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4당 원내대표에 길을 묻다 ③국민의당 주승용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2.06 11:11:39
  • 호수 11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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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 영입 초읽기…대선승리 보인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2017년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는 점에서 올 한 해는 대한민국 정치사의 변곡점으로 작용할 예정이다. 그 역사적 순간의 중심에 4명의 정당 원내대표가 서 있다. 공정한 경선관리의 책임이 있는 원내대표들이 어떤 역량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성공적인 대선을 치르게 될지, 아니면 경선 후유증으로 당이 흔들릴지 결정된다. <일요시사>는 조기 대선정국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4당 원내대표와의 릴레이 인터뷰를 준비했다. 그 세 번째로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를 만났다.

호남서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의 입지는 확고하다. 무소속으로 두 번의 전남도의원과 각각 한 번씩의 여천군수, 여수시장 당선 경력이 있다. 특히 지난 1996년 여천군수 보궐선거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상대 후보를 지원했음에도 자력으로 승리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이후 중앙정치에 도전한 주 원내대표는 단 한 번의 낙선도 없이 전남 여수을 4선 국회의원으로 올라섰다.

그의 고향은 전남 고흥. 여수·여천 출신이 아님에도 아홉 번의 선거서 여덟 번 승리했다. 원내대표 당선도 호남민심 회복과 야권통합론을 내건 주 원내대표를 당 호남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한 결과였다. 호남서의 주 원내대표 입지는 ‘확고’를 넘어 ‘절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연전연승’의 비결은 당보다 주 원내대표 개인 득표력에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가 ‘승용불패’라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그 불패 신화가 이제 호남을 넘어 전국을 향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가 ‘선거의 달인’으로 어떻게 경선 관리를 하느냐에 따라 국민의당의 운명도 판가름 날 예정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 당 자체 개헌안을 제시할 예정인 오는 3월 초를 승부처로 보고 있다. 다음은 주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 설 연휴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 제 지역구인 여수서 보냈습니다. 시민들로부터 침체된 경제 문제, 박 대통령 탄핵, 정권교체 등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국정농단 사태로 국민들은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AI와 쌀값 폭락으로 경기마저 안 좋아진 데다 청년 취업까지 최악인 상황입니다.


설 명절 반가운 가족과 친지들을 만나 웃음꽃이 피었지만 “올해는 잘될 거야”란 말 한마디조차 서로 건네기 어려운, 소위 '웃픈(웃기고 슬픈)' 명절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정권교체에 대한 염원이 어느 때보다 거세다는 걸 느꼈습니다.

- 광화문 촛불집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1000만 촛불은 실로 대단했습니다. 국민들의 촛불혁명이 대통령을 탄핵에 이르게 한 것만 봐도 그 힘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촛불집회는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표출된 것입니다. 어떤 권력 집단도 국민을 이길 수 없습니다. 특히 이번 촛불집회는 중·고등학생들도 함께 거리로 나와 더욱 크게 번졌습니다.

돈도 실력이라는 정유라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밤새워 공부해 대학을 가고, 대학 가서도 비싼 등록금을 내기 위해 편의점서 알바하고, 취업하기도 전에 빚쟁이가 돼야 하는 슬픈 현실에 어린 학생들이 분노한 것입니다. 촛불은 민심을 투영한 민주주의의 산물이자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국민의 염원이라 생각합니다.

-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일어난 본질은 무엇이라 진단하시나요?

▲ 헌정질서와 민주주의 파괴에 있다고 봅니다. 과도하게 권력이 집중된 현행 대통령제하에서 박 대통령은 권력을 사유화해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를 저질렀습니다. 또한 참모들은 대통령 곁에서 온갖 이권에 개입해 곳간을 채워 호가호위하며 실제 인사권자인 대통령보다 더 깊이 인사에 관여했습니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틀어막은 참모들의 잘못도 큽니다.

- 일련의 특검팀 수사를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 특검 수사가 빠르고 정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순실, 김기춘, 조윤선, 안종범, 차은택 등 국정 농단 공범들을 구속시킨 것은 실로 크나큰 성과입니다. 특히 ‘법꾸라지’ 김기춘을 구속한 것을 보고 특검의 강한 의지를 느꼈습니다.
 

