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여! 진정성 있는 합당 논의하라”

<대한민국을 이끌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⑨>노철래 미래희망연대 원내대표

오는 2012년 대선을 2년 여 앞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으로 편집국장 대담을 진행한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 정치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여야 유력 정치인, 정계 원로와의 만남을 통해 차제의 시대정신과 정치발전 과제 등에 관한 철학과 지혜를 담아낼 예정이다. 그 아홉 번째로 노철래 미래희망연대 원내대표를 만나봤다. <대담=최민이 편집국장>

미래희망연대가 지난 21일 창당 3주년을 맞았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을 한달여 앞두고 ‘친박연대’라는 이름으로 정치권에 신생정당의 탄생을 알린지 꼭 3년이 지난 것. 그동안 희망연대는 18대 총선에서 14명의 당선자를 내는 좋은 날도, ‘공천헌금’ 문제로 서청원 전 대표가 구속되는 궂은 날도 보냈다. 최근에는 한나라당과의 합당 논의가 재추진되고 있기도 하다.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희망연대 대표최고위원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노철래 원내대표를 만나 당을 둘러싼 수많은 궁금증을 풀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창당 기념식 찾은 서청원
“‘창당의 주역’ 참석은 당연”
 
- 지난 21일 창당 3주년을 맞았다. 오랜만에 서청원 전 대표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 서청원 전 대표는 창당의 주역이다. 정치적 예의상 당연히 모셔야 되고 당직자 당원들도 원하는 일이었다. 미래희망연대 구성원들은 정치이념이나 정치철학 등 서 대표가 지향하는 정치노선을 따르는 사람들이다. 당연히 당 행사에는 모셔서 같이 하는 게 정치 후배들로서의 도리이자 예의가 아니겠나.

- 서 전 대표의 이번 행사 참석을 정계 복귀의 신호탄으로 보는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정치 복귀의 계기라는 식으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더라. 하지만 그건 절대 아니다. 복권이 돼야 정치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 행사에 창당 주역, 당의 최대 주주로 모신 것 외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면 복권이 됐다면 본인이 향후 비전이나 계획을 말할 수도 있었을 것이나 여러 언론에 보도됐듯 서 전 대표는 의미를 부여한 바 없다. 
 
- 8·15일쯤 사면, 복권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데….
▲ 8·15가 아니라 석가탄신일이라도 좋다. 하루라도 빨랐으면 좋겠다. 그러나 최종 법적 권한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이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다.

- 한나라당과의 합당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 합당 얘기가 나온 게 1년 쯤 됐다. 6·2지방선거 전 보수대연합의 일환으로 얘기가 나와서 4월2일 전당대회에서 합당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안됐다. 그때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합당을 하자고 해서 나섰는데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니 지지부진해졌고, 4·27 재보선을 앞두다 보니 합당 얘기가 또 나오고 있다.

지난 총선 직전 창당한 미래희망연대, 창당 3주년 맞아
한나라당과 합당 논의, 1년 전 시작해 아직도 지지부진

- 합당은 가능하다고 보는가.
▲ 진정성의 문제다. 진실성이 있었으면 이미 끝났을 문제다. 진보적 색체가 있는 야권 정당들이 단일화 한다는 얘기가 나오면 합당에 대한 말이 나오고는 한다. 선거 때만 되면 우리가 후보를 못 내게 하기 위해, 공천 타임을 뺏기 위해 합당 얘기를 꺼내고 선거가 끝나면 합당은 지지부진해진다. 합당 문제 때문에 6·2 지방선거에서는 후보를 내지 않았다. 이렇게 가다가는 이번에도 후보를 못 낼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속지 두 번 속나.

선거철 되면 합당 운운
4·27 재보선 물밑 준비 중

- 그렇다면 4·27 재보선에서 희망연대 후보를 낼 생각인가.
▲ 재보선에 출마할 후보는 아직 어느 당도 확정된 바 없다. 우리도 물밑에서 내밀하게 접촉하고 대화를 꾸준히 하고 있다. 가상되는 정치일정에 대비해서 합당이 안 될 경우 6월 지방선거처럼 타임을 놓쳐서 후보를 내지 못하는 실수는 하지 말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 한나라당과의 합당에서 걸림돌,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일각에서는 증여세 13억 미납을 지적하고 있다. 
▲ 한나라당은 조그마한 군소정당이 아니라 거대 집권여당이다. 또한 증여세라는 것이 불법인 것을 한나라당이 내줘야 하는 것이라면 국민의 지탄을 받을 수 있으나 납세의 의무이기 때문에 내주는데 있어서 법적 문제가 없다. 증여세 문제는 하나의 핑계지 굳이 부담이 돼서 미적대는 건 아니라고 본다.

