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설’ 반기문 낙마의 비밀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2.06 10:44:46
  • 호수 1100호
  • 댓글 0개

‘기름장어’ 누가 끌어내렸나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여권 내 유력 대선주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낙마했다. 귀국 직후 ‘정치교체’ 화두를 던진 그는 언론의 검증 공세에 시달렸다. 동시에 한때 문재인 전 대표를 앞질렀던 지지율은 완전히 반 토막 났다. 위기의 나날을 보내던 그는 측근에게도 알리지 않고 돌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왜 야인의 길을 택했을까. 반 전 총장의 낙마 이면의 진실을 파헤쳐봤다.

여권 대선주자의 핵으로 꼽힌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날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가졌던 반 전 총장은 “내가 주도해 정치교체와 더불어 국가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고 말했다. 유엔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귀국한 지 3주 만에 대선 포기를 전격 선언했다.

귀국 후 그는 고향인 충주와 음성을 비롯해 부산과 대구, 광주 등 전국을 도는 강행군으로 대권 행보를 이어왔다. 설 직후에는 개헌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4개당은 이에 싸늘하게 반응했다.

불출마 선언
갑자기 왜?

반 전 총장은 기자회견서 “내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 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 정치교체 명분이 실종됐다”며 “오히려 내 개인과 가족, 그리고 10년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가 지극히 실망스러웠고, 결국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권행보 기간인 20여일 동안 각종 구설에 오르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귀국 첫날인 지난달 12일 공항철도 발권기에 2만원을 투입한 모습이 포착돼 ‘서민 코스프레’ 논란에 휩싸였다. 이 밖에 ‘국립현충원 방명록 커닝’ ‘퇴주잔’ ‘봉하마을 방명록’ ‘조류독감 방역 체험’ 등의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귀국 후 본격 검증에 나서기도 전에 대권행보마다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지지율도 함께 곤두박질쳤다. 언론의 맹공에 반 전 총장은 ‘가짜 뉴스’라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아울러 자신의 정치행보를 평가절하한 정치인들은 ‘구태의연하고 편협하다’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반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게 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이유에 대해 지난 2일, 바른정당 김성태 의원은 “설 연휴 이후 여론조사를 했는데 13%대 지지율에 머무른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던 반 전 총장이 지지율 격차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떨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의 분석처럼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최근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귀국 직후 ‘컨벤션 효과’를 누리며 20% 초반 지지율서 상승세를 보였지만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문 전 대표와 20% 넘게 벌어졌다.

정치권 염증·지지율 하락…진짜 이유?
새누리 탈당 미적미적…결정적인 원인?

김 의원은 추가적인 이유로 “오는 8일 (반 전 총장이) 정당과 비슷한 결사체를 만들려 했고, 이를 위해서는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의 힘이 필요했지만 이들의 탈당이 불발돼 충격을 받아 사퇴를 결심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당초 정진석 전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13명)은 설 연휴 직후 반 전 총장을 돕기 위해 집단 탈당하겠다고 예고해왔다. 반 전 총장 측은 이들과 함께 바른정당에 입당하거나 독자 창당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급락하자 상황은 급변했다. 충청권 의원 8명은 지난달 31일 회동서 탈당을 보류했다.

반 전 총장 측 한 캠프 인사는 “이게(충청권 의원들의 배신) 가장 큰 타격이었던 것 같다. 처음엔 20명을 데리고 나올 수 있다고 하더니 나중엔 5명도 안 된다고 하더라. 겨우 이 정도를 데리고 바른정당에 입당한다면 영이 서겠느냐”고 했다.

반 전 총장이 갑작스레 대선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충청권의 한 의원은 “우리가 보기에는 그 사람들이 (우리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있었다. 선대본부를 꾸려 달라고 요청하지도 않았고, 전혀 콜(요청)이 없었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충청권 의원들이 강력한 지원을 해주길 원했지만 자신의 행보를 관망하는 모습에 못내 서운함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당도 없고
돈도 없고

반 전 총장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다음 날인 지난 2일, 기존 정당에 입당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제약이 있었다. 가장 큰 정당이라고 본 새누리당이 분열돼있고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었다.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보수의 분열도 반 전 총장의 낙마를 부추긴 셈이다.
 

이와 동시에 반 전 총장의 대한민국 정치판에 대한 나이브한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 전 총장이 지난 2일 “나는 태생이 아주 순수하고 단순하고 직선적이어서 복선이 깔린 이야기는 평생 해본 일이 없다”고 말한 점을 볼 때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서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이유로는 자금사정도 거론된다. 귀국 후 대선 행보를 시작한 지 5일 만에 반 전 총장은 “당이 없으니 돈 문제가 힘들다”는 말을 했다. 의원도 아니고 정당에 소속된 입장이 아니다 보니 자금과 조직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처지였다.

아울러 눈딱 감고 당에 들어가면 반 전 총장이 주창한 ‘정치교체’에 대한 명분이 서지 않았다.

돈 때문? 현실적 문제 직면?
동생·조카가 발목 잡았다?

