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계류 중인 이색 청원들

또 빛 못보고 사라질라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헌법 제26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가진다’며 국민의 청원권을 보장하고 있다. 청원은 국민들의 ‘신문고’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역대 국회에 제출된 청원은 회기 동안 계류 상태로 있다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면 동시에 폐기되는 등 빛도 못 보고 사라진 청원들이 상당수다. <일요시사>는 20대 국회를 맞아 국회에 제출된 계류 중인 이색 청원들을 꼽아봤다.

 

20대 국회는 지난 5월31일 ‘훈민정음 해례본의 국보 1호 지정에 관한 청원’이 접수된 이래로 4개월여 흐른 지난 18일까지 총 31건의 청원이 접수됐다. 31건의 청원 중에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청원, 기념일 제정, 광역시 설치 제정 등 각종 이해관계를 둘러싼 이색법안들이 눈에 띈다.

상정될까

첫 번째로 접수된 ‘훈민정음 해례본 국보 1호 지정’에 관한 청원은 혜문 문화재제자리 찾기 대표, 김상철 우리문화지킴이 대표, 이대로 국어문화실천협의회 회장 등이 대표자로 나섰다. 청원은 국회의원 1명이상이 소개자로 되어 있어야만 청원으로써의 효력을 얻는데 이 청원의 소개자는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다.

노 의원은 지난 6월, 해당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하면서 국보 1호가 갖는 상징성을 감안해서 훈민정음 해례본을 국보 1호로 변경해 한글의 우수성과 존재를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원서에 따르면 “숭례문이 국보 1호로 지정된 것은 1934년 조선총독이 경성 남대문을 1호로 지정했기 때문”이라며 “1996년 당시 정부는 대한민국 국보 1호를 조선 총독이 지정한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 국보 1호에서 해지하려고 노력했으나 문화재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밝혔다.


이어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는 감사원 권고 이후 10년이 경과한 시점까지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겨레의 얼이 서린 훈민정음 해례본을 국보 1호로 지정하기 위해 국회청원을 제출한다”고 덧붙였다.

4개월여 동안 계류 중인 해당 법안에 대해 노회찬 의원실 관계자는 “해당 청원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전달해 1차적 역할은 끝난 상황”이라며 “위원회서 안건 상정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색 법안으로는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제정’ 청원이 있다.

해당 청원자는 이갑상 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 이사장 외 15명이고, 소개자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청원서에는 “존경하는 정세균 국회의장님!”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해 동학농민혁명이 국가기념일이 되어야 하는 취지와 당위성이 3페이지 분량으로 서술돼 있다.

청원서에는 “동학농민혁명은 지금으로부터 122년 전인 1894년, 왕조정치의 부정부패와 탐관오리의 탐욕과 수탈 및 착취, 일본제국주의 침략에 따른 위기의식 등이 농촌사회의 파탄을 불러일으켰다”며 “농민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으킨 민중혁명”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해방 이후 민주화운동의 정신적 토대가 됐다”고 기재돼 있다.

입법 청원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로는 동학농민혁명 기념재단이 지난 10여년간 단 한 번도 거론되지 않은 ‘전주화약인(6월11일)’을 추천해 지역 간, 단체 간 불신을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18일 접수된 해당 법안은 다음날 교문위에 회부됐고, 교문위의 심사를 앞두고 계류 중에 있다.
 

20대 국회 청원 중에는 한 개인의 대한민국 입국 허가에 대한 청원도 접수돼 눈길을 끈다. ‘재일동포 정영환 입국 허가’를 명칭으로 하는 해당 청원은 현재 메이지가쿠인 대학 준교수로 재직 중인 정영환 교수의 입국 허가를 골자로 한다. 청원자는 정연순 민변 회장,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서승 리츠메이칸대 교수, 박노자 오슬로대 교수까지 총 4명이다.


‘훈민정음 국보1호 제정’ 필두
4개월여 동안 31건 접수 집계

이들은 청원서를 통해 “정연환 교수는 지난 2013년부터 최근까지 한국과 일본사회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박유하 교수의 저작 <제국의 위안부>를 정면 비판한 저서를 올해 3월 일본에서 출판, 큰 반향을 일으켰다”며 “정영환 교수 입국금지는 세계인권선언에 대한 침해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6월14일 정영환 교수는 <누구를 위한 화해인가> 출판기념강연회를 위해 한국영사관에 입국허가를 신청했다. 이와 함께 실행위원회는 정 교수의 입국이 허가될 수 있도록 같은 달 20일, 21일 각 외교부장관과 국회 외교통일분과위원회 심재권 위원장에게 청원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결국 정 교수는 지난달 28일, 국가안보상의 위협이 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입국 불허 통보를 받았다.

