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개선모임 김희태 사무국장

강제 낙태·영아 살해…“북한 교화소는 생지옥”

말로만 들었던 북한 교화소의 인권 유린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최근 북한인권개선모임은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에 북한 교화소의 인권 유린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그 곳의 참혹한 일상이 만천하에 공개된 것. 이번 기회를 통해 드러난 북한 교화소의 인권 유린 행태는 상상을 초월했다. 고문과 구타는 물론, 강제 낙태와 영아 살해 등 도저히 인간이 한 짓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그들만의 만행이 자행되고 있었다. 그 실상을 북한인권개선모임 김희태 사무국장을 통해 들어봤다.

출산은 없고 강제낙태만 존재하는 북한 교화소 
가혹한 노예 노동에도 식량공급은 턱없이 부족

김희태 북한인권개선모임 김희태(40) 사무국장을 만난 것은 지난 21일. 폭염주의보가 내려져 유난히 더웠던 그날 북한인권개선모임의 분위기 역시 후끈 달아올라있었다. 오는 9월 ‘북한 교화소 실태 보고서’ 발표에 앞서 북한 교화소의 인권유린에 대한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하고 돌아온 이후였기 때문이다.

김 사무국장이 가장 힘주어 말한 부분은 북한 교화소 내 여성 수감자들의 인권유린 피해 사례다. 역시 그 곳에서 여성 수감자들이 당하는 인권유린 피해는 상당했다. 가장 심각한 것은 강제 낙태와 영아 살해.

상상초월 인권유린

김 사무국장에 따르면 "북한 교화소 에서는 임신 4~7개월 사이의 임산부들에게 들것으로 무거운 것을 들게 한 뒤 운동장을 뛰게 한다. 운동장을 강제로 뛰게 되면 태아가 밑으로 쏠리거나 하혈을 하면서 낙태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방법 외에 같은 시기 임산부를 바닥에 눕힌 뒤 배 위에 널뛰기판을 올리고 남자 두 명이서 널뛰기를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널을 뛰는 남성들 역시 함께 수감 중인 수감자들이라는 데 있다. 교화소 간부들은 자신들의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지 않아 수감자들에게 이 같은 일을 시키고, 수감자들 간에 미움이나 불신을 싹트게 만든다.

8~9개월의 임산부들에게는 보다 원초적인 방법의 강제 낙태와 영아 살해가 이뤄진다. 커다랗게 부른 배를 군화발로 차는가 하면, 주사를 통해 배속 태아를 죽여 낳게 한다.

하지만 주사를 한 경우에도 20%의 태아들은 살아서 나오는데 밤에 살아나온 아이는 그대로 푸세식 화장실에 던져버린다. 이를 본 산모가 소리내 울기라도 하면 집단 구타를 명령하고, 나머지 수감자들은 아이가 던져진 화장실에 계속해서 볼일을 봐야만 한다.

또 작업장으로 가는 오전 시간에 아이가 살아서 나올 경우에는 간부들이 아이를 군화발로 찍어 죽이고, 작업장 밖으로 멀리 던져버린다. 이때 들개나 짐승들이 접근해 참혹하게 죽은 영아를 먹어치운다고.

김 사무국장은 "참혹한 강제 낙태와 비열한 영아 살해에 이어 또 다른 인권 유린은 가혹한 노예노동과 노동의 대가로는 턱없이 부족한 저질 실량공급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에 따르면 북한 교화소 수감자 대부분은 하루 12시간 이상 작업장에서 일하며 노동력을 착취당한다.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18~20시간까지 추가로 일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주어지는 식량은 짐승사료보다 못하다. 쌀은 구경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콩과 옥수수 등으로 지급되는 식량마저 딱딱하게 굳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교화소 내 생활규정을 어기거나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에게는 이마저 양이 현저히 줄어든다. 1~2 수저에 불과한 한 끼 식사를 하고 엄청난 양의 작업을 강제로 해야만 한다는 것.

문제는 또 있다. 말도 안 돼는 인권유린이 자행되는 교화소에 수감된 수감자 대부분이 강력범죄를 저지른 강력범들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 김 사무국장은 "과거에는 일반 범죄자를 비롯해 강력범들이 교화소에 수감됐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탈북자들이 많이 수감됐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교화소에서는 생활규정을 지키지 않은 문제 수감자들을 특수부대 훈련용 교재로 사용하기도 했다는 충격적인 얘기를 털어놨다.

특수부대의 훈련에 투입돼 부대원들이 던지는 단도와 도끼를 온 몸으로 받아내고, 그들이 쏜 연습용 총에 사망한다는 것. 북한 교화소 간부들은 물론 북한 정부 자체가 사람 목숨을 실험용 생쥐보다 못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 예다. 

북한 정부는 교화소에 수감된 이들이 살아 나가지 않기를 바란다. 그 안에서 죽기를 바라기 때문에 최소한의 식량 공급으로 최대한의 노동력을 착취하려 하는 것.

이유는 단순하다. 교화소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이들은 정부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 같은 불만은 출소 이후 이들을 반란군자로 만들 것이라는 불안 요소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교화소의 인권 유린이 가장 극심했던 1990년대 말과 200대 초에는 교화소 내 사망률이 75~80%에 달했다고.

수감자 대부분 탈북자


김 사무국장이 말도 안 돼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인권 유린을 당해야 했던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이유는 표면적인 알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탈북자들이 대한민국에 정착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마음과 정신의 평안이다. 일반 탈북자들도 이러한데 북한 교화소에서 끔찍한 일을 겪고 나온 이들은 오죽하겠느냐"면서 "그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대한민국 정착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를 위해 북한인권개선모임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었다. 이런 분위기 가운데 국가인권위에 북한인권신고센터가 만들어졌고, 이 센터를 통한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 접수가 활성화 되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도움과 대책마련이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9월 북한 교화소 실태 보고서 발표를 앞둔 것도 이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또 김 사무국장은 11월 일본 동경에서 진행되는 국제회의에서도 주관단체가 되서 북한 교화소 실태에 대한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1990년대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수호를 위해 일다가다 1998년 북한 탈북동포들의 현실을 접한 뒤 북한인권개선모임의 사무국장이 되기까지 어둡고 힘없는 사람들의 인권수호를 위해 앞장서 온 김 사무국장의 용기 있는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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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