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이후…흔들리는 대한민국

다시 시작합시다! 다시 일어섭시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광복 첫해인 1945. 그해가 끝나기 전 모스크바 3상회의 신탁통치 결의안이 나오면서 대한민국은 극한 대립의 진통을 겪었다. 신탁·반탁으로 나뉘어 대한민국은 혼돈의 장으로 바뀐 것이다. 2017년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지면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국론분열의 기로에 섰다.

2017310일 박근혜 대통령(이하 박 전 대통령)은 파면됐다. 헌법재판관 8명이 이날 만장일치 의견으로 탄핵안을 인용한 것이다. 인용 직후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모든 지위를 잃게 됐다.  

만장일치 의견
모든 지위 잃어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대립 양상이 국론분열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불명예스럽게 퇴진하면서 대한민국은 또 한 번 기로에 서게 된 셈이다.

지난 10일 아침 탄핵선고가 있었던 헌법재판소 앞도 이 같은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헌재 주변은 경찰버스로도 부족해 일반 버스까지 동원되는 모습이었다. 이날 120개 중대와 360대의 버스, 경찰 9600여명이 동원됐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선고까지 대한민국은 전 국민적 갈등을 경험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토요일마다 열렸으며 탄핵 기각을 요구하는 탄핵 반대 집회도 시간이 갈수록 열기가 고조되는 양상이었다.


국론분열에 대한 우려감도 고조되는 모습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탄핵 찬성 여론이 80%를 웃돌았지만 탄핵 선고 막판 실시된 조사에서 70% 선으로 무너지는 등 반대 여론이 오르는 모양새였다.

그러면서 탄핵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10% 국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일보>와 오피니언라이브가 실시한 탄핵 인용에 대한 승복 여부를 묻는 질문에 국민 10명 가운데 1명은 승복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진보-보수 뒤엉켜 혼돈의 장
여야 한 목소리 국론분열 우려 

정치권에선 탄핵 충격 이후 국론분열을 막자는 분위기가 여야를 막론하고 형성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정치인들은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며 향후 국론분열을 막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헌법절차에 따른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역시 헌법적 절차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그것이 민주국가고 준법정신 아닌가라고 말했다. 범여권 인사들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결론이 어떻게 나더라도 모두 승복하고 더 이상 국론이 분열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헌법적 질서를 따르는 것은 모든 정치인과 국민의 자세라고 생각한다며 승복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헌재서 결정하면 전부 승복해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김문수 비대위원과 같은 당 원유철·안상수 의원도 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 결정 승복
혼란수습에 역량  

특히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서도 탄핵 이후에 대한 국론분열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혼란의 시작이 아닌 끝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시장은 헌재 탄핵심판 결정 이후 적정한 시간에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상처받은 시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실제 이들은 국민대통합 행보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 전 대표는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기 위해 공식일정을 잡지 않고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서 탄핵 선고를 확인한 뒤 오후에 여의도 캠프 사무실서 향후 국민들의 통합을 위한 대책회의를 가졌다.

안 지사 역시 탄핵 결과가 나오는 10일부터 주말인 12일까지 선거를 위한 행보를 중단하고 국민 대통합에 힘을 실었다.

안 지사 측 캠프 관계자는 헌재 결정이 나오는 순간부터 강하게 대치한 갈등이나 긴장을 완화할 필요가 있고, 특정 후보가 현장에 나타나는 것이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유한국당 대선주자인 홍 지사도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면담 외에는 뚜렷한 공식 일정을 잡지 않는 등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탄핵 선고 전날인 9일, 여야 중진의원들과 회동을 갖고 탄핵 결과에 승복하고 이후 혼란을 수습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 의장은 모두가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고 또 통합된 마음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자는 데 합의했다헌재 선고가 되고 나면 혹시 있을 수 있는 이런저런 집회에 대해서는 정치인이 참여를 자제하는 등 노력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그런 시위보다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치권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탄핵 기각을 주장하던 단체에선 여전히 반발이 심해지면서 향후 정국에 불안요인으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탄핵 인용 전 이 같은 징후는 곳곳서 발견됐다. 지난달 23일 인터넷에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올렸던 남성이 경찰에 자수하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온라인 카페에 이 재판관에 대한 살해 예고 글을 올린 혐의로 최모(25)씨를 입건해 조사하기도 했다.  


박사모는 앞으로?
테러 위험도 감지  

최씨는 이날 오전 2시께 경찰에 자수해 수사가 개시됐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두려움 등 심적 부담감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최씨는  구국의 결단22’ ID를 이용해 이정미만 사라지면 탄핵 기각 아니냐는 제목의 게시글에서 이정미가 판결 전에 사라져야 한다. 나는 이제 살 만큼 살았으니 나라를 구할 수만 있다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글을 올려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비슷한 시기 서울서 열린 박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문 전 대표에 대한 테러 첩보가 입수돼 경찰이 신변보호에 나서기도 했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부인은 자택 앞에서 벌어진 보수단체의 시위로 충격을 받아 혼절하기도 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지난 8최근 박 전 특검의 부인이 집 앞에서 열린 과격시위로 충격을 받고 혼절해 응급치료를 받았다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외국으로 나가는 방법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사건 당시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던 일부 단체 회원들이 박 전 특검의 자택에 야구방망이를 들고 찾아가 이제는 말로 해서는 안 된다며 험한 분위기를 조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특검은 이들을 상대로 집회 및 시위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이제정 부장판사)는 이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보수단체 관계자들이 박 전 특검의 아파트 단지 경계 100m 이내서 박영수 죽여라’ ‘모가지를 따 버려라’ ‘때려잡자 박영수등의 구호를 외치거나 게시물을 이용한 집회·시위를 금지했다. ‘몽둥이맛을 봐야 한다’ ‘총살시켜라’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등의 과격한 표현도 금지 대상에 포함됐다.

정치권 당분간 대통합에 방점
어렵던 IMF처럼한마음 기대

경찰은 이들 사건에 대해 협박·개인정보보호법위반 등 혐의로 내사에 착수했다.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서 “(범죄의) 실현가능성과 구체성을 검토해서 내사하는 단계를 거치고 있다“(이정미 헌법재판관 권한대행의) 주소를 공개하고 자주 가는 단골업체를 공개했는데 이런 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내사를 거쳐 입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탄핵 기각을 요구하는 단체서의 반발이 거센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불안한 정국 수습까지 갈길이 녹록치 않다. 특히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일부 보수단체는 탄핵이 인용되면 엄청난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어 긴장감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의 향후 행보에 쏠린다. 박 전 대통령이 헌재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경우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을 결집 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핵 인용시
엄청난 사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탄핵 심판 전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서 어떤 결정이 나와도 승복해야 한다“(승복 결정만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통합을 위한 마지막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