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A구치소 마약파티설 ‘진상’

모두 잠든 시간 삼삼오오 투약?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치소 수감자들이 ‘마약파티’를 벌였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한 수감자가 구치소에 반입된 향정신성의약품을 교도관 모르게 숨겨뒀다가 다른 수감자들과 함께 투약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구치소 측에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구치소 마약파티설의 진상을 <일요시사>가 따라가 봤다.
 

최근 톱 아이돌 그룹의 멤버, 유명 밴드 출신 가수가 대마초 흡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또 여성 보컬 그룹의 한 멤버는 지인이 자신에게 마약을 권유했다는 내용을 SNS에 폭로해 논란을 빚었다. 

연예계 마약 스캔들이 자주 보도되면서 초기에 비해 놀라움의 정도가 줄고 있다. 심지어 몇몇 연예인들은 예능 프로그램서 과거 마약 투약 혐의로 수감됐던 사실을 ‘셀프 언급’하며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마약 스캔들↑
이제 별거 아냐?

일각에선 마약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사라졌다고 지적한다. 대중에게 친숙한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가 마약 관련 범죄에 연루되는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무뎌졌다는 분석이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별다른 제재 없이 다시 방송이나 경기에 얼굴을 비추는 일이 잦아지면서 마약 범죄는 ‘눈 감아 줄 수 있는 수준’이 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안일한 인식과는 달리 마약 범죄는 여전히 횡행 중이다. 특히 인터넷과 SNS가 폭발적으로 발달하면서 마약 구입경로가 이전보다 다양해졌다. 경찰청은 최근 인터넷과 SNS, 국제우편 등을 이용해 마약을 구입한 마약류 사범이 최근 5년 새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환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해피벌룬이 클럽과 술집을 넘어 일반 사회에까지 무차별로 유통되는 등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다. 해피벌룬을 과다 흡입한 20대 남성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지만 대책은 전무한 상태다. 

환경부와 식품의약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해피벌룬의 원료인 아산화질소를 환각 물질로 지정하겠다고 밝혔지만 본격적인 단속은 8월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그마저도 실효성 여부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문제는 이처럼 사회 전반에 걸쳐 암암리에 퍼지고 있는 마약 관련 사건이 버젓이 구치소서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온 점이다.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 중인 A씨는 담당 교도관들이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 이하 향정약품)으로 지정돼 있는 약품을 교부하는 과정서 투약 확인을 생략하는 등의 허술한 점을 악용해 한 수감자가 약품을 모아뒀다고 주장했다. 

“밤마다 시끄러워 못살겠다”
연루 의혹 수감자 5명 고소

또 모아둔 약품을 다른 수감자들에게 나눠줘 취침 시간 등에 함께 투약하며 마약 파티를 벌였다고 덧붙였다. A씨에 따르면 마약파티는 2월17일부터 3월19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수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A씨는 이 과정서 소음·소란이 지속돼 수면장애, 환청, 이명 등 정신적·육체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또 사건을 미연에 방지했어야 할 구치소 측에서 담당 교도관을 관리·감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마약파티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수감자 5명과 구치소장 등 6명을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한 상태다.

향정약품은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이다. 다시 말해 환각·각성·습관성·중독성이 있는 의약품을 뜻한다. 환각을 유발·발동시키는 물질도 모두 여기에 속한다고 보면 된다. 특히 오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인체에 현저한 위해가 있다고 인정되는 것을 말한다.

일반인은 향정약품을 사용하지 못하며 약국 역시 반드시 처방전서 따라서만 취급할 수 있다. 제조업자·의료기관·약국 등은 향정약품의 판매·수수에 관한 장부를 작성·비치하고 판매 또는 수수할 때마다 그 내용을 기재해야 한다. 여기에 매수인과 양수인의 서명과 날인도 필요하다. 또 향정약품은 잠금장치가 설치된 장소에 보관하도록 한다.

