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어디로 튈지 모르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3.27 10:41:35
  • 호수 11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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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이냐 메이커냐 당 대표냐 총리냐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전격 사퇴했다. 정치권과 언론계를 중심으로 ‘홍석현 대망론’이 흘러나오던 터라 그의 사직은 ‘대권출마’와 연계됐다. 현재로서는 킹메이커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요시사> 취재결과 안희정 충남지사를 지지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홍 전 회장의 역할론에 따라 대선판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그의 행보를 놓고 여러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의 대망론이 급부상 중이다. 홍 전 회장은 지난 18일,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사내 이메일을 통해 “오랜 고민 끝에 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로 결심했다”며 회장직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했다.

회장직 사임
정치권 파장

<일요시사> 취재결과 홍 전 회장의 <중앙일보> 사퇴설은 이미 지난 몇 주 전부터 주식 시장서 흘러나온 얘기였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기관에서 홍 전 회장이 대선 때문에 <중앙일보> 회장직을 사퇴할 것이라는 말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며 “이 때문에 이미 주식 시장 큰손들은 <중앙일보> 계열사인 상장사 제이 콘텐트리와 보광그룹(홍 전 회장의 동생 홍석규 회장 소유) 관련 주식을 매집했다”고 귀띔했다.

홍 전 회장이 대권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홍 전 회장의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 말부터 불거졌다. JTBC가 ‘최순실-고영태의 태블릿PC’를 보도한 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자 일부 친박 지지층에서는 회장직을 맡아왔던 홍 전 회장의 대선 출마를 위한 기획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 직후인 지난해 12월17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올 초부턴 국가개혁을 내걸며 <중앙일보>와 JTBC를 통해 리셋코리아 프로젝트를 주창하는 등 정치적 메시지를 던져온 점도 그의 대선 출마설에 힘을 보탰다.

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함께 중도 보수층의 유력 대권 주자로 물망에 올랐다.

지난 2월엔 홍 전 회장이 전북서 대선 출마를 한다는 소문이 정치권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일부 매체가 이를 기사화했다가 홍 전 회장이 부인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아직까지 홍 전 회장은 대선 출마에 대해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중앙일보>·JTBC 회장직을 사임한 뒤 국가를 위해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은유의 메시지만 던졌을 뿐이다.

“대한민국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로 결심”
모든 자리서 물러나 이유 두고 해석 분분 

정치권에선 그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늦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같은 연유로 유력 대선 후보를 조력하는 킹메이커 역할을 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홍 전 회장이 안희정 충남도지사에 대한 지지선언을 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홍 전 회장과 안 지사의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바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다. 이 전 지사는 현재 홍 전 회장의 민간 싱크탱크로 주목 받고 있는 ‘여시재(與時齋)’의 총괄 부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8월18일 출범한 민간 싱크탱크인 여시재 연구재단에 참여한 것도 홍 전 회장의 정계구상과 관련이 있지 않느냐는 해석을 낳았다.


여시재에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이 전 지사, 홍 전 회장,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안대희 전 대법관, 김현종 전 UN 대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여시재는 조창걸 한샘그룹 명예회장이 ‘한국판 브루킹스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출연금을 낸 연구재단으로서 홍 전 회장의 싱크탱크로 조명받고 있다.

이 전 지사는 안 지사의 최측근 ‘브레인’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2002년 ‘좌희정 우광재’라 불리며 노무현정부 탄생의 일등 공신이다. 최근 안 지사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이 전 지사는 캠프서 확고한 2인자군에 속하게 됐다.

중도·진보
흡수 뒤 연대?

이 때문에 안 지사가 대연정을 공론화하면서 이것이 여시재서 총괄 부원장으로 있는 이 전 지사와 계획된 교감 아래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인터넷 블로그에 ‘안희정의 배후는 여시재’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홍 전 회장 성향이 중도로 분류되는 만큼, 야권에 지지층이 쏠려 있는 민주당에서 중도 확장성을 가진 안 지사를 지지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홍 전 회장이 참여정부에서 주미대사를 지냈기 때문에 외교안보 전문가로서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

홍 전 회장의 모친인 고 김윤남 여사의 출생지가 전남 목포라는 점에서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 대선후보 지원이 가능하다.

