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주현-경남기업 무슨 일이…

성완종은 반기문을 믿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조카 반주현씨와 경남기업 간 벌어졌던 지루한 법정공방이 이대로 끝이 날 모양새다. 반씨는 경남기업과의 민사소송서 패소하면서 59만달러(한화 약 6억 5000만원)를 배상하게 될 상황에 처했다. 재판부는 반씨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경영하던 경남기업에 조작된 서류를 제출하는 등 불법행위를 한 혐의를 인정했다. 현재 반씨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로 판결은 항소 없이 곧 확정될 전망이다.

경남기업 측은 지난해 7월2일 반주현씨(미국명 데니스 반)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경남기업 측은 “반씨가 랜드마크72 매각을 도와주기로 해 콜리어스인터내셔널 뉴욕지점(이하 콜리어스)과 계약을 체결하고 60만달러를 예치했으나, 반씨는 카타르투자청과 교섭하지 않았고 허위 계약서를 줬다”며 서울북부지법에 소장을 접수했다.

국제 사기

종합편성채널 JTBC는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 소식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해 5월14일, 반씨의 국제 사기 의혹을 보도했다. 핵심은 반씨가 베트남의 랜드마크72 빌딩 매각을 맡은 후 위조한 카타르투자청 측 공문을 경남기업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랜드마크72는 경남기업의 핵심 자산이다.

경남기업이 랜드마크72 매각을 공식화한 것은 지난해 1월15일. 영국계 부동산 투자자문사인 콜리어스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면서부터다. 이때 반씨는 콜리어스의 랜드마크72 담당 임원으로 해당 계약을 전담하게 됐다.

지난해 3월, 경남기업은 카타르투자청이 랜드마크72 매입 의향을 표시했다고 공식 문서를 자신의 채권단에게 제출했다. 문서에는 투자청 이사진 승인까지 떨어졌으며, 대표의 최종 서명만을 남겨둔 상태라고 나와 있었다.


그러나 곧 해당 문서가 위조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카타르투자청 측 또한 문서가 위조된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투자청 측은 경남기업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을 보였다. 랜드마크72 빌딩에 대한 매수 의사가 전혀 없다고도 전했다.

당시 언론의 의혹보도에 경남기업 측은 “반씨를 통해서만 카타르투자청과 매각 협상 작업을 진행해왔고 투자청 관계자들을 직접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미 경남기업 측은 인수의향서를 받는 조건으로 콜리어스 측에 6억여원의 수수료를 선지급한 후였다.

랜드마크72 매각은 경남기업의 명운이 걸린 사업이었다. 경남기업은 지난 2009년 5월,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등 자금난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비록 2011년 5월, 2년 만에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했지만, 지난 2013년 10월 두 번째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등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회사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던 성 전 회장은 베트남의 랜드마크72 프로젝트에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 2011년 11월8일부터 국내에 국빈 방문 중인 쯔엉 떤 상 베트남 국가주석과 만나 상호 경제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등 공을 들였다.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베트남 투자사업 중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국내 언론에 홍보했다.
 

그러나 프로젝트는 경남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난항을 겪었다. 경남기업을 살리기 위해 성 전 회장이 경영권을 포기하는 등 강수를 뒀지만, 결국 채권단의 자금지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후 경남기업은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덩달아 랜드마크72 입주가 부진해지자 매각을 결정하게 된다. 성 전 회장은 지난해 4월9일 자원외교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국 랜드마크72 매각 도우미 자청
허위 계약서 들통 “6억 배상하라”

자살 하루 전인 지난해 4월8일, 성 전 회장은 기자회견서 랜드마크72 매각을 언급하며 구사일생을 노렸다. 그는 “3월23∼25일쯤 카타르투자청에 랜드마크72 빌딩을 매각하기로 일정이 잡혀 있었다”며 “계약금액이 워낙 크니까 상장폐지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당초 성 전 회장은 1조원에 달하는 랜드마크72 건물을 팔아 경남기업의 회생자금으로 조달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해당 발언으로 볼 때 성 전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까지도 반씨의 문서 조작 여부를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후 경남기업의 법정관리를 지휘하는 법원 파산부는 반씨가 전달한 문서가 위조됐는지 여부를 사실확인하도록 지시했다. 감정 결과 문서는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고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경남기업은 지난해 7월, 반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반씨의 허위 문서 때문에 매각이 지연되면서 회사 상황이 나빠졌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한 결과가 지난달 말 나왔다. 소송을 제기한 지 1년3개월만이다. 서울북부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박미리)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려 경남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경남기업이 위와 같은 반씨의 행위를 알았다면 그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 판단했다. 판결문을 보면 ‘채무자회사(경남기업)로서는 이와 같이 피고(반씨)가 계약체결 및 이행의 의사 없이 금원 편취의 목적으로 채무자회사를 기망하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고 나와 있다.

또한 ‘피고가 이 사건 계약서를 위조해 채무자회사의 의사와 전혀 다른 계약이 체결되었거나 이 사건 계약이 처음부터 성립되지 아니할 사정을 알았더라면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은 당연한 결론’이라고 봤다. 결국 재판부는 반씨에 의해 경남기업이 상당한 금전적 손해가 발생했기에 59만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행방 묘연

재판부는 해당 판결을 ‘공시 송달’했다. 공시 송달은 판결문을 송달할 수 없을 때 관보에 판결문을 게시하는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제도다. 즉 현재 반씨의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재판이 진행되는 1년3개월 동안 반씨는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으며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았다.

소송이 제기된 당시에도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반씨에게는 소송 관련 서류가 전달되지 않았으며 반씨의 아버지이자 반 총장의 동생인 반기상 전 경남기업 고문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수령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반씨가 항소하지 않는다면 사건은 이대로 마무리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행불’ 반주현 어디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이 지난 5일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대한 공세를 펼쳤다. 더민주 송현섭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앞으로 반 총장과 경남기업과의 관계는 계속될 것”이라며 “반 총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명백히 밝혀주기 바란다”고 반주현씨와 경남기업 간 민사소송 건에 대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당시 랜드마크72 매각 업무를 책임진 반씨가 반 총장을 통해 카타르 국왕과 접촉할 수 있다고 경남기업 측에 의견을 밝힌 사실이 알려져 반 총장 연루설이 불거진 바 있다.


이어 송 최고위원은 “현재 반주현씨은 행방불명이고 경남기업에서는 민사소송을 청구해서 승소했다”며 “이는 명백한 형사고발 사안으로 우리 당에서 형사고발을 요구함과 동시에 검찰 조사가 이루어지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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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