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종교 버리는 사람들

누굴 믿어? 나만 믿어!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 1995년 이후 처음으로 비종교인이 종교인의 숫자를 넘어섰다. 안식처이자 도피처 역할을 수행했던 종교의 계속된 변질에 사람들은 회의를 느꼈다. 가속화되는 탈종교화 시대에 국내 종교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의 역사 속에서 종교는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 시민들의 편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고통을 나누는 데 앞장서왔다. 외세의 침입에는 의병의 형태로,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 지원과 지식의 배급 등 종교는 많은 시민의 마음 속 안식처이자 도피처의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해방 이후 국내 종교는 정치와 사회와 결합해 변질되며 사건·사고의 중심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10년 이후 6년 간 발생한 성폭력 사범을 직종별로 분류할 때 가장 많은 숫자가 종교인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최근 발표된 통계청의 종교 인구조사에서 국내 종교인의 감소세가 두드러지며 국내 종교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잇단 사건사고

지난 2016년 12월 통계청이 10년 주기로 실시하는 국내 종교 인구조사에서 최근 10년간 국내 종교계의 신도 약 567만여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에 따르면 “종교가 없다”고 응답한 국내 인구 비율은 56.1%로 지난 1985년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이후 20년 만에 국내 무종교인 숫자가 종교인을 역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탈종교화 현상 가속화에 전문가들은 사회적 문제가 종교 인구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번 통계 결과에 따르면 국내 종교별 신도수는 개신교 967만명, 불교 761만 9000명, 가톨릭 신자 389만명, 원불교 84만명, 유교 76만명 순이었다.

지난 10년간 줄어든 종교인 567만명 중 불교 신자는 전체 감소 인구의 50% 이상에 해당하는 약 297만명이 이탈한 것이 드러났다. 하지만 기독교 신도 수는 123만명이 증가해 과거 1위를 유지해온 불교는 개신교에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비종교인 종교인 숫자 넘어
지난 10년간 297만명 이탈

국내 비종교인 중 10대와 20대는 각각 62%과 64.9%로 전체 비종교인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이에 사회학자들은 지난 10년간 물가 상승을 비롯한 경제의 악화 속에서 수능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종교보다 현실적인 부분을 찾게 되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일각에서는 종교 종사자들의 신뢰성 감소와 신앙으로 이겨내기 어려운 국내 경제 위기 상황 등이 전체 종교 인구의 감소를 견인했다고 말한다.

종교계의 반응은 다양하다. 국내서 가장 많은 신도를 보유하게 된 개신교의 경우 기쁨과 함께 정확한 의미를 알기 위한 분석에 집중하고 있다.
 


일각에선 개신교 신자의 증가가 최근 증가하고 있는 일명 ‘사이비 종교’로 불리는 종교 이단의 증가가 반영돼있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으며 예배에 참석하지 않는 가나안 성도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가나안 성도는 개신교도의 정체성은 지니고 있지만 대형교회 및 교단의 세속화와 목회자들에 대한 실망으로 교회에 적을 두거나 예배에 출석하지 않는 특징을 지닌 종교인이다. 종교계 전문가들은 현재 가나안 성도는 100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개신교 내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이번 조사 결과에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사이비 종교들도 함께 포함됐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가나안 성도들과 이단의 경우 설문조사 시 스스로를 개신교로 분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불교계의 경우 지난 10년 사이 발생한 급격한 변화에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대한불교조계종은 통계청의 조사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정보공개 청구를 요구한 바 있다. 과거와 달리 변화한 통계청의 종교인구 조사는 20%의 표본 가구에 대한 사전 인터넷 조사로 고령층 비율이 높은 불교계에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잘못된 통계 방식에 대한 불만보다도 줄어든 불자에 대한 자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불교계의 입장이다. 일각에선 불교신자의 감소 원인이 사찰의 이권 다툼과 포교에 대한 관심 부족, 주요 신도층인 노인 인구의 감소 등 복합적 요소가 결합된 현상이라고 말한다.

실제 불교는 개신교와 비교할 경우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 청년에 이르는 젊은 세대에 대한 포교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현재 종단 내 분위기는 자성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포교에 무관심하고 국민들의 삶에 희망과 대안이 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반성하는 분위기”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3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가톨릭(천주교)은 이번 통계에 대해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천주교 관계자들은 표면적으로 112만여명의 신도가 감소했지만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통계에서 566만명으로 조사돼 통계청 조사와는 차이가 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종교계 “변화 필요”
해결책 찾기 급급

최근 주목받고 있는 청와대 국정 농단 사건 등 사회 문제들은 물론 종교계서 발생하는 사건·사고들은 대중이 종교에 대한 믿음과 기대를 잃게 하는 배경이 되고 있는 부분이다.

실제 갤럽의 조사 결과에서 불신과 실망은 종교를 가지지 않는 두 번째 원인(19%)로 조사됐다. 국내 종교 인구 감소에 따라 종교계는 현대 사회서 종교가 지닌 의미와 역할을 되돌아보며 미래 비전을 재설정해야 하는 전환기에 직면했다.
 

천주교 내부 통계는 세례를 받은 신자의 수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관계자들은 통계조사에 응답한 신도들이 스스로를 타 종교인으로 분류하거나 비 적극적 종교 활동에 무교로 인식한 경우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천주교는 3년 이상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가지 않는 ‘교우’의 비율이 높으며 각 교구별 냉담자의 비율은 평균적으로 40∼50%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리서치 전문기업 한국갤럽의 ‘한국인의 종교 1984∼2014’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9세 이상 성인 남녀 1500명 중 45%가 종교에 관심이 없다는 응답률을 나타냈다. 종교 자체에 관심이 없다는 응답은 1997년 26%, 2004년 37%, 그리고 2014년의 45% 순으로 종교 기피현상의 가속화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특정 종교단체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1인 가구 시대로 변화하는 현대 한국사회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반영된 부분이다.

특히 한반도 역사와 오랜 시간 함께해온 불교의 경우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새로운 포교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템플스테이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변화하는 시대에 순응하고 있다는 점은 사회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기독교와 비교해 포교의 적극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난해 탈종교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각 종교계 학자들이 모인 공동학술연찬회는 위기를 맞은 종교계의 생존에 ‘공공성 회복’이 필요하다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최근 종교계는 청와대 국정 농단 사건으로 인해 거리로 나온 시민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불신과 실망

종교계 인사들은 시국선언부터 거리 행진까지 시민들과 이번 국가 위기 사태를 함께하며 사회·공공적 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탈종교화의 시대 속에서 통계청의 발표로 변화의 흐름을 확인하게 된 한국 종교계. 종교 본연의 가치 회복을 위한 각 종단의 활동이 미래 한국 사회를 어떠한 모습으로 변화시켜 나갈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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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