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여행 한옥마을 ②강릉 오죽헌·선교장

바다 향 머무는 고택에서의 하루

 

강릉은 힐링을 위한 한옥 여행으로 좋다. 날 선 겨울 바다와 한옥의 온기가 대비되는 반전의 묘미가 있다. 고택은 거친 파도와 찬 바람에 쓸린 몸과 마음을 따사롭게 보듬어준다.

강릉의 고택을 만나려면 경포로 향해야 한다. 바다 향 머무는 길목에 수백 년 된 옛집과 한옥 숙소가 어우러져 있다. 예부터 ‘동대문 밖 강릉’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서울 동쪽에 가장 번성한 고장이 강릉이다. 그 윤택함에 기댄 오죽헌, 선교장 등이 문화적 향취를 머금고 외지인을 반긴다. 한옥에서 머무는 하루는 시린 겨울을 훈훈하게 녹여준다.

경포 바다로 접어드는 초입에 신사임당과 그의 아들 율곡 이이가 태어난 강릉 오죽헌(보물 165호)이 있다. 오죽헌 구경은 사임당과 율곡의 자취를 되새기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임당은 홀로 남은 친정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고향 강릉에 기거하다가 율곡을 낳았다. 오죽헌은 조선 초기에 지어진 별당 건물로, 이곳 몽룡실 에서 율곡이 태어났다. 집 주변에 그 이름의 유래가 된 검은 대나무(烏竹)가 있다. 선현의 흔적이 서린 담벼락에서 온기가 전해지고, 서까래에서 은은한 나무 향이 풍긴다.

신사임당, 율곡 이이의 자취

사임당 신씨는 시와 그림, 자수에 뛰어난 예술가였으며, 율곡 이이는 이황과 쌍벽을 이루는 사상가이자 철학자로 일본, 중국의 침략에 대비해 ‘십만 양병설’을 주장했다. 모자의 모습은 우리에게 역사적 유래만큼 익숙하다. 5만원권에 신사임당의 초상화와 ‘묵포도도’가 있으며, 5000원권에는 이이의 초상화와 오죽헌(몽룡실), 오죽이 도안되었다.

오죽헌 옆에는 수령 600년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율곡매가 있는데, 사임당의 매화 그림과 율곡이 쓰던 벼루 장식의 소재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사랑채, 율곡의 영정을 모신 문성사, 정조대왕이 율곡을 칭송한 사연이 담긴 어제각 등도 함께 둘러봐야 한다.


지난해 12월, 오죽헌이 바라보이는 너른 터에 강릉오죽한옥마을이 개관했다. 선현의 온기 서린 땅에서 머무는 하룻밤이 설레게 한다. 강릉오죽한옥마을은 전통 공법으로 지어 한옥 고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으며, 내부에는 현대식 편의 시설을 갖췄다. 일반형부터 고급형까지 30여 객실은 화부가 직접 데워주는 전통 온돌방이다.

오죽헌과 강릉오죽한옥마을 주변에는 다양한 문화 공간이 옹기종기 모였다. 유교 문화를 체험하는 율곡인성교육관과 시립미술관이 오죽헌 경내에 있으며, 지역 공예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수와 목공예 등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강릉예술창작인촌도 인근에 자리한다.

오죽헌에서 경포생태저류지를 넘어서면 수려한 옛집이 모습을 드러낸다. 영동 지방 최고의 고택으로 여겨지는 강릉 선교장(중요민속문화재 5호)이다. 300여년 동안 원형이 잘 보존된 사대부 가옥으로 세종대왕의 형 효령대군의 11대손인 이내번이 지었으며, 10대에 걸쳐 증축됐다.

시린 겨울 바다와 한옥의 따뜻함이 주는 조화
현대식 편의 시설 갖춘 전통 온돌방에서의 하루

선교장 연못 옆에 있는 활래정은 경포호를 바라보며 풍류를 즐기던 선비들의 안식처다. 가장 오래된 안채, 사랑채인 열화당, 서재로 활용하던 서별당의 건축양식이 각각 다르다. 마루가 높고 마당이 널찍한 열화당은 개화기에 서양 문물의 영향을 받은 차양이 고스란히 남았다.

