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시즌 기대주> 서울지역 고등학교 투수 편

‘제2의 박찬호’ 명문 에이스 총집합

<일요시사>가 야구 꿈나무들을 응원합니다. 야구학교와 함께 멀지 않은 미래, 그라운드를 누빌 새싹들을 소개합니다.

지난 8월22일 양재동 더 케이 호텔(The K-Hotel) 그랜드볼룸서 2017시즌 한국프로야구(KBO) 2차 신인지명을 위한 드래프트가 실시됐다. 고졸예정자 692명, 대졸예정자 223명, 해외서 국내로 돌아 온 선수 13명 등 총 928명의 대상자 중 110명의 선수가 프로야구 10개 구단에 지명됐다.

지명자 가운데 대졸예정자는 투수 12명과 야수 12명, 총 24명만 지명돼 역대 최저를 기록, 대학야구의 위기로 비쳐졌지만, 내년 시즌 유망주 고등학교 투수들의 면면을 보면 24명도 많게 생각될지 모를 일이다.

예년에 비해 유망한 투수가 줄어서일까. 이렇게 프로야구 구단들이 투수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해는 없었다. 그러나 내년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해당 선수들이 1학년이었던 작년 2015년부터 프로야구단의 스카우터들의 관심 대상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올 시즌 프로야구단 스카우터들과 고교야구 감독, 서울특별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서울지역 고등학교 투수들을 학교별로 추려봤다.

덕수고


만 15세이던 작년도 2015년 서울시 고교야구 추계리그 대회서 구속 150km/h의 강속구를 던지며 등장한 양창섭(180cm/74kg, 우투우타, 청량중)과 올해 2016년 서울시 추계리그 대회 결승전 승리투수인 김동찬(181cm/85kg, 우투우타, 청량중), 2명의 투수가 가장 눈에 띈다.

내년도 고등학교 투수 중 이미 넘버원 투수로 꼽히는 양창섭이나 현재 140km/h 중반대의 구속을 기록 중인 김동찬이나 모두 불같은 강속구와 예리한 슬라이더성 변화구를 주무기로 갖추고 있다. 또한 공통적으로 멘탈이 강하며 큰 경기 경험이 많다는 장점이 있다.

유소년야구의 리틀야구단 시절부터 주목받아 온 양창섭은 올해 덕수고가 황금사자기와 청룡기 등 전국대회에서 2관왕을 차지하는 데 선발 투수로 활약했다. 고등학교 수준의 투수로는 거의 완성된 형태로 진화했다는 평.

서울시 추계리그 대회에선 선수 보호 차원에서 등판하지 않고 컨디션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동찬은 얼마 전 열린 서울시 고교야구 추계리그 대회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장충고와의 결승전에서 감정 기복 없이 대담한 승부를 펼쳐 화제를 모았다. 덕수고 정윤진 감독은 그를 양창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선수로 꼽는다. 동계전지훈련을 거치면 150km/h의 구속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청량중을 거치며 현역 시절 연세대학교와 실업야구 포항체철 팀에서 명투수로 이름을 날렸던 강정필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제35회 세계청소년야구대회(U15)의 우승을 차지했던 대표팀 감독이었던 강 감독과 자타공인 고교야구 최고의 명장인 정 감독의 지도를 받은 두 선수가 내년에 야구인생의 꽃을 피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청원고

고교야구 투수 중 넘버원으로 꼽히는 덕수고의 양창섭을 능가하는 투수가 있을까. 서울 청원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조성훈(183cm/70kg, 우투우타, 건대부중)이다. 거의 모든 스포츠에, 특히 야구에선 지도자와 전문가들 사이에 공통적인 견해가 있다.

바로 “어릴 때 잘하는 선수가 커서도 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혜성같이 등장하는 선수들도 있기 마련. 바로 조성훈이 그렇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내야수로 활약하며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선수였다. 고등학교 진학 후 신장이 10㎝ 이상 성장하며 투수로 전향했고, 1학년 때인 작년 시즌 추계리그부터 안정된 제구력이 뒷받침되는 140km/h 중반대의 강속구를 뿌리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구질은 더욱 정교하고 예리해졌다. 그를 지도한 서울 건대부중의 박찬민 감독은 “중학교 시절 왜소한 신체조건으로 힘이 붙지 않아서 타고난 기량의 재질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야구의 기본기와 투구의 자세가 아주 훌륭했던 선수”라고 평가했다.

