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비’ 검찰 특수통 열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8.21 10:26:40
  • 호수 11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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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부터 부장검사까지…핵심 요직 꿰찼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19개월 만에 단행된 검찰 중간 간부 인사를 통해 검찰 수뇌부가 새 진용을 갖췄다. 이번 인사에선 주요 요직에 ‘특수통’ 출신들로 채워졌다. 역시 검사는 특수통이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다. 
 

문재인정부 첫 검찰 중간간부 인사서 검찰의 사정 중추 역할을 맡게 될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검사들이 전면 배치됐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7·사법연수원 23기)도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팀장을 지냈다. 이번 인사를 통해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 서울중앙지검 1·2·3차장 등 검찰 수사의 핵심 요직이 전원 특수수사통으로 채워졌다. 

1년9개월 만에 
단행된 파격인사

특수통 전성시대를 알린 건 지난 5월19일 돈봉투 만찬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후임으로 윤 지검장이 임명되면서부터다. 윤 지검장은 검찰 내 대표적 특수통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간 좌천의 아이콘으로 꼽히며 조직서 배제됐다. 

그는 초년병 시절부터 서울지검 특수부로 발령받아 대형 사건 수사를 많이 경험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요직을 거쳤다. 대부분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겨눈 수사를 했던 베테랑이다. 2003~2004년에는 대선자금 수사팀의 일원이었다.

당시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남기춘 중수1과장과 팀을 이뤄 노무현·이회창 캠프의 불법 대선 자금을 파헤쳤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 비호 의혹 사건과 LIG그룹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의혹 사건도 그의 손을 거쳤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안희정 현 충남지사와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구속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미국 고급 아파트 매입 의혹 및 외화 밀반출 의혹 수사를 맡아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지검장은 2013년 국정원 대선 개입사건 수사팀장을 맡고 있을 당시 서울고검 국감현장서 국정원 직원 긴급 체포와 체포영장 청구와 관련해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조영곤 전 서울지검장을 포함해 법무부로부터 외압을 느꼈다고 폭로해 파장을 일으켰다. 

윤 지검장은 폭로 뒤 상부 지시 없이 영장을 집행하고,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을 냈다며 감찰을 받았다. 박형철 검사와 함께 징계가 청구된 후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문재인정부 첫 검 중간간부 인사
주요 자리 특수통 출신들이 독식 

윤 지검장 임명에 이어 지난달 25일 특수통 출신인 문무일 검찰총장이 신임 총장으로 임명됐다. 문 총장은 전주지검 남원지청 검사 시절이던 1994년 지존파 사건의 재수사를 지휘해 사건 해결에 큰 공을 세웠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로 발탁됐다. 

문 총장은 1995년에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등 12·12 쿠데타 사건 특별수사본부 수사 검사로 파견됐다. 이 때 특별수사본부는 전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다. 그 후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제주지검 부장검사, 대검 특별수사지원과장·과학수사2담당관, 수원지검 2차장, 인천지검 1차장 등을 지냈다. 

다양한 특수수사를 맡아 하면서 검찰 내 특수통으로 분류됐다.
 


2002년 8월부터 2003년 3월까지는 대검 공적자금비리합동단속반서 활약했다. 2004년 제주지검 부장검사 시절에는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특별검사팀에 파견됐다. 그때 최도술의 불법자금 모금 및 수수의혹 등을 수사했다. 

2007년에는 대검 중수1과장 등 요직에 올랐다. 그해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 비호 의혹 수사에 투입됐다. 

이명박정권 초기인 2008년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승진했다. 박근혜정권 시절인 2013년에는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으로 영전했다. 그 후 서울서부지검장으로 임명됐는데, 그 시절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을 총지휘하며 조 전 부사장을 구속시켰다.

줄줄이 선봉에
특수 전성시대

2015년 정치권에 큰 파장을 몰고 왔던 ‘성완종 리스트 의혹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수사팀을 이끌었다. 당시 대검찰청은 문 총장에 대해 ’검사장급 중에서도 특수 수사 경험이 많아 이 사건 수사에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수사 결과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기소했다.

지난달 27일 있었던 검찰 고위간부 정기 인사에서도 특수통 출신 검사들이 약진했다. 법무부는 검사장급 이상 간부 36명을 승진·전보하는 내용의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김오수, 조은석, 박정식 검사장이 고검장으로 진입했다. 

김오수 검사장은 신임 법무연수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인천지검 특수부장, 대검 범죄정보1담당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부산지검 1차장검사, 서울고검 형사부장 등을 역임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일하던 2009년 대우조선해양 납품비리 사건과 효성그룹 비자금 사건 등 굵직한 수사를 담당했다. 2015년에는 처음 출범한 대검 과학수사부를 이끌며 조직 기틀을 다지고 사이버테러·해킹 등 갈수록 교묘해지는 첨단범죄의 대응을 맡았다.

