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듣보잡’ 대선후보들 열전

안 될 줄 알면서도…3억짜리 얼굴도장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후보에 대한 주목도는 ‘빈익빈 부익부’다. 대선 레이스가 막판에 접어들수록 언론과 유권자의 관심은 지지율이 높은 후보에게 집중된다. 지지율이 낮은 후보는 선거가 끝날 때까지 외면받기 일쑤다. 그럼에도 19대 대통령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이들이 있다. <일요시사>가 현재 주목도가 높은 원내 5당 후보들을 제외한 10명의 후보를 조명해봤다.

19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내달 9일이면 국민들은 새로운 대통령을 맞게 된다. 15∼16일은 대선 후보 등록기간이었다. 양일간 등록한 후보는 15명에 달했다. 역대 최다 후보 등록으로, 17대 대선 때 12명의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새누리당 조원진 후보, 경제애국당 오영국 후보, 국민대통합당 장성민 후보, 늘푸른한국당 이재오 후보, 민중연합당 김선동 후보, 통일한국당 남재준 후보, 한국국민당 이경희 후보, 한반도미래연합 김정선 후보, 홍익당 윤홍식 후보, 무소속 김민찬 후보(기호순) 등이다.

역대 최다 후보
투표용지만 30센티

선거법상 국회 원내 의석이 있는 정당 후보가 우선 순위이며 원내 정당의 경우 의석수 순으로 기호를 배정받는다. 원외 정당 후보들은 정당명의 가나다순이다. 무소속 후보는 추첨을 통해 기호가 정해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따르면 후보자 15명 기준 투표용지의 길이는 약 28.5㎝에 이른다. 선관위 안내문을 포함, 16장에 이르는 벽보를 이어 붙이면 그 길이만 10m가 넘는다.

▲새누리당 조원진 후보= 조 후보는 지난 8일 자유한국당을 탈당하고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박(친 박근혜) 세력이 주축이 돼 만든 신생 정당이다. 이후 새누리당은 지난 11일 조 후보를 19대 대선 후보로 추대했다.


새누리당은 “단독 입후보한 조 의원을 당헌당규 규정에 따라 별도 국민 참여경선 없이 후보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조 후보는 “새누리당 후보로 결정해주셔서 한편으로는 영광스럽고 한편으로는 가시밭길에 큰 짐을 지고 가는 것 같다”며 “새누리당 돌풍이 실감날 정도의 관심과 지지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원내 1석을 배경으로 기호 6번을 배정받은 조 후보는 유세송, 선거 포스터 등을 이용,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조 후보는 태극무늬 티셔츠를 입은 곰을 넣은 공식 선거 포스터나 동요 ‘곰 세 마리’를 박정희,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을 넣어 개사한 유세송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국민대통합당 장성민 후보= 장 후보는 DJ의 젊은 가신, 국회의원, 시사 프로그램 MC 등 다채로운 이력을 가졌다. 그는 지난 1월 서울장충체육관서 자신의 책 <중국의 밀어내기 미국의 버티기> <큰 바위 얼굴>로 북콘서트를 열고 세를 과시했다. 당시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장 후보는 국민의당 입당을 타진했으나 종편 TV 프로그램 진행 중 5·18 민주화운동 폄훼발언 등을 이유로 무산됐다.

이후 3월14일 광주시의회서 공식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고, 국민대통합당 창당을 선언했다. 올해 53세로 다른 후보들에 비해 젊은 편인 장 후보는 SNS, 유튜브 등을 통해 표심 잡기에 나섰다.

유튜브 공식채널을 개설, 자신의 정책을 담은 동영상으로 홍보 효과를 노리고 있다. 장 후보는 지난 18일 대전 중앙시장을 찾아 “1%의 기득권이 아닌 골목상권과 제조업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99%의 서민들의 희망을 위해 일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강력한 경제성장 정책으로 쪼들린 경제와 복지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늘푸른한국당 이재오 후보= 5선 국회의원이자 MB정부 시절 특임장관을 지낸 이 후보 역시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후보는 지난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복면을 쓴 뒤 “소속 당과 이름, 얼굴을 가리고 누가 위기에 처한 나라를 살릴 수 있는 후보인지 정책토론을 하자”며 복면토론을 요구했다.

3월20일 이 후보는 “대통령이 돼 1년 안에 나라의 틀을 바꾸고 물러나겠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늘푸른한국당은 원외정당이기 때문에 국고지원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또 창당 3개월 만에 치르는 선거라 조직력서도 열세다.


