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록전문가협회 논평> 대통령기록물관리제도 및 국가기록원 쇄신해야

언론보도에 따르면 제18대 대통령 기록물 이관이 완료되었다고 한다.

우리 한국기록전문가협회는 국정농단 사건 및 박근혜 대통령 파면과 관련한 대통령기록물관리에 대해 여러 차례 입장을 표명해왔다.

대통령기록물의 불법유출과 무단폐기를 경계하면서, 대통령권한대행에 의한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의 부당성을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국가기록원이 책임있는 자세로 대통령기록물 자체폐기 동결 조치를 취하고 불법유출·무단폐기 행위를 검찰에 고발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대통령권한대행과 대통령비서실 등은 대통령기록물의 불법유출과 무단폐기 정황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한 대통령지정기록물을 지정해 이관함으로써 국정농단 사건과 세월호 참사의 증거를 봉인했다는 여론의 비난을 초래했다.

국가기록원은 국가기록관리체계를 수호해야 하는 근본적 사명을 방기하고 법령이 부여한 지도·감독 기능을 수행하지 않음으로써 대통령기록물관리제도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제 더 이상의 부실과 혼란을 막아야 하며 잘못을 바로잡아 금번 사태를 대통령기록물관리제도 쇄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첫째, 새 정부는 대통령기록물 무단폐기와 불법유출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 국가기록원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으로 관련자를 고발하고 검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국정농단 사건 직후 대통령비서실서 파쇄기를 다량 구입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딸의 집으로 대통령기록물을 불법유출하고 무단폐기 했다는 사실이 특검 수사과정서 확인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인사파일이 (사)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사무실의 비밀금고서 쏟아져 나왔다는 보도도 있었다. 국정농단 사건 재판서 검찰은 박준우 전 정무수석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서 다량의 청와대 문건을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기록물법은 무단 파기에 대해서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무단 유출에 대해서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장은 이미 무단폐기와 불법유출에 대해 “대통령기록물법에 징역, 벌금 등 강력한 처벌규정이 있다”며 강력하게 처벌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이제라도 국가기록원은 이러한 위법 의혹에 대하여 검찰에 고발함으로써 대통령기록물법 소관 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둘째,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에 의한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은 2016년 12월9일부터 2017년 5월10일까지 대통령권한대행의 직을 수행하는 기간 동안에 본인과 대통령비서실 등이 생산·접수한 대통령기록물에 대해서만 유효할 뿐이다.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은 대통령기록물을 생산·접수한 당해 대통령에게 제한적으로 부여된 고유 권한이다. 대통령권한대행이 본인이 수행하지 않은 대통령 직무에 대해 대통령지정기록물을 지정할 권한이 없음은 너무도 자명하다. 법률상 대통령지정기록물은 반드시 지정하지 않아도 된다.


대통령기록물법의 입법 취지를 따르지 않고 대통령권한대행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업무 설명책임성의 증거기록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하면, 더욱이 은폐를 위해서 의도적으로 지정 권한을 행사하면, 향후 대통령기록물관리에 일대 혼란이 발생한다.

나아가 일시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 일부를 제한해서라도 국가의 중요 기록을 보존하려는 대통령지정기록물제도의 근간도 무너진다. 불행하게도 이제 그 혼란이 눈앞에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한 2013년 2월25일부터 2016년 12월9일까지의 대통령기록물에 대해서 대통령권한대행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한 행위는 부당하며 무효다.

셋째, 국가기록원은 금번 대통령기록물 이관과정서 보인 미온적 태도를 반성하고, 중앙기록물관리기관 본연의 자세로 대통령기록물관리에 임해야 한다. 우선, 금번 대통령기록물 이관과정을 국민에게 상세하게 설명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파면선고 시점부터 지금까지 줄곧 국가기록원은 대통령기록물의 보호와 이관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무단폐기와 불법유출 우려에 대해서도 대통령기록물법에 처벌조항이 존재하므로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을 뿐 실효적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언론이 무단폐기와 불법유출 정황을 보도해도 눈 감았고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국가기록원장은 국회에 출석해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권한대행의 임기까지라고 본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박 전 대통령의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향후 영향을 끼칠 큰 오류를 범했다. 명백히 박 전 대통령의 임기는 파면 선고와 동시에 종료됐다.

금번 대통령기록물 이관은 박 전 대통령의 대통령기록물과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의 대통령기록물이 동시에 이관되는 역사상 초유의 사태인 것이며 그에 따라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 등의 법률적 조치가 분리되어 시행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국가기록원은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에 대한 법률해석서도 원칙에 맞지 않는 결론을 내렸다. 파면에 따른 대통령기록물 이관이라는 전대미문의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중앙기록물관리기관으로서의 능동적 책임성과 전문적 대처 능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라도 국가기록원은 금번 대통령기록물 이관의 과정과 결과를 하나하나 투명하게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먼저, 금번에 적용한 대통령기록물의 범위를 공개해야 한다. 법령이 정하고 있는 ‘업무관련 메모·일정표·방문객명단 및 대화록’을 어떻게 적용했는지, 국민과 언론이 주목하고 있는 ‘업무수첩’이 포함되었는지 등을 밝혀야 한다.

