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천국’ 대한민국 현주소②

어느 분야 못지않게 고소·고발이 끊이지 않는 곳이 바로 정치권이다. 선거철이 되면 특히 의원과 의원, 의원과 기업, 의원과 시민 등 명예훼손에 따른 쌍방 고소·고발 건은 계속해서 늘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권의 고소·고발은 처음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정도로 떠들썩하다가 시간이 흐르면 고소·고발을 모두 취소하거나 대부분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동안 정계에 있었던 대표적인 고소·고발 사례를 들춰봤다.


<사례1>
한나라당 vs 민주당
BBK 김경준’ 의혹 사건

지난해 17대 대선을 앞두고 이전투구 식으로 한나라당과 민주당(당시 대통합민주신당)은 고소·고발을 쏟아냈다. 고소·고발 건은 대부분이 명예훼손으로, 반의사불벌죄에 해당돼 고소인이 취하하면 검찰은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대선후보 한나라당 경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의 고소·고발로 인한 수사의뢰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검찰이 정치권 공방에 휘말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대선과 관련해서 고소·고발 건이 가장 많이 나왔던 대표적인 사건은 여야를 막론하고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BBK 김경준’ 사건이었다. BBK 대표 김경준씨가 국가정보원과 정치권의 사전 음모에 의해 귀국했다는 이른바 ‘기획입국’ 의혹은 검찰 수사 결과 ‘혐의 없음’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당시 김씨는 대선 정국을 잘 이용하면 자신의 수사나 재판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해 귀국했으며 “BBK의 실소유자는 이명박 후보”라는 김씨의 거짓말에 정치인들이 ‘놀아난’ 것이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와 공안1부는 ‘기획입국’과 ‘BBK 의혹’ 등으로 여야 정치권이 고소·고발을 주고받았던 사건과 관련,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 정두언, 나경원, 정형근 의원 등과 대통합민주신당 박영선, 김종률, 이해찬 등 여야 정치인 20여명에 대해 결국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검찰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불교방송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던 정동영 전 후보에 대해선 혐의는 인정되지만 고소가 취소된 점 등을 감안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또 “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 부인 김윤옥씨가 고급 외제 시계를 차고 있다”고 주장한 민주신당 김현미 전 의원에 대해선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따라 “이명박 후보가 BBK를 100%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한 민주신당 정봉주 전 의원과 “이 후보 재산이 8천억~9천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한 자유선진당 곽성문 전 의원 등은 불구속 기소됐다.

또 지난해 한나라당 경선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와 박근혜 후보 캠프가 서로를 상대로 고소·고발을 했다. 그러던 중 이명박 후보 측은 고소·고발을 취하하라는 당 지도부의 권고를 받아들이고 박근혜 후보를 상대로 한 각종 고소·고발을 취하했다.

취하 건으로는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가 박근혜 후보 측 유승민·이혜훈 의원, 서청원 상임고문과 경향신문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 ▲김씨가 대주주인 ㈜다스가 이혜훈 의원을 고소한 사건 등에 따른 고소·고발을 취하했다.

이 후보 측은 그러나 고소취하 입장이 관련 의혹을 인정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김씨의 부동산 거래 계약서 등 각종 자료를 당 검증위에 제출했다.


<사례2>

청와대 VS 이재오·박계동 의원
이재오·박계동 명예훼손 ‘무혐의’

고소·고발 건 중 청와대가 국회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고발한 사례도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청와대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일부 혐의가 인정된 박계동 전 의원은 약식기소 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지난 대선 당시 청와대 공작설을 제기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된 이 전 최고위원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6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현해 “청와대 비서관들이 퇴근 후 서울 공덕동 창평포럼에 모여 노무현 정권 연장과 이명박 후보 죽이기 계획을 꾸미고 있다는 정보와 근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해 청와대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검찰은 이 전 최고위원이 청와대 비서관들의 모임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모임에서 대선 관련 논의가 있었다는 제보를 받은 사실 등이 인정돼 혐의 없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또 지난해 7월 청와대의 정권재창출 TF팀이 있다고 발언해 고소당했던 박계동 당시 한나라당 위원장에 대해서는 당시 발언에 대한 근거자료를 제시하지 못해 벌금 3백만원에 약식기소 판결을 내렸다.

<사례3>
주성영 의원 VS 고대녀
주 의원 공개사과…고대녀 “절대 용서 못해”


시민이 한나라당 현직의원을 고소·고발해 화제가 되었던 사건도 있다. 지난 6월20일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MBC ‘100분토론’에 고대녀로 알려진 김지윤 학생의 프로필이 기록된 문서를 들고 나와 김씨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주 의원은 “지난주에 MBC ‘100분토론’에 서강대녀와 고려대녀가 나온 적이 있다”며 “고려대 여학생의 프로필이다. 김지윤 학생”이라며 A4용지 한 장을 들어보였다.

