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다크호스’ 장성민의 대망론

“문·반과 붙을 사람은 나 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의외의 인물이 대권 출마를 선언했다. 국회의원에서 한반도문제 전문가, 시사프로그램 앵커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장성민 전 의원의 외침이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인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조기 대선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나온 목소리.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 쟁쟁한 대권주자 사이에서 그의 외침이 얼마나 큰 울림이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장성민 전 의원이 지난 17일 서울장충체육관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19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장 전 의원은 자신의 책 <중국의 밀어내기 미국의 버티기>와 <큰 바위 얼굴>로 북콘서트를 열었다.

동교동계 막내
경선참여 발표

이날 콘서트에 모인 3만여명의 지지자들은 장 전 의원의 대권 출마 선언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국민의당 권노갑, 정대철 상임고문, 새누리당 유준상 상임고문, 박관용 전 국회의장, 이수성 전 국무총리 등 정치권 인사들도 대거 참석해 지지를 보냈다.

장 전 의원은 “제 2건국의 불씨를 지피겠다”며 “정치 위기를 가져온 패권주의를 걷어내고 국민정치시대로 돌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당에 입당해 대선후보 경선에 나갈 생각”이라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안철수 전 대표와 경선을 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생각을 밝혔다.

앞서 장 전 의원은 지난달 21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작금의 헌정 위기 사태를 초래한 기성 정치판을 갈아엎고, 5·18 광주 영령들 앞에서 국민의 나라·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세워야겠다는 결심을 하려고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국과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할 순교자의 정신을 갖고 있다며 대선 출마 의지를 시사한 바 있다. 이날 북콘서트는 본격적인 첫걸음인 셈이다.

북콘서트 열고 사실상 대권출마 선언
3만여명 지지자들 모여 아낌없는 박수

장 전 의원은 행사에서 <중국의 밀어내기 미국의 버티기>를 언급하며 자신의 장기인 외교 역량을 어필하는 데 공을 들였다. ‘기로에 선 한반도 운명과 미중 패권 충돌’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저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각축장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한반도 상황을 전문가의 시각으로 분석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간 패권경쟁의 역사적 기원 및 전개과정, 패권경쟁의 결과와 한반도 운명과의 상관관계 등을 지정학적 입장에서 연구했다.

장 전 의원은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니 중국이 사드를 들고 와서 경제 압력을 시작한다. 미국 새 정부는 한국에 어떤 정부가 들어설지 모른다고 주한미국대사를 임명하지 않았다”며 “국제사회서 (우리나라의 지위가) 이렇게 강등되고 있는 걸 알아야 한다. 똑똑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드 배치 문제를 두고 미국과 중국 사이서 갈피를 못 잡는 등 외교 공백 상태에 빠져있는 현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그러면서 “미·중 간 패권경쟁이 한반도서 펼쳐지는 본질적 이유를 꿰뚫고 그 결과에 따라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통일, 그리고 민족의 미래와 국가의 운명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 미래’를 정확히 관측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북핵문제와 관련 “대화와 협상을 진행하고, 군사적 억지력을 강화해 북한이 핵을 가져도 소용없다는 전방위적 압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저서에서는 북한 문제를 두고 세 가지 실천전략 등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을 내세웠다. 먼저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민심을 얻어 그들에게 현 체제보다 더 나은 남한의 체제가 기다리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탉이 병아리를 부화시키기 위해 알을 품듯 그들을 따뜻하게 품고 돌보는 ‘모계포란’ 정책, 공산주의 독재체제에 갇혀 있는 북한 주민들이 그 체제 내부로부터 공산주의 세습 독재체제의 껍질을 깰 때 동시에 밖에서 껍질을 쪼아주는 ‘줄탁동시’ 정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북한 주민들과의 ‘공감-공존-공생-공영-공통’의 기회를 확대시켜 나가는 ‘진공정책’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중국의 밀어내기 미국의 버티기>가 우리나라가 처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외교전략을 담았다면 <큰 바위 얼굴>은 ‘인간 장성민’이 걸어온 길을 담담하게 기술한 책이다.

