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골프 위상 알린 US여자오픈 '이모저모'

‘상위권 싹쓸이’ 태극낭자들의 잔치

지난달 17일 미국 뉴저지 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GC에서 끝난 제72회 US여자오픈은 한국 골프팬들을 열광시켰고 미 대통령 트럼프마저 우승자 박성현을 향해 기립 박수케 했다. 올해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LPGA에 진출한 스타 골퍼 박성현은 LPGA 첫 승을,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 우승으로 장식했다. 아마추어 최혜진이 준우승을 거둔 것을 비롯해 10위 안에 8명의 한국 선수들이 포진했다. 한국에게 잔치마당이 된 US여자오픈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봤다.

올해 미국 진출한 박성현(24  ·KEB하나은행)은 그 이름에 걸맞게 첫 우승을 메이저 대회로 장식했다. 첫날 58위에서 매 라운드 둘째날 21위, 셋째날 4위에 이어 최총라운드에서 1위에 오른 박성현은 닥공(닥치고 공격)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기적의 역전승
수퍼루키의 힘

3타차 단독 4위로 마지막 라운드에 오른 박성현은 전반에만 2타를 줄여 우승 경쟁에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12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공동 선두에 오른 박성현은 15번홀(파5)에서 5m가량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1타차 단독선두로 나갔다. 기세가 오른 박성현은 가장 어렵다는 17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핀 2m 지점에 떨어뜨려 버디로 연결하면서 2위 그룹을 2타차로 따돌렸다.

그러나 우승을 코앞에 두고 박성현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위기를 맞았다. 세 번째 샷이 홀을 훌쩍 넘어간 것. 핀까지 15m가량의 거리였지만 그린 초입까지는 오르막 경사였다가 뒤로는 내리막이어서 어프로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막힌 범프 앤 런샷으로 네번째 샷을 홀에 가깝게 붙여 파세이브에 성공하면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선두와 3타 차 역전승이었다. 두 자릿수 언더파 우승은 2004년(멕 맬런 10언더파) 이후 13년 만이다. 

올해의 LPGA투어 신인상도 사실상 확실시 된다. 우승 상금 90만달러를 획득한 박성현은 시즌 상금 145만636달러로 유소연(170만2905달러)에 이어 단숨에 2위로 올라섰다.


박성현의 이번 우승에 캐디와의 호흡도 한몫 했다. 박성현은 첫 캐디 칸과 결별했다. 칸은 폴라 크리머(미국)와 12년간 함께 호흡을 맞췄고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박세리의 캐디도 맡았던 베테랑 캐디지만 박성현과는 좋은 호흡을 보이지 못했다. 박성현은 세심한 스타일의 칸보다 공격적 성향을 살려줄 캐디가 필요하다 판단했다. 결국 박성현은 6월 초 개막한 숍라이트클래식부터 전인지의 메이저 우승 도운 데이비드 존스와 함께했다. 공격적 성향인 박성현의 캐디로 낙점된 존스는 US여자오픈 우승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이번 박성현의 우승으로 72회째를 맞은 US여자오픈의 역대 한국 우승자는 8명, 우승컵은 9개가 됐다. 

1998년 박세리가 첫 우승자가 된 후 김주연(2005), 박인비(2008·2013), 지은희(2009), 유소연(2011), 최나연(2012), 전인지(2015), 박성현(2017)이 우승 계보를 이어갔다.

트림프마저 아낌없는 찬사
속 좁은 크리스티 평가절하

아마추어 골퍼 최혜진(18·학산고)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US여자오픈에서 단독 2위에 오르며 대형 신인의 등장을 알렸다. 부산 학산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최혜진은 4라운드를 선두 펑샨샨(28·중국)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했다. 

전반 2타를 줄이며 한 때 단독1위에 오르기도 한 최혜진은 16번홀(파3)에서 티샷을 물에 빠트리며 더블 보기를 범해 3위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고 마지막 18번 홀에서 버디를 기록, 최종합계 279타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아마추어에게는 상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54만달러(약 6억원) 상금은 공동 3위 유소연(27)과 허미정(28)에게 나눠서 돌아갔다. 하지만 최혜진의 279타는 아마추어 최저타 기록으로 남았다.


1967년 캐서린 라코스테(프랑스) 이후 50년 만에 아마추어 우승에 도전했기에 아쉬움은 컸다. 16번홀만 아니었더라면 리디아 고(20·PXG)가 보유한 메이저대회 최연소 신기록(18년4개월)과 US여자오픈 최연소 우승 기록을 동시에 갈아 치울 수 있었던 최혜진이다.

최혜진의 US여자오픈 출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US여자오픈 한국 지역 예선에서 본선 진출권을 획득했고, 본 대회에서는 아마추어로 가장 높은 34위에 올랐다. 올해도 예선을 거쳐 본선 진출권을 획득했다. 최혜진은 이번 대회 4라운드 모두 언더파를 기록했고, 그린 적중률 공동 5위(75.0%), 퍼트 공동 8위(평균1.58개), 평균 비거리 12위(245.96야드), 페어웨이 적중률 공동 13위(82.1%)에 올랐다.