이어서 “김지윤은 고려대 학생이 아니다. 고려대학교에서 제적을 당했다. 이력을 보면, 민주노동당 당원이고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도 선거운동을 했다. 정치인이다”라며 “그런데 프로그램에 나올 때는 고려대학교 재학생으로 나왔다. 이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지윤씨는 학교 측으로부터 제적됐다가 복학해서 현재 사회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김씨는 “정말 황당하고 화가 난다. 저는 지금 고려대학교에 다니고 있다”며 “2006년 출교 조치 이후 2007년 법원으로부터 무효판결을 받았고 가처분 판결을 통해 학생 신분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또 “저는 몇몇 인터뷰를 통해 제가 출교를 당했었고 민주노동당 당원임을 밝힌 바 있다”면서 “주성영 의원은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저를 마치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공중파 방송에서 경솔하게 한 학생의 명예를 완전히 훼손하는 주성영 의원의 행동에 분노를 감출 수 없다”고 전했다.

결국 주 의원은 김씨에게 공개사과를 했고 김씨는 허위사실을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주 의원을 고소·고발했다. 김씨는 “이 사건에 대해 주변에서 질문을 많이 받아 얼마 전 검찰에 문의를 했는데 검찰 측에선 아직 조사 시작도 안 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사례4>

전직 대통령 VS 주성영 의원
DJ, 허위사실 유포·명예훼손 고소


최근 주성영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DJ) 측으로부터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대검찰청에 고소당한 상태다. 전직 대통령이 현직 의원을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주 의원은 지난달 21일 한 라디오 프로 인터뷰에 출연해 전날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장에서 제기한 이른바 DJ 비자금 문제를 다시 발언함으로써 고소를 당한 것이다.

주 의원은 이날 “2006년 3월초 전직 검찰 관계자로부터 1백억원짜리 CD(무기명 양도성예금증서) 제보를 받았다”며 “DJ 비자금 문제는 전부 해외계좌에 연결되어 있고 6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DJ 측의 법률대리인 이호균 변호사(법무법인 한강)는 이날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낸 보도 자료에서 “이러한 피고소인의 발언은 그동안 미국에 있는 일부 무책임한 교포신문들이 수년 동안 거듭 주장해온 허무맹랑한 내용들이다”라며 “한국의 일부 언론도 이를 받아썼다가 법정에서 사과하고 정정보도를 낸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피고소인은 그 어느 것도 사실로 밝혀진 것이 없음에도 익명의 검찰 관계자를 내세워 마치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 의혹인 양 허위의 사실을 적시했다”면서 “국회의원은 일개인이 아니고 국가기관이다. 무책임한 허위 사실을 함부로 퍼뜨려서 국민을 현혹시키고 무고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고소 배경을 밝혔다.

<사례5>
언론사 VS정청래 전 의원
문화일보 기자 무혐의 판결에 이의 제기


지난 4월7일 총선을 앞두고 <문화일보>는 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이 4월3일 한 초등학교에서 김 모 교감에게 “이런 식으로 하면 다 모가지 잘리는 수가 있어”라고 발언했다는 내용을 보도해 당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정 전 의원은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 및 제보자 2명 등에 대해 명예 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7월24일 서울 중앙지법은 제보자 2명에 대해서만 혐의를 인정하고 해당사의 기자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정 전 의원은 8월11일 국회 기자실을 찾아가 “거짓 기사를 쓴 거짓 기자에 대해 검찰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처리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가 없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항고를 해서라도 끝까지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교감 폭언 사건에 대해 “<문화일보>가 서울 중앙지법에 공개한 취재원은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한나라당 현역 구 의원이었다”면서 “이 한나라당 구 의원은 가짜 학부모를 동원해 <문화일보> 기자에게 허위제보를 하게 하고 문화일보 기자는 사실 확인도 안 한 채 허위 날조 기사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김 교감이 교육청에 제출한 경위서에 따르면 ‘폭언, 폭행을 당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대답했으며, ‘행사장 진입을 막았고 정 의원이 항의를 했다는데’라는 말에는 ‘70% 정도 맞다’고 답한 것으로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문화일보>가 이 내용을 섞어 ‘폭언, 폭행을 당했느냐’는 질문에 ‘70% 정도 맞다’고 대답한 것으로 조작해 기사를 쓴 것이다”고 정 전 의원은 주장했다.

이어 “KBS <미디어포커스>에서 선거 직후 ‘정청래 죽이기’의 실상을 보도하자 이 모 기자가 김 교감을 찾아가 ‘회유성 입 맞추기’를 시도, 녹음까지 하는 비윤리적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며 “언론으로서 <문화일보>는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이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정 전 의원은 “이 같은 검찰 수사 결과를 볼 때 <문화일보> 기자에 대해 ‘허위 제보임을 알고도 악의적으로 기사를 썼다’는 양심 고백이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판결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은 정 전 의원의 고소에 대해 “4월2일자 시비과정에서 고소인 정청래가 S초등학교 교감 K에게 면전에서 ‘잘라버리겠다’고 실이 없고, 위 학교 교장 C로 하여금 3시간 동안 기다리게 하는 등 무례하게 군 사실이 없음에도 <문화일보> 기자인 000, 000이 위와 같은 기사를 작성했고 문화일보 편집국장인 000 등이 위 기사들을 보도해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의 보도가 된 점은 인정된다”고 결론내림으로써 해당기사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았음을 밝혔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