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회고록 사태> 박근혜-김정일 4시간 독대 미스터리

3박4일서 지워진 의문의 4시간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송민순 회고록’이 정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특히 여권은 ‘국기문란’ ‘내통’ 이라는 단어를 써가면서 야권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권 내부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방북 당시 활동을 공개하라고 대응하면서 맞불을 놓고 있다. <일요시사>는 시계추를 2002년으로 되돌려 당시 박 대통령과 김 전 위원장의 4시간 ‘밀담’ 미스터리를 되짚어봤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회고록서 2007년 당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투표에 앞서 북한에 의견을 물어봤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회고록에 따르면, 당시 송 전 장관이 유엔 채널을 통해 북한 측에 “‘찬성’이 현실적 방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설득하고 있다고 주장하자 국정원장이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 의견을 직접 확인해보자”고 제안했고, 당시 비서실장이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남북경로로 확인해보자”고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매 맞는 야권
대반격 카드

당시 회의록을 바탕으로 새누리당은 야권에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문 전 대표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서 “사실상 북한의 인권 탄압에 동조하며 북한과 내통한 것”이라며 이적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야권은 새누리당의 정치공세를 ‘색깔론’으로 규정하고 강력 비판했다. 지난 18일,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새누리당이 말하는 ‘(남북외교관계)일관성’이라는 게 외교적 시각에서 보면 무지하기 짝이 없다”며 “일관성이라는 것은 통일외교와 국익 차원의 관점에 있으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국감 파행과 불참으로 시작한 새누리당이 결국 마지막 색깔론으로 끝내고 있다”며 “이번 색깔론 공세는 결코 국민에게 지지받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고 말했다.


최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이어 미르·K스포츠재단 등 정부와 관련된 각종 의혹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국면전환용’으로 색깔론을 악용한다는 게 더민주의 입장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도 새누리당의 공세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18일 “저는 ‘국민의 정부’에서 (2002년) 당시 박근혜 야당 대표가 평양에 가서 김정일과 4시간 동안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잘 알고 있다”며 “새누리당이 이런 식으로 계속 색깔론을 제기한다고 하면 저도 다 이야기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는 새누리당-더민주 간 ‘송민순 회고록’ 공방이 계속된 와중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김대중정부 시절 대북송금 문제까지 거론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여권과 야권의 날선 ‘색깔론’ 공방이 오고 가는 가운데, 2002년 박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의원, 부총재) 방북 때 숨겨진 4시간의 진실에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누리당이 2007년 사건을 놓고 문 전 대표에 ‘국기 문란’ ‘반역’이라는 거친 단어를 사용했지만 만약 2002년 박 대통령이 김정은 전 국방위원장을 만나 나눈 이야기 중 국익에 배치되는 예민한 사안이 드러날 경우 여권은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밀담 내용은?
뭔가 있었나

박 대통령과 김정은 전 국방위원장의 만남은 2002년 5월11일 전격 성사됐다. 방북에 앞서 2000년 당시 북한은 노동당 창건 행사를 앞두고 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비롯, 민주노동당 등 30곳 등 35명 인사들에 초청장을 보냈다.

북한의 바램과 달리 당시 2000년 노동당 창건 기념행사에는 사회·종교단체 회원 30명만 방북했을 뿐 박 대통령은 방북하지 않았다. 당시 한나라당 관계자에 따르면 정치적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는 주변의 반대가 있어 방북이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2년 뒤인 2002년 5월11일엔 방북길에 오른다. 북한의 ‘민족화해협의회’가 남북협력사업을 펼쳐온 ‘유럽-한국재단’ 이사진을 초청함에 따라 재단 이사 자격으로 방북하게 된 것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방북을 앞두고 “북한이 국제사회 일원이 돼 남북 간에 평화 증진을 위해 협력하고 우방과도 힘을 합치기를 바란다”고 했다.

특히 어머니 고 육영수 여사가 북측 공작원으로 알려졌던 문세광에 의해 살해됐던 것과 관련해서도 “개인적으로 불행을 겪은 사람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남북 간의 평화 공존과 정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당시 박 대통령의 대북관에 변화가 온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게다가 1960∼1970년대 치열한 체제 경쟁상대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일성 전 주석의 2세 간 만남이라는 점에서 당시 정가의 이목이 집중됐다.

당초 박 대통령은 고려항공을 이용해 북한에 입국할 예정이었지만, 김 전 국방위원장이 전용기를 제공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묵었던 백화원초대소의 같은 방을 숙소로 제공했다. 또한 박 대통령이 평양에 도착한 2002년 5월11일 저녁 북측이 만수대 예술극장서 환영 만찬을 열어주는 등 융숭한 대접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만찬장에는 김용순 비서와 김영대 북측 민족화해협의회 회장 등 북측 유력 인사들이 참석했다. 당시 북측 방송은 김영대 회장이 “누구든 민족을 위하고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정견의 차이를 넘어 서로의 마음을 합쳐 나갈 수 있다”고 환영 인사를 건네자 박 대통령은 “남북이 힘을 합쳐 7·4남북공동성명과 6·15남북공동선언을 이행해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공동발전을 이룩하자”고 화답했다며 당시 만찬장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전했다.

‘문 타깃’ 노무현정권 북과 내통 이슈몰이
야, 2002년 회담 반격 “박 방북부터 털자”

하지만 김 전 위원장과 박 대통령이 4시간 가량 밀담을 나눈 것으로 알려진 5월13일 상황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공개된 사실이 없어 정가엔 무성한 추측만 떠돌았다. 다만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 2007년 7월 펴낸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라는 자서전에는 비밀회담에 대한 대략적인 상황이 묘사돼 있다.

