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차은택 강남빌딩 수상한 거래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6.11.14 09:49:10
  • 호수 10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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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팔아 50억 챙겼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키맨으로 지목된 차은택씨가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건물로 막대한 이득을 취한 사실을 <일요시사>가 단독 확인했다. 차씨는 해당 건물을 담보로 금융권으로부터 막대한 돈을 대출받는가 하면 미스터피자와 모 투자회사로부터 10억원의 계약을 이끌어냈다. 건물을 되팔아 50억원대 시세 차익을 남기기도 했다. 정황상 부동산 투기가 의심되는 상황. 과연 논현동 건물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차은택씨와 김광수 MBK엔터테인먼트(전 코어콘텐츠미디어, 이하 코어미디어) 대표 프로듀서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코어미디어 본사 건물을 50:50의 지분으로 공동 소유하고 있었다. 등기부등본 상 두 사람이 해당 건물의 공유자가 된 시기는 지난 2007년 7월. 그로부터 3개월 뒤 차씨는 코어미디어의 이사로 등재된다.

자신의 지분
근저당 설정

김 대표는 자신의 지분을 근저당으로 설정, 금융권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빌렸다. 지난 2007년 8월부터 중소기업은행, 현대스위스이저축은행 등 복수의 은행으로부터 수십억원을 대출받았다. 근저당은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미리 특정 부동산을 담보물로 잡아 두는 것을 의미한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 때문이었을까. 이후 서울중앙지법, 강남세무서 등은 김 대표의 지분에 대해 압류 및 가압류 처분을 내린다. 그럼에도 상환이 이루어지지 않자 지난 2011년 2월, 서울중앙지법은 해당 빌딩을 임의경매로 넘겼다.

이때 차씨는 경매로 나온 김 대표의 나머지 50% 지분을 사들였다. 김 대표와 지분을 공유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로써 차씨는 2012년 8월27일, 해당 빌딩의 100% 지분 소유자가 된다. 당시 차씨는 코어미디어 사외이사(2010년 10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였다. 결과적으로 업체 대표의 건물을 사외이사가 넘겨받은 셈이다.


이후 차씨는 김 대표처럼 해당 건물을 담보로 금융권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대출받기 시작했다. 건물의 소유자로 이름을 올리자마자 우리은행서 약 30억원, 이후 중소기업은행서 8억4000만원, 6억6000만원을 추가로 대출받았다.

이로써 논현동 건물에 잡힌 채무는 총 45억원. 차씨는 이 막대한 빚을 2014년 12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모두 털어내는 데 성공한다. 알려진 대로 이 기간 차씨는 박근혜정권과 관련된 각종 이권에 개입, 특혜를 받는가 하면 수십억원대의 돈을 횡령한 정황이 있다.

빌딩 매입후
45억원 대출

2014년 8월, 차씨는 문화융성위원으로 위촉된다. 이는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예산 400억원 규모의 문화창조융합센터 계획 보고서를 작성한 시기와 같다. 또한 2015년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세운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을 통해 수십억원을 착복한 의혹도 받고 있다. 
 

 

자신이 실소유자로 이름을 올린 기업을 이용, 대기업·공공기관 광고를 불법·편법으로 챙겨 수억원대 자금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옛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 지분 강탈에도 가담한 의혹이 있다. 이렇게 모은 돈이 논현동 건물의 채무를 갚는 데 일정 부분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해당 의혹에 대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한 관계자는 “결국 45억원의 여유자금이 생겼다는 것인데 그런 큰돈은 쉽게 구해지는 게 아니다”며 “(채무를 갚은) 시점이 대선 후라는 점에서 더욱 의구심이 든다. 부당하게 모은 돈이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CF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역시 정권의 비호를 받은 사람이 맞나보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논현동 건물은 코어미디어의 투자 유치에도 쓰였다.

지난 2013년 4월 ‘미스터피자’와 서울 서초구의 모 투자회사는 코어미디어에 총 1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는 미스터피자 측이 코어미디어 소속의 한 걸그룹을 홍보 모델로 쓰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당시 해당 걸그룹은 일명 ‘왕따 사건’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던 때였다.

이미 맺어져 있던 계약마저 파기될 정도로 모델 가치가 추락하던 분위기. 미스터피자 홍보팀 관계자 또한 본지와의 통화서 “투자 내용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로 실효성이 없던 투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미스터피자 측은 코어미디어에 투자를 강행했다.