지난달 9일 전북 부안 대명리조트서 열린 원광학원 보직자 연수 특강서 홍 전 회장이 독일과 영국, 미국 등의 예를 들며 개헌과 대연정을 통합 대통합으로 국가 시스템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당론으로 정한 바른정당이나 자유한국당과의 협력도 가능하다.

홍 전 회장이 킹메이커로 나서서 자신이 힘을 실어준 정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차기 정부 국무총리에 발탁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홍 전 회장의 영향력은 대선판을 흔들 만큼 폭팔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서 “김대중정부서 세대교체를 위해 홍 전 회장을 국무총리로 임명하려고 했었다”며 “직접 출마를 하든 킹메이커가 되든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폭발력을 가진 분”이라고 평했다.

이렇게 정치권서 홍 전 회장의 향후 행보에 적잖이 신경을 쓰는 이유는 홍 전 회장이 무시할 수 없는 ‘정치적 저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는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싱크탱크 ‘리셋코리아(보수·진보가 함께하는 국가 개혁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1월1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서 <중앙일보>와 JTBC의 국가개혁 프로젝트인 ‘리셋코리아 : 내가 바꾸는 대한민국’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이날 홍 전 회장은 환영사에서 “‘이게 나라냐’ 하는 말이 어느새 유행어가 되었지만 한탄만 하고 있을 수가 없다”며 “고민 끝에 작은 결론을 내린 것이 바로 리셋코리아로 나라의 기본을 다시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 정의화 전 국회의장, 성낙인 서울대학교 총장, 고은 시인 등 거물급 인사들이 리셋코리아 행사에 대거 참여했다. 리셋코리아를 만들면서 13개 분과를 설정하고 분과장까지 발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홍 전 회장이 사실상 내각체제를 만들어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다시 불거졌다.


홍 전 회장은 1949년 10월20일 서울 출생이다.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의 4남2녀 가운데 장남이다. 누나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아내다. 아래 남매들을 순서대로 살펴보면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 홍라영 전 삼성미술관 리움 총괄부관장이다.

안희정과
연대설 솔솔

신직수 전 법무부장관의 장녀인 신연균 재단법인 아름지기 이사장과 결혼해 2남1녀를 뒀다. 장남 홍정도씨는 중앙미디어네트워크·<중앙일보>·JTBC 공동대표 사장을 맡고 있다. 며느리 윤선영씨는 J콘텐트리M&B 경영총괄이다.

장녀는 홍정현씨로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장남인 허서홍 GS에너지 상무와 결혼했다. 차남 홍정인씨는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신사업추진단 부단장 겸 휘닉스호텔앤드리조트 경영기획실장이다. 며느리는 박기범 전 대한피부과의사회 회장의 차녀인 박연환씨다.

홍 전 회장은 1972년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1977년 3월 세계은행으로 파견나가 이코노미스트로 일했으며, 1978년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 산업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 전두환정부서 대통령 비서실장 보좌관을 맡았다. 1985년에는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을 역임했다. 1986년 9월부터 1994년 4월까지 삼성코닝서 일하며 상무-전무-부사장으로 근무했다.

1994년부터 2003년까지 <중앙일보> 대표이사를 맡았다. 2003년에 <중앙일보> 회장으로 승진해 2005년까지 역임했다. 이때 ‘삼성 X파일 사건’이 터졌다. 홍 전 회장은 2005년 주미 한국대사로 임명되면서 정계진출을 시도했지만 이 사건으로 결국 자리서 물러났다.


홍 전 회장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부회장과 사적으로 만났다. 이 자리서 홍 전 회장과 이 본부장은 이회창 대선후보 측에 정치자금 100억원을 전달하는 문제와 검사 7명에게 ‘명절 떡값’을 돌리는 문제를 논의했다.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는 이 대화 내용을 도청해 녹음했는데 이 녹음파일이 삼성 X파일로 불렸다.

힘받는 대망론…대권 대열 합류?
아니면 다른 잠룡 도우미 역할?

2005년 7월 이상호 당시 MBC 기자(현 고발뉴스 기자)가 안기부의 녹음파일을 입수해 공개하면서 삼성의 비자금이 불법 정치자금이 사실로 알려져 파장이 일었다. 홍 전 회장은 그해 2월에 주미 한국대사로 임명됐지만 9월에 물러났다. 주미대사 이후 유엔사무총장 진출을 추진했는데 그 자리는 반기문 당시 외교통상부장관에게 돌아갔다.