자서전에서 박 대통령은 김 전 위원장에 대해 “솔직하고 거침없는 사람이었다”며 일명 ‘김신조 사건’이라 불리는 1968년 북한의 특수부대가 청와대를 습격한 사태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의 언급을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당시 극단주의자들이 일을 잘못 저질렀습니다.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그 일을 저지른 사람들은 다 응분의 벌을 받았습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박 대통령은 김 전 위원장의 언행을 두고 “김정일 위원장의 화법과 태도는 인상적이었다”고 말해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당시 밀담 과정서 박 대통령은 김 전 위원장에게 ▲이산가족 문제 ▲6·25전쟁 때 행방불명된 국군과 민간인 생사확인 문제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설치 등을 제안했다. 이에 김 전 위원장은 흔쾌히 동의했고, 금강산댐 공동조사 및 남북한 철도연결에 대해서도 긍정적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밀담을 두고 박 대통령은 “한 시간가량의 대화를 통해 김정일 위원장과 많은 약속을 했다”며 “그동안 중단됐던 남북 축구대회 등 스포츠교류를 통해 서로 화합의 장을 열자는 약속도 얻어냈다”고 말했다.


이어 “답방 요구에 김 위원장은 적당한 기회에 가겠다고 말하면서 방문하면 박정희 대통령의 묘소에도 참배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과의 모든 대화 내용을 언론에 투명하게 밝히고 싶다는 뜻을 전하자 ‘알아서 하세요’라며 신뢰감을 나타냈다”고도 평했다.

박 대통령은 방북 일정을 마치고 판문점을 통해 귀국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김 전 위원장의 제안으로 박 대통령은 “생각지도 못한 제의였다. ‘남과 북이 이렇게 가까운데 먼 길을 에둘러서 오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통일에 대한 염원이 더욱 간절해졌다”고도 회고했다.

북한 왜 갔나
이용당했다?

박 대통령의 방북활동 내용이 담긴 공식적인 문서는 2002년 5월21일 정부에 제출됐다. 당시 동행했던 지동훈 유럽-코리아재단 이사장이 ‘방북결과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정부 당국자는 “지 이사장이 제출한 방북결과 보고서는 A4 용지 3쪽 분량으로 3박4일간 일정이 시간대별로 정리돼 있다”며 “박 의원이 지난 14일 귀환 직후 밝혔던 것 외에 특별히 다른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귀환 직후 10일 이내에 통일부장관에게 제출토록 규정돼 있는 박 의원의 방북결과는 이 보고서로 갈음한다”며 “박 의원의 경우 방북에 따른 행정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절차를 통해 박 대통령의 방북은 마무리됐고, 당시 김 전 위원장과의 구체적인 면담내용은 현재까지 비밀로 부쳐진 상태다.
 


당시 박 대통령의 방북 성사를 두고 정가에선 여러 가지 추측이 나왔다. 우선 김 전 위원장이 각종 남북현안들에 대한 북측의 메시지를 남측에 간접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박 대통령과 만났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박 대통령이 제안한 내용은 자서전을 통해 일정부분 드러났지만 김 전 위원장이 박 대통령에 의사를 표명한 내용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의구심은 증폭됐다.

방북 당시 융숭한 대접
만찬·밀담 뒷얘기 무성

또한 남북경협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을 것이란 추측도 나왔다. 두 인사의 면담과 만찬 행사에 참여한 당시 김용순 노동당 대남담당비서, 고 장성택 노동당 제1부부장, 임동욱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 등이 대남사업의 실세였기 때문이다. 또 다른 측면에선 김 위원장이 남측의 보수세력을 향해 유화 제스처를 취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당시 우리나라의 대표적 보수 정치인인 박 대통령을 만남으로써 보수층이라도 남북협력 문제에 있어 적대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면 누구든지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 내부에서 김 전 위원장을 상징하는 북한 정치 용어인 광폭정치(대담하고 통이 큰 정치)의 선전용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 대통령을 북한으로 불러들임으로써 북측 주민들에게 광폭정치의 결실로 부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정치권의 평가도 판이하게 엇갈렸다. 2002년 5월15일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박 대통령 방북에 대해 “우리와의 서면 약속도 지키지 않는 김정일 위원장의 말뿐인 공약을 믿을 수 있겠느냐”고 말해 평가절하했다.

반면 더민주의 전신인 민주당은 대변인을 통해 “김 위원장이 박 위원장과 만나 금강산댐 남북공동조사단 구성,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동해안 철도 연결 등 남북 관계 진전에 매우 의미 있는 약속을 했다”며 “남북관계 진전에 매우 의미 있는 성공적 방북”이라고 평가했다.

“방북 수수께끼
다 털고 가자”

국정원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지난 19일 정보위 국감에서 “역대 정권에서 벌어진 용공·종북 의혹을 다 털고 가자”면서 “2002년 박 대통령의 방북 미스터리가 그 첫째”라고 말해 박 대통령의 과거 방북 문제를 거론했다.

이어 박 대통령 귀환 당시 북한이 보낸 통지문 및 관련 기록 및 협의내용 일체 등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그는 “국정원서 근무하며 새누리당 (집권 후) 정부의 이적 행태도 생생하게 목격했다”며 “박 대통령 방북 당시에도 김 전 위원장과의 독대, 만찬 과정에 미스터리가 상당히 많다”고 말해 의구심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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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