내년 시즌이 더 기대되는 선수들
프로야구 스카우터들 벌써 관심

중학교 시절 아직 성장하지 못한 신체조건 때문에 투수로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지만, 투수로서 자질을 간파했던 박 감독이 자신의 모교인 청원고로 진학시켜 윤성훈 감독의 지도를 받게 했다. 큰 신장에 유연성이 좋으며, 침착한 성격의 멘탈도 훌륭하다. 자신의 신체조건과 자질에 대한 이해력이 뒷받침되는 생각하는 야구를 할 줄 안다.

경기고

경기고에는 2명의 원투 펀치가 존재한다. 박신지(185cm/70kg, 우투우타, 영동중)와 최하늘(190cm/92kg, 우투우타, 자양중)이다. 박신지는 작년 시즌 때까지만 해도 빠른 공에 비해 제구력은 들쑥날쑥해 안정감을 주지 못했으나, 올해 완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등장했다.

경기고의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번 추계리그 대회에선 안정된 제구력으로 최고 구속 148km/h의 강속구를 뿌리며 3경기에 등판, 무사사구 17탈삼진에 무실점의 방어율을 기록할 만큼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스리쿼터형의 최하늘도 3경기에 등판, 2승을 거두며 대회 우수투수상을 수상할 만큼 성장했다. 140km/h 중반대의 강속구와 예리한 각도의 슬라이더성 변화구를 갖췄고, 체격조건에서 볼 수 있듯이 장래성이 밝은 선수라 할 수 있겠다.

경기고는 이밖에도 1학년 투수 박주성(180c m/85kg, 우투우타, 건대부중)이 언제든지 등판 가능한 실력으로 선배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박주성은 우승을 차지했던 제35회 세계청소년야구대회(U15)서 맹활약했던 대표A팀의 주축 투수였다.


장충고

지난 추계리그 대회에 출전했던 모든 팀의 투수들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은 투수는 바로 장충고의 성동현(190cm/100kg, 우투우타, 홍은중)이었다. 최고 구속 151km/h의 강속구를 자랑하는 우완 정통파 투수로 결승 토너먼트서 선린인터넷고를 만나 9이닝 동안 11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완봉승을 거둔 괴력의 당사자다.

체격조건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우리나라 고등학교 야구는 물론 프로를 포함한 전체 투수들 중 톱클래스의 신체를 갖췄다. 그래서 장래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평.

덕수고와의 결승전서 선발로 등판해 잠시 흔들리며 대량 득점을 허용했지만, 앞으로 경기 경험과 투수 출신인 장충고의 송민수 감독 지도하에 그러한 멘탈 문제도 무난히 극복하리라는 예상이다.

휘문고

지난 8월, 신임 감독인 휘문고의 이명수 감독이 부임하자마자 우승을 거머쥐게 해준 휘문고 2학년생 에이스 안우진(188cm/88kg, 우투우타, 이수중)이 주목 받고 있다. 지난 추계리그에는 선수관리 차원에서 한 번도 등판하지 않았지만, 150km/h를 육박하는 강속구와 예리한 각도의 슬라이더성 변화구로 전국대회 우승을 주도했다.


선수층과 투수층이 두터운 휘문고에는 안우진 이외에도 좋은 자질의 투수들이 많은데, 특히 1학년생으로 세계청소년야구대회(U15)의 주축 투수였던 김대한(185cm/78kg, 우투우타, 덕수중)의 보직이 관심을 받는다.

평소 외야수로도 활약하는 그는 타격에도 뛰어난 자질을 갖추고 있어 만 15세의 나이로 150km/h를 넘는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투수로써의 능력 또한 뛰어넘는다는 평가다. 내년 시즌 이 감독이 김대한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관심거리다.