정 교수는 "입국 거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 또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 조선적 재일동포 모두를 포함하는 문제일 것"이라며 "그들을 대표할 순 없지만 정치·사상적 목적 때문에 재일동포 이동권이 침해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조선적 재일조선인 3세이자 소장파 역사학자로 일본 역사학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학계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2009년 9월 민족문제연구소 주최의 학술심포지엄 발제자로 초청됐지만 이명박정부 시절 내려진 5·24조치로 인해 입국이 불허됐다. 입국금지 조치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지난 2013년 12월 ‘국가안보상의 위협이 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기각했다. 해당 청원은 법사위와 외통위의 안건 상정 여부 심사를 앞두고 계류 중에 있다.

지난달 5일에는 창원시가 광역시 승격을 요청하는 청원이 국회에 제출됐다. 김성찬 새누리당 의원을 소개자로 하는 해당 청원의 청원인은 안상수 창원시장 외 74만8548명이다. 이들은 5가지 항목으로 나눠 창원시 승격의 당위성을 밝혔다.

우선 기초자치단체로서 광역행정수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밝히고, 통합 자치단체로서 재정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울러 창원광역시 승격은 국가 및 지역 균형발전의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행위에 회부된 해당 청원은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이색 청원들은 처음에는 반짝 주목을 받기도 하지만 국회 말에는 결국 폐기처분을 면치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9대 국회에 접수된 입법청원은 총 224건이지만 본회의에 상정된 청원은 2건에 불과했다. 가결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19대 뿐만 아니라 17, 18대 국회도 크게 상황이 다르지 않다.

속타는 민원인

청원이 처리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국회 사무처 청원담당 사무관은 “청원을 처리하는 상임위서 법안 심사에 몰두하는 경향이 높다”며 “법안뿐 아니라 결산과 예산 검토로 바쁘기 때문에 청원은 후순위로 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무처에서는 청원처리를 독려하기 위해 연말에 위원회에 안내문을 보내기도 한다”며 “청원을 제출한 일반인들은 본인이 낸 청원이 처리되길 학수고대하지만 실상 국회 사무처에서 처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무용지물 청원제도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른 역대 청원제도 살펴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폐기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6대 국회서 입법청원 폐기율은 55.7%를 기록했고, 17대 국회에선 73.1%를 기록해 20%가까이 상승했다. 18대 국회에선 74.6%를 기록했고, 19대 국회선 80%를 하회했다. 청원을 해도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안건으로 상정시키지 않는 경우가 태반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입법청원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도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19일 사건 발생 10여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 이첩 개입 의혹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8명 전원 찬성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해 사실상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원래 본회의 안건에 없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당초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서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5분 뒤 김 의장은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마지막 협상도 결렬됐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일하게 자리에 남았던 김웅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방청 중이었던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 자문, 김규현 변호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년의 해병대 예비역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를 열고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채 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처럼 이태원법 합의 처리를 통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오늘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상병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시 본회의장을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채 상병이 의사일정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규탄대회 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힘 퇴장 속 야당 전원 찬성 조각난 협치···대통령 또 거부?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본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잡은 일정인 반면,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본회의 부의를 시도하겠다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강행 처리 예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을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적 의도” 대통령실 발끈 또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실장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며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이유도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관련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왔다.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축소하려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조율한 흔적도 엿보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권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언급한 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다. 지난 3월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조그마한 사고’로 표현하고 “전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실언한 바 있다. 더구나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인력 부족, 수사 의지 등을 핑계로 현재까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해병대를 비롯한 국민 여론도 특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눈물 흘린 해병들 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채 상병 특검법 상정과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같은)이런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외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국민의힘은)처음엔 ‘독소 조항이 있다’고, 지금은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니 그 수사가 끝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거 특검 때에는 (앞서)경찰·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가장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법은 법정 수사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해놓고 있는 특검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3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안보에 전념할 수 있고, 정치권도 채 상병 문제를 일단락하고 지금 산적한 안보, 민생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수사를 기다리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채 상병 문제로 정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전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45명은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통과 여부를 보기 위해 곧장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달 3일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했다. 여야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통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진척 없는 수사 역풍 뻔한데···용산 선택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수세에 몰린 대통령실이 야당을 지적할수록 부정 여론만 키우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안서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당장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용산의 뜻을 따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렵사리 여당 의원들을 단속하더라도 다음 달에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수사는 진행 중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2일 오전 9시25분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