향정약품은 오·남용 가능성과 그에 따른 위험의 정도에 따라 가목서 마목까지 세분화돼있다. 가목은 오남용 우려가 심해 의료용으로도 쓰이지 않는다. 안전성이 결여돼있어 이를 오남용할 경우 심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킨다. 성관계시 흥분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최음제인 ‘고메오’가 여기에 분류된다.

필로폰, 암페타민 등은 나목에 속한다. 오용하거나 남용할 우려가 심하고 의료용으로도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다목은 가목과 나목에 규정된 것보다 오용하거나 남용할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고 의료용으로 쓰이는 약물을 말한다. 데이트 강간 약물로 알려진 플루니트라제팜 등이다. 

라목은 다목보다도 오·남용 우려가 적은 약물로, 프로포폴이나 일명 물뽕이라고 불리는 GHB(Gamma Hydroxy Butrate) 등이 해당된다.

투약 확인 소홀
약 모아놨나?

교정시설 내 반입이 가능한 향정약품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 다목부터 라목까지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규정돼있다. A씨에 따르면 피고소인 가운데 한 명인 B씨가 다른 수감자들에게 교부한 향정약품은 졸피뎀 복제약, 디아제팜, 루나팜, 스틸록스 등이다. 졸피뎀과 디아제팜은 교정시설에 반입 가능한 향정약품 라목에 해당된다.

구치소 측에서는 A씨가 제기한 의혹이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구치소 관계자는 “수용자의 가족으로부터 향정약품 교부 신청이 있을 경우, 외부 의료시설서 발급한 의사의 진단서 및 처방전을 제출하도록 한다”며 “의무관과 약무관 또는 전문가의 의약품 감정을 받은 후 필요한 경우에만 허가해 반입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했다.

이 과정을 거쳐 반입된 향정약품은 분류 후 자물쇠 등의 시건장치가 있는 2중 캐비닛에 넣어 잠금장치가 설치된 의약품 창고에 보관한다고 강조했다. 또 매일 수량과 보관상태 등을 확인하고 있으며 담당자 외 출입을 일체 통제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A씨가 언급한 사건이 일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향정약품 투약 확인 과정이 허술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구치소는 “향정약품은 필요 최소량만 투약하고 있다. 투약일에 담당 근무자에게 교부해 투약수용자에게 1회분씩 지급하면서 동시에 복용여부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정약품의 경우 수용자의 복용여부를 입속까지 확인한다”고 덧붙였다.


자체 조사 결과
“절대 아니다”

또 A씨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자체적으로 이미 조사를 마쳤다는 입장이다. 당시 담당 근무자는 투약 확인 과정을 확실히 이행했고 마약파티를 했다고 지목된 수감자들은 “처방받은 약을 나눠 먹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마약파티에 사용됐다고 A씨가 주장한 약품의 종류는 처방되거나 반입된 사실이 없다”며 “거실 검사 결과 어떠한 향정약품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A씨는 자신이 마약파티에 대해 제보했을 때 구치소 측이 사건을 은폐·축소하기 위해 마약파티 의혹 대상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증거물 확보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도리어 사건의 피해자나 다름없는 자신을 소란행위로 징벌·경고 처분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A씨는 지난 3월 소란 혐의로 징벌위원회에 회부돼 ‘경고’ 처분을 받았다.

구치소 측 “일방적인 주장”
향정약품 관리에 문제없어

구치소에 따르면 A씨는 3월19일 오후 3시경 비상벨을 계속 누르고 고성으로 근무자에게 항의하며 거실에 있는 다른 수용자들과 다른 수용거실 수용자들의 수용 생활을 방해했다. A씨는 마약파티서 시작된 사건이 자신에 대한 경고 처분으로 끝난 것에 대해 구치소장의 직권 남용과 직무 유기라고 비판했다.
 


A씨는 “수감 전 진료나 처방 기록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다량의 향정약품을 처방해주는 병원들이 마약파티 등 사건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며 “해당 처방전을 받아오는 사람 역시 수감자의 보호자나 가족이 아니라 출소한 마약류 사범 동료가 부적절하게 발급받아 전달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A씨가 지적한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 실제로 있었다. 2013년 부산·창원·통영·진주 지역 교도소 재소자들에게 진찰도 하지 않고 향정약품을 처방해준 혐의로 부산과 전북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두 명이 불구속기소됐다. 

