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산하기관‘MB 코드인사’논란 <내막>

내 사람~ 내 생각대로 하면 되고~!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장들이 ‘코드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제2기 문화예술위원은 물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 등 문화부 산하기관의 주요 인사의 선임 과정이 석연찮다는 것이 논란의 주요 골자. 여기에 언론계도 KBS, YTN 사장 낙하산 논란에 이어 연합뉴스에도 낙하산 이사장설이 나오고 있다. 지난 총선 직후 MB가 언급한 “낙선자들을 최소 6개월 동안 정부, 청와대 인사나 공기업 인사에서 기용하지 않도록 하라”는 ‘6개월 룰’을 깨고 ‘MB정부의 코드 맞추기’ 의도가 명확해 문화예술계·언론계의 반발이 크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산하기관장들이 ‘코드인사’, ‘낙하산 인사’로 임명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문화예술계의 반발이 크게 확산될 조짐이다.
특히 제2기 문화예술위원은 물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 등 문화부 산하기관의 주요 인사의 선임 과정을 살펴보면 ‘이명박(MB) 정권의 코드 맞추기’ 의도가 명확해진다.

문화부 산하기관
‘MB 코드인사’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월 7일 중앙대학교 이대영 교수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원장으로 임명했다. 이 교수는 ‘MB 인맥’으로 꼽힌다. 그는 뉴라이트 단체인 현 자유주의연대의 운영위원이자 문화위원으로 지난 2004년 한나라당 의원들이 결성한 극단 ‘여의도’(단장 박찬숙 의원)의 연극 <환생경제>를 연출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그간 뉴라이트 진영에서 소위 전문가 그룹의 핵심 인물로 활약해왔다. 이러한 전력을 볼 때 이번 인사 조치가 문화예술교육의 방향을 설정하고 지원해야 할 핵심 기구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을 MB정부의 시장주의적 가치관에 따라 조종하기 위한 철저한 코드인사라는 것이다.

또 문화부가 지난 9월18일 임기 2년의 제2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10명을 선임한 과정도 코드인사라는 목소리가 높다.
제2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구성원들을 보면 김복희(60)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김치수(68) 이화여대 불문학과 명예교수, 백병동(72) 서울대 음대 명예교수, 신달자(65) 명지전문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오광수(70)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유진룡(52) 전 문화부 차관, 정중헌(62) 서울예대 방송영상과 교수, 조운조(63) 이화여대 한국음악과 교수, 최정일(53) 중앙대 연극학과 교수, 최상윤(68) 동아대 명예교수 등 총 10명이다.

이들 중 김복희 위원은 지난 대선 때 예총의 이명박 후보 지지를 이끌었던 핵심 인물이다. 이화여대 조운조 교수도 마찬가지로 ‘MB인맥’으로 알려져 있고, 현재 ‘뉴라이트전국연합’ 산하에 있는 문화예술정책센터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인물이다. 또 서울예대 정중헌 교수는 조선일보 논설위원 출신이다.
이와 관련 국회 문방위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7일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지난 9월 선임한 제2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들이 ‘코드인사’와 ‘보은인사’로 구성됐다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정감사에 앞서 보도 자료를 통해 “선임된 10명의 명단을 살펴보면 MB정부의 코드에 맞는 보수계열 문화인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면서 “이뿐만 아니라, 지난 대선 과정에서 선거를 도운 사람들에 대한 보은인사였음이 명백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김복희 위원에 대해 “지난 대선에서 예총의 이명박 후보 지지를 이끈 핵심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면서 “조운조 이대 교수는 현재 ‘뉴라이트 전국연합’ 산하에 있는 문화예술정책센터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인물이며, 정중헌 서울예대 교수는 조선일보 논설위원 출신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참여정부에서 문광부 차관을 하다 경질되었던 유진룡 전 차관과 오광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도 현 정부의 정치적 성향에 부합하는 인물들이며, 신달자, 최정일 위원은 유인촌 장관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면서 “상당수의 위원들이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친정부적인 색채가 짙다는 점에서 독립성을 갖고 문화예술 진흥정책을 펼치고자 했던 문화예술위 본래 출범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 사실상 문화예술위원회를 정부의 입맛대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국회 문광위 소속 민주당 변재일 의원도 이날 한국관광공사에 대한 국감에서 신임 문화예술위원들에 대한 인사가 MB 코드인사 일색이라고 지적하고 또 남북관광 교류협력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 의원은 먼저 신임 문화예술위원회 인사와 관련해서 “친MB 및 친 유인촌 문광부장관 인사들이 중용, 행정부의 위원회에 대한 장악이 보다 용이해질 것”이라며 “예술 현장보다는 행정관료들의 목소리가 위원회 운영에 있어서 지배적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제2기 한국문화예술위
코드 보은인사” 비판

