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vs명동' 대한민국 최고의 상권은?

2016년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상권은 어디일까. 지난 2004년부터 13년 연속으로 전국 땅값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명동상권과 땅 시세가 3.3㎡당 4억~5억원을 호가하는 강남역상권이 여기에 꼽힐 것이다.

10년, 20년 후에도 명동상권과 강남역상권이 지금처럼 최고의 상권으로의 위상을 지키고 있을까. 상권은 변화하는 생명체와도 같아서 지금은 잘나가던 상권이더라도 언제든지 지는 상권으로, 지금은 침체된 상권이라 할지라도 다시 활력이 생겨 핫플레이스로 바뀔지도 모른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공시지가의 순위 변동이 아니다. 상권은 항상 움직이고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럭셔리하게~
강남상권

전국 대도시 원도심 상권을 살펴보면 옛 명성은 간 데 없이 침체되고, 주변 신흥개발지역의 상권은 활황을 맞는 것을 볼 수 있다. 대전, 부산 등 전국 주요 대도시도 마찬가지다. 이를 대체할 신흥개발지역의 새로운 상권이 생겨나면서 상권판도가 변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최고의 상권이라도 할지라도 그 상권이 영원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어떤 최고 강한 상권이라도 세월의 변화에 따른 흥망성쇠가 이루어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먼저 대한민국의 최고의 대표 상권이자 양대산맥인 강남역과 명동을 살펴보자. 강남역은 업종별 매출 면이나 건물 매매가 및 신축 상가 분양가에서 최고인 반면 명동상권은 유동인구, 임대료, 권리금, 공시지가에서 최고다.

강남역 상권은 서울 5대 부심 및 7대 대표상권으로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100만명 이상이며, 추정 매출액만 하루 평균 200억원이 넘는다. 상권 내부로 연결되는 다양한 대중교통을 바탕으로 풍부한 배후지를 지닌 상권이기도 하다. 서울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강남구, 서초구를 직접 배후지로 두고 있고 수도권 남부지역 성남, 분당, 용인, 수원 등 넓은 배후지를 확보하고 있다. 강남역 상권은 오피스상권, 판매상권, 학원상권, 서비스상권, 문화상권 등 복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명동상권은 하루 유동인구 150만명이 넘으며 중국인 및 일본인 등 다양한 외국관광객이 1순위로 찾는 글로벌상권이다. 특히 쇼핑문화가 발달하여 많은 프랜차이즈와 대형브랜드의 안테나샵들이 입점해 있다. 지가수준 및 임대료수준 역시 대한민국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강남역 상권은 명동 상권에 비해 상권의 면적은 두 배 가까이 넓으나, 상권 내 필지 수는 오히려 적다. 즉, 강남역 상권을 구성하고 있는 토지들은 명동상권에 비해 면적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지적도면을 보면 강남역 상권 내 토지는 구획정리가 잘 되어 있으나 명동 상권 내 토지는 그렇지 않다. 이러한 상권 내 토지의 특성은 건물의 규모, 수, 배치 등에 영향을 준다.

10년, 20년 후에도 지금의 위상?
한강변 끼고 형성 상권들 주목

강남역 상권 내 건물들은 바닥면적 등 규모가 크고 구획정리된 반듯한 배치 형태를 보이고 있으나, 명동 상권 내 건물들은 소규모 건물이 많고 구획정리되지 않은 미로와 같은 배치를 보이고 있다. 건물의 수를 살펴보면 강남역 상권 면적이 명동에 비해 2배 가까이 크지만 건물의 수는 오히려 적다. 이러한 물리적인 특징들은 상권 전체의 분위기나 입점 점포 종류에 영향을 주고 있다. 강남역 상권은 식음료 업종이 주를 이루고 있고, 사람들의 모임의 장소로 주로 인식되어 있으며 명동상권은 소규모 패션, 뷰티 업종 등이 주를 이루고 있는 쇼핑 상권이다.

강남역의 주요 업종 매출을 살펴보면 강남역 부근 분식점 월평균 매출액은 3487만원이다. 이 ·미용실 5026만원, PC방이나 당구장 3583만원, 의류업은 3730만원을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가장 붐비는 지하철역은 2호선 강남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조사된 서울시 교통카드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강남역은 2015년도 기준 총 이용객 7465만명, 하루 평균 이용객이 20만4500명으로 전체 지하철역 중 유동인구가 가장 많아 19년 연속 이용객이 가장 많은 역으로 꼽혔다. 2011년 7052만명에서 2014년 7662만명으로 매년 꾸준히 늘다가 지난해는 메르스 여파로 다소 감소했다. 승차 3705만명, 하차 3760만명으로 강남역에서 내리는 사람이 조금 더 많았다.

