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비주류 반전카드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1.09 11:02:22
  • 호수 10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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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연대로 친문 옥죈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벚꽃대선’ ‘찜통대선’이 거론되는 가운데 친문(친 문재인), 비문(비 문재인) 간 갈등 양상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친문계로 꾸려진 상황에서 비주류가 어떠한 반전 플랜으로 친문을 견제할지 여부에 정치권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은 지난해 8월27일 전당대회를 통해 친문계로 당 지도부가 구성됐다. 당시 추미애 후보가 친문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음과 동시에 비주류로 불리는 이종걸(전 원내대표)·김상곤 후보(전 혁신위원장)를 누르면서 당 대표에 올랐다. 아울러 4개월여가 흐른 현 시점에 친문계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섀도 캐비닛에…

문 전 대표는 야권 대통합, 섀도 캐비닛(예비내각)을 거론하면서 대권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비주류는 개헌카드를 꺼내면서 친문계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더민주 비주류와 국민의당 의원들은 국회서 개헌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는 김종인 전 대표, 김부겸·원혜영(이상 더민주) 의원, 국민의당 김동철 비대위원장, 박지원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특히 김종인 전 대표는 “촛불집회는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변화를 추구하고 사회 각 분야의 개혁을 요구하는데 정치권은 실질적으로 무엇을 추진하고 있느냐에 대해 냉정히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기) 3년이 지난 대통령이 4~5년차에 제대로 일한 대통령을 저는 30년간 보지 못했다”며 임기단축을 전제로 한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의 공동주최자인 김부겸 의원은 “촛불민심이 바라는 국가대개혁의 완성은 개헌”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분권형 직선대통령제, 경제민주화, 직접 민주주의 확대 등 개헌의 방향을 제시했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20대 국회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시점부터 새로운 헌법에 기반한 제7공화국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2020년 국회의원 선거일을 제안했다.

이러한 개헌 모임에 친문계가 반감을 갖는 결정적 이유는 문 전 대표가 임기단축을 골자로 한 개헌을 ‘정권 연장용’이라며 비주류가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친문계는 비주류가 개헌을 고리로 힘을 규합하는 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 4일, 더민주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서 발간된 이른바 <개헌저지문건>을 통해 친문계의 개헌에 대한 인식이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해 12월29일에 작성된 해당 보고서는 “현실적으로 대선 후 개헌을 약속한다 해도 대선 뒤의 경제 위기나 각종 현안으로 개헌 추진이 동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제3지대가 촛불 민심에 반하는 야합임을 각인시켜야 할 것”이라고 적시됐다.

이 같은 결론의 보고서는 문 전 대표를 사실상 대선주자로 상정해 놓아야지만 나올 수 있는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비주류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더민주 주류 측은 새누리당 분당 이후 정치권에 강하게 부는 합종연횡과 제3지대 바람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이에 비주류 의원들은 즉시 반발했다.

친문일색…비주류들 불만 최고조
박원순, 이재명…제3지대론 속도


당내 비주류인 박용진 의원은 지난 3일 “(문건 내용이)사실이라면 광장서 들던 촛불을 당 안에서도 들어야 할 판”이라며 “문제의 문건은 문 전 대표를 당 대선후보로 전제한 인식들이 보인다. ‘누구의 사당이냐, 패권주의에 사로잡힌 정당이냐’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추 대표는 “저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관련 문건 작성을 지시한 적도 없고 보도가 나온 후에야 관련 문건의 내용을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민주연구원서 밝힌 바처럼,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자기들끼리 돌려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확인됐으나, 민주연구원의 명예는 물론 당의 단합과 신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더민주 주류 측은 개헌 문건 논란 진화에 나섰지만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친문, 비주류 간 갈등의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더민주 비주류는 크게 김종인계, 민평련(고 김근태계), 손학규계로 분류된다. 김 전 대표는 지난 총선서 당을 원내 제1당에 올려놨지만 친문계에 의해 당내 2선으로 밀려났다.

2선으로 밀려남과 동시에 김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에게 연일 쓴소리를 내며 각을 세웠다. 현재는 제3지대를 구성하는 중심축으로 야권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인사로 꼽히고 있다.

특히 반기문-김종인 연대, 정의화-김종인 연대 등이 거론되면서 더민주 비주류 인사들이 김종인발 정계개편에 합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비주류의 한 축으로 꼽히는 민평련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 전 대표를 선택하지 않고 손 전 대표를 택했다. 민평련은 김근태 전 의원이 세상을 떠난 뒤 세력이 약해 졌다는 평가를 받지만 숫자는 20여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는 친문이 당을 장악했기 때문에 몸을 낮추고 있지만 언제든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국민의당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진 손 전 대표의 행보에 더민주는 주목하고 있다. 일단 손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더민주 내 손 전 대표를 따르는 이들의 탈당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더민주서 손 전 대표를 따라 탈당할 경우 ‘당을 분열시키려고 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손학규계 의원 10여명이 탈당해 손 전 대표의 ‘국민주권개혁회의’에 합류할 것이란 관측에 대해 “관련 의원들에게 전화해보니 보따리 싸는 어떤 징후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일축했다.

우 원내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에선 “지지자 입장에서 동요하지 말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손 전 대표의 움직임에 대해 “국민의당에 합류해 경선을 치르면 본격적으로 더민주서 이탈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더민주 지도부가 이탈자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이 연대?

최근에는 비주류가 당내 경선서 박원순-이재명 연대를 통해 문 전 대표를 견제하려는 기류도 포착된다. 한 비문계 중진 의원은 “대선 후보 경선서 이재명-박원순 연대를 지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주류는 ‘문재인 대세론’이 공고한 현 상황서 본격적으로 경선 국면에 들어설 경우, 잠룡들의 연대를 통해 기존 판을 흔들 것으로 보인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희정 ‘손 때리기’ 왜?

지난 4일, 안희정 충남지사는 손학규 전 대표를 ‘철새 정치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당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서로 동지가 되어 나라를 잘 이끌어보자고 만든 조직 아니냐”면서 “그런데 그 동지가 어떻게 해마다 그렇게 수시로 바뀌냐”며 손 전 대표를 겨냥했다. 아울러 손 전 대표의 정계은퇴를 종용키도 했다.

이에 국민의당 김동철 비대위원장은 “안 지사는 문재인의 한명회”라며 비난했다. 그는 “폐족에서 왕족으로 부활하려고 문 전 대표를 옹호하는 모습이 한심해 보인다”며 “안 지사는 본인 정체성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 문 전 대표의 대변인이냐, 대선후보냐”고 일갈했다.

김 비대위원장이 손 전 대표를 옹호하고 나선 배경에는 손 전 대표의 국민의당 합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그동안 적극적으로 손 전 대표에 러브콜을 보냈고, 이에 손 전 대표는 긍정적으로 화답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 지사의 손 전 대표 때리기는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불편한 상황이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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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