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다른’ MB 미소재단 vs GH 미르재단 전격 비교

정권 바뀌면 미소도 털린다?

[일요시사 취재 1팀] 박호민 기자 = 국정 농단 ‘최순실 게이트’의 전진기지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난 미르재단. 일각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미르재단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미소재단의 성격이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양측은 격론으로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 <일요시사>에서 양 재단을 전격 비교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재단법인 미르(이하 미르재단)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미소금융중앙재단(이하 미소재단)이 서로 비슷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논란의 시작은 최순실 게이트서 불거진 검찰 수사 관련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역대 정부서도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와 출연으로 공익사업을 진행한 사례가 많았지만 지금처럼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며 이명박정부의 미소재단을 지목하면서 시작됐다.

[각 정권 추진]
[대통령 연관?]

김승유 초대 미소재단 이사장(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서 “미소재단은 미르재단 등과 출발부터 달랐다”며 미르재단과의 유사성 언급에 대해 불쾌감을 나타냈다.

2009년 설립된 미소재단은 금융이용의 접근성을 높여 자활의지가 있으나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운 저소득·저신용층 및 영세사업자의 자활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자 설립됐다. 제도권 금융 이용이 곤란한 금융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창업자금, 운영자금 등 자활자금을 무담보·무보증으로 지원하는 소액대출사업(Micro Credit)을 주사업으로 했다.

이명박정부는 2000년 이후 약 10년간 30여개의 민간단체가 재정, 지자체 예산, 소액서민금융재단자금, 민간 기부금을 재원으로 수행해 온 소규모 사업을 중앙재단을 통해 관리하기 위해 미소금융중앙재단을 만들어 운영했다.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각 200~300개의 미소금융법인을 설립해 전국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재계·금융권 등의 기부금과 휴면예금 출연금을 재원으로 향후 10년간 총 2조원 이상의 기금을 조성을 목표로 했다.

미르재단은 문화산업 지원을 목표로 2015년 10월 설립됐는데, 사업 내용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다. 우선 미르재단은 문화연구·콘텐츠 개발을 위해 한국문화 주제를 선정해 연구하고 문화생산자 그룹들을 연결해 주제별 사업모델을 설계하고 콘텐츠를 개발한다.

또 문화 저변 구축 및 확산을 위해 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기반을 탄탄히 하고, 사업 특성에 맞는 문화 확산 플랫폼을 생성함으로써 한국문화를 세계로 확산하는 것이 목표다.

아울러 문화를 통해 문화외교까지 겸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업 논의조차 없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미르재단의 신뢰성은 현재 바닥인 상황이다.

[이상한 라인]
[측근 요직에]

미소재단과 미르재단은 자신의 라인들로 이사장을 구성했다는 점에서 양 재단의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두 재단은 각각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어른거리는 재단으로 통한다. 재단을 거쳐간 인사들이 각자의 라인인 경우가 많다.
 

미소재단의 초대이사장 김승유 전 이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려대학교 동기다. 그는 이명박정부 내내 이사직을 유지하다가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2013년 이사직을 현 이종휘 이사장에 넘겨줬다.


대통령 어른거리는 재단
공통점보단 차이점 부각

이명박정권 내내 이명박 라인이 미소재단을 이끈 셈이다. 미르재단도 대통령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우선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라인이 미소재단을 장악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장은 최순실씨와 친분이 두터운 차은택씨와의 친분으로 이사장 직을 맡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김 전 이사장은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9월 돌연 이사직을 사퇴해 배경에 눈길이 쏠리기도 했다.

[있거나 없거나]
[설립구조 차이]

법적 근거의 유무도 두 재단 간 차이가 있다. 미소재단의 경우 2007년 노무현정부의 ‘휴면예금관리재단의 설립 등에 관한 법률’을 그 근간으로 해 저신용·저소득 계층에 대한 대출 지원을 위해 설립됐다.

반면 미르재단은 설립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 전 이사장은 또다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미르재단은 애초부터 재단 설립과 관련 법적 근거가 없어 재단 자금이 쉽게 유용될 수 있는 구조다”며 이들 재단 사이의 차이점을 제시했다.

문제는 미르재단의 이 같은 자금 운용방식이 점이 유용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재단 설립에 법적 근거가 있으면 자금 출처, 자금의 활용 등에 제한을 받지만 한정된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으면 정관이나 규약 등에 따라 언제든지 용처 등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어 자금 유용 가능성이 높다.

자금 운용 방식에서도 차이가 크다. 미소재단은 각 기업들이 자금을 출연해 금융권 접근이 어려운 서민을 대상으로 대출해준다. 정부는 미소재단의 컨트롤 타워역할에 그친다.

즉 직접적으로 자금 운용을 하지 않아 자금과 관련되 분란의 여지가 적다. 반면 미르재단은 재단이 직접 기업으로부터 기부금 형식으로 모금을 받아 운용하기 때문에 자금 유용의 가능성이 크다.

김승유 전 미소재단 이사장도 이 점을 미르재단과의 큰 차이점으로 꼽았다. 실제 미소재단의 경우 자금을 출연했던 기업들은 해당 자금을 이용해 삼성미소금융재단, SK미소금융재단 등의 재단을 만들어서 서민 대출을 하고 있다.

반면, 미르재단의 경우 자금의 유용 의혹이 끊임없이 불거져 나오며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김 전 이사장은 “미소재단은 기업들로부터 돈을 단 한 푼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며 “이는 재단의 모든 구성원들이 (전두환정부의)일해재단처럼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아 유용하다가는 나중에 문제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공익사업을 할 수는 있지만, 그 자금이 사익을 위해 쓰일 수 없도록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느냐 여부가 본질적 차이”라고 덧붙였다.

