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2016 최고의 이슈메이커 '베스트&워스트'

'격변의 병신년' 한반도 달군 핫피플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원숭이가 가고 닭이 온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16년도 이제 다 갔다. 매년 수많은 일이 일어나지만 올해만큼 다양한 인물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 해도 드물 듯하다. 국민들에게 뿌듯함을 안겨준 인물, 좌절감을 준 인물 등 병신년 한해 최고의 이슈메이커들을 뽑아봤다.

다사다난한 한해였다. 1월에는 기록적인 폭설로 제주공항이 폐쇄되는 일이 있었다. 2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는 4월, 20대 총선서 여소야대로 정치권 지형을 바꿔놓았다. 5월 강남역 살인사건과 구의역 사고는 전 국민을 분노와 슬픔에 휩싸이게 했다. 8월 브라질 리우올림픽서 우리 선수들은 좌절한 국민들에게 희망찬 소식을 전했다. 9월부터는 암울한 소식이 이어졌다. 경주에 규모 5.8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고, 대통령과 비선 실세가 연루된 국정농단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최고냐 최악이냐
희망·좌절 동시에

▲‘알파고 이긴’ 이세돌 = 바둑은 기계가 아무리 발달해도 정복당하지 않을 최후의 영역이라고 여겼다. 지난 3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 직전까지도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인간의 낙승을 예측했다.

예측은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상대로 내리 3판을 이기면서 깨졌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 인류를 놀라게 한 기계의 승리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세돌 9단의 ‘1승’은 어마어마한 의미로 다가왔다. 그는 4국에서 ‘신의 한수’라 불리는 78번째 수로 알파고를 혼란에 빠뜨렸다. 알파고는 180수만에 ‘AlphaGo resign’ 메시지로 패배를 인정했다.

인간이 압도적인 능력을 지닌 기계에 거둔 1승은 곧바로 이세돌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세 번을 연이어 패한 후에도 끊임없이 연구해 기어코 1승을 따낸 이세돌 9단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신선한 자극이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특히 1승 4패로 알파고와의 대국을 마친 후 “인간이 진 것이 아니라 이세돌이 진 겁니다” 등 이세돌 어록은 전 국민을 열광하게 했다. 뛰어난 실력과 함께 거침없는 언변으로 ‘바둑계 아웃사이더’였던 이세돌 9단은 대국 이후 국민기사로 떠올랐다. 광고·출판계의 러브콜이 줄을 이었고, 때 아닌 깜짝 바둑 열풍까지 불었다.
 

▲‘채식주의자’ 한강 = “깊이 잠든 한국에 감사드린다.”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감이다. 영국 런던에서 전해온 낭보는 한국 문학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노벨문학상, 프랑스 콩쿠르상과 함께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불리는 맨부커상은 작가와 번역가에게 공동으로 수여되는 상이다.

<채식주의자>는 2004년 계간지 <창작과 비평>에 처음 소개된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 등 3편의 중편 소설을 엮은 연작소설로 한 여성이 극단적으로 육식을 거부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보이드 턴킨 심사위원장은 “압축적이고 정교하며 충격적인 소설이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묘한 조화를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벌써…평탄지 않았던 365일
“나라에 즐거운 일이 없었다”
되돌아보니 고개 절레절레

맨부커상 수상으로 5월 한 달을 달군 한강 작가의 이름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가 터지면서 다시 떠올랐다. 지난 13일 한강 작가는 광주 5·18기념 문화센터에서 열린 인문학 강좌에서 “<소년이 온다>를 낸 순간부터 제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하더라고요”라며 “5·18이 아직 청산되지 않았다는 게 가장 뼈아픕니다”라고 말했다.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다룬 작품으로 1980년 5월 광주의 어린 소년 동호와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다.
 


▲‘할 수 있다’ 박상영 = 21살의 검객 박상영은 모두가 패배를 예상하던 그 때 ‘할 수 있다’를 연거푸 중얼거렸다. 세계랭킹 3위 헝가리의 임레 게저 선수에 10-14로 지고 있던 2피리어드 직후 휴식시간이었다. 박상영의 중얼거림은 기적으로 변했다. 마지막 47초 동안 내리 5점을 뽑은 박상영은 15-14로 대역전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따냈다.