장 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세 번째 대권 도전서 실패하고 정계은퇴를 선언했을 때 정계복귀 프로젝트와 DJP(김대중·김종필)연합 시나리오를 준비해 보고한 일화, 국민의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을 창설해 초대실장을 맡아 IMF(국제통화기금) 경제위기 극복과 제1연평해전 때 북한 도발을 강력 응징한 이야기 등 국정 비화를 흥미진진한 필치로 전개했다.

의원·외교전문가
앵커로 종횡무진

1963년 전남 고흥서 태어난 장 전 의원은 대학 4학년이던 23살에 무작정 DJ를 찾아가는 패기를 보였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장 전 의원은 DJ에 대해 “중학생 때부터 존경한 영웅”이라고 말했다. 당시 그는 자원봉사자로 대학생 캠프를 두드렸고 수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단연 두각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동교동계 막내였던 그는 1987년 대학원 시절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개설한 ‘한빛문제연구소’에서 정세분석을 담당했다. 1991년에는 DJ의 동교동 자택서 숙식하는 비서로 근무했고, 1992년 DJ가 14대 대선서 낙선한 뒤에는 “다시 정계에 복귀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써내기도 했다.

장 전 의원은 DJ의 구술을 받아 쓴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를 내놨고, 이 책은 65만권 이상 팔려 나갔다. DJ가 1993년 대선 패배 이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서 연구생활을 하면서 진솔한 내면의 고백을 담아 출간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는 그의 정계복귀에 큰 힘으로 작용했다.

1994년 장 전 의원은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 설립 때 초대 공보비서로 임명됐다. 아태평화재단은 DJ가 정계에 복귀하기 전 남북통일, 아시아 민주화 등과 관련된 연구·학술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세운 학술재단이다.

20여년 이상 DJ 곁에서 그의 의중을 가장 잘 읽는 ‘신세대 가신그룹’의 선두주자로 불리기도 했다. 1997년 DJ가 15대 대선서 당선된 이후 출범한 국민의정부 정무수석실에서 최연소(34세) 홍보비서관 등을 지내며 ‘젊은 실세’로 평가받았다. 이후 국민의정부 초기 IMF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만든 국정상황실로 자리를 옮겨 초대실장을 맡았다.
 


2000년 16대 총선에선 새천년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서울 금천구에 출마, 처음 금배지를 달았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으로 활동할 당시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정책자료를 내는 등 의욕적인 의정활동으로 주목받았다.

또 민주당 소장파 모임인 ‘새벽21’과 여야 소장개혁파 모임인 정치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을 주도하기도 했다. 2000년 국정감시시민연대 국정감사 우수의원, 2001년 NGO모니터단 국정감사 우수의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의정활동 우수의원 등 의정활동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2002년 선거사무장의 수당 지급 문제가 불거지자 장 전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에서 그는 동북아와 한반도 문제 및 미국 정치에 대해 연구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한·중·일 차세대 지도자 포럼에서 한국을 대표할 동북아 차세대 정치지도자로 선정됐다. 한·중·일 차세대 지도자 포럼은 2000년 싱가포르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담의 합의에 따라 동북아의 정치·경제·학계 등 중요 부문에서 차세대 지도자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동북아 공동체의 장기적 비전을 준비하기 위해 구성됐다.

이듬해에는 유럽의회와 유럽집행위원회가 공동주관하는 2003년 EUVP(유럽연합 방문자프로그램)서 한국의 정치분야 유망주로 선정됐다.

유럽연합과 외국 차세대 지도자들 간 상호 이해증진을 목표로 1974년 설립된 유럽연합 방문자프로그램은 비유럽연합국의 정치·행정·언론·학계 등 각 분야서 두각을 나타낸 45세 이하의 젊은 유망주를 선정해 유럽연합과의 교류를 추진해왔다.


미중 패권경쟁
북과 대화 필요

그는 2004년 17대 총선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서울 금천구에 재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이후 2005년부터 2년간 PBC평화방송 라디오서 시사 프로그램 <열린 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를 진행하며 방송인으로 깜짝 변신했다.
 