선교장의 고택에서 하룻밤 묵어갈 수 있는데, 주변 풍광이 더해져 한옥 숙박의 묘미를 전해준다. 선교장 가옥과 마당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뒤뜰 언덕의 노송 숲 산책도 품격을 더한다.

고택을 나서면 경포호와 바다로 연결된다. 경포호를 거닐면 관동팔경 중 으뜸으로 꼽는 경포대, 에디슨의 발명품과 축음기 등 4500여점이 전시된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이 소소한 볼거리로 다가선다.


강릉 한옥 여행을 부추기는 절대 동력은 경포해변이다. 담장 높은 한옥과 차갑게 열린 경포해변이 아득한 대비를 이룬다. 경포해변은 나무 데크로 단장된 솔숲 산책로가 모래사장을 따라 이어져 겨울 사색을 돕는다. 강릉은 최근 커피의 메카로도 명성이 높다. 경포 인근 안목해변에 강릉커피거리가 조성되었으며, 왕산면의 커피커퍼커피박물관에서는 커피나무, 커피콩, 옛 커피 기구 등을 볼 수 있다.

따끈한 순두부 한 그릇은 겨울 추위를 녹이기에 안성맞춤이다. 강릉 곳곳에 초당순두부 간판이 내걸렸지만, 제맛을 즐기려면 초당두부마을로 가야 한다. 입에 넣자마자 부드럽게 녹아야 진품 초당순두부다.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강릉 나들이는 국도7호선을 따라 주문진으로 거슬러 오르며 무르익는다. 주문진해변은 최근 드라마 〈도깨비〉의 배경이 되어 연인들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소돌아들바위공원이 자리한 소돌해변 일대 바다가 좀 더 한갓지고 운치 있다. 오징어잡이 배가 빼곡한 주문진항이나 해산물이 진열된 주문진수산시장을 거니는 것으로 강릉 여행의 마무리는 넉넉해진다.

<여행정보>

당일 코스

오죽헌→강릉오죽한옥마을→경포호→선교장→경포해변

1박1박2일 코스

- 첫째 날: 오죽헌→강릉오죽한옥마을→경포호→선교장→경 포해변
- 둘째 날: 초당두부마을→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
관→소돌해변→주문진항

관련 웹사이트

- 강릉 관광 http://gntour.go.kr
- 선교장 www.knsgj.netr
- 오죽헌 https://ojukheon.gangneung.go.kr
- 강릉오죽한옥마을 http://ojuk.or.kr

문의

- 강릉시청 관광과 033-640-5125
- 선교장 033-648-5303
- 오죽헌 033-660-3301
- 강릉오죽한옥마을 033-655-1117
-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 033-655-1130


대중교통

버스 서울-강릉,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10~30분 간격
(06:32~23:05) 운행, 약 2시간 30분 소요. 서울고속버스터
미널에서 20~30분 간격(06:00~23:30) 운행, 약 2시간 40분 소요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코버스 www.kobus.co.kr
자가운전 동해고속도로 강릉 IC→동해·강릉 방면 경강로→주문진 방면→동해대로→오죽헌

숙박
 
- MGM호텔: 강릉시 해안로535번길, 033)644-2559, www.mgmhotel.co.kr (굿스테이)
- 주문진호텔: 주문진읍 불당골길, 033)661-0123, http://jmjhotel.com (굿스테이)
- 강릉게스트하우스 커피거리점: 강릉시 경강로, 010-2987-6248, http://blog.naver.com/coffeemarina (굿스테이)
-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 강릉시 해안로, 1644-3001
 
식당
 

- 초당고부순두부(순두부백반): 강릉시 강릉대로587번길, 033-653-7271
- 동화가든(짬뽕순두부): 강릉시 초당순두부길77번길, 033-652-9885
- 교동반점(짬뽕): 강릉시 강릉대로, 033)646-3833
- 바다마을횟집(섭국): 강동면 정동등명길, 033)644-5747
 
주변 볼거리
 
하슬라아트월드, 안목해변, 안반데기, 허난설헌 생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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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