이제 수사의 핵심은 청와대 압수수색 후 박 대통령 대면조사이며 그 다음은 우병우를 구속하는 것입니다. 국민들도 박영수 특검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처럼 앞으로도 잘해줄 것이라 믿습니다.

호남에서만 9전8승 ‘승용불패’
‘법꾸라지’구속, 다음은 박근혜

- 최근 특검은 “박 대통령이 대면조사에 불응할 시 다른 방법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제도적 공백을 보완할 필요성이 있어 보이는데, 원내대표님 생각은 어떤가요?

▲ 국민들은 법과 원칙의 정치인이라고 자처하던 박 대통령에게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법은 항상 시대에 뒤처진다는 말이 있죠. 법도 사람이 만들기 때문에 제도적 공백은 불가피합니다. 따라서 청문회를 무력화시키는 증인들의 증언과 불출석에 대한 보완, 그리고 불법적으로 축적한 재산을 모두 환수하는 법안 등 개혁입법과제를 이번 임시국회 내에 통과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했습니다. 범죄 혐의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게 기각 이유인데요. 원내대표께서는 법원의 기각 사유를 어떻게 보시나요?

▲ 이 부회장은 회사경영권을 승계할 목적으로 회삿돈을 횡령해 대통령과 비선 실세에게 뇌물을 바친 것도 모자라 진실 앞에서 끝까지 거짓을 말했습니다. 회사의 힘과 돈이 한 개인을 위해 남용된 것이죠. 그런 혐의가 있음에도 법원에선 구속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법원의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혹여 사회 곳곳에 깊게 뿌리박혀 있는 삼성의 힘 때문은 아닌지 걱정이 큽니다.

정유라 이화여대 입학 및 학사 비리사건도 남궁곤 전 입학처장을 비롯한 4명이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데, 최고 책임자인 최 전 총장만 범죄 행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으니 실로 어색한 결과라고 봅니다. 지금 많은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검은 영장 기각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까지 보여준 것처럼 철저하게 수사해 사실을 밝혀줄 것이라 믿습니다.

- 박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 결정 시기는 언제가 될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 이정미 헌재소장 대행이 퇴임하기 전인 3월13일 이전에 결정되는 게 옳다고 봅니다. 박한철 전 헌재소장의 말을 빌리자면 현행 8인 체제서 한 명이 더 줄어 7인 체제가 되면 재판 결과가 왜곡될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안정적인 국정을 위해서라도 빠른 결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금은 국내외적으로 안보와 경제가 위기 상황입니다. 트럼프정권 출범으로 세계질서가 출렁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운운하며 우리를 포함한 주변국에 긴장감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판결 지연을 위해 꼼수를 부리는 행위는 결코 없어야 할 것입니다.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소통은 잘 이뤄지고 있나요?

▲ 처음 원내대표로 취임했을 때 황 대행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당시 서로 자주 만나고 시간이 부족하면 통화라도 자주 하자고 황 대행에게 말했습니다. 상호존중과 협력의 의미로 여야정 국정협의체도 건의했습니다. 이에 황 대행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답했지만, 요즘 와서 보면 협력이 잘 안 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월 임시국회 때 열릴 대정부질문에 황 대행이 출석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4당 원내대표 간 합의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것은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며 직무유기입니다.

그 외에도 사드 배치, 일본군 위안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소통보다는 강행을 선택했습니다. 탄핵이 진행되고 있는 박 대통령의 주요 정책이나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황 대행이 신년 기자회견서 “여야 정치권과 다양한 방식으로 적극 소통하겠다”고 한 말은 어불성설임이 드러났습니다.