한류열풍으로 외국인 관광객 등 유동인구가 늘다보니 강남대로의 점포 임대료도 가파른 상승세다. 대로변 1층 점포는 월세가 3.3㎡당 평균 100만~150만원, 최대 200만원까지 육박했다. 이는 서울시내 주요 상권의 평균 임대료가 30만~4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기존 상인들은 치솟는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해 계약 기간이 끝나면 이면도로변으로 밀려나며 그 자리는 대형 유통업체 매장이 점령하고 있다. 이미 네이처리퍼블릭·자라·지오다노·르꼬끄 등 화장품·패션회사들이 강남대로 1층에 입성했다. 이들은 3.3㎡당 평균 월 150만원 안팎의 월세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섭게 성장하는 강남대로 상권이 명동을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강남대로 상가빌딩 매매가격은 3.3㎡당 최대 5억원대에 달하며 실제 강남역 인근 옛 뉴욕제과 빌딩 부지 670㎡가 1050억원에 팔렸다. 3.3㎡당 5억1700만원인 셈이다. 강남대로변 매물은 거의 나오지 않지만 임대료를 역산해 보면 시세가 3.3㎡당 4억~5억원대인 경우가 많은데 이는 서울 명동과 맞먹는 수준이다. 현재 명동의 경우 땅값(공시지가 기준·3.3㎡당)은 최고 3억원에 육박한다.

이곳 역시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지만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매매 시세를 3.3㎡당 5억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아직 월 임대료(1층 기준)는 명동이 다소 높은 편이다. 강남대로는 3.3㎡당 200만원에 못 미치지만 명동은 200만~300만원 선이다. 명동의 경우 국내 최고 상권이라는 프리미엄에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몰린다는 이유에서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높다.

패션 1번지
명동상권

하지만 강남대로가 명동보다 장기적으로 상권 성장 잠재력은 더 크다는 분석도 많다. 서울 강남대로는 내국인 중심으로 유동 인구가 형성돼 있고 아직 주변 지역 개발 여력도 충분하며 향후 판교 개발을 가속화하면 수요가 오히려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강남역 상권은 삼성타운 사옥 이전 등 대기업도 떠나 강남 상권 붕괴론이 확산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가 임대료 때문에 영세 자영업자뿐 아니라 대기업 프랜차이즈까지 서울 강남 상권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음은 명동상권. 반세기가 훌쩍 지나는 동안 우리나라의 대표 상권이자 유행·패션의 1번지로 꼽히는 유명세만큼 명동의 땅값은 공시지가 상위 1~10위가 몰려있을 만큼 전국 최고를 자랑하며 이들 지역의 3.3㎡당 평균 공시지가는 2억원을 훌쩍 웃돈다. 비싼 땅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임대료도 전국 최고는 물론 세계에서도 상위에 속한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2014 세계의 주요 번화가’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상권은 미국 뉴욕 피프스 애비뉴로 1㎡당 연평균 2만9822유로(약 3960만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다는 명동의 평균 임대료는 7942유로(약 1001만원)로 일본 긴자에 이어 8위다. 1년 전에 비해 17.6 %가 올랐다. 33㎡ 규모의 매장으로 환산하면 월 2752만원가량을 월세로 낸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실제 내는 임대료는 이 보고서보다 더 높은 수준이라고 봤다. 입지가 좋은 10평(33 ㎡) 규모 상가의 경우 월평균 7000 만~8000만원 수준. 대부분 직원이 많은 소매 판매점으로 수십명의 인건비와 관리비용 등을 빼고 수익을 남기려면 매출이 최소 3억5000만원을 넘어야 자리를 지킬 수 있다. 매출이 월 임대료의 5배에 미치지 못하면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명동상권 13년 연속 전국 땅값 1위
강남상권 3.3㎡당 4억〜5억원 호가

실제로 금싸라기 명동 땅을 차지하고 있는 업종은 대부분 손님이 자주 드나드는 네이처리퍼블릭 같은 화장품 매장이 차지하고 있었다. 중앙로에 전국 비싼 땅 톱10 몰려있는데 13년째 1위는 네이처리버블릭이다. 네이처리퍼블릭 부지는 1㎡당 공시지가가 8310 만원이다. 이는 지난해(8070만원) 보다 2.97% 오른 것으로 3.3㎡로 계산하면 무려 2억7423만원에 달한다. 부지 규모는 169.3㎡로 공시지가 총액은 140억6883 만원에 이른다.

