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짜뉴스 돌리는 ‘서석구 단톡방’ 실체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2.17 17:05:39
  • 호수 1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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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란 변호는 안 하고…지들끼리 쑥덕쑥덕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서석구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는 단체카톡방(이하 단톡방)서 ‘가짜뉴스’가 양산되고 있음을 본지가 단독 확인했다. 서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이다. 본업인 피청구인 변호보다 여론전에 힘을 쓰고 있는 셈이다. 해당 단톡방에는 촛불집회를 매도하는 내용, 문재인·안철수 등 야권 유력 대선주자들을 겨냥한 낭설들이 하루에도 수차례 게재되고 있다.
 

가짜뉴스 양산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사회현상 중 하나다. 지난 11일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포함한 50여개 보수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맞불집회 현장에 ‘가짜뉴스’가 대규모로 뿌려졌다. <뉴스타운> <프리덤뉴스> <노컷일베> 등 그날 현장에 뿌려진 신문에는 검증되지 않은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 논란이 됐다.

지라시 수준
낭설들 유포

가짜뉴스는 극우 성향의 사이트 및 블로그에 올라온 소위 ‘카더라 통신’을 기사화, 또는 기사처럼 보이게끔 만든 것을 말한다. 박 대통령 탄핵 기각을 주장하는 보수단체들은 이렇듯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인터넷 글을 마치 사실인 양 둔갑시키고 있다. 이렇게 제작된 가짜뉴스는 SNS를 통해 유통된다. 특히 여러 사람에게 동시 전달되는 단톡방의 특성을 이용, 빠른 속도로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특정인을 깎아내릴 목적으로 제작·유포되고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크다. 이를 방증하듯 복수의 언론에서는 최근 가짜뉴스 양산을 집중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는 온라인서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가짜뉴스에 대해 “가장 기초적인 패턴은 기사 링크나 출처 없이 게시되는 것”이라며 “지라시와 같은 근거 없는 비방글을 실제 온라인 기사로 꾸민 것은 물론, 있지도 않은 해외 인사들을 등장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본지는 가짜뉴스가 어떤 식으로 제작·유포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박사모 등 보수단체 회원 다수로 구성된 단톡방에 들어가봤다.

해당 단톡방의 인원은 408명(지난 16일 기준)이었으며, 그중 일부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가짜뉴스를 공유하고 있었다. 박 대통령 법률대리인인 서석구 변호사도 이곳에서 적극적 활동을 펼치고 있음이 발견됐다.

서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해당 단톡방에 <세계적 美(미) 건강 웹사이트에 소개된 태극기집회(맞불집회)>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블로그 주소를 링크했다. 이 블로그는 시중의 지라시를 모아 뉴스로 둔갑시키는 극우 성향의 프리랜서 기자가 운영하는 곳이다.

서 변호사 속해 있는 단체카톡 확인
변호보다 여론전 힘쓰는 정황 담겨

걸어 놓은 링크를 타고 이동하면 서 변호사가 제공했다는 한 장의 사진과 함께 “미국의 세계적 건강 웹사이트 ‘Minute Total Body HIIT’에 태극기집회 등 소개 동영상이 올랐다”는 설명이 뜬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허위사실임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설명처럼 Minute Total Body HIIT라는 건강 웹사이트가 아닌 유튜브 영상을 찍은 사진이었다. Minute Total Body HIIT가 올린 유튜브 영상을 전수 조사한 결과 맞불집회를 소개한 사실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사진은 유튜브 영상이 끝나면 시청했던 화면과 추천 동영상이 한 화면에 나오는 시스템을 악용, 마치 해당 웹사이트서 맞불집회를 소개한 것처럼 보이게끔 찍었을 뿐이다. 서 변호사와 사진을 올린 블로거는 유튜브가 익숙하지 않은 장노년층을 겨냥해 거짓말을 한 것이다.


