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학교 유준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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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7.04.17 10:26:01
  • 호수 11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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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의 혁신 가능한가

얼마 전 KBO의 육성위원장으로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며 야구계의 일선을 누비고 다니는 이광환 위원장(전 LG트윈스 감독)을 만나 그와 오랜 시간 동안 야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를 만날 때마다, 필자에게는 언제나 연상되는 인물이 있는데, 그 인물은 바로 야구가 아닌 1970년대 세계 축구계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했던 '토털사커' 시스템의 리누스 미셸(1928∼2005) 전 네덜란드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다.

전문화, 체계화

포지션의 파괴와 전방위적인 압박, 그리고 공간의 점유라는 개념의 토털사커 시스템은 리누스 미셸 감독에 의해 세계 축구계에 선보이기 직전이었던 1970년 멕시코 월드컵서 우승팀인 브라질 마리오 자갈로 감독이 선보였다.

공격수 4명을 최전방에 위치하게 하는 4-2-4의 극단적인 공격전술로 상대하는 모든 팀들을 초토화시키며 월드컵 사상 최초로 세 번째 우승을 차지, ‘줄리메컵’을 영구 보존하는 영광을 안았다. 당시 브라질의 대표적인 스타들이 바로 펠레와 자일징요, 토스탕과 리베리노 등의 세계적인 선수들이었다.

무적일 것 같았던 브라질의 공격전술도 바로 4년 후 개최된 1974년의 독일월드컵서 리누스 미셸 감독이 지휘한 네덜란드 축구팀의 이른바 토털사커 시스템 앞에서 이미 낡아빠진 전술로 치부됐다.

상대하는 모든 팀들을 당황시킬 정도로 획기적인 전술시스템을 갖추고 요한 크루이프와 네스켄스 등의 천재성을 가진 선수들이 출전했던 네덜란드 대표팀은 승승장구해 결승전서 당시 베켄바워와 게르트 뮐러가 이끌었던 독일(당시는 서독) 대표팀에 아깝게 석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당시 리누스 미셸 감독이 창안하고 요한 크루이프 같은 천재 선수들이 현실서 보여줬던 토털사커 시스템은 40여년이 지난 오늘날의 현대 축구계서도 여전히 전술의 근간을 이루는 개념으로 토털사커 이전과 그 이후를 가르는 축구 전술사의 ‘혁신(Innovation)’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 야구에도 혁신의 시대가 있었다. 1994년 한국프로야구 LG 트윈스를 리그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당시 감독이었던 이 위원장이 도입했던 이른바 ‘스타시스템’이었다.

리그 일정을 소화하는 데 필수적인 투수진의 전문화된 보직 분담, 즉 선발체제의 도입과 불펜진의 운용, 마무리 투수진의 구성 등 야구경기서 7할 이상을 차지하는 투수진의 운영시스템 도입과 함께 프로야구단의 홍보와 공보기능 강화, 피지컬 트레이닝을 도입한 선수들의 체력과 컨디션 관리의 체계화, 그에 따른 코치진의 보직 분담과 전문화, 코칭스태프간의 보고체계의 확립 등은 그 이전 우리나라 야구계에선 접해보지 않았던 획기적인 시스템의 구축이었다.

20여년 전 엘지 도입했던
자율·신바람야구 재평가

이 위원장의 스타시스템 도입 이전의 우리나라 야구는 프로야구에서도 선발투수를 경기 직전까지 공개하지 않거나 경기 시작 직전 예고되었던 선발투수를 갑자기 바꾸는 등의 꼼수까지 동원되는 치졸한 선발투수의 등판 변경이 일반화돼있었다.

투수들은 선발과 중간계투, 그리고 마무리의 분업화된 개념 없이 마구잡이로 등판하며 혹사에 시달리고 선수생명을 단축시키고 있었다. 야구선수들이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한 체력 강화를 시도하면 근육이 굳어진다는 개념 밖의 개념이 팽배해 있었다.

각 구단의 피지컬 트레이너들은 단지 선수들의 마사지를 해주는 역할 이외에 존재 의미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1982년 도입되어 당시까지 10여년의 짧은 역사 속에서 성장해왔던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아마추어 야구와 다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점점 질적인 하락과 함께 팬들의 관심을 더 이상 끌지 못하며 쇄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바로 그 시기에 1991년 LG 트윈스 감독으로 부임해 1994년 리그와 한국시리즈서 우승한 이 위원장이 도입하고 보여줬던 스타 시스템의 혁신성은 이후 우리나라 야구의 운영 개념에 대한 인식 전체를 바꾸어놨다. 국내 야구, 특히 프로야구에도 비로소 기업의 경영과 선수들의 운용에 관한 전문성이 나타나게 됐던 것이다.