역대 최다 15명 등록 ‘후보 난립’
군소후보들도 메이저·마이너 갈려

늘푸른한국당 측은 5억원 규모의 ‘초절약’ 대선을 치르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돈 안 드는 선거운동은 불편하지만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앞으로 우리 정치가 나아갈 길”이라며 “대선서 돈 덜 쓰고 선거운동하는 새로운 기록을 한 번 만들어보겠다”고 밝혔다.

▲민중연합당 김선동 후보= 김 후보는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 판결에 의해 해산된 통합진보당 출신이다. 앞서 2011년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강행을 막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서 최루탄을 터트린 사건으로 더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당시 대법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김 후보는 지난해 3월 흙수저당, 비정규직철폐당, 농민당이 연합해 창당한 민중연합당에 입당, 1년 뒤인 올 3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17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유세를 펼치며 “대통령이 되면 전시작전지휘권을 환수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어 “주권자인 국민의 동의 없이 미국의 압력에 굴종해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나라는 민주공화국이 아니다”고 일갈했다.

▲통일한국당 남재준 후보= 박근혜정부 첫 국정원장 출신인 남 후보도 대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남 후보는 서해 북방한계선 논란과 관련해 2013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했을 당시 원장이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이 한창 피어오를 무렵이었다.

그는 지난달 24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지키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사드 배치를 넘어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전술핵 재배치와 경우에 따라 독자적인 핵무장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안홍준 전 의원이 2015년 창당한 통일한국당은 남 후보를 대선 후보로 추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한국당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건국 정신 및 박정희 전 대통령의 민족중흥 정신 등을 계승하겠다고 선언한 보수 정당이다.

남 후보는 14일 “지금 제도로는 무소속 후보의 승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식과 충고를 토대로 정체성과 일치하는 통일한국당의 후보 추대 제의를 받아들인다”며 수락 의사를 밝혔다.

이색 홍보로
한 표만 호소

조원진·장성민·이재오·김선동·남재준(기호순) 후보는 정치에 관심 있는 유권자들에게는 미약하나마 지명도가 있는 경우다. 국회의원을 지냈거나 국정 요직을 맡는 등 언론에 오르내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주목도가 절정에 이른 원내 5당 후보나 미미하게라도 알려진 5명의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는 말 그대로 ‘누구세요’ 수준의 인지도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공직선거 기탁금 납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기탁금 납부제는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 선거 등에서 후보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에게 후보등록 신청 시 관할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에 법률이 정한 일정금액을 기탁하도록 하는 제도다. 후보자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할 경우 기탁금을 반액 또는 전액 돌려받을 수 있다.

기탁금 3억 내야
득표율 10% 이하 ‘0원’


공직선거법 제56조에 따르면 대선 후보는 기탁금으로 3억원을 내야 한다. 후보들은 최종득표율이 15% 이상인 경우 전액, 10% 이상 15% 미만인 경우 반액을 선거일 후 30일 이내에 보전받을 수 있다. 10% 이하일 경우 기탁금은 국고로 귀속된다. TV토론회에 출연하는 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원내 5당 후보 중에도 기탁금 반환 여부가 불분명한 후보가 있을 정도로 득표율 10%는 매우 높은 수치다. 반전이 일어날 수 있겠지만 군소정당 후보들에게는 꿈의 득표율이나 다름없다.

▲경제애국당 오영국 후보= 포털사이트서 오 후보를 검색하면 ‘하하그룹 회장’이라는 이력이 나온다. 하하그룹은 의료용 대장 세정기를 판매하는 업체다. 오 후보는 국제금융 혁신 주도국을 건설하겠다는 이색 공약을 내놨다. “지구촌을 운영하는 국제금융그룹 산하의 금융·법리·재단·과학 등 7개 본부를 유치해 한국을 글로벌 중심축으로 우뚝 세우겠다”는 공약이다.

방문판매 등과 관련한 법령을 개정하고 폐지해 유통업 활성화를 이루겠다는 공약은 자신의 사업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는다. 오 후보는 이 공약을 통해 800만명 이상의 사업자를 구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 후보는 1976년과 1982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각각 징역 1년6월과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10년에는 사기죄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는 등 대선후보들 중에서 전과 이력으로는 공동 2위다. 또 후보들 중 여성인 심상정 후보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군복무를 하지 않았다.

▲한국국민당 이경희 후보= 이 후보는 전과 이력에 있어서만큼은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후보는 2004년 공직선거법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으로 벌금 1500만원, 2005년에는 소음진동규제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2008년 8·15특사로 사면받았다. 이후 2010년 업무방해와 권리행사방해로 벌금 100만원, 2012년 상해죄로 벌금 300만원, 2014년 식품위생법과 공중위생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 전과 5범의 이력이 있다. 벌금 총합계만 2500만원에 이른다.