또한 지난 11일에는 TV조선 <박종진 라이브쇼>에 출연한 서 변호사의 사진과 함께 ‘서석구 “고영태·박영선 부적절한 만남도 밝혀져야”’라는 제하의 글이 올라왔다. 그런데 출처를 눌러 들어가면 어김없이 앞서 블로그로 연결된다.
 

TV조선과 인터뷰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블로그 운영자와의 인터뷰였던 것이다. 유력 매체를 이용, 클릭수를 늘리려는 꼼수로 풀이된다.

가짜뉴스 이외에도 서 변호사는 ▲맞불집회 ▲방송 일정 등을 단톡방에 공지하며 보수단체 회원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서 변호사는 최근 공지를 통해 촛불집회를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태극기집회는 촛불집회를 계속 압도했다. 촛불집회가 이석기 석방이나 요구하는 ‘반란집회’임을 깨달은 탓에 촛불집회 (참석자 수)는 계속 줄어들었으나, 태극기집회 (참석자 수)는 계속 늘어났다.”

허위사실 만들어
맞불집회 조작

또 다른 공지에선 특검과 고영태를 겨냥했다.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특검을 해체하고 탄핵사유 증거를 만들기 위해 가혹한 인권유린 수사를 한 검찰과 특검을 수사해야 한다. 36억 거액과 조직까지 장악하려는 음모를 꾸민 고영태를 구속해야 할 것이다.”

지난 13일 서 변호사는 방송 출연 거부 사유까지 세세히 기술했다.

“SBS는 고영태와 같은 부류인 노승일과 공개토론하자는 황당하고도 부적절한 제의를 했다. (이를) 거절하자 (SBS 측이) 전화 인터뷰로 대체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노승일과 나의 인터뷰를 같은 레벨에 두고 방송이 나간다고 하기에 (SBS 출연을) 거절한 것임을 양지하기 바란다.”

이렇듯 서 변호사는 다양한 방법으로 여론전을 펼치는 중이다. 변호에 집중하는 통상적인 법률대리인의 모습과는 분명 괴리가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서 변호사가 변호사법 제24조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달 20일 이 같은 이유로 서 변호사에 대한 징계 청원서를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에 보낸 바 있다.
 

“서 변호사는 헌재 변론 자리서 가짜 노동신문을 근거로 변론을 펼쳤을 뿐 아니라 촛불시위에서 경찰 113명이 부상당하고 경찰차 50대가 파손됐다고 발언해 가짜뉴스의 진원지 역할을 했다. 또 특검 수사팀장을 맡고 있는 윤석열 검사의 경력을 왜곡해 특검이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한변협은 서 변호사가 소속된 대구지방변호사회로 해당 징계 건을 이첩한 상태다.

문제는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사람이 비단 서 변호사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복수의 보수단체 회원들 또한 해당 단톡방에 여러 가짜뉴스를 올리고 있다. 이를 들여다보면 황당한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품위유지 위반”
징계청원서 접수

지난달 26일 ‘김일성 장학재단 명단 찾았다’란 제목으로 ‘친북-반국가 행위 인사 100명: 정은이 지시받고 결재받아 움직이는 종북자 명단’이란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인터넷 주소 하나가 링크돼 있었는데, 클릭해 들어가면 극우 성향의 사이트 일베(일간베스트)로 연결된다.

사실 확인을 해본 결과 일베에 올라 있는 100명의 명단은 보수 정치단체인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위원장 고영주, MBC 대주주이자 방송문화진흥회의 고영주 이사장과 동일인물)가 지난 2010년 발표한 ‘친북, 반국가행위 인명사전’ 1차 수록예정자들과 동일했다.

해당 인명사전은 발표 당시 실체적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자의적인 명단 선정이라며 비판받은 바 있다. 여기에 김일성 장학재단이란 말이 덧붙여져 현재 유통되고 있던 것이다.