에페 종목은 사브르나 플뢰레와 달리 전신 공격이 가능하고 양 선수가 동시에 서로를 타격하면 점수가 함께 올라간다. 그렇기에 박상영의 승리는 더욱 짜릿했다. 박상영의 ‘할 수 있다’가 잡힌 동영상은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복지재단의 지원을 받아 운동을 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박상영의 모습에 국민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박상영은 지난 9월 제43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 “나의 간절함이 국민께 힘이 됐다면 정말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해 큰 호응을 받았다.

국민에게 희망을
즐거움 준 사람들

▲‘부패 방지’ 김영란 = 지난 9월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됐다. 김영란법은 2011년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하고 2012년 발의한 법으로, 2015년 3월 공포됐다. 1년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9월 시행된 김영란법은 사회 곳곳의 변화를 가져왔다.

김영란법의 핵심은 공직자 등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하거나 받기로 약속할 경우 직무연관성을 불문하고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인 공직자에는 공무원을 비롯,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사 임직원 등이 포함돼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국민의 대다수는 김영란법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지난 13일 한국행정연구원은 일반 국민, 기업인, 공직자, 정치인, 법 시행에 영향을 받는 유통업 종사자 등 총 352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5.1%는 김영란법 도입과 시행에 찬성 의사를 드러냈다. 반면 소상공인들은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매출이 감소했다고 토로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3000개 전국 소상공인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5.2%가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1년 평정’ 김은숙 = 올 한해 드라마 시장은 김은숙 작가가 꽉 잡았다. 올해 초 <태양의 후예>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더니 연말에는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김은숙 작가는 김수현, 박지은 등 걸출한 스타 작가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받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병원서 사용한 가명이 작가가 만든 가상 인물 ‘길라임’으로 드러나면서 다시금 화제가 된 <시크릿 가든>부터 <파리의 연인> <온에어> <상속자들> 등 다수의 화제작을 썼다. 지난 2월 SBS서 방영한 <태양의 후예>는 재난 지역에서 만난 군인과 의사의 사랑을 그려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발달로 TV드라마 시청률이 하향세에 접어든 시기에 친 ‘대박’이었다.

남자 주인공인 송중기는 전역하자마자 출연한 작품으로 명실상부한 한류 스타가 됐다. <태양의 후예>가 사전 제작 방식으로 방영되면서 드라마 사전 제작 열풍이 불기도 했다.


최근 방영 중인 <도깨비>는 도깨비, 저승사자 등 판타지적 요소에 로맨틱 코미디를 적절히 섞어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다. <도깨비>는 케이블 tvN에서 방송하고 있지만 지상파를 압도하는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6회분의 경우 평균 12.9%, 최고 14%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웠다.

“이게 나라냐”
국민들 좌절

▲‘나라 망친’ 박근혜·최순실 = 올해 하반기 불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대한민국을 뒤집어 놓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대학생이 뽑은 올해의 인물 1·2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박-최 게이트로 최근 몇 달 새 나라의 뿌리를 뒤흔든 수많은 의혹이 제기됐고, 그 중 몇몇은 사실로 밝혀져 국민들은 경악했다.

지난 21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갖고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지난 7월 TV조선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미르재단 설립·모금 과정에 개입한 정황을 보도하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지 5개월여 만이다.

특히 10월24일 연설문 등 청와대 핵심 문건에 최순실씨가 개입한 정황이 담긴 태블릿PC가 JTBC에 의해 공개되면서 상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박 대통령은 10월25일, 11월4일, 11월29일 세 차례에 걸쳐 대국민담화를 발표했지만 봇물처럼 터져 나온 국민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10월29일 처음 시작된 촛불집회는 지난 12월3일 6차 촛불집회에 사상 최대 인원인 232만명이 집결하면서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이끌어냈다. 탄핵소추안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가 현재 심리 중에 있다.

최순실씨 등 연루된 인물들에 대한 재판, 특검팀 수사, 헌법재판소 심리 등 사후 조치 와중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어 박-최 게이트는 정유년에도 나라를 달굴 것으로 보인다.
 

▲‘국민 밉상’ 이정현·우병우 = 지난 16일 새누리당 이정현 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일괄 사퇴했다. 원내대표 자리에 친박계 정우택 의원을 앉힌 후였다. 이 전 대표는 지난 8월 취임한 이래 4개월 동안 숱한 사퇴 압박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이 전 대표는 지지율 4%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손에 장을 지진다’ 등의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이 전 대표의 대통령을 향한 비뚤어진 충성은 사무처 당직자들뿐만 아니라 같은 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외면당했다. 국민들의 조롱과 비판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 전 대표 못지않게 전 국민의 질타를 받고 있는 인물로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꼽힌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이른바 국조특위의 동행명령장 수령을 거부하는 등 꼼수를 써가며 법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보다 못한 몇몇 정치인들은 우 전 수석에게 현상금을 걸었고,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 등 누리꾼들의 추적이 이어졌다.