프로그램은 사회적 이슈화 측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장성민입니다>는 네이버, 다음, 야후 등 포털사이트서 각 방송 내용을 기사로 인용해 게재한 횟수를 집계한 ‘인터넷 포털 뉴스 인용 통계’에서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KBS <안녕하십니까 김인영입니다>, SBS <라디오 전망대 진중권입니다> 등을 압도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2년 후 방송을 떠난 장 전 의원은 ‘세계와 동북아포럼’ 대표로서 북한과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활약했다. ‘김정일 이후 북한은 어디로 가는가’ 라는 부제의 책 <전쟁과 평화>는 일본서도 출판돼 언론에서 인터뷰를 요청할 만큼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보수와 진보의 경계를 넘어 레드 컴플렉스 이면의 김정일과 북한 권력의 실체를 들여다본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한반도 미래전략가로 불렸던 그는 2012년 6월 종합편성채널 TV조선 프로그램 <장성민의 시사탱크>에 앵커로 출연하면서 방송인과 정치인 사이를 오갔다.

무작정 DJ 찾아가 캠프 합류
“중학생 때부터 존경한 영웅”
“지금은 DJ맨이 필요하다”

장 전 의원은 지난해 3월까지 4년여간 진행한 프로그램은 그의 인지도를 넓히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그 이상으로 많은 논란을 가져왔다. 그 중 가장 문제가 크게 불거졌던 건 5·18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보도였다.

<시사탱크>는 2013년 5월13일 북한 특수부대 장교출신이라는 임천용씨를 인터뷰했다. 임씨는 “5·18 당시 600명 규모의 북한군 1개 대대가 침투했다”며 “전남도청을 점령한 것은 시민군이 아니고 북한서 내려온 게릴라”라고 주장해 물의를 빚었다.

방송이 나간 후 시민단체를 비롯, SNS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사안이 크게 불거지자 TV조선과 장 전 의원이 해명 방송을 진행했다.

장 전 의원은 “임씨(임천용)를 초청한 것은 인터넷 등에서 떠도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설이 그에게서 비롯됐다는 판단때문이었다”며 “당초 프로그램에 관련단체 인사들을 초빙해 임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는지 규명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 한쪽의 주장이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모양새가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과 거리가 먼 임씨의 발언이 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서 방영돼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유족, 관련단체 여러분께 마음의 상처를 드린 데 대해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장 전 의원은 사실상 대권 행보를 시작한 지난달 21일, 광주 5·18민주묘지를 찾아 헌화하고 참배했다. 이날 그 자리에는 사단법인 5·18구속부상자회 고문 최운용씨 등 5·18 핵심 관계자들이 함께 했다.

<시사탱크>는 장 전 의원에게 비판과 인지도를 동시에 가져다줬다. <시사탱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단골 제재 프로그램으로 꼽힐 정도로 여러가지 물의를 일으켰으나 4년여간 꿋꿋이 앵커 자리를 지킨 장 전 의원은 이를 통해 높은 인지도를 얻었다.

일각에서는 장 전 의원이 <시사탱크> 앵커 전력을 통해 물의를 빚으면서 받은 비판과 인지도를 맞바꿨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반도 미래전략분석가, 시사프로그램 앵커 등 외도를 하면서도 정치와의 인연을 놓지 않았던 장 전 의원은 이제 다시 본궤도에 올라설 준비를 하고 있다. 10여권의 저서를 집필한 그는 전국을 돌며 강연을 하고 있다.

특강은 2000∼3000명이 몰리는 등 성황을 이루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청중의 대부분이 20∼30대인 것은 장 전 의원에게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50대 초반의 젊은 나이, 앵커로 쌓은 인지도, 강연을 통해 얻은 인기 등이 대권 출마 도전과 맞물려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정치권 관계자의 말도 있었다.

젊음+인지도+인기
“파괴력 있을 듯”

장 전 의원은 지난 18일 광주 지역언론 정치부장단과 만나 “반기문 전 총장도 국민의당 경선에 올라오길 바란다”며 도전장을 던졌다. 그러면서 “반 전 총장도 나도, 안철수 전 대표도 링에 오르면 판이 커지고 국민의 판이 된다”며 “여기서 새로운 인물이 혜성같이 치고 나오면 집권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비쳤다.

그러면서 “안 전 대표는 평가가 끝났다. 70%가 호남 당원인 국민의당서 TV토론하고 연설회 몇 번하면 중도에 포기할 것”이라고 견제했다.

아집과 당리당략에 찌든 정치판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장성민의 당찬 도전은 과연 성공할까. 판단과 선택은 오롯이 기성정치에 신물이 난 국민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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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