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부상하는 조기인사설 앞과뒤

연말까지 기다릴 거 있나…칼바람 예고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국내 대기업들이 한 발 빠른 정기 인사 단행을 예고하고 있다. 새해를 앞두고 이뤄지던 인사 시기가 두 달 이상 빨라진 기업들도 보인다.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질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지금껏 대기업 정기 인사는 매년 12월에 단행되는 게 일종의 관례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올해 분위기는 예년과 확실히 다르다. 예상에 없던 조기 인사 바람이 곳곳에서 감지되는 까닭이다. 연말 정기인사의 척도가 되는 임원 평가시기를 예년보다 앞당겨 시행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얼른 끝내자

이 같은 기류의 최전선에 서 있는 곳이 바로 한화그룹이다. 지난 10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한화그룹은 벌써부터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한 기민한 대응’을 조기 인사 배경으로 꼽는다.

경영기획실장인 금춘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한화(무역 부문), 한화테크윈(시큐리티부문), 한화63시티 등 다수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교체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7일 대표이사에서 사임한 최길선 회장을 대신해 강환구 현대미포조선 사장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 권오갑 사장을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 발령하는 등 사장단 및 사업대표 교체 결정도 뒤따랐다. 이는 지난해 11월 초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던 것과 비교하면 20일 정도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사장단 인사 키워드는 ‘세대교체’로 귀결된다. 최근 노조 파업 등의 악재로 내부 변화가 시급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기존 '최길선-권오갑' 투톱 체제에서 '강환구-권오갑' 체제로 변화를 꾀한 것이란 분석이다. 내부서도 경영 정상화를 위해 3조5000억원 규모의 경영개선계획을 내놓는 등 각고의 노력에 나선 만큼 확실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퍼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SK그룹 등 재계 ‘빅3’의 인사 향방에도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특히, 전례 없던 배터리 결함으로 최신형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의 판매중단을 선언한 삼성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과 함께 대규모 인적 쇄신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그룹은 그간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신상필벌 원칙을 고수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갤럭시노트7’ 생산·판매 중지 이슈와 연관된 사업부문의 고위급 임원의 경우 ‘문책성 인사’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판매 부진과 품질 결함이라는 이중고에 신음하던 현대차그룹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벌써 두 번 인사가 단행됐다. 장원신 해외영업본부장이 북경현대기차 총경리 자리로 보직을 바꾼 데 이어 지난 14일에는 이광국 현대워싱턴사무소장 전무가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기존 임원에 대한 문책이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대기업 인사 앞당겨 물갈이 가능성↑
신상필벌 내세워 위기탈출 플랜 시동

12월 말에 실시하는 정기 인사 이전에 핵심 임원의 보직 변화가 몇 차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내수 부진 극복을 위해 새로운 인사 배치와 품질 결함 수습을 위한 조직 개편도 예상된다.

SK그룹도 유력한 조기 인사 후보군으로 꼽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현재 경영 환경을 전쟁에 준하는 비상 상황으로 언급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경영에 복귀하면서 큰 변화를 주지 않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최 회장은 책임 경영을 선언하며 2년 만에 등기임원으로 복귀했고, 변화와 혁신을 지속 강조해 왔다. 핵심 계열사를 포함, 사장단과 임원진 모두 대규모 인사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 경영 복귀 이후 별다른 인사 단행이 없었던 만큼 이번에는 인사의 폭이 넓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LG그룹과 롯데그룹 역시 조기 인사 흐름에 동행할 가능성이 높다. LG그룹은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과 LG화학과 LG생명과학 합병 등 사업재편 요소가 산재한 만큼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격호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로 혼란스럽던 롯데그룹은 어수선한 분위기를 쇄신해야 할 필요성이 감지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룹 내 세대교체가 한층 빨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외에도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 등 힘겨웠던 한진그룹과 허창수 회장이 직접 나서 조직문화 쇄신 필요성을 강조한 GS그룹 역시 정기 인사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칼바람 부나

재계 관계자는 “아직 인사 계획을 밝히지 않았더라도 조만간 대기업 다수가 쇄신을 앞세울 가능성이 높다”며 “위기와 변화를 강조하는 만큼 올해 인사는 일찍부터 눈에 띄는 변동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막오른 ‘뉴삼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 부회장 직함만을 갖고 있던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됨을 의미한다. 등기이사에 오르면 의사결정 권한과 그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

이 부회장의 입김이 사업 재편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집중된다. 삼성전자는 프린터사업부를 HP사에 매각한데 이어 컴퓨터사업부도 정리할 수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반면 이 부회장이 직접 챙기는 자동차 전자장치(전장) 사업, 바이오, 사물인터넷(IoT) 등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지배구조 전환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되고 있다. 법적 걸림돌과 막대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부회장의 완전한 경영 승계를 위해선 삼성전자를 포함한 그룹의 지주사 전환이 불가피한 수순이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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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