의 지시로 성사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복당파는 “김 고문이 복당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거나 김 고문에게 허락을 맡은 일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여전히 의혹의 눈길은 가시지 않고 있다.
 

김 고문과 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만든 ‘열린 토론, 미래’ 모임이 정계개편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첫 세미나를 마친 뒤 기자들이 “토론모임이 정책연대로 시작해 양당 통합의 기초로 가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김 고문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이후에도 두 차례 더 세미나가 열리는 등 통합의 시그널은 현재진행중이다. 

두 정당의 중진은 세미나가 끝날 때마다 한 목소리로 문재인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김무성·유승민을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섰다. 어떤 이가 당을 이끄느냐에 따라 자강론을 고수할지, 아니면 통합이 속도를 낼지가 결정되는 중요한 선택이다. 

김 고문은 “직접 나설 생각이 없다” “뒤에서 돕는 것이 더 낫다” 등 전면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지만 통합파가 당권을 잡으면 덩달아 그의 역할도 커지게 될 것이 자명하다. 유 의원은 “총의에 따르겠다”며 자신을 둘러싼 역할론을 사실상 수용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혔다. 

한때 ‘K-Y 라인’으로 불리며 순망치한의 관계였던 두 거물이 이젠 당권을 두고 일대 혈전을 앞두고 있다.


<기사 속 기사> 행보 재개한 김무성
“문부터 때린다”

바른정당 김무성 고문은 19대 대선 패배 후 정치 일선서 물러나 있었다. 행사에 모습을 드러낼 뿐 정치적 발언은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가 지난 11일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정치분야 질의자로 나서는 등 기지개를 켰다. 

김 고문은 한미동맹의 균열을 우려하며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핵무장이 완료되면 미국과 북한은 대한민국을 제쳐두고 협상장에 마주앉을 것”이라며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폐기를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북핵 위협 앞에 무방비 상태가 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대화냐 제재냐의 모호성을 버리고 유일한 동맹은 미국이고 북핵 위기의 모든 대응을 미국과 함께 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무지와 전략 부재로 국제정치·외교 무대서 한국의 존재감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19대 대선 패배 후 잠행
언론 모습 비추며 기지개

김 고문이 대정부질문에 나선 것은 노무현대통령 시절 이후 14년 만이다. 그는 직접 “그간 사무총장, 원내대표, 대표 등 당직을 맡아와 기회가 없었다”며 14년 만에 연단에 오른 이유를 설명했다. 통상 각 정당 주요 당직자는 대정부질문 라인업서 배제되는 게 관례다.

김 고문은 다양한 사안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정진석 의원과 함께 문을 연 ‘열린토론, 미래’는 김 고문의 싱크탱크이자 확성기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 모임서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날선 비판을 내놨다. 

“저임금 근로자 표만 의식해 (정부가) 불도저 식으로 밀어붙인 것”이라며 포퓰리즘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어 “최저임금이 우리 산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굉장히 많이 미친다”며 “자세하게 우리가 스터디(공부)해 국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얘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모임에 대해 정치권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을 논의할 접점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으며 김무성·정진석 의원 등 당사자들도 이에 대해 부인하지 않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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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