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님의 변심’ 거제에 무슨 일이…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6.26 10:47:14
  • 호수 11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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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배로 갈아탔는데 큰 파도가…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지난 대선 과정서 돌연 자유한국당 탈당을 선언한 권민호 거제시장. 내년 지방선거서 도지사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현재 민주당 입당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역 정가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권 시장의 입당 가능성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 이때 몇몇 유력 의원들이 권 시장 입당에 힘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가 거제시에 떠돌고 있어 그 내막에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권 시장은 지난 4월18일 자유한국당 경남도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당시 권 시장은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탈당을 심각하게 고민해왔다”며 “자유한국당이 대통령 탄핵 이후 이렇다 할 반성의 뜻을 보이지 않아 유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입당설

그러면서 “이런 자유한국당의 정강과 이념이 나와는 더 이상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다. 이번 대선서 자유한국당은 후보를 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권 시장의 행보에 거제 지역 정가는 술렁였다. 그가 타 정당행과 도지사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부터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입당설은 파다하게 퍼진 사실이다. 권 시장 입당설에 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는 집단 반발하는 모양새다.


지난 13일 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당내 반발, 시민여론 악화 등 권민호 거제시장의 민주당 입당은 당 이미지, 가치, 정신을 훼손시킬 우려가 크다”며 “지난 7년간 시정을 이끌면서 보여준 희망복지재단 부당해고 , 대규모 바다매립과 난개발, 여러 의혹, 서민노동자 정서에 반하는 시정 등은 당 정체성과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앞서 권 시장은 민주당 입당설에 대해 지난 12일 한 언론과의 통화서 “아직 입당한다거나 입당하면 언제 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생각을 밝힌 게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거제 지역 정가에선 몇몇 유력 의원들이 권 시장 입당에 힘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여기에 거론되는 인물로는 민주당 김두관 의원, 김경수 의원 등이다. 

김두관 의원은 거제시장 민주당 입당설에 대해 지난 4월23일 “따로 접촉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문재인 후보가 권 시장에게 직접 전화한 것으로 안다”며 “거제 출신 대선 후보가 시장에게 전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지역 정가에 밝은 한 인사는 “권민호 시장 측근들 중 일부가 (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권 시장 민주당 입당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을 하고 다닌다”고 전했다. 그는 “거제지역 정가서는 공공연히 떠도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해당 이야기에 대한 사실 확인을 위해 <일요시사>는 김경수 의원 측에 전화를 취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김 의원께서는) 대선 때 대통령 수행팀장을 맡으셔서 (권 시장과) 개인적 만남은 없으신 것으로 안다”며 “저희 지역도 아니기 때문에 확인도 안 되고 확인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에게 직접 확인이 가능하냐고 묻자 “인사 관련해서는 중립적”이라며 “여쭤볼 기회가 있으면 여쭙고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돌연 자유당 탈당 민주당에 ‘기웃기웃’
다음은 도지사?…수상한 사조직 움직임

지역 정가에 밝은 한 인사는 권 시장의 입당설에 김 의원이 거론되는 것을 두 가지 측면서 설명했다. 우선적으로 권 시장 측에서 민주당 입당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김 의원의 이름을 팔고 다닐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그렇기 때문에 권 시장 측에서 의도적으로 김 의원의 후광을 이용해 민주당에 입당하고 나아가 시장 3선 또는 도지사를 노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만약 반대로 김 의원 측에서 실제로 권 시장의 입당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는 김 의원이 도지사 출마를 고려한 행보로 보인다고 그는 분석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에 패해 낙선한 경험이 있다. 현재 내년 경남도지사를 노리는 후보군으로는 최대 20여명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김 의원은 ‘도지사 불출마’를 이야기한 바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불출마 발언을 번복하고 도지사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또, 두 사람의 지역구가 각각 거제와 김해로 다르긴 하지만 권 시장의 입당은 김 의원의 향후 정치 행보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권 시장이 입당을 하게 되면 김 의원 입장에선 자연스레 당내 정적을 제거하는 효과를 얻는다. 지역에선 두 사람이 민주당서 도지사를 놓고 싸우게 되면 당내 경선서 김 의원 측이 승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거제 지역의 한 정치 관계자는 “권 시장이 민주당에 입당한다고 해도 당내 반발이 심해 권 시장이 경선 통과 후 본선에 진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권 시장 사조직의 움직임도 감지됐다. 지역 정가에 밝은 인사에 따르면 “권 시장 사조직이라 불리는 ‘나다움’에서 지역 이장에게까지 민주당 입당원서를 받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나다움은 읍면동 단위로 구성된 권 시장의 사조직으로 알려진다.

그는 권 시장 사조직이 지역민들에게 민주당 입당원서를 받는 것에 대해 “권 시장이 민주당에 입당하기 위해 발판 다지기 행보가 아니겠느냐”며 “지금 민주당 지역위원회에선 권 시장 입당에 대한 반발이 심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지난 19일부터 ‘권민호 시장 민주당 입당을 돕는 자들이 적페세력’이란 피켓을 들고 권 시장의 입당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는 “권민호 시장이 민주당 입당을 포기할 때까지 무한정 계속할 것”이라며 “권 시장의 민주당 입당은 당의 정체성을 크게 훼손해 내년 선거서 민주당이 참패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누가 돕나?


거제적폐청산위원회(준)도 성명서를 통해 “권민호 시장은 19대 대선서 자유한국당 이름으로 홍준표를 지지했던 자”라며 “민주당 문재인 후보로 판세가 완전히 기울던 4월에서야 자유한국당을 탈당하고, 민주당 입당을 타진했다”고 밝혔다. 

또 “권 시장은 1000명이니, 2000명이니 하는 권리당원을 데리고 마치 점령군의 기세로 입당의 기회를 보고 있다고 한다”며 “적폐는 청산의 대상이지 통합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거제 시민단체 움직임은?

거제지역 시민단체들이 권시장과 관련된 권력형 비리에 대해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거제지역시민단체연대회의는 권민호 시장 고소·고발 건을 정식의제에 올려 논의했다. 비리 의혹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우선 무인도였던 사두섬이 국가산단 매립구역에 포함되는 과정에서 권 시장과 전 후원회장의 커넥션 의혹이다. 다른 하나는 지난 2013년 현대산업개발 관급공사 입찰제한 조치를 5개월에서 1개월로 경감해 준 특혜 의혹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때늦은 고발이 아니냐는 일부의 우려도 있지만 새 정부 들어 적폐청산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만큼, 그동안 숱하게 논란이 됐던 사안에 대해 속 시원한 의혹 해소가 이뤄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고발 검토 배경을 설명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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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