안상수 대표도 공개적으로 증여세를 끌어안겠다고 밝혔다. 최고위원회의에서 얘기했을 때 이의를 제기하거나 거부한 이가 아무도 없다. 당대당 합당, 통합이라고 하는 것은 하고자 하는 사람의 의지이고 정치적인 관념이나 이념, 결단의 문제이지 그런 지엽적인 문제가 걸림돌이 되거나 거기에 발목이 잡힌다고 하는 것은 국가대사를 논하는 주체인 정당에서 소의적 사고를 하는 것이고, 진짜 그렇겠냐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 합당 문제에 대한 박근혜 전 대표의 입장은 무엇인가.
▲ 박근혜 대표가 견지하는 입장은 이렇다. 어차피 정당이라고 하는 것은 헌법이나 정당법 등 법적인 요건을 갖춰 구성된 정치 결사체다. 정당은 박 대표가 이래라저래라, 합당해라 마라하는 시비의 대상이 아니다. 희망연대 구성원들이 한나라당과 협의해서 독자적으로 진행할 일이지 자신의 정치 노선에 유불리를 계산해서 하라고 할 일은 아니라고 선을 그어줬다. 박 대표가 시시비비를 말한다거나 해서 합당이 늦어지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 그런 오해를 할 수 있는 게 희망연대를 박 전 대표의 외곽 친위조직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많다. 박 전 대표로서도 자신을 따르던 이들이 외곽에 남아있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지 않겠나.
▲ 희망연대가 박 대표의 정치이념과 철학, 지향점을 공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친박’이라는 고유명사를 사용할 때부터 공개된 사실이다. 지난일이야 접어둔다고 해도 박 대표의 앞으로의 정치행보에 걸림돌이 된다거나 방해요인이 된다거나, 불편을 주고자 하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박 대표가 정치적으로 지향하는 목표점에 도달하기까지 모든 역량을 다 발휘해서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게 공통목표다.

- 희망연대가 합당을 하지 않고 있을 때의 ‘독자 역할론’이 있다고 보는가.
▲ 우리국민들은 한나라당이 ‘보수’를 대표적 성격으로 가지고 있지만 모든 보수를 끌어안고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같은 보수적 시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나라당에 거리를 두고 있는 층들을 끌어안은 것이 희망연대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희망연대는 13.2%의 득표를 했다. 한나라당에서 끌어안지 못하는 세력을 우리가 안고 있다는 것이다. 진보 진영의 경우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이 각각 끌어안고 있는 진보가 있고 선거 때가 되면 이들 진보를 합치기 위해 통합후보를 내고 있다.

보수도 한나라당을 선호하고 지향하는 보수, 희망연대를 선호하는 보수가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끌어안지 못하는 보수를 우리가 끌어안고 총선이나 대선에 임한다고 하면 박 대표에게 불리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총선이나 대선 정국에서 지난 총선처럼 희망연대가 제 몫 해주면 대권행보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희망연대는 그 역할, 몫을 해 낼 수 있고 역량을 가지고 있다. 


- 합당이 안되면 희망연대도 재보선, 총선을 앞두고 세 확산을 해야 한다. 세 확장을 위한 지도부 복안은 무엇인가.
▲ 꾸준히 각 시·도지구당을 통해 정치적 프로그램을 지시하고 있다. 어제도 일부 핵심당직자들이 중앙당에 와서 우리의 정치적 역할을 고민하고 총선에서 얻은 13.2% 지지도 배가 운동을 하기 위한 전략적 지침을 내리는 등 비전을 제시하는 정당이 되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고 있다. 

 - 합당과 관련, 한나라당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진정성을 가지고 솔직했으면 좋겠다. 국민들은 보수가 흐트러지는 것을 원하고 있지 않다. 보수가 대통합을 해서 국민이 원하는 사안을 충족시켜 줘야 한다. 합당의 시너지 상승효과를 내야 하는 것이 한나라당의 역할이고 취해야할 자세다. 희망연대는 합당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한쪽이 미온적이면 ‘보수통합’이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게 된다는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다.

