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생리대 파문

“화장품처럼 성분 공개하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생리대서 발암물질과 유해 성분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이름이 공개된 특정 회사 외에도 시중서 유통되는 일부 생리대서 모두 발암물질과 생식독성 물질이 발견됐다. 이번 생리대 논란은 전 국민을 ‘화학물질 공포’에 휩싸이게 했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비교된다. 생활 속 공포가 된 생리대 파문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조사에 따르면 여성 1인이 평생 사용하는 생리대는 약 1만1400개에 달한다. 특히 가임여성의 80.9%가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한다. 최근 불거진 생리대 파문은 평소 별다른 의심 없이 사용해왔던 물건이 가해 대상으로 돌변했다는 점에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독성물질이?

제지회사 ‘깨끗한나라’서 만든 릴리안 생리대 안전성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논란의 불씨는 지난 3월 시민단체인 여성환경연대가 “국내 생리대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당시에는 특정 회사의 제품명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후 올해 3∼6월 사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한 후 몸에 이상이 생겼다고 주장하는 피해 사례가 줄을 이었다. 대부분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하는 동안 생리 불순, 월경기간 감소 등의 문제가 생겼던 게 생리대를 바꾸니 싹 사라졌다는 내용이다.

깨끗한나라는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를 인지했지만 해당 제품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 21일에는 홈페이지 공지문을 통해 “릴리안은 식약처의 관리 기준을 통과한 안전한 제품”이라며 “식약처서 허가한 원료로 만들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깨끗한나라가 내세운 식약처의 관리 기준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식약처 생리대 품질 검사에는 화학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에 대한 조사가 포함돼있지 않다. 다시 말해 식약처 기준을 통과했다 해도 인체에 무해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는 것.

부작용 피해 글 줄이어
해당 회사 ‘환불 조치’

릴리안 생리대를 둘러싼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깨끗한나라는 “제품은 안전하다”는 입장을 낸 지 이틀 만인 지난 23일 전 제품에 대한 환불 조치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28일부터 본사로 신청한 고객을 대상으로 환불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깨끗한나라는 홈페이지 공지문을 통해 “제품과 제기되는 부작용 간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조사 결과가 나오기에 앞서 먼저 고객 여러분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반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기업의 책임이라고 생각해 환불 조치를 실시한다”고 전했다.

앞서 깨끗한나라는 지난 18일 한국소비자원에 릴리안 생리대 제품의 안전성 테스트를 정식으로 요청했다. 7월 말 해당 제품의 전 성분을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을 넘어 공신력과 신뢰성을 갖춘 정부기관의 조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식약처는 릴리안 생리대 제품을 수거, 검사에 착수했다. 

깨끗한나라 측은 “식약처의 입장을 적극 수용한다. 이번 조사가 조속히 이뤄져 하루빨리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제조사의 의뢰, 식약처의 조사 진행과는 별개로 소비자들은 집단 소송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집단 소송을 위해 만들어진 인터넷 카페는 사흘 만에 가입자 수가 1만6000여명을 넘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소비자들은 시중에 판매 중인 생리대의 모든 성분을 공개하라는 입장이다. 여성환경단체도 화장품처럼 생리대 역시 성분 정보를 투명하게 표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3월 김만구 강원대 교수팀이 조사한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시험 결과’에 따르면 판매량이 많은 생리대 10개 제품에서 모두 문제의 총휘발성유기화합물질(TVOC)이 검출됐다. 
 

릴리안이 TVOC가 많이 배출된 제품으로 알려진 것과 별개로 그 외 제품서도 문제의 물질이 검출됐기 때문에 전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게 소비자와 여성단체의 입장이다.

실제 국내서 시판 중인 생리대 중 원료와 성분 전체를 공개한 업체는 유한킴벌리와 공교롭게도 깨끗한나라 뿐이다. 그마저도 공식사이트에만 기재했을 뿐 정작 제품에는 주요 성분만 적혀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생리대, 마스크에 대해서도 모든 성분 표시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전 성분 표시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안전과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다. 

여성환경연대 역시 “지금보다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 전에 식약처가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일회용 생리대 속 성분에 대한 전면적인 위해성 검토와 건강 영향을 조사해 관리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단체 “전수조사 해야”
대안으로 생리컵 “글쎄∼”

릴리안 생리대 파문은 지방자치단체로까지 번졌다. 지난해 생리대가 없어 깔창을 덧대 사용한다는 ‘깔창 생리대’ 사연이 알려진 이후 저소득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생리대 지원 사업에 해당 제품이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월 8만개씩 릴리안 생리대를 4개월 동안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시 한부모가족지원센터, 경기도 남양주시 희망케어센터 등에도 릴리안 제품이 지원된 상태였다. 

해당 단체들은 현재 생리대 배분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식약처는 국내 생리대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유한킴벌리, 엘지유니참, 깨끗한나라, 한국피앤지, 웰크론헬스케어 등 5개 제조사를 상대로 긴급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생리대 가격 논란에 이어 안전성 논란까지 번지면서 여성들의 생리대 사용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가격 거품 논란이 불거지면서 해당 업계는 소비자들의 지탄을 받았다. 외국과 비교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뿐 아니라 업계에서 담합 논란까지 빚어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서 돈이 없어 생리대를 쓰지 못하는 저소득층 청소년들의 사연이 알려졌다.

생리할 때면 생리대가 없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수건을 깔고 누워만 있다는 여학생의 사연, 구두 깔창을 생리대 대용으로 사용한다는 충격적인 이야기까지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적으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고 지자체를 중심으로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 사업이 진행됐다. 그로부터 불과 1년 만에 생리대 안전성 논란이 터졌다.

안전성 논란

여성들은 일회용 생리대를 대체할 제품을 찾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그 대안으로 제기된 게 생리컵. 생리컵은 한 번 사용한 뒤에 생리혈을 버리고 소독해 다시 사용할 수 있어 반영구적이다. 

식약처 조사에 따르면 생리컵 사용자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다만 사용법과 위생관리가 불편하고 판매 정보가 부족한 것이 단점으로 꼽히고 있다. 일각에선 생리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생리컵이나 탐폰 역시 안전성이 명확히 검증되지 않은 만큼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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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