중학교 3학년 때 태극마크를 달았고,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거는 등 일찌감치 아마추어 최강으로 군림해온 최혜진은 이번 시즌 한국여자오픈 4위에 이어 초정 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5년 만에 국내 무대 정상에 오른 아마추어가 됐다. 오는 8월 만 18세가 된 뒤 9월쯤 프로로 전향할 계획이다.

최혜진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상금을 받지 못해 유감인가’라는 질문에 “내가 우선시 한 목표는 이곳에 출전해 경쟁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내가 2위로 마쳤다는 것이 더 의미 있고 더 큰 영광이다. 상금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혜진의 롤모델은 골프 여제 박인비다.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서 박인비가 부상을 딛고 금메달을 따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고 이후‘세계 1위, LPGA 진출’ 등의 목표 외에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추가됐다.

올 KLPGA투어 대상 포인트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정은(21·토니모리)은 첫 출전에서 공동 5위에 올랐다. 김세영(24·미래에셋), 이미림(27·NH투자증권), 양희영(28·PNS창호)이 공동 8위(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에 입상하는 등 이번 대회 톱 10에 8명의 한국 선수가 포진했다.

떠오르는 샛별
그녀를 주목하라

사흘내 단독선두에 자리하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 기대됐던 펑산산은 동반자인 최혜진에게 시종일관 끌려 다니는 플레이 끝에 3타를 잃고 공동 5위(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로 대회를 마쳤다. 세계랭킹 1위 유소연은 공동 3위(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에 입상하면서 1인자 자리를 굳건히 했다. 허미정(28  ·대방건설)도 이날 4타를 줄여 자신의 US여자오픈 최고 성적인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LPGA 베테랑 선수 크리스티 커(40·미국)는 한국 여자골프의 강세 이유를 분석하면서 한국을 다소 비하하는 듯한 발언으로 질투심을 드러냈다. 미국 골프전문 매체 <골프닷컴>은 US여자오픈이 끝난 지난달 18일 “최근 10년간 US여자오픈에서 한국 선수가 7차례 우승했고, 올해 대회에선 1위부터 4위까지 한국 선수들이었다”며 “미국 선수 중에서는 공동 11위 마리나 알렉스가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고 비교했다.

한국 독무대
최강 재확인

<골프닷컴>은 한국 여자골프 선수들이 중요한 대회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내는 이유를 크리스티 커에게 물었다. 커는 “한국 선수들의 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라고 답했으나 <골프닷컴>은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는 28명, 미국 선수는 54명이었다”며 제대로 된 분석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골프닷컴>은 “두 나라의 운동 유망주들이 어떤 종목에 끌리는지 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골프닷컴>은 “미국은 운동에 재능이 있는 소녀들이 미국여자프로농구(WNBA)를 바라보거나 상금이 큰 테니스 쪽으로 진출한다”며 “또는 축구나 수구를 하는 등 여러 선택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현 LPGA 첫승 신고…신인왕 예약
아마추어 돌풍 최혜진…10위권 내 8명

그러자 커는 “한국에서는 골프 아니면 공부”라며 동의의 뜻을 나타냈다. 즉 미국에서는 좋은 운동 신경을 가진 여자 선수들이 여러 종목으로 퍼져 나가지만 한국은 골프에 집중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크리스티 커는 2015년 8월에는 한국 선수들을 가리켜 “하루에 10시간씩 훈련하는 기계들”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박인비는 다른 기자회견에서 “커가 한국 선수들을 기계에 비유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들(미국 선수들)은 더 좋은 기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US여자오픈이 열린 골프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유한 미국 뉴저지 주 베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이었다. 개막을 앞두고 미국 현지에서는 장소 논란이 뜨거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여성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선 이후에도 US여자오픈 개최 장소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데이비스 미국골프협회(USGA) 이사를 만나 “개최지를 바꾸면 고소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결국 대회는 트럼프 내셔널GC에서 열렸고, 그는 제72회 US여자오픈 골프대회를 2라운드부터 사흘 연속 관람했다. 주요 20개국(G20) 회담을 마치고 유럽에서 돌아온 날 곧바로 대회장으로 날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15번홀(파5) 옆에 마련한 프레지던츠 박스에 렉시 톰슨, 크리스티 커, 폴라 크리머 등 미국 선수들을 초청해 대화를 나누고 격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회 시상식에도 참석해 우승자에게 트로피를 건네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을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사랑은 각별했다. 미국 대통령이 미국골프협회 주최 대회를 참관한 것은 역대 3번째이며, US여자오픈 방문은 처음이었다.

압도적 기량
트럼프도 놀라

박성현이 코스를 이동하는 순간 유리창 너머로 트럼프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서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 비쳤고 최혜진이 15번홀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던 상황에서 트위터를 통해 “US여자오픈 현장에 와 있다. 아마추어 선수가 몇십년 만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한다. 무척 흥미롭다”고 적었다. 경기 후에는 “박성현의 대회 우승을 축하한다”라고 글을 올렸다. 미국 선수들은 그들의 내셔널 타이틀 대회에서 누구도 톱10에 오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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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