그렇다면 향후에는 어떤 상권이 최고의 상권으로 등극할까. 지금까지는 최고 상권 기준이 유동인구, 권리금, 임대료수준 등이었지만 대형 개발호재로 상권형성 잠재력이 큰 삼성역상권, 용산역상권, 사당역상권, 판교역상권이 대표상권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또한 향후에는 좋은 상권의 개념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떠나는 임차인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좋은 상권의 개념과 다른 곳이 많이 뜨고 있다. 홍대 근처 연남동, 북촌 서촌 등이 대표적이다. 교통이 편리하지 않아 찾아오기 힘든 곳인데, 좁은 골목의 작고 개성 있는 상점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합정동 카페거리, 연남동 홍대도 최고의 핫플레이스다. 명동, 강남역에 이어 3대 핫플레이스로 등극했는데, 1990년대 후반부터 클럽문화가 형성됐다. 홍대를 넘어 합정, 연남동까지 들썩이는 모습이다. 또한 공항철도가 개통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세했고, 상암동 DMC에 직장인들이 유입되면서 거대 상권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또한 서촌과 북촌은 서울의 대표적인 한옥보존지역 중 한 곳으로, 한옥이 많아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 중 하나이다. 갤러리가 가득한 문화, 역사의 지구이다.

서울 주요상권도 한강줄기 따라 속속 형성되고 있다. 서울의 주요상권들은 한강변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960~1970년대, 서울은 한강변에 위치한 여의도와 강남권의 개발이 완료된 이후 이 지역의 상권도 크게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이 지역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규모 업무지구로 개발됨에 따라 풍부한 유동인구를 흡수할 수 있어 상권형성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서울은 최근에도 한강 주변으로 주요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서울의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서울의 주요상권도 늘어나게 되면서다. 강북의 주요상권이라고 불리는 홍대상권과 신촌상권, 용산 및 이태원상권 등도 모두 한강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처럼, 한강주변에 주요상권이 형성되는 이유는 서울의 지리적 이점 때문이다.

한강은 서울의 중심을 관통해 흐르고 있다. 그 주변으로 대대적인 개발이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규모 업무지구도 한강변에 밀집해 있다. 서울에서는 강남을 비롯해 여의도와 상암지구 등이 주요 업무지역으로 손꼽힌다. 또, 마포구 합정동과 공덕동 일대, 용산역 주변도 주요업무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 한강과 가까운 곳에 서울의 주요대학교들도 많아 상권형성에 도움을 줬다. 연세대, 건국대, 서강대, 홍익대, 이화여대 등이 모두 한강과 근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젊은 수요층이 몰리고 있다.

이태원, 북촌…
뜨는 상권은?

최근 서울의 주요상권으로 가장 떠오르고 있는 곳은 마포구 합정동 상권이다. 합정동은 한강과 바로 접해 있으며 북쪽에는 홍대상권이 자리 잡고 있다. 또, 서쪽으로는 상암지구, 동쪽으로는 용산, 남쪽으로는 여의도와 목동이 위치해 있다. 교통여건도 매우 우수해 서울 어디서든지 합정동으로 이동이 편리하다. 이곳에는 지하철2호선과 6호선 환승역인 합정역이 자리 잡고 있어 유동인구가 풍부하다.

강변북로나 양화대교를 이용해 마포구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합정동은 반드시 들려야 하는 필수코스나 다름없다. 합정동상권이 주요상권으로 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홍대상권의 영역이 확대됨에 따라 합정동 상권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게다가, 합정재정비촉진지구를 개발하면서 탄생한 랜드마크 상업시설인 ‘메세나폴리스’의 영향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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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면죄부’ 역풍 맞은 중앙지검 막전막후

