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하이브리드카 핵심 부품 사업 본격 진출
오토넷 합병으로 전장부문 강화 “그룹 종합지원”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영환경이 불투명하다. 세계경기 침체 양상으로 번지면서 그 불확실성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장치산업인 자동차산업 침체는 그 어떤 변수보다 무서운 복병. 전세계 자동차업계는 인원 구조조정·공장폐쇄·감산 등 특단의 조치를 내리는 등 잔뜩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모비스의 분위기는 다르다. IMF 외환위기를 오히려 도약의 계기로 삼았던 현대모비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오히려 변화를 주도하고 묵직하게 경쟁력을 키워온 현대모비스는 오늘의 위기상황에서 또 한번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1999년 자동차부품 전문회사로 변신하고 모듈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온 현대모비스는 현재 세계적 수준의 모듈 경쟁력을 갖췄다. 각종 핵심부품 생산은 물론 핵심기술을 독자개발하면서 점점 지능화된 모듈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전개되는 지금 현대모비스는 또다시 10년 뒤를 바라보며 신발 끈을 동여매고 있다. 이번엔 하이브리드카 핵심부품은 물론 자동차 섀시 전자 및 전장품 사업으로 미래 자동차산업을 견인한다는 복안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증권사·경제연구소 등이 어려운 경기전망을 한창 내놓던 지난 10월. 현대모비스는 각 언론사에 향후 신규사업 진출에 관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바로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인 하이브리드카(HEV)의 핵심부품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미래 핵심사업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핵심부품 사업을 그룹 내 자동차부품 전문 업체가 전담함으로써 세계적인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할 목적으로 현대·기아차그룹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결정한 사안이었다. 앞으로 주력 부품계열사를 통한 하이브리드 자동차 핵심부품의 국산화와 기술 및 품질향상을 통해 현대·기아차그룹의 친환경 자동차 경쟁력도 더욱 힘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었다.
현대모비스의 하이브리드카용 핵심부품은 구동모터와 통합팩키지모듈(IPM).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 구동모터는 기존 일반차량의 엔진 역할을 분담한다. IPM은 배터리와 전기모터 및 배터리 제어기능은 물론 배터리 전압을 저전압으로 변환하는 기능 등을 두루 갖춘 통합 기능을 수행한다.
이들 부품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전용부품 중 기능 기여도 부분에서 80% 이상을 차지할 만큼 핵심적인 부품이다. 특히 이 부품들은 하이브리드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술개발 경쟁이 한창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와 연료전지차(FCEV) 등 미래 친환경 자동차에도 함께 적용할 수 있는 공용품이다.
현대모비스 모듈사업본부장인 임채영 부사장은 “2012년까지 하이브리드카 부품 개발에만 총 1천여억원의 투자를 계획하는 한편 현재 60여명인 하이브리드카 부품 연구개발 등 관련 인원도 2백여명 수준으로 확충해 나갈 방침”이라며 “앞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 핵심부품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쏘나타 하이브리드차가 양산되는 2010년 이전 대단위 하이브리드카 부품 전용 공장을 추가로 신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그룹가 추진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에 탄력이 붙게 됐다. 현대·기아차그룹은 내년 아반떼 LPI와 포르테 차종의 하이브리드카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어 2010년 쏘나타 하이브리드카, 2011년 로체 하이브리드카도 각각 양산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또 2013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양산을 위한 준비도 추진 중에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수요 확대가 가속화되면서 관련 시장규모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50만대 수준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세계시장 규모가 2020년 1천4백만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현대모비스는 또 한번의 쾌거를 일궈냈다. 지난 10월 말 정기이사회에서 그룹 내 자동차용 전장부품 생산업체인 현대오토넷 흡수합병을 의결하고, 자동차 전자화사업에 본격 나서기로 한 것. 현대모비스는 오는 12월17일 합병 주주총회에서 관련 안건을 승인받고, 내년 1월 말까지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자동차용 첨단 모듈 및 핵심부품 기술개발을 중점 추진해 왔다. 현대오토넷은 자동차용 전장부품 및 전자제어기술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합병으로 시스템기술과 전자부문을 통합, 인력과 투자를 효율화함으로써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도 현대모비스가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핵심부품 개발 및 통합제어모듈 개발 등 미래기술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 현대·기아차그룹의 미래 자동차기술을 종합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현대·기아차그룹에선 미래형 자동차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전자화기술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현대·기아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오토넷 합병을 통해 앞으로 그룹 내 주력 부품계열사인 현대모비스를 세계적인 자동차 섀시 전자 시스템 및 전장업체로 집중 육성시킨다는 방침이다.
자동차용 전장품의 수요는 자동차의 안전·편의성과 친환경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업계는 자동차에서 전장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현재 30% 수준에서 2010년엔 40%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련 시장 규모도 2010년 1천4백억달러, 2015년 1천9백20억달러 규모로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장인 홍동희 부사장은 “앞으로 현대모비스는 섀시 전자 및 안전시스템은 물론 차체제어 전자장치와 텔레매틱스 등의 전장품, 하이브리드 핵심부품 기술 등 자동차 전장사업 및 미래기술을 아우르는 전문업체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