검찰은 삼성 X파일을 수사한 끝에 2005년 12월14일 홍 전 회장과 이 부회장을 불기소처분했다. 횡령혐의로 처벌하기 힘들고 뇌물공여 혐의도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것이다. 이때 수사를 지휘했던 검사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다. 홍 전 회장은 2006년 12월 <중앙일보> 회장으로 복귀했다.

홍 전 회장은 합리적 실용주의자로 평가받으며, 보수성향을 보이지만 외교와 통일문제 등을 놓고 다소 진보적 태도를 취해 예비 정치인으로서 강점으로 꼽힌다. 김대중정부 시절엔 스스로 햇볕정책 지지자라고 밝힌 적이 있다.

끈기 있고 인재를 귀하게 여기는 성격으로 손석희 JTBC 보도국 사장 영입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출간한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습니다>서 손 사장을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일화를 소개했다.

이 책에 따르면 홍 전 회장은 손 사장의 영입을 시도했다가 거절당하자 직접 찾아가 술자리를 연 끝에 전권위임을 조건으로 영입에 성공했다. 당시 심경을 “천하의 인재를 찾기 위해 제갈량의 초가를 찾았던 유비의 심정과 비유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끈기있는 성격
대선 변수되나

지난해 11월 22일 청와대서 홍 전 회장을 불러 손 사장의 퇴임을 요구했다고 <시사플러스>가 보도했다. 그러나 중앙미디어네트워크는 즉각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JTBC의 뉴스 프로그램인 <JTBC뉴스룸>은 보수 편향 일색의 방송계서 성역 없는 보도로 주목받았다. <JTBC뉴스룸>은 지상파 3사의 메인 뉴스와 비교해 시국 사건에 대해 더 공신력 있는 보도를 한다고 평가받았다. 2013년 <기자협회보>가 선정한 올해의 언론계 10대 뉴스의 하나로 ‘JTBC 뉴스의 돌풍’이 꼽히기도 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손석희, 홍석현 보도는?

손석희 JTBC 보도국 사장이 “JTBC는 특정인을 위해 존재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의 사임 후 정계 진출 도전 의사를 밝힌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손 사장은 지난 20일 방송된 JTBC ‘뉴스룸’ 앵커 브리핑 코너서 “지난 주말부터 여러 사람의 입길에 오르내렸는데, 무엇보다 우리가 그동안 견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진심이 오해되거나 폄훼되는 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라고 운을 뗐다. 홍 전 회장의 사임과 대선출마설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어 손 사장은 “우리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명확하다. ‘우리는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이제 생겨난 지 얼마 안 된 언론사로서, 그동안 특정 기업의 문제를 보도하거나 정치권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낼 때 고민이 없지 않았다. 예외 없이 반작용을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시대가 바뀌어도 모두가 동의하는 교과서 그대로의 저널리즘은 옳은 것이며, (그것은)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을 위해 존재하거나 복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 전 회장은 18일 직원들에게 보낸 고별사를 통해 “회장직을 내놓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밝혔다. KBS, SBS등 공중파 방송사도 홍 전 회장의 사임을 보도하면서 비중있게 다뤘다. 그러나 같은 날 JTBC는 이 소식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 <창>
 

<기사 속 기사> 홍석현 테마주는?

제이콘텐트리(036420)이 급등세다.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의 사임 표명과 대선출마설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일 오전 9시15분 현재 코스닥시장서 제이콘텐트리는 전일대비 9.09% 오른 4440원에 거래됐다.

지난 18일 홍 전 회장은 돌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사임 배경과 향후 행보를 둘러싸고 대선출마설 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홍 전 회장이 대선에 나설지는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 홍 회장의 행보가 공식화되면 제이콘텐트리는 정치 테마주로 부각될 수 있다.

테마주는 대상과 큰 연관성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제이콘텐트리는 안랩과 마찬가지로 직접 관련성이 있는 만큼 대장 테마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제이콘텐트리가 정치 테마주로 떠오르는 것이 호재가 될지는 미지수다. 테마주로 주목받지 않아도 주가 반등을 기대할 만한 상황서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날 휘닉스소재도 홍 전 회장의 테마주로 분류되며 급등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휘닉스소재는 전일대비 21.1%(250원) 오른 1435원에 거래됐다. 거래량이 598만주를 상회하며 전일 거래량의 10배에 육박했다. 휘닉스소재는 홍 전 회장의 동생인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이 소유하고 있어 '홍석현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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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