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저 이명박’ 리더십 총체적 위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 8개월이 됐다. ‘잃어버린 10년’을 강조하며, 정권교체를 이뤄낸 이명박 정부. 그러나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이명박 정부 8개월에 대한 평가는 ‘최악’이다. ‘미국발 경제 위기론’으로 7·4·7공약을 비롯해 ‘MB노믹스’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 종적을 감췄다. 여기에다 ‘이념갈등’, ‘소통 부족’, ‘통찰력이 떨어진다’는 불만도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8개월은 한마디로 긴장의 연속이다. 더욱이 곧 터질 듯 부풀어 오른 불안감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마저 “불안하다”, “강경 드라이브에 브레이크가 없다”고 성토할 정도다. 총체적 위기에 빠진 이명박 정부를 재조명해봤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 위기와 함께 출발한 정부나 다름없었다. 이 때문에 경제 살리기가 이명박 정부의 최대 과제였다. 취임 초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이명박 정부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분야도 바로 경제다. 경제 위기를 무난히 극복할 것이라는 여론이 형성된 것. 더욱이 “경제 하나만 잘 살리면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말이 회자됐을 정도다.

경제 슬로건 무색
‘리만브라더스’ 신조어 탄생

이를 입증하듯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경제 살리기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신 성장 동력을 확보하여 더 활기차게 성장하고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취임한 이후 모든 분야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특히 이 대통령이 슬로건으로 내건 경제 분야는 ‘최악’이다. 고유가·미국발 금융 시장 위기론 등 대외 악재 등이 연일 겹치면서 경제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이명박 출범 초 지대한 기대를 보냈던 국민들 사이에서는 “별 것 없다. 악재만 더 생겼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소리만 요란했지 텅 빈 수레에 수확물이 없다’는 혹독한 비판도 쏟아진다. 이 때문에 여야에선 ‘강만수 경제팀을 교체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수출을 통한 성장에 역점을 둔 경제팀이 상황을 오판, 고환율 정책을 고집하면서 경제 불안이 가속화됐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금융위기의 본질을 꿰뚫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금융·건설 부양 등 규제 완화 정책을 연일 쏟아내고 있지만,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12월 위기설’, ‘2009년 위기설’만 가중되고 있을 뿐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미국발 금융위기론이 확산되면서 9월 위기설을 넘어 12월 위기설, 심지어 2009년 위기설이 꿈틀대고 있어 모든 기업들이 한 번씩 ‘부도설’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말들이 빗발치고 있다”며 “사전에 이를 감지하지 못한 강만수 경제팀과 이 대통령의 통찰력에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항간에서는 ‘리만(이명박·강만수)브라더스’라는 유행어까지 나돌고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고환율 정책을 고집했던 강만수 경제팀이 계속 갈 경우 외환위기도 발생할 수 있다”며 “이 대통령이 이들을 바꾸지 않는 것은 엄연히 통찰력이 뒤떨어지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신자유주의를 표명해 감세·민영화·규제완화 등을 펼치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게 야당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이 명확히 드러났음에도 불구, 신자유주의 노선을 이명박 정부가 계속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세계 흐름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건설 사장 재임 시절부터 악재는 예고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을 부도로 몰아넣은 ‘실패한 CEO’라는 것. 사실 이 대통령은 현대건설 사장 재임시절 1980년대 이라크가 전쟁 위험에 있고, 미수채권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이라크건설 수주를 무리하게 추진했다. 이 때문에 미수금과 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손충당금을 쌓지 못해 현대건설이 부도가 났다. 이는 이 대통령이 ‘경제에 대한 통찰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대목이 아니냐는 게 일각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소통정치는 어떠할까. 이 대통령은 소통정치를 재개하기 위해 여야 지도부와 만찬 회동을 가졌다. 더욱이 라디오 연설을 정례화 시켜 ‘격주’로 방송을 하기로 했다. 소통정치를 하기 위한 ‘멍석’을 깔아놓았다. 그러나 일방적인 소통정치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민들은 말하려는 대통령보다는 들으려는 대통령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당·청 불협화음 여전
“고집불통으로 통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수행 지지율은 20%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60대%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일방적으로 이 대통령이 말을 할 뿐 소통정치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일각의 중론이다.