올해 43세로 최연소 후보인 이 후보는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했고, 2004년엔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 역시 무소속으로 출마해 떨어졌다. 부동산개발업 및 임대업을 해왔다는 이 후보는 65억3947만원의 재산을 신고해 안철수 후보(1196억9000여만원)에 이어 재산 순위 2위를 기록했다.


그는 국정원장·대법원장·감사원장 선거로 선출, 초·중·고·대학교 통폐합, 군 복무기간 16개월로 단축 등의 공약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가장 근접한 후보가 바로 나”라며 “선거 기간이 좀 더 길었다면 당선 가능성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한반도미래연합 김정선 후보= 국가보훈처 산하 제대군인지원정책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는 김 후보는 김영란법 폐지, 기초의원 폐지, 사이버특수군 10만명 양병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박 전 대통령 탄핵 기각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각양각색 이력과 출마 이유
인지도 높이려 훗날 도모?

김 후보는 사기 2건 등 전과 3범의 이력을 갖고 있다. 2002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이듬해에도 징역 10개월과 집행유예 2년, 2003년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 후보 측은 서울, 경기지역 외 일부 지방에 벽보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지역에선 김 후보의 벽보 없이 14명 후보자들의 것만 부착됐다.

▲홍익당 윤홍식 후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의 정신을 이어받은 후보도 있다. 윤 후보는 “내가 받고자 하는 것을 남에게 베풀자는 정신을 사회 제반 분야를 넘어 정치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대학서 사학과 철학을 전공한 후 13년간 20대 이상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인문학 학원을 운영해왔다. 5년 전부터는 유튜브서 무료 인문학 강의도 진행했다.

그가 출마를 결심한 계기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지난해 11월 윤 후보는 창당발기인 서명 작업에 돌입하면서 대권을 꿈꿨다. 독립운동가·순직자·의인 등의 후손에 최대한 지원, 공직자 채용 시 양심평가지표 도입, 방산비리 추적 전담조직 구성 등의 공약을 앞세웠다.

윤 후보는 대선 기탁금 3억원을 후원금으로 충당했다. 인터넷을 통해 그의 강의를 듣는 해외동포들이 선거 자금을 후원해 4억원 정도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최순실 사태 이후 기존 정치권서 더 이상 희망을 찾지 못하게 됐다”며 “평범한 국민도 대선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출마했다”고 밝혔다.

▲무소속 김민찬 후보= 김 후보는 15명의 후보 중 유일하게 당적이 없는 무소속 후보다. 원광디지털대 자연건강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템플턴대 상담심리학과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문화예술학회인 ‘월드마스터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월드마스터위원회는 김 후보가 국내외를 오가며 발굴한 장인들을 한데 모아 관리하는 단체다.

비무장지대(DMZ)에 세계문화예술도시 건설, 전통 문화 보존에 전념하는 각계 명인 및 명장 발굴, 문화예술인을 위한 다각적인 일자리 창출 등 주요 공약은 문화예술 분야에 치중돼있다. 그는 한국을 세계문화예술의 중심지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외에도 부처 및 공공기관 내부서 이뤄지는 상시 감사 체계를 강화할 수 있도록 국가진단위원회 설치 등을 주장했다. 빚을 내 기탁금을 마련했다는 김 후보는 “장난으로 출마한 게 아니다”며 “국민은 국정에 참여할 수 없다는 열패감을 타파하고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나왔다”고 전했다.

선관위는 24일 군소후보 10명을 대상으로 비초청 후보자 토론회를 진행한다. 공중파, 종편, 선관위 등이 주관하는 총 6번의 토론회 중 군소후보가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이번 한 번에 불과하다. 늘푸른한국당 이재오 후보는 이른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식으로 대선 주자를 나눠 TV토론회를 실시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마이너 후보들
토론도 한 번뿐

이 후보는 “후보자들이 3억원의 기탁금을 동일하게 냈음에도 똑같은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불평등하다”며 “특히 토론회를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로 나눠 후보자를 차별하면 선거 결과에 치명적인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 82조는 국회 5인 이상의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이 추천한 후보만 초청후보 토론회에 참석할 수 있다.

한편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이들 군소후보의 눈은 대선 너머에 고정돼있다는 시각도 있다. 일부 후보들은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 등 훗날을 도모하기 위한 포석으로 출사표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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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