검찰 조사 결과 교도소에 수감된 마약사범들은 교도소와 진료 계약을 체결한 정신과 의사 장모씨와 신모씨의 도움으로 환각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향정약품을 상습적으로 복용해 왔다.

장씨는 재소자의 지인이나 가족이 찾아와 정신불안증세 등을 호소하면 1인당 최소 5일서 한 달간 복용할 수 있는 디아제팜, 라제팜, 졸피뎀 등의 향정약품을 처방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장씨가 약을 처방해준 재소자 18명 가운데 17명은 마약 사범이었다. 신씨 역시 약 1년간 교도소 재소자 25명에게 진찰도 없이 42차례에 걸쳐 향정약품을 처방한 혐의를 받았다. 신씨로부터 처방받은 재소자 가운데 마약사범은 7명이었다.

수감자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약품을 타낸 뒤 우편으로 교도소에 보낸 혐의를 받던 인물은 당시 수배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수배된 그는 수감자의 주민등록번호로 신분을 속이는 등 재소자 인적사항을 도용해 두 의사들로부터 처방전을 받고 처방전과 향정약품을 등기 우편으로 재소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재소자들은 장씨와 신씨가 진찰을 하지 않고 향정약품을 처방해준다는 사실을 알고 지인과 가족 등을 보내 처방전을 받도록 했다. 복역 중인 마약사범들에게 향정약품을 제한 없이 복용하도록 한 의사들이 적발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당시도 교정당국의 재소자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처방전 없이
약주다 적발

최근에는 향정약품을 처방받아 건네주는 등 재소자에게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교도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지난해 12월 인천지검 강력부는 인천구치소 교도관 C씨를 체포했다. 그는 마약성분이 함유된 다이어트 약을 수감자에게 수차례 전달해주는 등 편의를 제공하고 금품을 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2부는 지난 2일 C씨에게 징역 3년6개월과 벌금 4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공직사회의 청렴성과 공무원이 처리하는 사무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며 “피고인이 법정서 진술을 번복하고 있어 범행을 진정으로 뉘우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졸피뎀·디아제팜·루나팜·스틸록스는?
잠 안온다고 막 먹었다간…

구치소에 수감된 A씨는 자신이 고소한 피고소인들끼리 마약파티를 벌일 때 졸피뎀, 디아제팜, 루나팜, 스틸록스 등이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졸피뎀은 불면증 치료용으로 쓰이는 수면 유도제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서 졸피뎀 부작용과 관련된 사건이 대대적으로 드러나면서 큰 논란을 빚었다. 졸피뎀은 복용 후 전날 한 행동을 기억 못하는 증상이 나타날 때가 있어 ‘제2의 프로포폴’ 이라 불리기도 한다.

디아제팜은 정신안정제나 골격근 이완제 등으로 쓰이는 약물이다. 약물 효과에 따라 임의로 용량을 증가시키면 안 된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습관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10일 이상 꾸준히 사용한 경우에는 의사 지시 없이 갑자기 중단하면 좋지 않다.

의식 없이 운전하는 경우도

식품의약품안전처서 최면진정제로 분류한 루나팜은 수면 운전과 같은 복합 행동이 보고된 바 있다. 수면 운전은 수면진정제 복용 후 완전히 깨지 않은 상태서 운전하며 환자는 이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또 루나팜 복용 후 음식 준비, 음식 먹기, 전화하기, 성관계 등의 복합 행동을 한 환자의 사례가 알려지기도 했다. 환자는 기억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최면진정제인 스틸록스는 완전히 각성된 상태서 진행해야 하는 다른 행동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취침 직전에 1회 복용하되 약물 복용 후 기상 전까지 최소 7∼8시간의 간격이 필요하다. 다른 수면제들과 마찬가지로 장기간 사용은 권장되지 않는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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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