더욱이 국민들은 강만수 경제팀 교체를 원하고 있다. 지난 15일 한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이 ‘잘 대처하고 있다’는 대답은 12.8%에 불과한 반면, ‘잘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한 국민이 62.5%를 차지했던 것. 결국 국민들의 강 장관에 대한 신임도가 땅에 떨어진 만큼 ‘바꿔야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를 의식하듯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의 입을 통해서도 ‘청와대 개각설’이 대두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원래 정부가 연말이 되면 새롭게 뛰기 위해 신발끈을 고쳐 매는 것이 정치 일정”이라면서 “대통령이 그런 기회를 다시 가지리라 본다. 국정쇄신을 위해 연말에 한번 대통령이 새로운 구상을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 역시 “연말 개각은 꼭 필요하다”면서도 “국가적으로 총체적 위기에 내몰린 만큼 힘을 합쳐야 할 뿐 아니라 서로간의 의사소통이 잘 이뤄져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혀, 강만수 경제팀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청와대에서는 콧방귀도 안 뀌고 있다. 오히려 국민과 여당에서 새어나오는 강만수 경제팀 교체론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을 정도다. 경제 위기론이 급부상한 가운데 연말 개각을 준비할 경우 또 다른 불안감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 “아직까지는 바꿀 때가 아니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경제 위기론 가속도…“금융위기 막을 통찰력 부족하다” 비판
앞에선 ‘소통’ 강조 뒤에선 ‘일방통행…이미 예견됐던 일”
일각, “이명박 2년 안에 무너진다” 팽배…탄핵 열풍 ‘꿈틀’

이 때문일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소통정치를 하겠다는 말만 앞설 뿐 실천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만 귀를 막고 일방통행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 대통령의 일방통식 정치가 등 돌린 민심을 더 등 돌리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의 봇물이 줄을 잇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통정치 부활은 먼 나라 얘기(?)인 셈이다.

문제는 소통정치는 임기 말까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현대건설 사장 재임시절부터 왕회장도 이 대통령의 고집을 꺾지 못할 정도로 ‘고집불통(?)’이었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대형사고를 한 번 정도는 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런 점으로 미뤄 이 대통령의 ‘일방통행’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더욱이 좌파정부와의 차별화 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이른바 ‘이념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좌파 정권 청산에 총력을 쏟고 있다. 더욱이 남북관계를 주도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북한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이로 인해 남북관계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실용적 유연성을 잃어버렸다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보수 지지층으로만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이는 좌파·우파라는 확실한 선을 긋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 주변에는 ‘인물’이 없다는 말까지 회자될 정도다.

국민, 대통령 불신 점입가경
“하루도 조용할 날 없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국가적으로 위기감이 팽배해 있는 가운데 국민통합은 못시키고 좌파·우파로 나누는 것은 이념 갈등을 조장해 국가 분열을 일으키는 사례다. 더욱이 참여정부에 대해 비판을 하는 등 남 탓을 하는 것도 문제”라며 “좌파·우파를 나누는 것보다는 통 큰 정치를 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점입가경이다. 일부에서는 경제 위기를 비롯해 이명박 정부가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는 만큼 “2년을 넘기지 못하고 탄핵 당할 것”이라는 말들이 국민들 사이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실정이다.

어느덧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8개월이 됐다.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을 만큼 큰 사건이 연일 터지고 있는 이명박 정부. 리더십이 총체적으로 흔들리면서 ‘통찰력·소통 부족, 이념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아직 이 대통령의 임기는 많이 남아 있다. 이 같은 비난의 여론을 무마하고 이 대통령이 강조한 ‘경제 살리기’, ‘소통 정치’ 등을 할 수 있을지 여부는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