‘김건희 면죄부’ 역풍 맞은 중앙지검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도이치모터스 사건이 사실상 종결됐다. 항고가 남았으나 기소가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건희 여사에게 면죄부를 던져준 꼴이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특수통이 아닌 기획통 중심의 연말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갑작스러운 물갈이가 검사 ‘줄사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브리핑도 그렇고 결론 자체가 참담하다.” 서울중앙지검 한 검사의 말이다.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연루된 김건희 여사를 무혐의 처분한 것에 대해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 여사의 핸드폰과 주거지 압수수색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으나 법원이 기각했다며 거짓말 논란을 자초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수사 결론을 내놓은 데 이어 내부에 균열이 생기는 분위기다. 4년 넘게 맹탕 수사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연루된 김 여사를 수사한 건 4년6개월이 넘는다. 증거와 법리를 따져 불기소 처분했다는 입장이지만 면죄부를 던져줬다는 비판은 현재진행형이다. 검찰은 김 여사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주가조작 범행을 간접적으로도 인식하지 못했다고 봤다. 그러나 관련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서 증거 확보 타이밍을 놓치고 엇갈리는 진술 등으로 인해 판단이 어려워졌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거세다. 이번 수사에 관여한 서울중앙지검 전·현직 검사장은 4명이다. 또 수사 실무를 총괄하며 일선 수사팀을 지휘한 부장검사도 4명이다. 이 사건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4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김 여사 등이 가담했다’는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김 여사는 현직 검찰총장의 부인이었다. 같은 해 9월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이 검찰에 출석해 고발인 조사를 받았고, 이후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에서 반부패수사2부로 재배당됐다. 이듬해 8월, 수사팀이 재정비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을 내놓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 그해 6월,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된 것은 11월이다. 검찰은 2021년 12월 권 전 회장 등 일당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기며 사건을 일단락했다. 처분 대상서 빠진 유력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 여사에 대해 검찰은 “주가조작 가담 여부를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지난 4월 총선서 야권이 압승하고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 필요성이 연일 거론되면서 수사가 진척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7월20일 김 여사에 대한 대면 조사가 이뤄졌지만, 최종 처분은 권 전 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재판 선고 이후로 또다시 밀렸다. 앞서 김 여사는 검찰청사가 아닌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대통령 경호처 부속청사서 비공개 방문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서 서울중앙지검이 이원석 전 검찰총장에게 사후 보고한 점이 알려져 ‘패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수사팀은 경호와 보안상 문제로 제3의 장소서 조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해명했으나 여타 사건의 피의자들과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는 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4년6개월 수사하고 김건희 성역 인정한 꼴 “압수수색영장 법원 기각” 대놓고 거짓말 당시 검찰 안팎에서는 “사법부의 판단을 두고 보면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건 정권 눈치 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이 참고하겠다고 밝힌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김 여사와 유사한 ‘전주(錢主)’ 역할을 한 인물에게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특히 김 여사가 주식거래로 인한 손실 금액 상당인 4000여만원을 1차 주포에게 입금받은 내역, 2차 주포인 김모씨가 도피 중에 또 다른 사건 관계자에게 보낸 편지서 김 여사를 언급한 정황 등이 알려진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서 일각에서는 수사 결과의 공정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처분 전 수심위를 열어 외부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수사팀은 수심위 없이 차·부장급 검사, 일부 평검사 15명으로 구성된 레드팀의 검토를 거쳐 결론을 내렸다. 수사팀과 서울중앙지검의 지휘라인 모두 이 사건은 수심위를 열기에 적절치 않다는 일치된 의견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최종적으로 김 여사에게 면죄부를 던져준 셈이다. 사건 처분 지연 이유를 묻자 수사팀은 “수사 종결을 위해 김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가 반드시 필요했다”며 “여러 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지난 7월 가까스로 대면조사가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권오수 전 회장을 비롯한 핵심 관련자들은 일사천리로 기소했는데 유일하게 김 여사에 대해서만 소극적으로 일관했다. 수십명의 검사들이 투입돼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했다는 게 겨우 대면조사”라며 “과연 최선을 다한 수사였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검찰이 시간을 끌어온 게 제일 문제”라고 비판했다. 검찰이 시간을 끈 것보다도 언론 브리핑을 진행하면서 거짓말을 한 사실도 문제로 떠올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지난 17일 브리핑서 “코바나컨텐츠와 도이치모터스 수사가 같이 진행돼 압수수색영장 같은 것에도 함께 범죄사실을 적었는데, 2020년 11월 김 여사 주거지, 사무실,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가 기각됐다”고 설명했다. 모르고? 알고도? 기각된 영장 혐의를 묻자 “코바나 사건이 주되긴 했지만 결국 코바나와 도이치는 같이 수사 중이었다. 