조은석 검사장은 신임 서울고검장에 임명됐다. 수원지검·서울지검 등을 거쳐 대검찰청 공판송무과장, 범죄정보1·2담당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 대검 대변인, 서울고검 형사부장, 대검 형사부장, 청주지검장 등을 지냈다.
 

2009년에는 대검 대변인을 지내며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낙마 사태, 스폰서 검사 의혹 등 여러 악재 속에서도 매끄럽게 일을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해양경찰의 구조 부실에 대한 검·경의 합동수사를 지휘한 바 있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대거 적용하는 방안을 놓고 법무부와 법리 검토·적용 대상 등에 이견을 보여 조정 과정서 진통을 겪기도 했다.

이후 통상 초임 검사장급이 배치되고 수사 일선서 벗어난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전보되자 연수원 동기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세월호 수사 개입 의혹’과 맞물려 일각에선 “우 전 수석과 대립각을 세워 밀려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박정식 검사장은 신임 부산고검장에 임명됐다.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수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중앙지검 3차장 등 특별수사 분야의 주요 보직을 모두 거쳐 중수부 폐지 후 신설된 대검 반부패부장을 맡아 전국 특수부 사건을 지휘·지원했다. 대검찰청 중수2과장으로 근무하던 2008년에는 ‘BBK 특검’ 수사에 파견돼 참여했다. 

예리해진 칼날
과연 어디로?

2011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재직 당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그림 로비’ 의혹 사건을 성공적으로 수사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3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재직하면서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 4대강 건설업체 입찰담합 의혹, 효성그룹 탈세·비자금, SK 최태원 회장 횡령 공범인 김원홍 고문 수사 등 굵직한 특수 사건을 지휘했다.

지난 10일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서 서울중앙지검 1·2·3차장 등 검찰 수사의 핵심 요직에 특수통 출신들이 전면 배치됐다. 

법무부는 지난 10일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 검사를 서울중앙지검 1차장에 임명했으며, 박찬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장을 서울중앙지검 2차장, 한동훈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을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발령했다. 


이외 고검검사(차장·부장검사)급 538명과 평검사 31명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를 발표했다. 

국정 농단 특검 검사들 부상
적폐수사 사정 드라이브 거나

윤 차장검사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연구관·첨단범죄수사과장·중수2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등을 지낸 특수통이다. 청와대 특별감찰팀장으로 근무한 특수통이다. 윤 지검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대검 중수부에서 굵직한 사건을 함께 수사했다.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과 변양균·신정아 게이트 등이 대표적이다. 검찰 내부에선 이들을 대윤(大尹)과 소윤(小尹)으로 불리기도 한다. 
 

박 차장검사는 2007년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 특별수사·감찰본부서 근무했다. 2013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검사, 2015년 서울 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장을 거쳐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장을 맡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수사를 해왔다.

한 차장검사는 중수부에 근무하며 대선자금 수사와 현대차 비자금 사건 수사에 참여했고,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을 지내는 등 특별수사에 정통하다. 법무부 검찰과 검사, 대검 정책기획과장을 지내 기획 업무에도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슬슬 시동 거는 
부패범죄 수사

기업수사·부패범죄 수사를 주로 맡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2·3·4부장은 각각 신자용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 송경호 수원지검 특수부장, 양석조 대검찰청 사이버수사과장, 김창진 대구지검 부부장이 맡는다. 신 부장과 양 부장, 김 부장은 특검에 파견된 바 있다. 

이를 두고 결국 국정 농단 사건 보강 수사, 국정원 댓글 사건 등에 대한 수사를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이 새로 전열을 완비하면서 새 정부가 거론해 온 이른바 '적폐 수사'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정 농단 특별공판팀 임무는? 박-최 게이트 추가 수사?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 국정 농단 사건의 특별공판팀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지난 18일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의 효율적이고 성공적인 공소 유지를 위해 중앙지검 특수4부를 사건의 특별공판팀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특수4부가 특별공판팀으로 운영될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뇌물 혐의 재판 등 주요 국정농단 사건의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공소유지는 물론 부수적 추가 수사까지 담당하게 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 운영
특검 출신 김창진 부장 지휘

 그동안 박 전 대통령, 최씨 관련 공소유지는 특별수사본부에 참여했던 특수1부가 맡아왔다.

앞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특수4부장에는 같은 청 특수2부 부부장 출신의 김창진 부장이 보임된 바 있다. 김 부장은 박영수특별검사팀에 파견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의 구속 기소에 참여했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특별공판팀 개편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분석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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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