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43)총력전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7.24 10:18:59
  • 호수 12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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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태종의 도발…신라의 타계책은?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제대로 답하지 못하자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와 혀 차는 소리가 이어졌다.

“그래서 어찌 대응했습니까?”

알천이 은근히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신라는 형편이 궁하고 계책이 다하여 오직 대국에게 위급함을 알려 온전하기를 바랄뿐이라 했습니다.” 

“당의 황제가 뭐라고 합디까?”


세 가지 방법

“내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할 테니 신라 사절들은 잘 듣고 판단하도록 하오”

당태종이 사신들을 바라보며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첫째, 내가 변방의 군대를 조금 일으켜 거란과 말갈을 거느리고 곧장 쳐들어가는 방법이오. 그런 경우 고구려와 백제가 침공을 멈추면 신라는 일 년 정도의 시간 여유를 가질 수 있소. 그러나 이후 이어지는 군대가 없음을 알면 도리어 침략을 멋대로 하여 여러 나라가 함께 소란해질 것이니, 그대 나라도 편치 못할 것이오.”

당태종이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말을 이었다.

“둘째, 우리가 신라에게 수천 개의 붉은 옷과 붉은 깃발을 주는 방법이오. 그런 경우 두 나라 군사가 이르렀을 때 그것을 세워 진열해 놓으면 그들이 보고서 우리 당나라 군사로 여겨 반드시 모두 물러갈 것이오.”

“하오면 세 번째는?”


“백제는 바다의 험난함을 믿어 병기를 수리하지 않고 남녀가 어지럽게 섞여 서로 즐기며 연회만 베푸는 나라요. 그 틈을 이용해서 내가 직접 수십 수백 척의 배에 군사를 싣고 소리 없이 바다를 건너 곧바로 그 땅을 습격하는 방법이 있소.”

염종을 비롯한 신라 사절들의 표정이 밝아지는 순간 당태종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대 나라는 여자를 임금으로 삼고 있으므로 이웃 나라의 업신여김을 받게 되었소. 그러니 임금의 도리를 잃어 도둑이 드나드니 해마다 편안할 때가 없소. 그런 경우 내가 왕족 중 한 사람을 보내 신라의 왕으로 삼되, 자신이 혼자서는 왕 노릇할 수 없으니 마땅히 군사를 보내 호위케 하고, 그대 나라가 안정되기를 기다려 그대들 스스로 지키는 일을 맡기려 하오”

당의 왕족으로 하여금 신라의 왕으로 삼는다는 말을 할 때 염종 이하 사절들의 얼굴이 잿빛으로 변해갔다.

“내가 그대들에게 세 가지를 제시했으니 잘 생각해보고 어느 계책을 따를 것인지 판단하도록 하오.”

“그래서요?”

모두의 시선이 염종에게 집중되었다.

“그래서.”

“말씀해보세요.”

“구원을 요청하러 갔는데 그 방법을 주었으니, 돌아가서 의논한 후에 다시 전달하기로…….”

“그래서 아무런 답도 못했습니까?”

순간 선덕여왕의 목소리가 올라가자 다시 여기저기서 혀 차는 소리가 이어졌다.


“그렇게 큰소리 치고 가더니 도대체 한 게 뭐요!”

필탄이 비담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저 송구하옵니다만.”

가만히 지켜보던 춘추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말해보세요.”

“지금 한가하게 책임을 물을 게제가 아닌 듯하옵니다. 빨리 다시 사절단을 구성하여 저희의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그에 따른 조처를 강구해야 합니다.”


“그 말이 맞습니다. 언제 저들이 침공을 감행할지 모르는데 지난 일을 두고 갑론을박 해대서야 말이 되겠습니까.”

가만히 있던 비담이 기어코 한마디 했다.

“다시 사신을 보내야 한다면.”

말을 하다 말고 선덕여왕이 춘추를 바라보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전하, 이미 소신의 능력은 드러난 바 있습니다. 하오니 금번 사신으로는 소신과 염종 공을 제외한 다른 사람을 보내심이 가한 줄로 아뢰옵니다.”

“하기야.”

알천이 춘추와 염종을 번갈아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 누굴 보냈으면 좋겠소?”

“아무래도 이번 일은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수고스럽더라도 신라에서 가장 비중 있는 분인 알천 공이 적합하다고 사료되옵니다.”

김춘추의 제안에 모두의 시선이 알천에게 쏠리자 알천이 가벼이 헛기침했다.

당나라 왕족이 신라 왕 된다?
잿빛 된 사절단…대책 세우다

조정회의가 파하자 알천, 필탄 그리고 춘추가 함께 궁을 나섰다.

“이 사람아, 그렇다고 나를 추천하면 어떻게 되는가?”

알천이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춘추를 힐끗 쳐다보았다.

“실상이 그러하지 않습니까.”

“실상이라니?”

“현재 조정에서 대감만한 분이 누가 있습니까. 그러니 당연히 앞장서셔야지요.”

“그건 춘추 공의 말이 맞소. 유사시 신라를 경영할 사람으로 알천 대감만한 분이 어디 있겠소.”

필탄의 말에 알천이 가벼이 헛기침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대감의 확고한 위상을 정립하시지요. 아울러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당나라와의 관계를 놓고 볼 때 그들에게 확고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사람은 알천 대감밖에 없습니다.”

알천이 차마 답하기 힘들었는지 묵묵히 걷고만 있었다.

잠시 말없이 걷고 있는데 김유신이 말을 타고 달려왔다.

다가서자마자 급히 말에서 내린 김유신이 대감들에게 예를 표하고 함께 알천의 집으로 향했다.

“내가 춘추 공의 말대로 당나라에 다녀오겠네. 하지만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네.”

자리를 잡자마자 알천이 모두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문을 열었다.

미처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유신이 의아한 시선을 보내자 춘추가 저간의 사정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다시…….”

설명이 끝나자 유신이 뭔가 말을 하려다가는 황급히 말문을 닫았다.

“할 이야기 있으면 하시게.”

“먼 길 떠나신다니 걱정되어 그러합니다.”

필탄의 반문에 유신이 확실하게 말을 맺었다.

물론 유신은 조정의 대처방법이 언제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왕에 신세를 질 수밖에 없는 처지라면 그대로 지켜보는 것도 한 방편이라 생각하며 가만히 춘추의 얼굴을 살폈다.

“처남, 너무 걱정 마십시오. 이번에는 제가 확실하게 준비하여 대감께서 성공적으로 처리하고 돌아오시도록 하겠습니다.”

춘추가 유신의 마음을 모를 턱이 없었다.

그런 연유로 서둘러 유신의 마음을 채워주어야 했다. 

“어떻게 준비하려는가?”

총력을 기울이다

알천도 유신의 마음을 읽었다는 듯 대화를 이어나갔다.

“국가 간 외교는 반드시 주고받는 게 있어야 합니다.”

“그야 당연한 일이지.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한다는 말인가?”“물론 여주의 힘을 빌지만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해야지요.”

말을 마친 춘추가 유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당연히 매부가 그리해야지. 그런데 저 쪽은 어떻게 해결되었는가?”

물론 비담과 염종 세력들을 의미했다.

“지금쯤 술독에 빠져 있을 겁니다.”

“술독이라니?”

“호언장담하고 길을 떠났는데 아무런 성과 없이 돌아왔으니 무엇으로 화를 삭이겠습니까.”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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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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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