변 의원은 “제2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구성을 놓고 정치권은 물론 문화예술계에서도 문화예술 분야의 대표성을 갖지 못하고 있으며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에 따라 MB정부는 스스로 정한 약속을 저버리고 공공기관에 39명의 낙천·낙선 인사를 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 총선 직후 MB가 언급한 ‘6개월 룰’을 대통령 스스로가 허물어뜨린 것으로 MB는 당시 낙선자들은 이미 국민의 심판을 받은 것으로 봐야한다는 논리로 “낙선자들은 최소 6개월 동안 정부, 청와대 인사나 공기업 인사에서 기용하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주요공공기관 39명
MB낙하산 인사들로

이와 관련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서갑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이 ‘6개월 룰’을 깬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만 무려 39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자료에 따르면 ‘6개월 룰’이 깨진 주요 인사로는 정형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이강두 국민생활체육협의회 회장 등 공공기관 임원이 24명으로 가장 많았다.
또한 맹형규 정무수석비서관, 김덕룡 국민통합특보, 박형준 홍보기획관 등 청와대 인사 5명과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 권철현 주일대사 등도 대표적인 보은성 낙천·낙선 인사로 꼽혔다.

아울러 이 같은 인사는 영남 출신이 16명(40%)인 것에 반해 호남 출신은 4명(10%)에 그쳐 지역별 편중도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낙하산이나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 등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6개월 룰’에 대한 약속을 대통령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해왔던 MB정부 인사정책을 비추어 봤을 때, 10월 이후 낙선 낙천자에 대한 무더기 보은성 인사가 예고된다”면서 “항상 국민의 눈과 귀가 주시하고 있다는 걸 잊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장들의 ‘코드인사’ 논란은 언론계도 마찬가지다. 최근 KBS와 YTN에 이어 연합뉴스까지 낙하산 이사장설이 나오고 있어 논란이 될 전망이다.

전병헌 변재일 의원 “신임 문화예술위 위원 ‘MB 코드인사’ 비판
문화예술교육진흥원, 문화예술위 등 뉴라이트 MB인사들로 임명
연합뉴스도 낙하산 경계령?…차기 이사장에 MB캠프 특보 임명설
MB정부 ‘6개월 룰’ 스스로 파괴 낙천 낙선자 39명 ‘코드 인사’로


연합뉴스의 최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 7명 이사 전원의 23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차기 이사장 후보로 지난 대선 MB캠프에서 언론특보를 지낸 최규철 전 동아일보 논설주간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연합뉴스의 최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는 사장 추천권과 예결산 승인권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편집국의 한 기자는 “최규철씨의 차기 이사장설에 관한 얘기가 사내에 광범이하게 퍼진 것은 사실이다”라며 “직원들은 연합뉴스가 정치적 시비에 휘말릴 것에 대해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진은 근거법인 뉴스통신진흥법에 따라 대통령 2명 추천,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3명 추천, 한국신문협회 방송협회 각각 1명씩 총 7명으로 추천의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사장은 이사들의 호선으로 뽑지만 대통령의 의중이 결정적으로 작용하리라는 관측에서 낙하산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17일 MB낙하산 인사를 경계하는 논평을 내고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진은 연합뉴스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인물들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 의원은 “KBS와 YTN 사태를 겪으면서 ‘소문이 곧 현실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허투로 듣고 흘리기 어렵다”며 “대통령이 추천권을 갖고 있는 마당에 누가 이를 막을 수 있겠느냐”라며 우려를 표했다.

최 의원은 이어 뉴스통신진흥회 이사는  대통령 2명 추천, 국회의장이 교섭단체와 협의해 3명 추천, 일간지 발행과 지상파 방송사업자를 대표하는 전국조직(한국신문협회, 한국방송협회)이 각각 1명씩 총 7명을 추천하도록 돼 있다는 현행법을 소개한 뒤 “현재의 상황으로 봐선 전반적으로 친여당 성향 보수인물들로 이사회가 구성돼 당장 참여정부 때 임명돼 내년 5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기서 연합뉴스 사장의 거취문제를 논의하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KBS와 YTN에 이어
연합뉴스도 ‘낙하산’

최 의원은 “현행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추천 방식은 추천 주체나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게 되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정치권과 언론계가 지혜를 모은다면 해결난망인 사안은 아니다”고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 방안을 제안했다.
또 이와 관련해서 김창룡 인제대 교수도 지난 19일 언론 기고를 통해 “2003년 5월 연합뉴스를 국가 기간통신사로 지원하는 6년 한시법이 제정될 때 절대 전제조건은 정치적 중립성의 확보였다”며 “이를 존중한다면 정치권 인사의 낙하산 사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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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