논현동 건물 50% 지분 27억에 사들여
담보로 45억 대출…되팔아 시세 차익

정황상 차씨가 해당 투자를 유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스터피자와 해당 투자회사는 10억원을 투자하며 논현동 건물 2층을 근저당으로, 해당 건물의 토지를 공동담보로 잡았는데, 이들 부동산은 모두 차씨의 소유였다. 

건물을 근저당으로 잡을 경우 건물 소유자의 등기권리증과 인감도장이 날인된 위임장, 인감 증명서가 필요하다. 즉 차씨의 인감도장이 있어야만 투자가 진행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만약 법무사나 변호사를 통해 근저당 설정을 진행했더라도 차씨의 주소로 통지서가 발송된다.

그런데도 차씨가 근저당이 설정될 때부터 해지될 때까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미 미스터피자 측과 얘기가 다 끝난 투자였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지법 등기국 관계자는 “관련 서류를 지참해서 근저당 설정 등기를 하기 때문에 소유자가 이 사실을 모를 수 없다”며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국토위 관계자는 “(투자를 하면서) 차씨의 건물을 (근저당으로) 잡은 것은 실질적으로 차씨에게 돈을 갚으란 의미”라며 “차씨가 코어미디어의 대표성을 띠었을 가능성이 있다. 코어미디어의 실질적인 경영자였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차씨는 당시 코어미디어의 사외이사였다.

차은택-문영주
연예계 인맥들

실제 당시 투자에 대해 미스터피자 측 관계자는 “문영주 전 미스터피자 대표 때 그분에 의해 투자가 이루어졌다”라며 “문 전 대표는 그런(연예계) 쪽에 다양한 인맥을 가진 분이셨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스터피자 측은 차씨와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관계자는 “투자를 함에 있어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차씨의 건물을) 근저당으로 설정했던 것이다. 진짜 (차씨와) 개인적인 관계로 투자했다면 굳이 근저당을 잡을 필요가 있었겠나”라며 “안전장치를 확보한다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 순수한 투자를 했다는 뜻이다. 우리 회사와 차씨는 전혀 관계가 없다. 투자한 10억원도 100% 환수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논현동 건물을 담보로 여러 형태의 대출·투자를 받아온 차씨. 그는 지난해 12월 건물을 한 IT전문업체로 넘길 때 약 50억원가량의 시세 차익도 남겼다.

미스터피자 거액 투자 왜?
차액은 어디로 흘러갔나?

논현동의 한 부동산 경매 전문 건설턴트는 “(2012년 8월 차씨에게) 27억6000만원에 낙찰됐다”라며 “(차씨는) 분명 시세 차익을 봤다. 그 건물 팔 때 가격이 적어도 100억 이상이니까 결과적으로 40억∼50억원 정도 이익을 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씨가 부동산 시세 차익을 노린 정황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MBN 보도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13년 청담근린공원이 한 눈에 들어오는 20억원대 고급 빌라를 경매로 사들였다. 지난해 12월에는 아프리카 픽쳐스 건물을 57억원에 사들였고 기존 부지에는 4층짜리 건물을 신축, 70억~80억원대 빌딩으로 재탄생시켰다.

이는 논현동 건물을 판 시기와 비슷하다. 덕분에 당초 50억원 수준이던 차씨의 재산은 박근혜정부 들어 2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논현동 건물을 팔며 남긴 50억원의 시세 차익 또한 온전히 차씨의 몫이 됐다.


결국 돈 때문
50억 시세 차익

그렇다면 투기와 투자 중 과연 어느 쪽일까. 복수의 전문가들은 투기에 가깝다고 입을 모았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정황상 투기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한 관계자는 “건물이 개인 명의였다는 점, 2012년 8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약 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건물을 팔았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차은택 혐의는?

최순실씨와 함께 국정 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차은택씨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순실 게이트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지난 10일 차씨에 대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상 공동강요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차씨를 인천공항에서 체포한 검찰은 밤샘 조사를 진행했다. 차씨는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포스코 계열 광고사인 ‘포레카’를 인수한 광고업체 대표를 협박해 지분을 넘겨받으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차씨는 최씨를 알게 된 이후 문화창조융합본부장과 문화융성위원회 위원, 창조경제추진단장 등을 지내며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차씨 소유로 지목된 회사 엔박스에디트, 플레이그라운드, 아프리카 픽쳐스가 각각 ‘늘품 체조’ 동영상 제작, 박근혜 대통령 아프리카 순방 행사, KT 광고 등을 수주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의혹이 많은 상태다. 차씨가 직간접적으로 연결됐다는 의혹을 받는 정부 프로젝트는 ‘문화창조융합벨트’ ‘K-컬처밸리’ 등 20여개에 달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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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