지난달 28일 ‘CNN!! 북한 특수부대!! 청와대 잠입준비 중!! 공산화 위기 1분전!!’이란 제목으로 유튜브 영상 하나가 업로드 됐다. 해당 영상을 재생하면 실제 CNN 뉴스와 함께 “김정은 촛불시위 이용 도발하려고 함”이란 한글 자막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12월 CNN이 북한 특수부대 훈련 내용을 소개한 영상이었다. 해당 기사의 원문 어디에도 촛불시위란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링크를 올린 사람은 “청와대 가는 길을 촛불세력이 점거하고 있다. 나라가 외부세력에 의해 망하기 직전이다. 애국시민들(보수단체 회원)은 청와대 앞에서 시위하며 우리의 대통령과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한 원로 언론인이 보는 시각’이란 통화 녹취 동영상이 공유돼기도 했다. 자유당 때부터 기자 생활을 했다는 해당 언론인은 “문재인, 안철수는 박 대통령의 상대가 안 된다. 무슨 잘못이 있다고 박 대통령을 탄핵시키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그 사람이 언론인임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는 등장하지 않았다.

클릭해보니…뉴스 없고 지라시만
“김대중, 정몽헌 살해” 명예훼손급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의 말을 조작한 가짜뉴스도 눈에 띈다. 지난달 29일 ‘박한철 소장의 말씀: 박 대통령 탄핵소추는 절차상 하자이므로 위헌이다’에는 특검이 태생적으로 잘못됐다는 주장이 실려 있다. 그러나 하태경 의원이 헌재 측에 확인한 결과 박 전 소장은 박 대통령 탄핵 소추가 위헌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
 

야권 정치인을 겨냥한 가짜뉴스는 도가 지나칠 정도다. 지난달 30일 올라온 동영상에는 공군 예비역이라고 밝힌 한 인사가 서울시청 지하 주차장을 누비며 “이 아래 북한의 땅굴과 탱크가 있다. 박원순은 사실을 밝혀라!”고 주장하는 장면이 나왔다.

지난 16일에는 ‘김대중의 정몽헌 살해’란 글이 올라왔다. 내용인즉 김대중정권의 비밀을 깊이 알던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을 김 전 대통령이 국정원 직원 3명을 보내 살해했다는 것이다. 작성자는 지난 2008년 8월2일 자 <월간조선> 기사가 출처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서 검색해본 결과 그런 내용의 기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박지원의 가족사’란 글에는 “(박지원의) 조부 박낙종은 공산당원으로 6·25가 터지자 사형당했고, 부친 박종식은 해방 후 남로당 진도 책임자가 돼 삼촌 박종국과 함께 한국 경찰들을 무수히 죽였다”고 서술돼있다.

그러나 지난 2014년 밀양 박씨 진도종친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박지원 대표의 조부 이름은 박원배였으며, 부친 박종식은 목포지역서 자주독립운동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993년에 독립유공자(건국포장 추서)로 지정됐다.

시청에 북 탱크?
황당·엽기 주장

극우단체 회원들이 이토록 가짜뉴스 양산에 몰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JTBC <정치부회의>는 이를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인간 심리를 ‘확증 편향’이라고 한다. 집단 내에서도 이런 것들이 강화되는 측면이 있다. 집단 심리가 극단화되고 있다. 이는 단톡방서 더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자신들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많지 않아서 그런지 가짜뉴스에 쉽게 낚이고 맹신하게 되는 구조적 모순에 빠져 있는 것 같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보수단체의 문재인 죽이기

조기 대선을 앞두고 해당 단톡방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공격하는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보수단체 회원으로 추정되는 한 사람은 최근 “문재인이 중국과 합작해 대한민국을 전복하려 하고 있다. 사드 배치를 반대해 한국을 중국의 속국으로 만들려 하고 한다. 문재인이 탄핵 기각 시 혁명을 운운하는 근거가 바로 중국 개입의 근거”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사람은 “문죄인(문재인+죄)은 죄가 너무 많아 머리 아프니 사형시키자”는 섬뜩한 말을 남겼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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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