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때문에 망한 의원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2.20 10:07:29
  • 호수 1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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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농사에 3대가 달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집안을 가지런하게 한 다음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한다(수신제가 치국평천하). 즉, 집안을 평안하게 한 자가 나라도 잘 다스릴 수 있다는 뜻이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제가’에 실패해 곤욕을 치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른정당 장제원 의원은 아들의 성매매 의혹으로 몸살을 앓았다. 장 의원의 아들은 지난 10일 첫 방영된 Mnet <고등래퍼>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그러나 방송을 본 누리꾼들이 “장모군(장 의원의 아들)이 과거 미성년자를 상대로 ‘조건 만남’을 시도하는 등 인성에 적잖은 문제가 있었다”고 폭로해 파장을 낳았다.

아들의 민낯

장군의 계정은 ‘문슁스’, 해당 SNS에는 “오빠랑 하자” “조건하고 싶은데 디엠 하기” 같은 성매매 시도 글이 올라와 있었다. 이 뿐만 아니라 다른 SNS에는 “엄마 일부러 아빠 들으라고 큰 소리로 지X함” “담배 피우는 건 뭐라 하지도 않으면서 시X” “니가 와서 때려주면 안 되냐” “우리 엄마 개(엄청) 때려주라”와 같이 패륜적인 글도 적혀 있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장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국민들께 정말 죄송하고, 아들이 아픔을 딛고 한 단계 성숙해질 수 있도록 아버지로서 더 노력하고 잘 지도하겠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장 의원과 아들에 대한 악플은 사과문 게재 후에도 끊이지 않았다. 결국 장 의원은 자신의 SNS 계정을 삭제했다.

그야말로 ‘새옹지마’. 앞서 장 의원은 청문회 스타로 이름값을 높였다. 청와대 의무실장으로부터 “박 대통령에게 백옥주사를 처방했다”는 답변을 받아낸 부분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청문회 백미로 꼽힌다. 장 의원은 당시 시종일관 날카로운 질문으로 국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후 각종 시사 프로그램서 유머러스하고 친화적인 면모를 보이며 호감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바른정당 대변인과 부산시당위원장을 맡는 등 당에서의 입지도 승승장구였다. 그러나 아들 논란으로 그간 쌓아놓은 이미지에 타격을 받게 됐다. 현재 장 의원은 맡고 있던 당직을 모두 내려놓은 상태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정몽준 전 의원도 아들 문제로 발목이 잡혔다. 아들 정모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 슬퍼하는 국민들을 향해 “국민 정서 자체가 미개하다”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려 논란이 됐다.

국민들이 공분하자 정 전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저희 아이도 반성하고 근신하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나의 불찰”이라고 사과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아들 구설에도 정 전 의원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자선출대회’에서 당 후보로 최종 확정됐다. 그날 정 전 의원은 눈물을 흘리며 유권자들을 향해 아들의 용서를 구했다. 그러나 설상가상 아들을 두둔하는 부인의 발언까지 알려지면서 곤욕을 치렀다.

결국 6·4 지방선거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패배했다. 국회의원직까지 버리며 의욕적으로 서울시장에 도전했지만, 아들의 발언 논란을 끝내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당시 여권 차기 대선주자 1위로 꼽혔던 만큼 상처는 더욱 컸다. 정 전 의원은 현재 오랜 잠행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또한 아들 문제로 큰 낭패를 봤다. 남 지사의 아들 남모 병장이 군 복무 중 후임병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성폭력을 가했다는 혐의로 입건된 것이다. 당시 남 지사는 2014년 경기도지사에 당선되며 승승장구하던 시기였다.

장제원, 남경필, 정몽준 아들 문제로…
캔디 고 폭로에 고승덕 “미안하다∼!”


당시 군 당국은 군부대 폭행 및 성추행과 관련해 부대별 설문조사 및 면담을 실시하던 중 6사단에 근무 중인 남 병장이 후임병의 턱과 배를 가격하고 성기 부분을 손등으로 치는 등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돼 현재 입건된 상태라고 발표했다.

아들 논란에 남 지사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회초리를 맞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피해를 입은 병사와 가족분들,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여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시점상 윤 일병 사망사고가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국민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지난 2014년 9월 경기도 포천시 육군 제5군단 보통군사법원에선 남 병장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앞서 군 검찰은 남 병장에게 “약자인 후임병에게 수회에 걸쳐 아무런 죄의식 없이 범행을 저지르고 법정서도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후 재판부는 “선임병으로서 업무가 미숙한 후임병을 가르치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으나 범행을 몇 달간 지속적으로 반복해 죄질이 나쁘다”며 남 병장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군 검찰과 남 병장 측 변호인은 항소를 포기했고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고승덕 전 의원은 딸의 폭로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014년 고 전 의원은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나섰는데, 전처의 딸 캔디 고가 SNS를 통해 “(고 전 의원은) 자식에게 관심이 없었다. 교육을 전혀 지원하지 않았다”고 폭로한 것이다.

교육감 후보가 자식 교육에 소홀했다는 점이 유권자들의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고 전 의원은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못난 아버지를 둔 딸아, 정말 미안하다”고 소리쳤지만, 돌아선 표심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소위 ‘샤우팅 사과’로 불린 고 전 의원의 당시 사진은 숱한 패러디를 낳는 등 부작용을 일으켰다.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초반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던 고 전 의원은 딸의 폭로라는 암초에 부딪혀 선거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딸의 폭로

자식의 구설로 낭패를 본 정치인이 해마다 추가되고 있다. 그때마다 온라인상에서는 ‘연좌제’를 둘러싼 공방이 펼쳐진다. 자식의 잘못을 부모가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과 자식 문제로 부모를 탓하는 것은 지나친 여론 공세라는 반론이 첨예하게 부딪친다. 케케묵은 논쟁이지만, 정답은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식 교육도 정치인의 필수 덕목 중 하나가 됐다는 점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자녀 덕 보는 의원


최근 유시민 전 장관의 딸 유수진씨와 유승민 의원의 딸 유담씨를 비교하는 글이 화제를 낳고 있다. 수진씨는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장 출신으로 지난 2015년 4월 총리 공관에서 청년 10명과 박근혜 정권 퇴진을 외친 사실이 알려져 관심을 받고 있다.

동국대 법학과에 재학 중인 담씨는 지난 4·13 총선 당시 유세 현장에 나와 아버지를 도운 일로 주목받은 바 있다. 이들 두 사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최근 JTBC 프로그램 <썰전>에 언급돼서다.

당시 유승민 의원과 유시민 전 장관이 나눈 딸에 대한 대화가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됐다. 현재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는 아버지와 딸의 이름이 연관 검색어에 뜰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보이는 중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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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