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싱크탱크 비교해보니…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6.19 10:54:32
  • 호수 11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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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소리 나게 돈 쓰고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여야3당은 각각 싱크탱크를 갖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의 싱크탱크는 각각 민주연구원, 여의도연구원, 국민정책연구원으로 불린다. 각 싱크탱크는 정책을 발굴하고 각종 토론회와 세미나를 개최해 각 진영의 담론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싱크탱크가 본연의 임무서 벗어나 특정 계파 및 정치인의 사적 이익 기구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싱크탱크의 역사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여의도연구원(이하 여의도연구원)이 가장 깊다.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외무부로부터 재단설립 허가를 받고 세워진 여연은 최초의 정당 정책 연구원이다. 2013년에는 여의도연구소서 여의도연구원으로 승격됐다.

이명희 초대 소장을 시작으로 2017년 현재는 추경호 의원이 19대 소장을 맡고 여연을 진두지휘 하고 있다. 이사장의 경우 당 대표가 맡는 당연직으로 현재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겸 대표 직무대행이 맡고 있다. 

뭐하나 보니…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2008년 8월27일 설립됐다. 국가전략연구소, 열린정책연구원, 한반도전략연구원이 민주연구원의 전신이다. 설립 당시 민주정책연구원으로 시작됐고 2016년 11월4일 민주연구원으로 안착했다. 김민석 전 의원이 현재 민주연구원을 이끌고 있다. 이사장은 당 대표인 추미애 대표가 맡고 있다.

국민의당의 싱크탱크인 국민정책연구원은 지난해 3월2일 설립돼 1년을 갓 넘겼다. 초대 이사장은 안철수 전 대표가 맡았고 초기에는 조우현 숭실대 명예교수가 원장을 맡아 국민정책연구원을 이끌었다. 현재는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이 이사장을 맡고 오세정 의원이 원장으로서 국민정책연구원을 이끌고 있다. 


각 당의 싱크탱크는 본연의 임무인 정책 발굴, 세미나 등을 활발히 하고 있다. 올해 2월 공개한 지난해 각 당 활동실적을 살펴보면 여연은 190건의 연구·개발 실적을 기록했다. 토론회 및 세미나는 총 73회 열렸다. 정책홍보는 총 138회 이뤄졌다. 

민주연구원은 지난 한 해 동안 107건의 연구·개발 실적을 기록했다. 토론회 및 세미나는 106회 개최했다. 정책홍보는 단 24건에 그쳤다. 한국당과 단순 수치만 놓고 비교해보면 정책홍보 보다는 토론회와 세미나에 집중한 모양새다.

국민정책연구원은 98건의 연구 개발 실적을 기록했다. 토론회 및 간담회는 17회 열었고, 정책홍보는 보도자료를 통해 6회 실시했다. 연구 개발은 분야별로 이뤄지는데 민생 및 안보와 관련된 주제들이 주를 이뤘다. 

특히 일자리, 양극화를 비롯해 북한 관련 이슈들이 주요 논점 대상이 됐다. 실제로 싱크탱크에 서 나온 연구 실적들은 실제 법안으로 발의되거나 당정의 정책수립에 활용되기도 한다. 

각 당의 조직 규모를 살펴보면 여연의 경우 박사급 12명, 석사급 27명, 기타 39명으로 총 78명의 연구원이 포진해 있다. 민주연구원은 박사급 20명, 석사급 13명, 기타 42명으로 총 75명의 연구원이 있다. 
 

국민의당은 박사급 14명, 석사급 10명, 기타 11명 총 35명으로 구성됐다. 각 당의 규모에 비례해 싱크탱크가 구성된 모습이다. 지난해 활동경비서도 차이를 보였다.

주업무 정책 개발·토론회…석박사 포진
끊이지 않는 논란…원장 선임 두고 뒷말


여연은 지난 한 해 동안 정당지원금으로 60여억원을 받고, 기타수입 84여만원, 전년도 이월금 14여억원을 합쳐 총 74여억원의 수입을 거뒀다. 이 중 61여억원이 여연의 각종 운영비로 쓰였다. 민주연구원은 정당지원금 53여억원, 기타수입 5800여만원, 전년도 이월금 17여억원을 합쳐 총 72여억원의 수입을 얻고 52여억원을 썼다.

국민정책연구원은 정당지원금 24여억원, 기타수입 194만원을 합쳐 총 24여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한 해 동안 경비는 9여억원을 지출했다. 활동경비도 조직 구성과 마찬가지로 당의 규모에 비례한 모습이다.  

이처럼 정책을 만들고 수권정당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만들어진 싱크탱크는 당내 정치 함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각 정당의 싱크탱크 원장 선임에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당의 싱크탱크로서 권한과 책임이 막중하다 보니 자연스레 당 계파 및 특정 인물과의 연관성이 부각되기도 한다. 지난 3월에 자유한국당 추경호 원장 임명을 두고도 정가에서는 뒷말이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 친박(친 박근혜) 인사로 꼽히는 추 원장의 임명이 한국당 내 친박계의 부상과 무관치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당시 추 원장 내정을 두고 한국당 한 관계자는 “추 의원의 여의도연구원 원장 발탁은 순수하게 보면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더 깊게 바라보면 지방선거를 통해 완전히 당의 지배력을 쟁취하려는 친박들의 생각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민주연구원 김민석 원장 인선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했다. 당초 김 원장은 당 사무총장에 임명될 것으로 내다봤다. 논란이 일자 추 대표는 김 원장을 민주연구원장에 앉혔다. 김 원장은 2002년 대선과정서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자 정몽준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후 친노(친 노무현), 친문(친 문재인)계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이 찍히며 정치적 부침을 겪었다. 원외 민주당을 이끌던 그는 더불어민주당과 합당하면서 주류정치에 편입됐다. 민주연구원장으로 선임되면서 완벽히 정치 1선에 자리 잡았다는 것이 정치권의 평가다. 다만, 김 원장 선임을 두고도 당내 잡음은 남아 있다. 

측근 세우기

한 최고위원은 “민주연구원은 당 예산의 30% 정도를 사용하는 당내 가장 큰 독립기구”라며 “추 대표가 왜 그렇게 김 전 의원을 챙기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일각에선 추 대표의 김 원장 임명은 내년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둔 포석이란 평가다. 최 측근을 당 요직에 배치해 내년 선거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신통방통’ 여의도연구원 조사 

여론조사 관계자들 사이서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는 매우 정확한 데이터 결과로 정평이 나 있다. 선거 시즌에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캠프에 제공해 이를 바탕으로 전략을 세운다. 


지난해 4·13총선서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는 거의 모든 여론조사 기관과 반대로 자유한국당의 패배를 예측했다. 당초 여론조사 업체들은 자유한국당이 최소 157석에서 최대 175석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여의도연구원은 130∼140석에 그칠 것이라 내다봤다.

당시 새누리당 권성동 전략본부장은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를 놓고 "언론 여론조사는 다 착시다. 수도권의 경우 우리 당 후보의 실제 지지율은 15∼20% 낮게 나와 최악에는 135석으로 쪼그라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대선에서 여의도연구원이 선거 막판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도 최종 결과와 2∼3% 차이밖에 나지 않아 다시 한 번 이름값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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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