무단폐기와 불법유출 정황과 이를 방지를 위해 취한 조치를 공개해야 한다. 대통령권한대행의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 권한 보유 여부에 대한 법률적 검토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이관과정서 언론과 국민으로부터 청구된 수많은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과도하게 비공개로 일관한 태도를 버리고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

넷째, 박 전 대통령의 대통령기록물 이관과정서 드러난 대통령기록물관리 법 제도상의 미비점으로 인한 혼란을 가중시키지 않기 위해 새 정부는 대통령기록물법 정비에 착수해야 한다. 국회는 대통령기록물법 일부 개정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

금번에 대통령권한대행이 지정한 대통령지정기록물 중 국정농단사건과 세월호 참사의 증거가 되는 기록물에 대해서는 현행 대통령기록물법 규정에 따라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또는 고등법원장의 영장 발부에 의해서라도 수사 및 재판 관계자가 열람할 수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파면된 전직 대통령에게 지정기록물에 대한 열람권을 보장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그밖에도 국정농단 사건의 재판과 진상규명 과정서 대통령기록물과 관련한 수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정쟁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

최우선적으로 파면에 의한 궐위라는 상황에 우선 집중해 법률을 정비하고 잘못을 바로잡는 명백한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파면에 의한 궐위시의 대통령기록물 이관,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 전직 대통령 열람, 지정기록물 지정 해제 등이 주요 사안이다.

일반적으로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권한은 대통령기록물관리제도를 관할하는 독립적인 국가기록관리기구에 부여하는 것이 대통령기록물관리제도의 유지·발전이라는 관점에서 타당하다. 개혁의 방향은 독립적인 국가기록관리기구의 수립으로 향해야 한다.


다섯째, 새 정부는 국가기록관리기구의 독립성을 시급히 확보해야 하며, 국회는 독립적인 국가기록관리기구가 대통령기록물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대통령기록물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

금번 박 전 대통령 기록물 이관과정서 대량 폐기 의혹이 불거지고 대통령권한대행의 무리한 지정기록 지정이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되었지만 국가기록원이 이를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못한 것은 국가기록원이 독립적인 국가기록관리기구로서의 권한과 권위를 가지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대통령기록물 무단폐기·불법유출 의혹을 조사하고 재판 중인 박 전 대통령의 업무 증거기록의 봉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기록원의 독립성이 시급히 제도적으로 확보돼야 한다.

국회는 금번에 드러난 대통령기록물법의 각종 미비 사항을 대통령기록물 문제를 우려해 온 사회 각계와 기록전문가 공동체와 심도 있게 협의해 대통령기록물법 전부 개정으로 입법 조치해야 할 것이다.

한국기록전문가협회는 그동안 대통령기록물관리 문제를 중심으로 국가기록관리의 퇴행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비판해왔으며 새 정부와 국회서 이러한 문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한국기록전문가협회는 새 정부와 국회의 향후 조치와 활동에 주목하면서 국가기록관리의 정상화와 발전에 우리의 전문성이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2017년 5월 10일

한국기록전문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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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19일 사건 발생 10여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 이첩 개입 의혹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8명 전원 찬성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해 사실상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원래 본회의 안건에 없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당초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서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5분 뒤 김 의장은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마지막 협상도 결렬됐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일하게 자리에 남았던 김웅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방청 중이었던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 자문, 김규현 변호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년의 해병대 예비역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를 열고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채 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처럼 이태원법 합의 처리를 통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오늘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상병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시 본회의장을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채 상병이 의사일정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규탄대회 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힘 퇴장 속 야당 전원 찬성 조각난 협치···대통령 또 거부?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본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잡은 일정인 반면,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본회의 부의를 시도하겠다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강행 처리 예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을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적 의도” 대통령실 발끈 또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실장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며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이유도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관련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왔다.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축소하려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조율한 흔적도 엿보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권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언급한 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다. 지난 3월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조그마한 사고’로 표현하고 “전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실언한 바 있다. 더구나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인력 부족, 수사 의지 등을 핑계로 현재까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해병대를 비롯한 국민 여론도 특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눈물 흘린 해병들 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채 상병 특검법 상정과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같은)이런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외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국민의힘은)처음엔 ‘독소 조항이 있다’고, 지금은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니 그 수사가 끝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거 특검 때에는 (앞서)경찰·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가장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법은 법정 수사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해놓고 있는 특검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3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안보에 전념할 수 있고, 정치권도 채 상병 문제를 일단락하고 지금 산적한 안보, 민생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수사를 기다리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채 상병 문제로 정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전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45명은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통과 여부를 보기 위해 곧장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달 3일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했다. 여야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통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진척 없는 수사 역풍 뻔한데···용산 선택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수세에 몰린 대통령실이 야당을 지적할수록 부정 여론만 키우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안서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당장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용산의 뜻을 따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렵사리 여당 의원들을 단속하더라도 다음 달에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수사는 진행 중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2일 오전 9시25분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