반 전 총장은 경남 김해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정치 경험도 없는데 상당히 빡빡하게 시작하고 있다. 조직과 돈은 (운용을) 아예 해보지 않아 잘 못한다”고 토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을 치르는 해에 후보를 추천한 정당에 선거보조금을 지급한다.


보조금은 교섭단체에 총액의 반액이 나눠진다. 이후 국회의원 의석수, 총선 득표수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데 이 돈을 정당은 대선 후보 선거운동에 쓴다. 반 전 총장 입장에선 교섭단체 규모의 새 정당을 구성하는 것이 현실적 과제였던 셈이다.

섣불리 기존 정당에 합류할 수 없는 상황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인 것도 반 전 총장을 괴롭게 했다. 귀국 초기 반 전 총장 측근 인사는 “선거비용에 대한 고민은 있다”면서도 “반 전 총장이 20% 이상 지지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어 자금 문제가 향후 행보의 결정적 고려 요인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름 동안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급락해 선거비용보전 지지율인 15%를 장담키 어렵게 됐다. 외교관 출신으로 정치인 생활이 전무한 반 전 총장이 거대 조직을 꾸리고 자금을 융통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부담스런 검증
오락가락 행보

검증 과정도 반 전 총장의 낙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 전 총장의 동생인 기상씨와 조카 주현씨에 대한 의혹은 대권행보 초기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지난달 20일 미국 검찰은 한국 정부에 기상씨를 체포·송환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경남기업 고문을 지낸 기상씨와 조카 주현씨는 미국 연방법원에 250만달러(29억원 상당)의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지난 2014년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경남기업 소유 ‘랜드마크 72’를 매각하는 과정서 중동의 한 관리에게 50만달러(6억원)의 뇌물을 건네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반 전 총장 측은 지난달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친인척 문제로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 보도된 대로 한미 법무 당국 간에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면, 엄정하고 투명하게 절차가 진행돼 국민의 궁금증을 한 점 의혹 없이 해소되길 희망한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에 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2일 반 전 총장을 향해 “치국 이전에 수신제가부터 하시라”고 꼬집었다. 기 대변인은 “반기상씨와 아들 주현씨가 사기행각 과정서 반 전 총장을 지속적으로 언급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며 “유엔사무총장이라는 지위도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더 이상의 회피와 꼬리 자르기는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다”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 유엔 재직시 발언과 업적에 대한 논란도 반 전 총장의 운신의 폭을 좁혔다. 지난달 24일 반 전 총장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서 “내가 (성소수자) 지지를 한다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과거 유엔사무총장 당시 발언과 정면충돌됐다.

지난 2015년 9월 그는 “나는 괴롭힘 당하는 10대 게이, 구직을 거절당한 트랜스젠더 여성, 흉악한 성범죄에 노출된 레즈비언의 편에 선다”고 말한 바 있다. 퇴임 한 달여 전인 지난해 11월30일에는 “내가 성소수자 운동가임이 자랑스럽다”는 말도 했다. 불과 두 달 사이 성 소수자에 대한 입장이 바뀐 셈이다. 진보와 보수를 오락가락하는 행보가 결국 반 전 총장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발목 잡은
정체성 딜레마

반 전 총장의 중도 낙마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지지율 하락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처음에 제기됐던 정체성의 모호성 등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어떤 쪽의 스탠스를 잡을 수 있을지가 대단히 애매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기문 대체마는?

반기문 전 총장이 낙마하면서 보수층을 결집할 대체자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한 언론은 '반기문 대망론 vs 홍석현 대망론'이란 칼럼을 게재하며 홍 회장이 대권을 노릴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홍 회장은 2004년 12월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대사직과 함께 차기 유엔사무총장 후보 내정 약속을 받고 2005년 워싱턴 주미대사로 부임한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선 2005년 MBC가 ‘삼성 X파일’을 폭로하지 않았다면 홍 회장이 유엔사무총장으로 재직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홍 회장의 행보도 심상찮다. 지난해 2월 포스텍 명예공학박사 수락연설서 그는 “공자도 오십이 돼서야 지천명, 그 뜻을 알게 됐다”며 “공자가 그 뜻을 실천한 것은 그로부터도 18년이 지난 68세 때”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올해로 68세가 된 홍 회장이 대권을 암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전면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성완종 리스트’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홍 지사는 오는 16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홍 지사 측근은 “1심 결과를 뒤집어 이번엔 무죄를 받을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증인의 진술이 1심과 2심서 엇갈리고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2심서 무죄를 선고 받았기 때문이다. 홍 지사가 항소심서 무죄를 받으면 새누리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대망론’까지 나오고 있다.

앞서 홍 지사는 “대통령 선거 출마는 모든 정치인의 로망”이라고 말해 대선 출마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지난달 26일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홍 지사가) 항소심서 무죄를 받는다면 대법원 상고심에서 무죄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새누리당 대권주자 대부분이 탈당한 상태라 만약 홍 지사가 새누리당 경선에 출마한다면 그를 당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홍 지사 측 정장수 비서실장은 “재판 결과를 예단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며, 대선 출마와 관련해서 (홍 지사가) 직접 언급한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며 “오로지 도정에 전념하며, 재판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만 밝힐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 <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