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우클릭’ 내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7.25 07:57:24
  • 호수 11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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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세지감’ 점점 작아지는 존재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제보조작’ 사건 이후 국민의당의 우클릭 행보가 심상치 않다. 당 지도부의 발언이 보수를 표방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그것과 결을 같이하고 있으며, 당 소속 의원이 보수단체를 섭외해 기자회견을 갖는 등의 일이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호남 대결서 더불어민주당에 밀리자 합리적 보수라 할 수 있는 중도 보수층으로 타깃을 변경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대선 전 국민의당과 안철수 당시 후보는 우클릭 전략을 사용한 바 있다. 일례로 김영환 당시 최고위원은 지난 3월20일에 열렸던 당 최고위원회의서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는 경제인의 구속수사를 자제해야 한다. 해외도피 가능성이 없는 출국금지는 과감하게 해제돼야 한다”며 검찰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수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전략적 포석

안 전 후보는 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우클릭에 집중했다.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선회했으며, 남북 대화를 전제로 한 햇볕정책을 계승할 것이냐는 언론의 질문에 “지금은 대북 제재 국면”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해서도 “유엔 제재안 때문에 당장 재가동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당과 후보의 이러한 발언들은 부동층으로 남아있던 보수 지지자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당시 후보가 ‘촛불민심’으로 대변되는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자 ‘대통령 탄핵 사태’로 무주공산이 된 보수 성향의 지지층으로 눈길을 돌린 것이다. 양강 체제를 원하던 국민의당과 안 후보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국민의당은 중도 정당을 표방하고 있지만 지역적 기반과 소속 의원들의 성향을 보면 중도 진보라 말할 수 있다. ‘합리적 보수’를 표방하는 바른정당의 진보 버전이 바로 국민의당이다. 그래서 두 당은 왼쪽의 정의당·민주당, 오른쪽의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 다른 제3지대 정당으로 분류된다.

보수·진보라는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사안별로 경계를 넘나든다는 게 이들 제3지대 정당의 전략이다. 우리나라 중도층은 통상 전체 국민의 40∼50%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두텁다. 이 때문에 지금의 다당제 구조에서는 산술적으로 중도층의 표심만 잡아도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이들 중도층은 열성층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지지 정당을 바꿀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

3주 연속 최하위, 정의당에도 밀려
둑에 난 구멍 막으려 보수 손잡나

이번 ‘문준용 제보조작’ 사건서 이러한 맹점이 잘 드러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7월10일부터 14일까지 5일 동안 성인 25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7월2주차 정당지지율 주간집계 조사 결과(17일 발표)를 보면 국민의당은 5.4% 지지율을 기록, 3주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제보조작 사건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국민의당의 존폐까지 거론되며 부침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과의 흡수·통합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당 입장에선 어떻게든 힘든 시기를 버텨내야하지만, 낮은 지지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혹 지역 정가서 탈당 바람이라도 일어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어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지경이다.


이렇듯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의당서 미세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보수층이 좋아할 만한 발언들이 당 내부에서 조금씩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한미동맹에 대한 강조다. 

지난 19일 오전에 있었던 국민의당 제21차 비상대책위원회의 모두발언서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남북 대화를 제의한 문재인정부에 대해 “(백악관은) 한국과 미국이 면밀한 사전협의가 없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한미동맹이 손상이 되거나 균열이 되지 않는 전제 하에서 적극적인 대화요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 움직임을 강화하고, 유럽연합(EU)도 추가 대북 제재에 돌입하고 있는 시점에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는 국제공조를 무너뜨리고 문제를 더 꼬이게 할 수도 있다”며 “또 의도와는 다르게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돕는 결과도 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북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방들의 협조가 절대적이다”며 미국과의 공조를 강조했다.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는 한국당과 함께 ‘특검’ 도입을 외치고 있다. 지난 10일 국민의당은 긴급의원총회를 열어 제보조작 사건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 취업특혜 의혹을 규명하는 특검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 야당이 특검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하자 국민의당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더 나아가 국민의당은 지난 13일 취업특혜 의혹과 제보조작 사건을 동시에 수사하는 특검법을 발의했다. 표면적 이유는 진상규명이었지만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일종의 협박성 ‘물타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발의된 법안의 내용에도 이러한 의혹이 짙게 나타난다. ‘대통령은 국회 교섭단체 중 이번 사건과 관련된 자가 속한 정당이 아닌 정당이 합의해서 추천한 특별검사 후보자 2명 중 1명을 특별검사로 임명해야 한다’고 적시돼있다. 

즉 제보조작 사건의 당사자인 국민의당과 취업특혜 의혹과 연관있는 민주당을 뺀 한국당과 바른정당에 특검 추천권을 준다는 의미다. 이는 현재까지도 취업특혜 의혹을 밝혀야 한다는 보수층의 요구에 국민의당이 응답하는 모양새다.

보수단체 화답

지난 17일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이하 전학연) 등 보수단체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학연은 국정교과서 폐지를 반대하고 탄핵반대 집회에 참여한 대표적인 보수성향의 단체다. 이들은 기자회견장서 학교 급식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하며 ‘밥하는 아줌마’ 발언으로 논란이 된 국민의당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를 비호하고 나섰다. 

이경자 전학연 공동대표는 “이 의원이 급식조리종사원들에게 ‘밥하는 아줌마’라는 말을 해 힘들어하고 있는데 나는 오히려 올바른 소리를 한 의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국민의당 장정숙 의원이 주선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성 없는 국민의당

지난 19일 국민의당 서울시당 주최로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나아갈 길’ 토론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당 내부 인사뿐 아니라 외부 인사도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그러던 중 외부 인사가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의 이른바 ‘밥하는 아줌마’ 발언 파문에 대해 “급식소 분들을 상당히 가슴 아프게 한 말실수”라며 “사과 아닌 사과를 하고, 당은 거기에 대한 아무 설명도 없이 넘어갔다”고 질타하자 당 간부인 박명현 재외국민위원장은 “밥하는 X이라고 한 것도 아닌데 무슨 문제냐”며 “밥하는 아줌마는 정다운 말”이라고 반박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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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