투수진의 세밀한 보직 분담은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들에까지도 본인들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가져오게 했다. 그러한 이해는 훈련과 컨디션 조절 과정에 있어서 세밀한 전문성을 띠게 하며 스스로의 보직에 맞는 훈련과 보강운동, 시간의 조정과 할애를 하게끔 하는 자율성을 갖추게 했다. 이광환식 ‘자율야구’의 출범이었다.

일례로, 어떠한 한 투수가 중간계투라는 보직을 부여받으면 매일같이 계속되는 경기 중에서 자신의 등판 시기를 경기 중반 이후로 미리 예상하고, 그 시기에 맞추어 워밍업과 불펜서의 투구를 본인 스스로 판단해 시작한다.

감독이나 코치들의 지시가 없어도 선수 본인이 알아서 가동 준비를 하는 것이다. 마무리투수 또한 마찬가지다. 매 경기 종반에 투입될 것을 미리 알고 있기에 등판 시기에 맞춰서 몸을 풀고 불펜서의 투구를 시작한다.

타자도 마찬가지다. 상대 팀의 선발투수와 불펜투수, 마무리투수를 미리 파악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공략법을 연구해 훈련과 컨디션을 조절하며 경기를 대비한다. 이러한 훈련패턴과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들의 인식 변화는 우리나라 야구의 질적인 향상과 리그운영 자체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 위원장의 혁신성은 단지 투수진의 운용이나 선수들의 훈련패턴에 대한 변화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과 부상의 방지, 부상 선수의 관리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했다. 바로 야구 외적인 보강운동에 대한 프로그램의 도입과 그 이전 그렇게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피지컬 트레이너들에 대한 중용 등이었다.

이광환의 ‘스타시스템’
획기적인 프로그램 구축

피지컬 트레이너를 코칭스태프진의 구성원으로 들어오게 해 부상방지와 부상선수 관리를 전담케 함으로써 구단의 재산으로 인식되는 선수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그들의 선수생명을 연장시킴은 물론, 선수로서의 전성기 연령대를 더욱 높임으로써 우리나라 야구의 전반적인 질적 향상과 선수층을 한층 두텁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야구의 질적인 실력 향상은 국제적으로 한국 야구의 위상을 드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한 결과는 한국프로야구서 800만 관중동원을 넘어 이제 야구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의 한 축으로 성장하게끔 하는 동력이 됐다.

선수층이 두터워진 결과 과거 30세가 넘으면 노장으로 분류되어 은퇴를 바라보던 선수들의 생명력도 연장돼 스스로 체력과 컨디션을 관리했다. 그 결과 30대에 고액의 연봉을 받거나 수십억의 FA계약을 맺는 시기로 진입하게 됐다. 선수 간의 경쟁 또한 강화하여 경기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됐다.

이 모든 것이 대부분 이 위원장이 20여년 전에 도입했던 혁신서 출발했다. 아쉬운 점은 오늘날 프로야구의 각 구단들은 물론, 고등학교 야구계서도 일반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이 위원장의 혁신적인 시스템에 의한 야구단 운영이 아직까지도 국내 야구계에선 그다지 큰 의미로 인식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저 ‘이광환의 자율야구’ 혹은 ‘LG 트윈스의 신바람 야구’라는 추상적인 단어로만 포장돼 그 본질에 대한 의미가 흐려지고 있다. 이는 때로 LG 트윈스 구단의 리그 성적과 관련, 때로는 냉소적인 표현으로까지 쓰이기도 한다.


선수 생명력 연장

오랜 시간 함께 담소를 나누며 야구와 자신의 야구인생을 토로하던 이 위원장의 표정에서 아직도 야구에 대한 식지 않은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야구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대구의 어느 시장통을 누비는 건달이 되지 않았을까, 야구가 나를 구원해주었다”는 그의 반 농담 섞인 멘트에서 필자는 그가 단지 LG트윈스의 자율과 신바람야구를 이끌며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감독이 아니라, 한국야구를 개혁하고자 했던 야구의 혁신가였다는 것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의 혁신은 지금도 한국 야구서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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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