김대한은 지난 청소년대회 당시 일본팀의 감독으로부터 동 연령 시절의 다르빗슈(현 텍사스 레인저스 투수)를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서울고

지난 추계리그서 권의빈(179cm/75kg, 우투좌타, 경원중)과 주승우(173cm/63kg, 우투우타, 영동중), 김기훈(186cm/90kg, 우투우타, 영동중)이 분담 등판했다. 현재 재활 중인 신의찬(186cm/75kg, 우투우타, 이수중)도 2학년생 투수 중 좋은 구위를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투타에서 천재성을 드러내며 150km/h를 넘는 강속구를 가지고 있음에도 보직을 포수로 굳혀가는 강백호(181cm/90kg, 우투좌타, 이수중)가 투수로 등판하지 않는 한, 내년 시즌 서울고의 주축 투수는 겨울철 동계훈련이 지난 후 확정될 전망이다.

세계청소년대회(U15) 우승 주역이었던 1학년생 투수 최현일(185cm/77kg, 우투우타, 대치중)이 최근 150km/h에 육박하는 구속을 선보이며 막강 서울고의 내년 시즌 에이스로 활약할지 모른다는 예상도 있다.

최근 몸무게가 늘어나며 140km/h의 중반이었던 구속에서 150km/h의 구속으로 공의 스피드를 늘린 최현일은 스리쿼터형의 투수로 훌륭한 밸런스 이동의 감각을 갖춰 별로 힘을 들이지 않고 제구력이 뒷받침된 강속구를 던진다.

그를 야구에 입문시킨 이석구 배명고 수석코치는 “변화구의 궤도와 각을 종으로 떨어지는 방향으로 발전시킨다면 고교 최고의 투수로 올라갈 수 있다”고 평가했다.


<www.baseballschool.co.kr>

 

<기사 속 기사> 경북 구미 도개중고 '야구부 창단' 

지난 11월25일 경상북도 구미시 소재의 사립학교인 도개중학교와 도개고등학교가 교내 신축된 강당에서 야구부의 창단식을 가졌다. 이로써 우리나라에는 72개의 고등학교 야구팀이 존재하게 됐다. 이날의 창단식에는 이광환 KBO 육성위원장과 도내 야구 관계자, 구미시야구협회 임원진, 그리고 지역의 인사들이 참석했다.

경상북도 구미시 도개면에 자리 잡은 도개중과 도개고는 학교법인 도개학원이 설립한 면 단위의 사립학교로 초등학교도 운영 중이다. 도개고는 면 단위의 고등학교로 해마다 서울대학교와 연고대 등 국내의 명문대학교에 합격자를 다수 배출하는 지역의 명문 고등학교다. 도개중·도개고 야구부는 동계훈련을 거쳐 내년 2017 시즌부터 대한야구협회가 주최하는 모든 공식 대회에 출전한다.

창단 감독인 이상찬 감독은 “지역의 고교야구는 물론 도개중학교 야구부와 연계한 유소년야구 등을 포괄적으로 활성화하고 그러한 선수층을 기반으로 이제까지 야구의 불모지였던 구미시를 대구에 이어 경상북도 야구의 또 다른 메카로 발전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사 속 기사> 제23회 다카하시 나오키컵 선전한 한국 대표팀

일본 요코하마서 개최됐던 '제23회 다카하시 나오키컵 중학야구대회'에 출전했던 서울지역 중학교 대표선발 A팀과 B팀들이 모든 공식 경기 일정을 끝내고 11월28일 귀국했다. 일본의 전일본소년경식야구연맹이 주최하고 닛칸스포츠신문사 등이 후원한 본 대회는 일본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야구선수 중 한 명인 다카하시 나오키(전 요미우리자이언츠, 투수)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23년 전 시작됐다.

작년까지는 일본의 국내대회로 진행되었으나 올해부터는 서울특별시야구소프트볼협회를 통해 같은 연령대의 2개팀을 초청, 서울지역 중학교 선수 가운데 선발된 2개팀이 출전하며 확대됐다. 일본의 22개팀과 한국의 2개팀 등 총 24개팀이 토너먼트 방식으로 요코하마 지역의 7개 야구장에서 대회를 치렀다.

서울지역 대표 A팀과 B팀은 입상하지는 못했으나 우리나라보다 훨씬 나은 인프라를 갖춘 일본의 경기장에서 같은 연령대의 일본 팀들을 맞아 선전했다. 국제 경기의 경험을 쌓고, 일본과 야구 교류의 폭을 확대하는데 많은 공헌을 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