압색영장에도 범죄 혐의가 같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도이치 사건으로도 영장 청구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지난 18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김 여사 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건 코바나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논란이 일자 “전달 과정의 오해였을 뿐 거짓 내용을 브리핑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브리핑서 ‘김 여사는 기본적으로 계좌주’라고 전제한 후 “계좌주 중 압색영장을 청구한 사람이 없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각된 영장에 도이치 사건 혐의는 없었다’고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던 만큼 브리핑이 부정확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혐의에는 한 차례도 강제수사를 시도하지 않은 것이라 수사 의지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수사팀은 “10년 지난 사건이고 실효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수사팀 입장서 ‘거짓말 논란’은 억울했을 수 있다. 그러나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지 않은 건 수사가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소극적 수사로 꼽힐 수 있는 뼈아픈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 한 검사도 “수사팀 내에서도 기소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었다. 코바나컨텐츠 영장이 기각되지 않았으면 도이치모터스 관련 추가 물증을 확보할 수 있었을 거라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애초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소극적으로 수사한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이 김 여사에게 지난해 7월 2차 서면 질의서를 보내고 지난 7월 답변을 받기까지 1년이 걸린 점도 의구심을 키웠다. 수사팀 관계자는 “서면 답변을 안 주면 (검찰이)어떻게 하느냐”고 했지만 대응이 미온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용산 갈등 후 이원석 배제 검찰의 판단으로 논란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명품백 사건의 경우 고발인인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 등이 검찰 불기소 결정에 불복하는 항고 의사를 밝혔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경우도 고발인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항고장을 접수한다는 계획이다. 또 공수처 수사와 야당 측의 김 여사 특검 발의 등은 아직 진행 중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과 ‘명태균씨 여론조사 비용 부담’ 의혹을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명품백 사건, 명씨 여론조작 등 총 13개 의혹에 대한 특검법을 발의했다. 다만 검찰 항고가 통계적으로 인용되는 비율이 10%로 매우 낮다는 점 등으로 볼 때 명품백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불기소 결론이 서울고검 등 이후 단계서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법조계는 내다보고 있다. 공수처가 인력 부족 등의 문제를 겪고 있는 점도 고려해 봐야 한다. 또 약 15년 전 벌어진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새롭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물리적인 한계도 안고 있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연말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어그러진 조직 내부를 점검하고 분위기 전환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재 공석인 광주고검장과 부산고검 차장검사 등 지휘부 재편이 목적일 수도 있지만 특수통이 아닌 기획·관리에 능한 검사 위주로 조직을 꾸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심 총장은 취임 직후 이뤄진 인사에서 신봉수 고검장이 광주고검장서 대구고검장으로, 임승철 검사장이 부산고검 차장서 광주고검 차장으로 각각 이동시켰다. 검찰 내부에서는 고위 간부보다 중간 간부 인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5월 단행된 인사에서 사법연수원 38기 검사들의 부장검사 승진이 보류됐다. 올해를 넘기면 38기부터 1년씩 승진이 유예되는 탓에 인사 적체를 우려하는 검사들이 많다. 연말 고위 간부 인사 정권 수사 힘 빼기? 특수 지고 기획통 주류로…녹슨 칼 되나 명품백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팀 소속 검사들은 지난 인사에서 잔류해 이들의 승진·전보 인사 요인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단행된 검찰 인사 기조를 보면 특수통은 좌천되거나 주류서 제외됐다. 지난 5월 검찰 인사에서 특수통으로 꼽히는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부산고검장으로 전보됐고, 기획통에 가까운 이창수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다. 심 총장 취임식 당일 발표된 인사에서는 전국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에 기획통으로 불리는 구승모 검사장이 임명됐다. 향후 인사에서도 이런 ‘관리형 인사’ 기조가 반영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 안팎에서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나 이 전 검찰총장과 가까웠던 정통 특수통들이 인사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심 총장의 연말 인사 전후로 사직서를 던지는 중간 간부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미 사직서를 쓰겠다고 말한 부장급 간부도 있다. 특수통 외면은 이미 6개월 전부터 시작됐다. 특수통이 외면받게 된 이면에는 대통령실 및 김 여사 관련 수사에서 힘을 빼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한마디로 정권에 위협이 될 만한 칼을 미리 부러뜨리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이 전 총장과의 갈등 직후 특수통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는 게 복수의 검찰 관계자의 말이다. 구권력 신권력 윤 대통령과 같이 근무한 인연이 있는 한 변호사는 “여권이 친한(친 한동훈)과 친윤(친 윤석열)으로 나뉜 것처럼 검찰 내부도 구권력과 신권력 간의 충돌이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난다. 중앙지검이 김 여사를 불기소하면서 불만이 쌓인 검사들이 상당히 많다”며 “지금 상황서 특수통을 중용하는 건 당연히 좋은 선택이 아니다. 심 총장이 고위 간부와 중간 간부 대부분을 기획과 정무 감각이 뛰어난 이들로 꾸릴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차후 있을 인사에서 내치면 반골 기질이 있는 특수통들이 가만히 있겠나. 특수통들은 항시 정권의 심장을 겨눠왔다. 지금 용산이라고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