황교안 출마? “역풍 맞을 것”
박원순 영입설에 “당에 적합”

- 최근 황 대행이 새누리당 대선주자로 나설 수 있다는 예상이 있습니다. 황 대행의 출마 가능성과 경쟁력을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 감히 청하지는 못하나 원래부터 몹시 바라던 바라는 뜻이죠. 지금 황 대행의 마음이 그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대선 출마에 마음을 두고 있다면 지금 당장 대통령 권한대행직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마비된 국정을 잘 추스르지는 못할망정 정치권의 유혹에 솔깃해 대통령 코스프레를 하며 사전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라면 향후 대선 출마선언을 했을 때 역풍을 맞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황 대행 역시 국정 농단 사태에 책임이 큰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황 대행은 박근혜정부서 법무부장관에 총리로 영전된 사람입니다. 우리나라 법조계를 책임지는 법무부장관과 대통령의 명을 받아 각부를 통할하는 총리가 국정 농단에 대해 몰랐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정말 몰랐다면 나라를 이끌어갈 능력이 없는 것이고, 알고도 모른 척했다면 범죄입니다. 현재 지지율이 잘 나온다고 해서 대선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다면 그야말로 낭패를 볼 것입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미국서 귀국해 혹독한 검증을 거치기도 전에 현실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지지율이 폭락했지 않습니까. 황 대행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특히나 한국 현대정치사에 공무원 출신 대통령은 없었습니다. 황 대행은 고건 전 총리와 반 전 총장 사례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은 최근 언론과 인터뷰서 국민의당은 물론, 반 전 총장과도 연대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국민의당의 입장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 손 의장은 이달 10일 국민의당에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정운찬 전 총리 역시 국민의당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반 전 총장은 대선에 불출마하고 어느 세력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반 전 총장은 대선 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국민의당은 이런 좋은 분들과 함께 집권 가능성을 높여갈 것입니다.

- 안철수 전 대표는 ‘야권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그럴 일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그러나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는 게 사실인데요. 이 때문에 종국에는 단일화를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있습니다. 원내대표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선거 때마다 야당의 분열과 통합에 국민들은 식상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정체성이 다른 세력 간 통합이나 연대는 그런 국민들께 더욱 실망만 안겨 드릴 뿐입니다. 지금으로서는 민주당과의 단일야권후보 선출이나 통합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지금 국민의당은 내부 단합과 화합을 통해 스스로 강해지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정치는 뺄셈이 아닌 덧셈입니다. 친문, 친박과 같은 패권 세력을 제외한 모든 세력이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모여 100% 국민경선을 거쳐 단일 후보를 만들어낸다면,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국민의당에 입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습니다.

▲ 실제로 그런 보고를 받은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서울시정을 6년간이나 경험했으며 아이디어가 많은 훌륭한 분입니다. 이런 분들은 하루 이틀 새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야당의 자산인 거죠. 박 시장이 정치에 입문한 역사를 보면 우리당 안철수 전 대표의 아름다운 양보 덕분입니다.

또한 박 시장이 변호사 시절부터 걸어오신 행보를 보면 우리당의 정체성과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 바람이 있다면 국민의당으로 오셔서 우리당 대선 승리의 주역이 돼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대선 전 개헌 가능성을 진단 해주신다면?

▲ 개헌은 지난 10여년 동안 국회 헌정자문위원회를 통해 이미 만들어져 있습니다. 개헌은 이제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결단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라도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나서는 민생경제를 챙기느라 개헌에 신경 쓸 여력이 없지 않겠습니까. 그럼에도 현재 새누리당, 민주당, 그리고 바른정당이 개헌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민의당은 대선 전 개헌이 물리적으로 어려우면 대선 후보들 차원에서 공약화하고, 오는 2018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당론을 정했습니다. 현재 우리 국민의당은 개헌분과를 포함한 국가대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대선 전 개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일요시사>가 1100호를 맞았습니다.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 언론사는 독자의 사랑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요시사>는 지난 20여년 동안 우리 곁을 지켜왔습니다. 이는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해 우리 사회의 밑거름이 되고자 노력한 결과라고 봅니다. 늘 그래왔듯 여러 가지 현안을 사실의 눈으로 바라보고 독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참신한 이슈와 깊이 있는 취재로 미래의 언론문화를 선도하는 언론사로 더욱더 성장하길 기대합니다.


<chm@ilyosisa.co.kr>

 

[주승용은 누구?]

▲전라남도 고흥 출생
▲전남대학교 대학원 수산과학과 박사
▲전 민선 초대 통합 여수시장
▲전 2012여수세계박람회 유치 특별위원회 간사
▲전 민주통합당 정책위원회 의장
▲전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제17·18·19·20대 국회의원(전남 여수시을)
▲현 국민의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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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