[규모 보니… ]
[차이 나는 몸집]

재단의 자금규모는 미소재단이 컸다. 미소재단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미소금융 지점을 통한 대출액이 1784억7000만원(총 1만5021건) 수준으로 현재까지 휴면예금 출연금은 1조89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기업들은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 등이 2018년까지 총 1조원(2016년 현재 약 5400억원 출연)의 자금을 출연했다.

반면, 미르재단은 지난해 10월 설립한 이후 30개 기업에서 480여억원을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운용 규모는 미소재단이 더 크지만 이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다. 미소재단의 경우 서민들에게 융자를 해준 뒤 상환받을 수 있고, 미르재단은 기부금 형식으로 기업에게 돈을 받아 상환의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 수억∼수십억씩 기부 행렬
정권 차원 강행… 성격 비슷 분석

이 차이 때문에 미르재단과 기업 간 커넥션에 대해 뒷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미르재단에 자금은 출연한 기업들을 살펴보면 삼성그룹은 125억원, 현대차그룹은 85억원, SK하이닉스는 68억원, LG그룹은 48억원, 롯데그룹은 28억원, GS그룹은 26억원 등을 기부했다.


특히 총 기부금 480억원이 모이는 데 한달밖에 걸리지 않아 대가성 의혹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각 기업들은 미르재단 측에 지원한 돈이 대가성이 없다는 점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뭐하는 곳? ]
[사업의 영속성]

미소재단과 미르재단은 사업의 영속성에도 차이를 나타낸다. 미소재단은 2009년 이명박정부서 설립된 이후 해마다 대출규모를 늘리며 활발한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2013년 박근혜정부들어 사업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존재하지만 여전히 미소재단은 운영 중이다.
 

2016년 9월 서민금융진흥원으로 인계됐지만 관련 사업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각 기업들이 운영중인 미소재단도 확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소재단 측이 밝힌 상반기 대출액(1784억7000만원)은 전년동기 대비 29.1% 증가했다.

특히 전국 34개의 미소금융 지역법인의 대출실적이 전년대비 73.5% 증가하면서 미소재단이 활발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각 기업들도 미소금융 재단 관련 홍보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SK그룹의 SK미소금융재단은 인천서 ‘SK미소금융 데이(DAY)’ 행사를 했다.

SK미소금융재단은 지난 9월 SK행복드림구장서 열린 SK와이번스와 기아타이거즈 야구 경기에서 미소금융을 홍보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SK미소재단은 구장 내 홍보부스를 운영하고 인천지역 미소금융 대출자가족 100여명을 초청해 싸인볼과 도시락 등을 제공했다.

실제 SK그룹은 미소재단 사업에 꾸준히 재원을 출연하고 있다. 2009년부터 10년간 대출재원을 미소금융사업에 출연한 것. 특히 미소금융 활성화를 위해 전국의 소외계층을 직접 찾아가고 있다. 그 결과 SK미소재단은 전국에 20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미르재단은 현재 존립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설립 2년이 채 안돼 비리의혹이 터져나오면서 존폐위기에 놓인 것이다. 의혹 가운데 가장 큰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이 기업에 압력을 행사해 재단 기부금을 모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실상 미르재단은 유지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권력형 비리 ]
[의혹 모락모락]

양 재단 모두 비리와 관련해 논란이 됐다. 다만 미소재단은 개인비리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미르재단은 재단내 권력형 비리로 확대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미소재단은 미소금융중앙재단에 대한 비리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김주원 부장검사)는 2011년 미소금융중앙재단 간부가 돈을 받고 뉴라이트 성향의 단체에 복지사업금을 지원한 정황을 파악하고 서울 종로구 미소금융중앙재단을 압수수색했다.

재단 간부 양모씨는 뉴라이트계열 단체 대표 김모씨에게서 1억원을 받고 김씨가 대표로 있는 단체에 복지사업금 35억원을 지원한 혐의를 받았다. 또 지난해 제주서부경찰서는 전통시장 소액대출 복지사업 지원금을 착복한 혐의(업무상횡령)로 제주시 모 전통시장 상인회장 A(49)씨를 붙잡아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10년 7월∼2011년 2월까지 미소금융재단의 전통시장 소액대출사업을 위탁받은 A씨는 시장 상인 19명이 대출했다가 갚은 총 9500만원(1인당 500만원) 중 8500만원을 재단에 반납하지 않고 빚 탕감 등에 쓴 혐의가 드러났다.

미르재단의 경우 ‘권력형 비리’ 의혹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모양새다.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해 기업들에 기부금을 모집하고 임직원을 최순실과 직간접적인 친분이 있는 인물을 채용해 고액의 임금을 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인재근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재단법인 미르, 재단법인 K스포츠의 사업장적용신고서’에 따르면 미르재단 유급직원의 평균연봉이 9212만원에 달했다.

이 중 최고 연봉(2015년 12월 기준)은 1억6640만원이었으며, 두 번째로 많은 연봉은 1억3640만원으로 6명의 유급 직원 중 1억원 이상 연봉자가 2명이나 됐다. 다음으로 9110만원의 연봉자가 1명, 6341만원이 두 명, 3203만원의 연봉을 받는 직원 한 명으로 집계됐다. 평균 연봉만 9212만원에 이르는 수준이다.

[재단 이름만… ]
[“다르다”주장도]

양 재단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선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미소재단과 미르재단은 재단이라는 큰 범주는 같지만 운영방식부터 차이가 있다”며 “미르재단은 전두환 정권의 일해재단(기사속기사 참조)과 오히려 비슷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