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사일 쏘면…’ 행동요령 가이드

  • 김태일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8.21 10:10:24
  • 호수 1128호
  • 댓글 0개

사이렌 울리면 이렇게 움직이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북한의 도발이 강력하다. 북한은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미사일 발사를 시도하고 있다. 어느 정도 성과를 달성하자 이제는 괌을 공격하겠다고 나섰다.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로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이 굉장히 민감해져 있는 상태. 만약 전쟁이 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의 몫이다. 전쟁이 날 경우를 대비해 미리 준비해야 한다. 
 

북한이 최근 미국령 괌 주변 해역에 탄도미사일을 ‘포위’ 발사하겠다고 위협하자 괌 정부는 지난 11일 주민들에게 비상행동 수칙을 담은 2쪽짜리 전단을 배포했다. 전단에는 '섬광이나 폭발로 인한 화염을 쳐다보지 말 것' '벽돌 또는 콘크리트 구조물로 대피해 24시간 이상 머물러야 한다'는 등 구체적 행동요령이 담겨있다.

전쟁 일어나면?

그렇다면 우리나라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북한의 가장 큰 위협은 장사정포다. 북한 장사정포는 대략 700문이 있고 개전 초기에 한미 연합군 공군에 의해 거의 괴멸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살아남은 포들이 반격할 수 있다. 장사정포는 분당 십여 발을 쏠 수 있는 일반 소형 곡사포와는 다르게 분당 두세 발 정도 발사 가능하다. 하지만 서울시내에 수백발이 떨어진다면 초토화되는 건 매한가지. 

장사정포의 사거리는 대략 55km 정도로 휴전선 북쪽 5km 정도 지점서 사격을 한다고 가정하면 서울 북부 및 강남 지역까지 도달 가능하다. 지리적으로 서울이나 경기 북부, 인천에 거주하는 국민들은 위도 상 서울 강남의 개포동 이남으로, 가능하면 하남 수원 선까지 이동해야 화를 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화생방 상황이 닥친다면 공업용 마스크와 생수병은 필수다. 화학무기 공격을 받았을 때 몇 미터를 더 뛰어 도망갈 수 있느냐가 생사를 가르기 때문. 서울 강북의 경우 지하철 노선을 따라서 지하도로 대피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한강은 다리를 건너서 도하하면 된다.

북한 방사포는 사거리가 60∼300km로 매우 다양한데 역시 개전 초기 한미 공군에 의해 초토화돼 대부분 작동 불능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살아남은 방사포가 있다면 GPS가이드를 이용해 계룡대나 청남대, 용인 3군사령부 등을 노리고 발사될 확률이 높다.

운이 없으면 민간 지역에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방사포에도 완전히 안전하고 싶으면 경북 남부(대구 북부 지역) 또는 전라도 지역까지 내려가는 것이 좋다. 북한의 미사일 공격은 패트리어트와 사드로 방어가 된다.
 

하지만 가끔 사드 망을 벗어나 탄착하는 미사일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사드의 방어력은 사드 레이드 배치 지역에 가까울수록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혹시 모를 북한 미사일 공격에서 가장 안전한 방법은 사드 배치 지역에 가까운 대구 주변 지역 정도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연일 발사 위협…주변국들 초긴장
우리 국민은? 미리미리 대비해야

현재 북한 잠수함은 큰 위협은 되지 못하지만 최악의 경우 핵탄두를 어뢰에 실을 수 있다. 이 때 북한은 최대의 타격을 주기 위해 해안 공업지대나 핵발전소 지역에 어뢰를 발사할 확률이 높다.

북한 핵 잠수함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는 울산, 여수, 창원, 부산, 경주 등을 벗어나 해안서 5km 밖으로 벗어나는 것이 좋다. 특히 원자력 발전소에선 20km 이상 벗어나고 대규모 화학플랜트서도 10km는 벗어난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또 북한이 장사정포나 미사일 탄두에 화생방 물질을 넣어서 공격할 경우가 있다. 평소 방독면 또는 공업용 마스크를 구입해 두고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리면 무조건 폭발 장소로 부터 수백미터 도망가는 것이 좋다.

이미 폭발을 했을 경우라도 안전하다는 생각은 버리고 절대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화학탄은 폭발 후 공기에 퍼지면서 주변 수십∼수백m에 천천히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오는 23일 올해 들어 처음으로 전국단위로 민방위 훈련이 실시된다.

을지프리덤가디언(한미합동군사연습·8월21∼31일)과 을지연습(정부 차원의 국가 비상사태 대처 훈련·21∼24일) 기간 중에 있을 이번 민방위 훈련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 위협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실시돼 국민적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 
 

이번 훈련의 핵심은 북한의 미사일·대공포 공습 상황을 가정해 지하철역이나 건물 지하 등 지정된 전국 1만8000여곳의 대피 시설로 신속하게 대피하는 것이다. 현재 정부 주도의 민방위 훈련은 연간 총 5회 실시한다.

훈련 종류로는 민방공 대피훈련(1회), 재난 대비훈련(2회), 민방위 시범훈련(1회), 민방위 종합훈련(1회) 등이 있다. 민방위 훈련은 1975년 창설된 민방위대를 주축으로 실시된다. ‘민방위’란 원래 전쟁에 의한 재해를 대비하는 민간인의 방호활동을 뜻한다.

그러나 전쟁 이외의 자연·인위적 재해에 대처하는 넓은 의미의 방호·구조·복구활동으로 개념이 확대됐다. 현재 민방위 조직은 ‘민방위기본법’에 따라 편성·운영되고 있으며 중앙에 중앙민방위협의회가 있고, 지방에 지역민방위협의회가 설치돼있다.

민방위 훈련은 근래 들어 안보 불감증과 맞물려 ‘귀찮은 훈련’으로 여겨져 왔다. 2014년 국민재난안전연구원이 시민 1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4%(108명)가 대피소의 위치조차 모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훈련을 몸으로 직접 익히지 않으면 실제 위협 상황이 닥쳤을 때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직접 익혀야…

정부가 만든 애플리케이션 ‘안전디딤돌’이나 인터넷 사이트 ‘국민재난안전포털’에 접속하면 전국 민방공 대피소 1만8871곳의 위치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집이나 회사 주변 대피소가 어디에 있는지 미리 확인해두는 것도 필요하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북풍’ 일본 피난법


최근 들어 강해지고 있는 ‘북풍’이 일본 공중파에까지 등장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았을 때 피난방법을 설명하는 방송 및 신문 광고를 실시했다. 정부가 전국 지자체와 함께 북한 미사일 공격에 대한 주민 대피 훈련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공중파와 신문 광고에까지 나선 것이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다는 명분이지만 북한발 공포를 지나치게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송 광고는 30초짜리로 첫머리 부분에 북한미사일이 일본에 떨어질 우려가 있을 경우 ‘전국순간경보시스템’(J Alert)으로 긴급정보가 전달되는 상황을 설명한다. 이어 3가지 피난행동을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한다. 

①튼튼한 건물이나 지하로 피난할 것 ②건물이 없으면 몸을 가릴 수 있는 곳에 숨거나 땅에 엎드려 머리를 보호할 것 ③실내에 있다면 창문에서 멀어지든지 창문이 없는 방으로 이동할 것이다. 

일본에선 지난 3월 아키타현 오가시 등에서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주민 대피 훈련을 이어오고 있다. 자위대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지상배치형 요격미사일 ‘PAC3’ 전개훈련을 이달 전국 4개소에서 실시하기로 하고 이를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