결국 우 전 수석은 지난 22일, 5차 청문회에 출석했다. 우 전 수석은 지난 11월, 가족회사 ‘정강’의 자금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출두한 바 있다. 당시 우 전 수석이 팔짱을 낀 채 서있고, 그 앞에 검사들이 손을 모으고 있는 모습이 <조선일보> 카메라에 포착돼 ‘황제 수사’ 등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성추문 몰락’ 박유천 = 올 한해 가장 나락으로 떨어진 한류스타를 뽑으라면 박유천의 이름이 첫손에 꼽힐 듯하다. 성추문으로 얼룩진 연예계서도 박유천의 성폭행 피소사건은 충격적이었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영화 <해무> 등에서 바른 청년 이미지를 구축했던 그였기에 그 파급력은 더욱 컸다.

그나마 올림픽·바둑이 위안
오랜만에 문화계 경사도 화제

지난 6월 유흥업소 종업원 A씨는 박유천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A씨는 업소의 방 안에 있는 화장실에서 박유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연달아 세 명의 여성이 화장실, 박유천의 집 욕실 등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나섰다.

피소 당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이던 박유천은 연가와 병가를 다른 요원들보다 훨씬 많이 쓴 사실이 알려지는 등 근무태만 사실까지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수개월의 수사 끝에 성폭행 혐의는 벗었지만 성매매 의혹 등은 여전히 조사 중인 상태다.
 

▲‘악재 폭탄’ 신동빈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부터 쉴 틈 없이 몰아친 악재에 정신이 없을 듯하다. 지난해 7월 시작된 형 신동주 에스디에이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부터 올해 검찰 수사,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 이이원 부회장 자살 등 갖가지 문제가 연이어 쏟아져 나왔다. 그 과정서 롯데의 기업 이미지는 바닥까지 추락했고, 그룹 경영활동은 엉망으로 꼬였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신 회장은 올해 그룹의 재도약을 꿈꿨다.

그러던 중 진행된 검찰 수사에 롯데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다. 검찰 수사는 롯데 총수 일가를 정조준했고, 계열사 임직원들이 줄줄이 소환됐다. 그러면서 호텔롯데 상장이 무산되는 등 그룹 경영은 마비됐다. 검찰수사 과정에서 이인원 부회장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면서 신 회장은 자신의 최측근을 잃는 아픔도 겪어야 했다.

검찰수사가 일단락된 이후에도 문제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농단 의혹의 진원지인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 롯데가 기금을 출연했기 때문이다. 박영수 특검팀은 기업들이 기금을 출연하는 과정에서 대가성이 있는지 여부를 철저하게 파헤치고 있다.

나락으로 떨어진
논란의 연예인들

▲‘불륜 낙인’ 김민희 = 최근 영화 <아가씨>가 미국 비평가상을 싹쓸이하는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영국 소설가 새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아가씨>는 탄탄한 스토리와 화려한 미장센, 배우들의 수준 높은 연기로 국내에서 400만 관객을 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남성 중심의 영화판서 여배우 두 명을 앞세운 퀴어 영화의 성공에는 배우 김민희의 공이 컸다는 말이 나온다. 김민희는 예전부터 ‘발연기의 대명사’로 불렸다. 그랬던 그녀가 변영주 감독의 <화차>부터 연기를 인정받더니 <아가씨>서 만개한 것. 실제 김민희는 <아가씨>를 통해 디렉터스컷어워즈,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배우로서 활짝 필 것 같았던 김민희가 나락으로 떨어진 건 홍상수 감독과의 불륜설이 퍼지면서다. <아가씨> 상영 막바지에 터져 나온 감독과 여배우의 염문설은 김민희의 이미지를 난도질했다. 홍 감독이 아내와 딸이 있는 유부남이었기에 김민희는 불륜, 가정파괴 등으로 누리꾼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감독들은 시상식서 “민희야 감독들은 너를 사랑한단다”라며 김민희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해 복귀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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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