선거철마다 “합당하자”…두 번 안속아 물밑 재보선 준비 중
합당해도 안 해도 박근혜 지원 “역대 이만한 대통령감 있었나”


뜨는 ‘박근혜 대세론’ 
대선까지 변함없을 것

- 대선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지만 벌써부터 ‘박근혜 대세론’이 제기되고 있다. 어떻게 보나.
▲ 과거에도 집권당의 후보군으로 거명되면 여타 후보들보다는 선두에 섰던 게 사실이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박 대표에 대한 지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 다만 우리는 거기에 플러스알파 요인을 제시하고자 한다.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국가관, 안보관, 경제·사회 복지관을 박 대표에게 함축적으로 끌어 담아 놓고 있다. 과거에 저만한 대통령감이 있었는가? 국민들 마음속에 믿음과 신뢰, 정직,  국정을 이끌어가는 정치적 미래지향점 등을 종합해볼 때 박 대표가 충분한 대권후보로서의 자질과 역량, 정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게 플러스 요인이 돼 선두적 대권후보의 자리를 굳히지 않았나 생각한다. 

- 내년 대선까지 그런 인식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 충분히 가능하다. 국민들 사이에 과거 정당사를 돌아봐도 박 대표만큼 대통령의 자질이나 정치적 역량이 함축적으로 모아진 이가 없다는, ‘저 정도면 됐다’는 인식이 충분히 내재돼 있다. 변함은 없을 것으로 본다.


- 합당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선을 치르게 되고, 만약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된다면 야당인 희망연대가 여당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되는데.
▲ 박 대표를 지원하는 것에는 이론, 재론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태생적으로 희망연대의 전신, 친박연대가 탄생할 때 박 대표의 정치이념과 국정비전을 바탕에 깔고 출발했다. 지금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념은 창당될 때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이 없다. 
 
- 박 전 대표가 극복해야할 아킬레스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박 대표의 장점과 좋은 점만 가지고 앞으로의 선거구도를 짜고, 박 대표의 당선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때문에 불리한 점, 아킬레스건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을 안 해봤다.

-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이 박 전 대표에게도 영향을 주지 않겠나.
▲ 헌정이후 역대 대통령 중 퇴임 후 국민 7~80%에게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이는 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물론 인간이기에 누구나 장단점은 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7~80%로 나온다는 것은 결국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는 말 아니겠나. 박 전 대통령의 이념이나 철학이 박 대표에게 전수되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은 해도 마이너스로 작용할리는 없다고 본다.   
 
해프닝으로 끝난 개헌
정치적 계산 “딱 걸렸네”

- 현 정권의 국정운영을 어떻게 평가하나.
▲ 남북문제만을 놓고 본다면 남북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새로운 대북정책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 누구든 대북특사를 보내서 진솔하게 대화하고 돌파구를 찾는 것이 남북이 같이 사는 방법이다.  
   
- 박 전 대표의 ‘대북특사’를 거론했는데, 아직도 유효한가.
▲ 유효하다. 남북 경색은 정치권도 원하지 않는 일이다. 공신력있는 지도자나 정치인이 문제를 푸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꼭 누구여야 한다는 것은 없다. 그러나 국내 현 정치상황에서는 박 대표가 가장 적임자라는 게 개인적인 정치소신이다.

- 개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시기가 늦었다. 개헌을 하려면 임기 초에 대통령이 기득권을 다소 내놓더라고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기여하겠다고 추진했어야 한다. 막강한 대통령 중심제에서 권한상의 불이익이 있다고 해도 개헌을 추진한다고 하면 얼마나 진정성있게 받아들여졌겠나. 이재오 특임장관도 개헌 전도사로 나서려고 했으면 국회의원, 특임장관이 아닌 야인이었을 때 나섰어야 했다. 개헌을 위한 세 축 중 야당도 국민도 늦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해프닝으로 끝난 것이 아닌가. 
 
- 그럼에도 지금 개헌 논의를 꺼낸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 친이계가 현재 정권의 최대주주인데 다음 대선에서 다른 계파나 야권으로 대권이 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분권형으로 가면 주주 행사를 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이다. 계산된 정치 목적이 깔려 있으니 국민이 동의해주지 않은 것이다.

- 군소정당의 원내대표로서 애로사항이 많으실 텐데.
▲ 우리나라 국회 구조에서는 군소정당이 설 자리가 없다. 그러나 군소정당에 속해 있다고 해도 국민의 선택을 받은 헌법기관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국회법에 융통성이 있어서 교섭, 비교섭단체라는 한계를 두지 말고 헌법기관으로서 역할을 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희망연대 원내대표로서나 국회의원 노철래라는 이름을 걸고 꼭 이루고픈 일이 있다면.
▲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깊이 인식하고 있다. 미력이나마 국가·민족·사회가 안고 있는 병리현상을 꼭 치유하고 싶다.

또한 희망연대는 정치의 한축으로 여기에 상응하는 역할을 언제든 염두에 두고 있다. 국민이 바라는 정권 창출을 통해 복된, 행복한 나라를 제시하는 것이 희망연대의 목표다. 
정리=장미란 기자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